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2차창작] 안식은 없다.

대독일주의자(112.157) 2020.04.04 23:42:23
조회 1045 추천 16 댓글 5
														

30k 충성파 나이트 로드 if



세바타, 야고 제바타리온. 그는 나이트 로드의 1 중대장이자, 콘라드 커즈가 임명한 나이트 로드의 계승자였다. 그는 제 붉게 칠해진 장갑으로 창을 쥐고 자신의 눈 앞에 서 있는 자를 바라보았다. 한때 자랑스러운 용사, 한때 위대했던 군인, 그는 월드이터의 칸이었다. 붉게 칠해진 그의 갑옷은 보기만해도 인간의 공포를 자극했으며, 그가 쥔 체인 엑스는 굉포하게 돌아가며 우렁찬 비명을 토해내었다. 


정의로움을 이행하는 것에는 너무나 많은 피가 흐른다는 것을 깨닫은 이후로, 그것을 끊임없이 상기하고자 제 손을 붉게 물들였던 세바타는 이 무분별한 살인과 죽음을 흩뿌리고 다닌 괴물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저 쾌락을 위해, 그저 이익을 위해, 고작 그따위 것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어야만 한 걸까? 세바타는 처형당하는 범죄자들을 볼 때마다 한숨을 쉬던 아버지를 떠올렸다. 어째서 그랬던 것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선명한 죽음은 그만큼 무거운 것이었다.


홀리 테라 공성전을 지연시키고, 제국의 심장부 아래 꿈틀거리는 반역자들을 죽이기 위해 너무나 많은 밤의 군주들이 죽어야만 했다. 그리고 아직도 그들은 죽어가고 있었고, 죽을 예정이었다. 번쩍이는 불꽃처럼, 울려퍼지는 천둥처럼 세바타 그 자신이 쥐고 있는 창 끝에서 번쩍이는 치명적인 일격은 칸의 도끼날에 빈번히 막혀가고 있었다. 그는 제 눈 앞에 서 있는 칸을 보면서 그 자신과 같은 아스타르테스라고 인식할 수 없었다.


칸은 초인이었다. 세바타 그 자신이 인지할 수 없는 광활한 공간 저 너머에서 힘을 받은 챔피언이었다. 그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이킥적 재능이 끊임없이 세바타의 머리속에 울리며 경고했다. 눈 앞의 존재는 피와 해골의 신이 간택하며 눈여겨 보고 있는 결코 죽지 않을 존재라고. 그가 살아오며 쌓아왔던 전투 감각들이 일깨워지고 생사 고비를 눈 앞에 두고 예민해진 감각들이 칸과의 싸움을 예지했다.


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미치광이였다. 오롯이 피와 해골에 미쳐버린 광기어린 괴물이었다. 칸이 도끼를 휘두르자 감당할 수 없는 힘에 밀려나 세바타는 뒷걸음질 쳐야 했다. 칸의 공격은 흐르는 물처럼, 불어오는 바람처럼 유려하며 동시에 파괴적인 지진과 화산 폭발처럼 힘있게 몰아닥쳤다. 우주 끝에서 끝까지 유영하며 피와 학살만을 부르짖던 월드 이터의 공격은 태산처럼 눈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짖이기고 부셔버렸다.


세바타의 창대와 체인 엑스의 회전하는 칼날이 서로 맞부딪치며 맹렬하게 불똥이 튀겼다. 힘에서 밀리기 시작한 세바타는 제 발로 칸의 뻗어진 정강이를 걷어차 칸이 잠시나마 균형을 잃도록 만들어 한 합을 빼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유예에 불과했다. 홀리 테라를 향한 반역자 군세는 그야말로 테라의 하늘을 모두 덮어버린 군세였고, 거인들의 전쟁으로서 수백기의 임페리얼 타이탄들이 신들의 싸움마냥 굉포를 내뿜으며 격돌했다. 홀리 테라는 고립된 한낱 도시에 지나지 않았다.


