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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번역] 디지몬 시커즈 Chap.4-9

분노포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2.05 22:53:03
조회 645 추천 12 댓글 10
														

https://youtu.be/bjl4amgEYMk

 



CHAPTER4 Sons of Chaos: Seekers
Chap.4-9



 「거짓말이야……」
 말은 부정한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키사카타 코우스케의 마음의 비명 그 자체였다.


 인생을 지지해 왔던 〝이야기〟의 뼈가, 우지끈,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전설의 크래커 치고는 진부한 반응이로군요……? 하지만, 그렇기에야말로…… 내가 〝거짓말〟을 해 온 보람이 있다는 것이지만」
 히죽 하고 웃은 류센지의 표정이, 코우스케의 인격까지―― 인간관계를 모래처럼 무너뜨려 갔다.


 스스로의 의사가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단 한 마디로 손쉽게 파탄한다.


 「――참고로, 그 의료 시설은 실재합니다. 식물 상태인 사야를 이송시킨 것도 사실. 이것저것 알아보더라도 기록상으로는 완벽하게……! 사야는 살아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말이죠. 어디까지나 기록상으로는 말이지만……! 페이크였던 것은 가끔 자네들에게 보여줬던 영상이지」
 「키사카타 씨!」
 에이지는 목소리를 끌어올렸다.
 아무튼 간에 말을 걸어야만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
 「봐봐, 검은 아구몬이야! 댁이…… SoC가 계속 찾아왔던 디지몬이잖아!」
 에이지의 말에 코우스케는 검은 아구몬을 바라보고, 제정신을 차렸다.


 1억 DC(디지코인)의 파격적인 현상금.
 반평생을 걸고 찾아왔던 검은 아구몬이, 지금 눈 앞에 있다.
〝원초의 영역〟을 크래킹해서 DMIA가 된 디지몬을 찾아낸다, 오퍼레이션 타르타로스의 플랜은 올발랐던 것이다.


 선택한 길은 정답으로 이어져 있었다.
 다만, 마지막에 계획을 강탈당했을 뿐이다.
 「믿지 않아……!」
 코우스케는 류센지에게 외쳤다.
 「흠」
 「사야가 죽었다는 말 따위 인정하지 않아! 그녀가 죽었어……? 이 토닉을 놓으면 거짓말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일이다」


 코우스케는 토닉의 주사기를 쥐고 검은 아구몬에게 향했다.
 검은 아구몬은 망설이는 느낌이면서도 코우스케와 주사기의 바늘을 보고도 도망치려고는 하지 않았다.
 「그래, 그 토닉은 진짜랍니다」
 류센지의 말에 코우스케의 손이 멈췄다.
 「…………?」
 「그 검은 아구몬도, 개체 식별 코드가 일치하는 사야의 파트너 디지몬이지. 거짓말은 〝하나뿐〟인 게 좋으니까 말이죠. 사야의 죽음과, 딸의 육체가 이젠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지 않는 건 자유입니다…… 마는, 괜찮겠나요?」
 「뭐가 말입니까」
 「당신 정도의 천재라도 마음이 조급해지면 깜빡하기도 하는군요. 토닉은, DMIA가 된 인간의 의식을 디지코어 안에서 각성시켜 다시 자아를 인식시키는 것. 그럼 토닉을, 지금 그 검은 아구몬에게 투여하면…… 어랍쇼? 이미 육체를 잃은 사야의 의식은, 과연, 어디로 가 버리는 걸까요」
 류센지가 한 말의 의미를, 코우스케는 곧바로 이해했다.


 코우스케는 검은 아구몬에게 사야의 정신 데이터가 남아 있다고 믿고 있다.
 한편으로는 사야의 육체가 죽었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바라는 것은 기적.
 하지만 류센지의 말의, 어떤 것이 거짓말이고 어떤 것이 진짜라더라도………….


 「…………윽!」
 「이건 이미 오컬트 세계의 이야기지. 그럼에도 놓고 싶다면, 부디 마음대로. 그건 그것대로 결과에 흥미가 있답니다」


 아악………….


 류센지의 〝거짓말〟에 번롱당했을 때, 키사카타 코우스케의 마음에서, 무언가가 완전히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툭
 코우스케는 토닉의 주사기를 플로어에 떨어뜨렸다.
 기력은 순식간에 쇠약해져 있었다.
 놓을 수 없다.
 디지코어에 사야의 정신 데이터가 남겨져 있다는 희망에 매달리는 한, 기적을 바라는 한, 코우스케는 검은 아구몬에게 토닉을 투여할 수 없게 됐다.
 사야의 육체의 생사 여부는 뚜껑을 열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코우스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사야를 구할 것인가, 그 손으로 사야의 의식에 마무리를 짓는가의 2택이다.
 「정말이지, 디지털 월드는 인생을 바꾸는군요」
 류센지는 남 일같이 감상을 곁들였다.


