제가 소비에트 군사사를 소련 군사이론, 특히 작전술 개념의 발전을 중점으로 연구하면서 국내 연구에서 한 가지 유령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그 유령은 영국의 군사이론가 J.F.C. 풀러의 이른바 "전략적 마비"이론이 소련 종심작전 개념에 영향을 주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런 주장을 그대로 가져온 논문과 서적이 한 10여개 정도였는데, 전부 소련 종심작전 개념의 창시자 중 한명인 미하일 투하쳅스키가 풀러의 서적 『전쟁개혁론』(1923)을 1931년에 높게 평가했다는 서평을 근거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원문을 구글번역기(;;)의 도움으로 확인해본 결과, 투하쳅스키의 서평은 대부분의 분량이 풀러를 제국주의자, 파시스트, 인종차별주의자, 반동적 소수정예론자로 비난하는 내용이었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부분은 최소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구색맞추기식 부분에 불과했습니다.

이러한 심각한 단장취의와 취사선택의 기원은 역시 아무레도 "미개한" 러시아/소련은 발전을 위해서는 무조건적으로 서구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으며 그들 고유의 발전은 없다는 서구 세계의 오랜 관념과 냉전기의 적대감이 어우러진 프로파간다가 원인이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