나이트 로드는 망가진 병자처럼 워프 세계를 표류한 끝에 홀리 테라로 올 수 있었다. 그들은 아버지의 희생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나약한 존재들이었다. 나이트 로드의 숨통을 끊기 위해 추적하던 워드 베어러와 엠페런스 칠드런이 테라 공성전을 우선한 워마스터의 명령이 아니었더라면 진정으로 이룩할 수 있었을 터였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로 어떤 누군도 군단의 통수권을 잡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그들은 아버지의 죽음에 비통해 했으며, 자신들의 능력을 의심했다. 프라이마크였던 아버지조차 감당해내지 못한 정의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거라 자만한 아들은 없었다. 세바타는 무릎을 꿇고, 비통해하는 형제들 사이에서 기어나와 저 스스로가 대관식을 버텨내야만 했다. 이제 세바타는 콘라드 커즈가 그러했듯이 이 은하계를 관통하는 질서와 정의의 화신이 되어야만 했다. 지치고 상처 입은 형제들이 세바타 그 자신을 바라볼 때, 그는 도망치고 싶었다.


피와 해골을 얻지 못한 것에 괴성을 지르며 칸이 달려 들었다. 그의 도끼는 찰나의 순간 동안 몇 번이고 휘둘러지며 세바타를 강하게 압박했다. 테라의 굳건한 성벽 위에는 블러드 엔젤과 임페리얼 피스트가 사투를 벌이고 있었고, 저 우주 세계에서는 화이트 스카의 질주가 몇 번이고 적의 살점을 갉아먹고 있었다. 나이트 로드는 가장 험준한 전선을 자처하여 들어갔다. 그들은 테라 행성계에 도착한 순간부터 망신창이가 된 피 흘리는 병자였으며, 그 망가진 육신으로 선 오브 호루스의 발목을 붙잡기 위해 생명을 바쳐야만 했다.


아버지의 유전적 자식들이 대체 얼마나 죽어가야만 이 지옥이 끝날 것인지 예측조차 할 수 없었다. 세바타는 칸이 자신의 목을 노리는 와중에서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 끝따윈 없다. 진정으로 모든 것이 완전히 끝나는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어떤 누구도 죽음으로의 행진과 살인과 광기의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피 속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비명 지르는 걸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분노하기에는 너무나도 지쳐버린 줄만 알았다. 형제들의 죽음에 감정을 잃어가며 무감각해진 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짊어진 것에 끔찍할 정도로 공포를 느꼈고, 동시에 모든 것이 일그러지고 만 상황에 분노했다. 그의 정신은 그가 가장 순수하게 뿜어내는 감정에 반응했다.


그것은 사이킥이었다. 그것은 콘라드 커즈가 경계하던 무질서의 힘이었다. 칸을 향해 뻗어나간 손가락 끝에서 괴이한 힘이 터져나왔고 칸은 마치 허공에 매달린 목각 인형과도 같았다. 칸의 손목이 부러지고 발목이 비틀리며 갑옷을 장식하던 두개골들이 퍽 터져나갔다. 세바타는 코 끝에서 비릿한 향을 맡을 수 있었다. 그의 정신과 육신은 사이킥을 다루기에 충분히 숙달되지 않은 상태였다.


"칸...칸, 이만 끝내자. 너의 반역도, 나의 운명도 죽음으로서 끝내자. 우린 너무 오래 살아남았다."


손목이 부러졌음에도 도끼 손잡이를 놓치지 않은 칸의 분노는 헬멧 너머였음에도 그 짙은 혈향처럼 강렬했다. 세바타는 조소하며 제 모든 힘을 칸에게 퍼부었다. 땅이 진동하며 거인 하나가 과부하를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칸과 세바타 모두 그 추락하는 그림자 안에 머물고 있었다. 톤 단위의 집계가 우스울 만큼 거대한 거인이 그대로 두 전사를 깔아뭉갰다.


