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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방갤문학] 선배의 지도 (上편)

굉장히미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02 17:43:55
조회 392 추천 15 댓글 4
														


※ 다소 성적인 묘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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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처음으로 본 성인물이 어떤 장르였는지, 또 어떤 내용이었는지를 기억하고 있는가? 인간 세상에 100% 그렇다고 단언할 수 있는 건 없다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렬하게 기억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들 중 장기기억으로 잘 이전되지 않는 유년기를 한참이나 지나, 마침내 뇌의 활동이 왕성해지고 성숙해지는 시기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눈뜨게 되는 것이 바로 성욕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성인물을 호기심에 직접 찾아서 봤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전혀 그럴 의도가 없이 우연히 봤을 수도 있다. 타카마츠 토모리라는 소녀는, 어젯밤에 후자의 경우로 갑작스레 접하게 된 성인 만화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는 학교에서까지 그 강렬한 기억의 잔상에 휘둘리고 있었다. 하필이면 주인공의 큰 키와 분홍빛의 긴 머리카락이, 토모리의 절친한 친구이자 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치하야 아논의 모습과 겹쳐져 토모리의 뇌세포에 치명적인 고통과 쾌감을 동시에 자아내고 있었다.


"저기... 토모링...?"


'...으으, 어쩌지... 어젯밤에... 인터넷 창 잘못... 눌렀다가 나와서 본... 그 이상한 만화... 자꾸... 생각나선...'


"어이~ 토모링~"


'...여자끼리 막... 맨살을 맞대고서는... 서로 앙앙대고... 그런 건 분명... 이상할 텐데... 어째서...'


온종일 다량의 망상을 처리하느라 마비된 토모리의 뇌에 아논의 새로운 청각 정보를 수용할 여유 공간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인간이 오감 중에 가장 민감하게 인지한다는 촉각까지 동원된다면 또 어떨까. 아논은 토모리의 복잡한 심경에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은근슬쩍 자리에서 일어난다. 토모리에게 무시당했다는 약간의 실망감 때문에 은근히 강한 힘이 실린 아논의 오른팔이 토모리의 왼쪽 귀를 꽤나 다급하게 붙잡는다. 아논은 이내 빠르게 고개를 토모리의 귓가에 가져다 대고는, 특유의 나긋나긋하면서도 앙칼진 목소리로 토모리의 이름을 한 글자씩 또박또박 불렀다.


"타. 카. 마. 츠. 토. 모. 리. 씨?"


"...!!!???히이에으으윽!?"


"헉...!? 미안, 토모링. 놀라게 하려던 건 아ㄴ..."


"...미안, 아노 짱! 나, 급한 일이...!"


"엣...!? 잠깐, 토모ㄹ..."


회색빛 단발머리의 소녀가 하네오카 여학교 1학년 A반 교실 문을 박차고 뛰쳐나간다. 아논의 따스한 입김과 감미로운 목소리, 그리고 토모리의 피부가 멋대로 음란하게 인지한 아논의 손길은 서로 상승작용을 이루어 강력한 전기신호를 만들어냈다. 그 신호는 토모리의 좁아질 대로 좁아진 뉴런의 교차로를 강제로 뚫고 올라오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뉴런의 교차로는 더욱 더 좁아져버렸고, 이에 강력한 전기신호는 뇌까지 도달하지 못한 채 제멋대로 몸 밖으로 소량의 체액을 배출하라는 신호로 변환되어 처리되었다. 생전 처음 감지한 이상한 신호에 놀라 본능적으로 여자아이의 속도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재빠르게 천문부에 도착한 그녀는, 이내 부실의 문을 걸어 잠그고는 치마를 그대로 입은 채 자신의 속옷만을 슬그머니 내려 그 상태를 확인하였다.


"거... 거짓말... 이거... 끄... 끈적해...?"


소변이 아닌 낯선 분비물에 놀란 토모리가 그것을 이리저리 만져보지만, 어제 막 처음으로 성인물을 접한 그녀가 그 액체의 정체를 알 수 있을 턱이 없었다. 시각과 촉각만으로 분비물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그녀는, 조심스레 분비물을 만진 손가락을 코에다가 가져다 대보았다.


"...독특해... 약간 시큼할 듯한... 강렬하지는... 않은... 그런데도... 뭔가... 중독돼서..."


물론 그 분비물의 정체가 무엇이든 간에 고등학생이나 된 사람이 속옷에 실례를 했다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이 상황에서 정상적인 사람의 뇌가 내려야 할 다음 명령은 휴지로 뒤처리를 하고 여벌의 속옷이 있다면 그걸로 갈아입는 것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다소 고집이 있는 주인의 성격과 똑 닮아 매우 독선적인 그녀의 뇌는, 그러한 인간적인 도리는 모두 생략한 채 그저 짐승의 본능에 따라 다음 명령을 하달하기 시작했다.


