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바빠 일찍 철들어 남들 앞에서 어른스러운 모범생을 연기하던 파레오랑 월반천재이지만 사실은 열등감 덩어리고 남들에게도 자신에게도 이를 숨기려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던 츄츄.

파레오가 자신의 설명이 서툴렀다고 자책하자 "겨우 중학생 나이인 우리들이 완벽할 리가 없잖아" 라며 자신들을 긍정한 부분에서 싸버렸다. 신분 상 고등학생이고 남들한테 반말 찍찍 싸는 츄츄의 모습으로 인해 츄츄의 나이를 자주 까먹고, 아마 츄츄 본인도 자신이 어리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며 살았을 건데 이를 스스로 인정하고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는 타인을 위로해줄 줄도 아는 것은 엄청난 성장이고 어른이 되어가는 훌륭한 방식의 하나이다.

레오나는 미숙한 중학생이기에 자신의 꿈을 찾아 펼칠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츄츄는 파레오나를 대하는 태도에 한 번 더 변화가 생겨, 숨김 없는 서로를 통해서만 서로를 지탱해주는 더 내밀한 의지를 할 수 있게 됐다. 서로 이름을 부르며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역대급 찐한 백합스탠스에 다시 한 번 햇반을 비운다.

캐릭터의 약함과 두러움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이를 고치지 않고 긍정하며 이루어지는 성장은 이제껏 뱅드림에 없던 새로운 영역을 보여줬다. 마이고의 "미아이지만 앞으로 나아가"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우린 미아이기 때문에 방향을 바꿀 수 있어"랄까. 그리고 이를 마무리짓는 방법이 더없이 아름답다. 밤바다에서 손 잡고 비비며 별하늘을 보고 이야기를 한다. 츄츄는 어린얘같이 뭐하는 거냐 부끄러워했지만 파레오는 다시금 우리는 어린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메시지를 확고히 하면서 동시에 나이에 걸맞은 아기자기함까지 더해준다. 밤. 바다. 별. 누구나 공감할 시원하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냄과 동시에 시선은 어두운 밤바다를 향해 앞으로, 북극성을 향해 자연스럽게 위로 향한다. 머리는 밤바다처럼 시원하나 가슴은 뜨거워짐이 느껴진다.

어린 나이는 치트키라고 생각한다. 3학년들의 대학 진학 같은 주제는 구체적이고 파편적이어서 보여줄 수 있는 게 적다. 유키나의 정점, 린코의 도전 또한 구체적 대상이나 사건에 의존하는 개념으로 파편적이다. 반면 이번 이벤은 과정과 결과가 하나가 되어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돋보인다. 어리기 때문에 어른스러운 성장을 보여주면서도 여전히 어린이로 남아 어른을 향해갈 수 있다. 어린이로 온전히 존재하는 것이 어른이 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츄츄와 파레오는 돌고 돌아 깨달은 것이다.

난 포피파 올려다본 별과 썸머 사운드 여름에 가두고 이벤트를 제일 좋아한다. 이야기를 정리하는 치밀하고 아름다운 방식, 과정과 결과의 통합성에서 기인한다. 해당 이벤스의 주제는 사아야 속 어린이같은 면모다. 이를 드러내고 장식하는 방법은 이렇다. 밤에 혼자 안 자고 이리저리 지랄하는 초창기 이벤스 천체관측부터 내려오는 카스미의 유서 깊은 지랄, 여행 분위기에 신난 사아야의 변덕으로 둘은 자연스럽게 밤바다를  걷는다. 별+밤+바다는 차분함과 아름다운 감성을, 라무네는 시각•청각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동시에 유아적 감성을 깨워 사아야 자신이 어깨의 힘을 풀고 어린이가 되었음을 고백하도록 한다. 차분한 성찰을 거쳐 신난 어린이인 자신을 수용한다. 뒤이어 사아야는 라무네를 들어 별을 만들고, 땅에 꽂아 타임캡슐을 만드는 놀이를 한다. 위와 아래가 한 공간에, 현재와 미래가 한 시간에 공존한다. 어른스럽게 행동하려 노력하다 내면의 어린이를 빋아들이며 어른이 되어간다. 낮에 해변에서 미아를 도와준 이야기, 어둠 속 카스미의 부탁을 들어준 이야기 또한 같은 주제로 연결되어있다.

사실 그냥 밤바다 감성을 좋아하기 때문에 저 두 스토리가 좋다. 그러나, 누구나 겪어야 하는 진부한 기초적 성장을 아름다운 밤바다 감성과 각종 장치를 통해 꾸미고 치밀하게 짜냈다는 점에서 bless your rebirthday는 더욱 감명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