자욱한 먼지 구름과 세상이 천지개벽하는 소음이 울려퍼졌다. 거인의 죽음은 마치 프라이마크의 죽음과도 같았다. 그들은 기계 신의 반신이었으며, 그들 하나하나가 죽을 때마다 기계령의 종말이 이어졌다. 한낱 인간부터 기계에 이르기까지, 홀리 테라에 죽음이 없는 곳은 없었다. 모든 곳에 죽음이 있었다. 행성 전체가 공동묘지가 되어가고 있었고, 영원히 알려지지 못할 이름 없는 시체들의 향연은 막을 내리지 않을 것이었다. 매 순간마다 죽음은 무의미하게 갱신되고 있었다.


어떤 손이 땅을 파헤치며 튀어 나왔다.


그것은 죽지 않는 자, 그것은 죽을 수 없는 자의 저주 받은 손이었다. 붉은 손은 그대로 뻗어나와 주변의 땅을 디뎌 제 육신을 꺼냈다. 칸, 저주 받은 칸은 죽음에서 강제로 되돌아와 다시 신의 뜻에 순종해야 했다. 그는 멈출 수 없는 순례자였고, 어떤 것도 그의 것이 아니었다. 칸은 비명지르며 하늘을 향해 절규했다. 그는 눈물을 흘렸으나 그가 울었다는 것은 그 스스로도 깨닫을 수 없었다.


칸이 회전하기를 멈춘 도끼를 다시금 쥐고 달려갔다. 그가 갈 곳은 전장뿐이었고,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였다. 더 많은 죽음이 그의 죽음을 허락할 때까지. 그는 싸울 것이었다.



추천 비추천

16

고정닉 9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3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40378 2차창 커즈의 최후 if [10] ㅇㅇ(211.36) 20.04.05 1009 23
40373 비디오 ~커스토디안 가드 여동생 에디션 완성~ [8] ㅇㅇ(14.34) 20.04.05 1428 20
40359 일반 아스트라 밀리타룸 [7] 코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4.05 1180 23
40348 일반 아스타르테스 챕터도 당혹스러울듯 [14] ㅇㅇ(182.220) 20.04.05 2335 22
40339 번역 몇몇 아스트라 밀리타룸 유명 연대-데스 코어 오브 크리그 팬덤위키 [16] 밤낮동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4.05 4219 23
40335 2차창 라그나르! 잘듣게 위험한 임무일세! [12] 댕댕댕(175.121) 20.04.05 1818 22
40332 번역 렉시카넘) 네크론티르 [11] 코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4.05 1095 18
40331 번역 페러스 프마소설 = 쓰레기 [13] PT(220.95) 20.04.05 1755 26
40329 일반 아스타르테스 리플보고 알게된것들 [8] 윾랏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4.05 5808 24
40325 번역 [8th] 싸이킥 각성 - 짐승의 이야기 -3- [5] 스틸리젼(잡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4.04 884 25
40323 일반 로드 인퀴지터나 아스타르테스나 [3] Chap터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4.04 980 16
40321 외부발 아 그러고보니 아스타르테스 제작자 전문 애니메이션&모델러임. [3] 발레리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4.04 1172 19
2차창 안식은 없다. [5] 대독일주의자(112.157) 20.04.04 1045 16
40319 2차창 함마 그림 컴플리트 에디션 2/2(데이터주의) [6] 로보뜨가조아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4.04 348 10
40318 2차창 함마 그림 컴플리트 에디션 1/2(데이터 주의) [13] 로보뜨가조아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4.04 654 13
40316 2차창 임페리얼 엘다(Imperial Eldar) [9] ㅇㅇ(118.221) 20.04.04 1960 34
40314 일반 워햄 공식 영상 최고로 뽑아내는 법 [11] 팝콘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4.04 1280 18
40312 일반 어 설마 이게 이거였냐 [3] 꺼무트길리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4.04 754 11
40311 번역 오늘 에오지/40k 프리뷰 관련 코멘트들 정리 (수정) [16] 한번만바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4.04 1048 16
40310 번역 이거 뭐시여...? [14] 발레리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4.04 1175 12

게시물은 1만 개 단위로 검색됩니다.

갤러리 내부 검색
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