"으읏, 손이... 멋대로... 하읏♡ 아노 짱... 아... 아노 짜앙♡"


토모리가 조금 전까지 같은 공간에 있었던 분홍빛 머리카락의 소녀와의 망상에 강하게 사로잡힐수록, 그리고 그 망상에 휩싸여 자신의 음부를 스스로의 손가락으로 빠르게 자극할수록, 그녀의 뇌세포에는 점차 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부담이 가해졌다. 아까와 같이 반사작용을 활용한 소량의 체액 배출 정도로는 이 맹공을 저지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한 그녀의 뇌는 결국 주인의 고집불통인 반복 행동을 멈추기 위해, 이번에는 스스로 직접 나서서 방금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양의 체액을 밖으로 내보낼 명령을 준비하였다.


"앗♡ 아아앗♡ 아노 짜아아앙~!!!♡♡♡"


ㅡ쏴아아아아아.






"토모링, 정말로 괜찮아...?"


"...응, 아노 짱, 나 엄청... 괜찮으니깐..."


"아까부터 얼굴이 계속 빨간 거 같은데 말이지... 감기라도 걸린 거 아냐?"


"...아냐, 아냐. 약간 추워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집 안 머니깐... 괜찮아..."


"흐음~ 뭐 그래. 보건 선생님께서도 괜찮다고 하셨으니까... 그래도 집에서 꼭 푹 쉬고! 이런 말 하긴 좀 미안하긴 한데 오늘 토모링, 내가 보기엔 정말 이상해 보였거든. 걱정돼서 그래."


"...으응, 걱정해...줘서... 고마워. 집 가는대로... 푹... 쉴게..."


"맘 같아서는 집에 데려다주고 싶긴 한데, 오늘은 마이, 카나코, 에리 3명이랑 선약이 있단 말이지... 못 바래다줘서 미안하고, 조심해서 들어가?"


"...응! 고마워, 아논 짱..."


멀어져가는 아논의 뒷모습을 보며 토모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한편, 혹시 모를 강한 바람에 그녀의 치마 속 맨살이 무방비하게 드러날까 두려워 꽉 쥐고 있던 치맛자락을 편하게 내려놓았다. 아논의 고집으로 보건실까지 다녀온 탓에 시간이 많이 흘렀는지, 어느덧 해가 산 너머로 뉘엿뉘엿 기울어지고 있었다. 아직까지 학교에 남아있는 고등학생은 분명 그녀 단 한 명뿐이리라. 토모리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이제라도... 부실... 정리하지 않으면..."


이어지는 수업 때문에 일단 엉망진창인 채로 문만 걸어 잠그고 온 천문부를 토모리는 계속 신경 쓰고 있었다. 일단은 자기 혼자 쓰는 부실이긴 하지만, 밤에 순찰을 도시는 경비원이나 선생님께서 혹여나 자물쇠를 열고 부실 안이라도 들여다봤다가는 학교가 뒤집어질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그렇게 토모리는 다시 학교 정문을 통과하여 화장실에서 몇 가지 청소도구들을 챙긴 뒤, 계단을 올라 천문부로 향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엣... 거... 거짓말... 문이... 여... 여여열려... 있어...?"


당혹감에 청소도구를 손에서 놓친 것도 깨닫지 못하고 미친 듯이 흔들리는 토모리의 눈동자에, 문틈 사이로 옥색의 아름다운 머릿결을 뽐내는 한 소녀의 상이 맺혔다.


"흐응, 역시 와줬구나~ 오랜만이네, 토모리 짱!"


사실 토모리의 믿음대로 아직까지 학교에 남아있는 고등학생은 분명 타카마츠 토모리 단 한 명뿐이었다. 하지만 토모리의 눈동자에 맺힌 사람은 이제 더 이상 고등학생의 신분이 아니게 된, 그리고 전국의 모든 대학생 중 유일하게 하네오카 여학교 천문부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사람, 바로 히카와 히나였다.


"...저... 저기... 어째서... 하네오카에..."


"이번에 우리 대학에서 자기 모교 후배들에게 향후 진로에 도움을 줄 만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거든! 그것 때문에 하네오카에 왔다가 온 김에 겸사겸사~ 라는 느낌?"


"...그... 죄... 죄송해요..."


"응? 어째서? 뭐가 죄송해? 지금 이 천문부, 엄청 룽♪해! ...아니지, 이건 루루루루룽♪하고 왔어! 대단해, 대단하다구 토모리 짱!"


히나는 한 손으로 열쇠고리에 손가락을 끼워 넣고 열쇠들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어질러질 대로 어질러진 부실의 상태를 보고는 어째선지 희열감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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