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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선생님, 조선은 로마 그 자체란 말입니다 (8)앱에서 작성

그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3.11 12:44:46
조회 2136 추천 50 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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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는 조선군 군영을 흥미롭게 돌아보았다. 뒤에서 완전무장한 군관 한 명이 감시차 따라붙었지만 그 이외에 카이사르에게 별다른 행동의 제약이 가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일국의 집정대신이었으니 김종서가 배려해주라고 지시한 덕분이었다. 곁에는 신숙주도 있었다. 카이사르의 질문을 받아주기 위해서였다. 신숙주는 바빠죽겠는데 카이사르의 군영 관광에 끌려나와 불만이 없지는 않았으나 김종서의 지시도 있었고 머리도 식힐 겸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따라나섰다.

병사들의 무장은 로마군 이상으로 충실했다. 병사들의 대부분이 경번갑이나 쇄자갑으로 무장했고 팽배수나 창을 든 살수들은 첨주형 투구를 썼다. 파르티아의 활과 비슷하게 생긴 짧은 활과 화살을 장비한 병사들은 주로 전립을 썼다. 장수들은 드물게 초기형 두정갑을 입기도 했다.

군영은 로마군처럼 체계적이지는 않았으나 목책을 세우고 경계병을 배치하는 모습은 봐줄 만 했다. 군영의 위생처리에 기겁한 카이사르가 신숙주를 설득해 손을 봐야 했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도 있었다.

카이사르가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은 아무래도 기병들이었다. 화포의 강력함이야 경험을 통해서 이미 깨달았지만 그 원리를 알 수 없었고 물어본들 가르쳐 주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기병들만큼은 카이사르도 이해하고 있었다.

말은 기존에 보던 것들보다 덩치가 더 컸다. 조선과 여진의 말들이 대형종은 아니지만 당대 유럽과 중동의 말들도 조랑말보다 조금 더 큰 정도의 수준으로 품종개량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카이사르의 눈에는 충분히 크게 보였다.

기병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머리를 박박 밀고 뒤에 쥐꼬리만큼 남긴 무리들과 다른 군종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무리들이었다.

전자는 여진 기병들로서 드물게는 중무장을 하기도 했지만 대개는 활과 곡도로 무장한 경기병들이었다. 카이사르는 저 경기병들의 무지막지한 마상사격을 본 적이 있었고 얼마 전 감행한 무자비한 약탈도 보았다. 적으로는 치가 떨렸지만 아군이 되면 이만큼 든든한 무리도 없을 것이다. 정찰과 추격에 특화된 무리로 보였다.

후자는 조선의 중기병들이었다. 두터운 경번갑을 챙겨입고 기다란 창을 끼고 있었다. 안장에는 여진 기병들처럼 활과 화살이 있었으나 활의 크기는 여진족들의 것보다 조금 작았다. 허리춤에는 띠돈으로 환도가 달려있었으나 그리 길어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글라디우스와는 달리 폭이 매우 좁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 나라 병사들의 환도는 다들 날의 폭이 좁았다. 저래서야 금방 부러지지 않을까도 싶었다.

"병사들의 칼이 가늘군요. 저래서야 금방 부러지지 않겠습니까?"

신숙주는 피식 웃었다.

"그대들의 칼이 쓸데없이 두꺼운거요."

"내기 해보시겠습니까?"

"무슨 내기? 포로로 잡히신 마당에 거실 것은 있고?"

카이사르는 담담하게 웃었다. 그래, 이제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들을 이길 방법따윈 어디에도 없다.

"내 몸뚱아리가 있지 않습니까? 공이 내기에 이긴다면 나도 이젠 공의 왕께 무릎을 꿇고 전면적으로 신속하지요."

"호오. 그렇다면 내가 지는 경우에는 뭘 원하시오?"

"내 소원이나 한 가지 들어주시지요. 뭐, 놓아달라는 식의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을테니 걱정은 마시구려."

신숙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환도를 뽑아들었다. 그리고 이내 군관이 가져온 노획된 글라디우스의 칼날을 내리쳤다.

쩌엉 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ㆍㆍㆍ

동인지의 눈시울이 잔뜩 붉어졌다. 눈가에 눈물이 가득 고여서는 연신 천세를 외쳐댔다. 부족민들에게 조선의 호패가 발급되고 있었고 경작지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토지문서까지 지급되었다. 그뿐이랴. 동인지 본인에게는 종4품 만호직을 내린다는 교지까지 내려왔다. 아들은 성균관에 입학할 자격까지 얻었다. 최소한 법적으로 이제 그들은 완전히 조선인이 된 것이다.

