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5백 년 동안 무당은 천민으로 간주됐음.  

사기꾼이니 뭐니 하기 이전에, 

무당 자체가 '천민'으로 간주됐단 말이야. 

그래서 무당이 하는 저주 중에 

"니 자식들은 대대로 무당이 돼라!" 하는 말이 있을 정도고,

무당이 되는 것을 피하려고 누름굿(신들림을 억누르는 굿)을 하거나, 

또는 할머니나 외할머니가 대신 무당이 되거나, 

불교나 성당, 교회에 보내서 그쪽 힘으로 보호받거나 하게 하려고 해. 

내가 본 어떤 사례에서는

어느 무당이 성당에 찾아와서 자기 무당일 그만두게 해달라고 했어.  

이유가 뭐냐? 

무당의 딸이 의사랑 결혼하게 됐음.

그러사 '의사의 장모가 무당이라고 하면 사위의 체면이 손상될 것이다.' 해서

무당일 그만두게 해달라고 한 거임.  

조선시대 내내 무당은 천민으로 간주되었고,

지금도 이런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고 내려왔어.

오히려 무당이 전통의 일부라 하여 민족주의적인 이유로 

상대적으로 이미지가 좀 더 좋아졌지. 

(상대적으로 좋아진 게 이 정도.) 

물론 조선시대에 무당을 불러야 할 일이 있다면 불렀어. 

그런데 부를 일이 없다고 하면 피하려고 했지. 왜? 천하니까. 

어른들이 무당집 근처에서 애들 놀지 말라호 하고.  

구한말에 일본에서 천리교란 종교가 들어왔거든?

일본인 포교사들이 조선으로 밀항해서 (조선총독부가 싫어했음) 

조선인 포교를 시도했는데... 주로 병이 든 조선인들을 종교적으로 치유하려고 했지. 

그런데 이렇게 천리교 신령님의 힘으로 병이 나았다고 생각한 경우에도, 

천리교 신단과 포교사를 찾아와서 감사를 표할지언정

천리교도가 되려고는 하지 않아서

일본인 포교사들이 "아, 존나 허무하다. 조선인들은 왜 이러냐?" 하고 

한탄하는 글을 썼어. 

그리고 그렇게 일제시대에 천리교도가 된 조선인들은 

'왜무당이 되다니!'하고 엄청 욕을 먹었다고 해.  

천리교 포교사를 '일본에서 온 무당'으로 간주하고, 

딱 조선에서 무당을 대하는 태도로 대한 거야. 

필요할 때는 인사하고 하지만,

필요 없으면 노 상관.  

대종교에서도 "한배검을 받드는 신자들은 

무당 같은 잡술에 의지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했어. 

무당에 대한 인식 자체가 원래 그랬던 거지. 

메이지-다이쇼 시대에 생긴 일본의 신흥종교들은

(천리교 같은 예외사례도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신토의 신령들을 인정하고 좋게 받아들이려는 입장이었던 반면, 

조선에서는 기본적으로 '피할 수 있다면 피한다.'였지.  

현대에 들어와서 개신교도들이 무속을 욕한다...

사기꾼 무당들이 욕을 먹는다... 

이런 것은 사실 부차적인 문제야. 

조선시대에 형성된 '무당은 천민이고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아직도 유효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