사실 여진족들은 불안함이 없지 않았다. 강 건너편의 동족들도 완전히 사라진 판이니 조선이 작정하고 그들을 토벌하려 나선다면 이제 기댈 구석도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쫓겨나버리면 홀로 독립하기도 마땅찮았다. 강 건너편의 땅은 이미 임자가 있었다. 그들과 매양 싸우면서도 조선을 경계해야 한다면 미래는 한없이 어두웠다. 그러나 조선은 그들을 내치는 대신 품에 안기로 했다. 여진족들의 불안감은 완전히 가셨다.

사실 이렇게 되면 여진족 족장들은 부족민들의 통제권을 거의 상실하게 된다. 부족민들이 조선의 신민이 되었으니 그들은 이제 지방 수령의 통제를 받는다. 족장들이라고 그를 모르지는 않았다. 대신 조정에서는 그들에게 관직을 내리고 자제들을 성균관에 입학시켜줌으로써 불만을 상쇄해주었다. 성균관에서 대과를 합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 족장들을 비롯한 여진족 유력가들을 조선의 지배계급에 넣어줬다는 점이다. 토지 소유권도 인정해줬으니 지방 사족으로서 여전히 부족민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

물론 조선 내부에서의 반발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나 족장의 아들들을 소과도 치르지 않고 성균관에 넣은 것이 반발이 컸는데 대대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회성에 그치는 혜택이었던데다 성리학에 대한 이해가 짧은 그들이 대과에 합격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깨닫자 금새 잠잠해졌다. 무엇보다 그들은 반쯤 인질에 가깝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동인지는 너른 밭에서 돋아난 파릇파릇한 싹들을 보자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저 푸른 싹들은 벼다. 다른 것도 아닌 벼라는 말이다. 그 지긋지긋한 조나 수수따위가 아니다. 하얗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며 입 안에서 따로 놀지 않고 짝짝 달라붙는 쌀이다. 동인지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이 좋은 세상을 살아보지도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나신 부모님이 갑자기 생각났기 때문이다.

ㆍㆍㆍ

그렇게 조선과 갈리아에서 사건이 연달아 터지는 와중에 원래 로마 제국의 동쪽 국경이었던 곳에서도 점차 전운이 드리우고 있었다. 파르티아와 로마의 전쟁은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로 다만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을 뿐이었는데 로마가 망했다는 소식이 파르티아로 들어가면서부터 상황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원래 파르티아는 폼페이우스 세력과 밀접한 상태에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1월 초부터 폼페이우스 세력과의 연락이 두절되었고 사태 파악을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한 결과 로마가 망하고 새로운 나라가 들어섰다는 변질된 사실을 여러 경로를 통해 접하게 되었다. 이탈리아 반도가 한반도로 대체되었다는 사실은 진실로 믿기에는 너무 비현실적이다보니 소문이 으레 그렇듯 스스로 변질된 것이다.

아르사케스 20세, 혹은 오로데스 2세로 불리는 파르티아 왕은 이것을 기회로 여겼다. 원래 국가 교체기에는 혼란이 극심한 법이다. 오로데스 2세도 현재 로마의 상황이 그러리라고 여겼다. 설마 사회적 안정으로는 한국 왕조 역사상 가장 인상적이라는 조선이, 그것도 최대의 국력을 갖췄을 무렵의 모습으로 웅크리고 있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래서 파르티아의 기병대가 대규모로 서진을 개시했다. 체계가 무너진 로마군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내렸다.

시리아가 무너졌다. 레반트 전역이 쓸려나갔다. 아나톨리아 반도가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로마 동부 전역이 전란에 휩싸였다.

아이깁토스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도 다급해지긴 마찬가지였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그리스인 출신 인재들이 바닥을 보이고 부패가 온상이 됨에 따라 변변한 군사력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로마가 구축한 지중해 패권 질서에 편승하여 근근히 연명하는 수준이었는데 최근에 그 연락이 끊겨버리면서 불안감이 온 나라를 침식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파르티아의 대규모 침공이 발생하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집단적인 히스테리 상태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 때 프톨레마이오스 13세의 머릿속에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로마가 사라진 자리에 생겨난 것은 아주 강력한 왕국이라고 했다. 그런 강력한 나라의 왕이라면 분명히 애첩들 몇 명 정도는 거느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더없이 골칫거리지만 겉보기에는 아주 그럴 듯한 누이가 한 명 있지 않은가? 프톨레마이오스 13세는 아주 밝은 얼굴로 내관에게 명령했다.

"클레오파트라를 불러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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