 ――〝데이터〟영역, 디코드 완료.


 규웅, 하고 단말마 같은 비명이 울렸다.
 도루몬이 몸을 뒤로 젖히고, 털썩 하고 플로어에 쓰러졌다. 구식 인터페이스의 시그널이 천천히 정지했다.
 「타르타로스…… 코우스케……」
 「미안, 도루몬, 지독한 결말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코우스케는 무념인 채로 무릎을 꿇었다.
 「어쩔 수 없어…… 그렇잖아? 우리가 고른 길은 전부 올발랐고, 그럼에도, 처음부터 잘못되어 있었어. 설마 류센지가 말야…… 나, 마음의 겉과 속이라던가, 인간에 대해서 제법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도루몬은, 이 디지몬의 성질인 것인지, 궁지에 몰려서도 시원시원했다.
 「상냥하군요, 도루몬은」
 류센지은 언제나 디지몬을 아끼고 있을 때의 표정으로.
 「――〝이야기〟…… 이것은 이것대로 아름다운 결말이 아닌가요. 자네들은, 할 만큼 했습니다」
 「그거, 위로하는 걸려나, 화를 돋구려고 하는 걸려나, 류센지 교수……」
 「요즘 애들도…… 할 만큼 했다고 해서 칭찬은 못 듣거든요, 선생님. 결과가 따라오지 않는다면」
 코우스케는 메마른 웃음을 되돌려줬다.
 「애당초……! 자네들이 먼저 〝원초의 영역〟을 디코드해버린다면, 키사카타 군 같은 천재는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지 않나요. 위험하지. 그러니, 이건 내가 해야 할 일입니다」
 「위업이니 명예니, 바라신다면 전부 선생님께 드릴 생각이었어요. 사야만 되찾을 수 있다면…… 아니, 내가 어떻게 되더라 할지라도, 그녀를 찾아낼 수 있었다면……」
 「딸을 사랑해 주어서 고맙네」


 아아………….


 등에 지고 있던 과거의 무게에 칭칭 얽매여 코우스케의 가슴은 옥죄였다.
 「――변명을 좀 하자면…… 키사카타 군. 나는, 자네를 잃고 싶지 않았다네」
 류센지는 여기서 본심을 고백했다.
 「나를……? 이렇게 지독한 짓을 하고 있으면서도」
 「나의 한 쪽 팔인 천재 키사카타 코우스케를 말이지. 그래서 온갖 연줄과 막대한 자금을 써서 딸이 살아 있는 걸로 해야만 했었어. 만약 사야가 죽었다는 걸 알아 버리면 자네는…… 실이 끊어진 연이지. 어딘가로 가 버렸을 터니까」
 류센지는 탄식했다.
 아이러니하지, 라고.
 그 후로의 류센지는 어바딘 일렉트로닉스의 창업자로서 바깥쪽 무대를, 코우스케는 크래커로서 네트워크의 그늘을.
 그럼에도 사야를 구한다는 소원과 희망이 있는 한, 두 사람은 제자이며 부모자식간으로도 계속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제겐 볼일 다 본 겁니까」
 「본전도 못 찾는 발언이로군요. 그럼, 나는 작업을 계속하죠. 류우쨩…… 잠깐 참으렴」
 류우다몬의 인터페이스로부터 빛의 코드가 뻗어나와, 백신종의 오브제에 접속됐다.


 ――〝백신〟영역, 디코드 개시.


 류우다몬이 움찔 경련했다.
 「〝백신〟…… 자아, 지루한 이야기는 끝입니다. 여기서부터는 빠르게 끝내도록 하죠」
 이미 전투로 상처를 입어 마인드 링크를 유지하고만 있을 뿐인 류우다몬과 유린에게 저항할 도리는 없다.
 「선생님…… 사야를 위해서가 아니라면, 동기는 뭔가요」
 유린은 물었다.
 류센지는 범죄에 손을 더럽힌 것인가.
 사체 유기…… 하지만 식물 상태인 채로 이송한 것까지는 사실이라고 한다면, 사야의 유체를 방치한 것은 아니고, 그것이 해외에 있다는 것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의료 보험금의 부정 수급 등이 있다면 사기죄가 될 수 있으나, 애당초 억만장자인 류센지는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키사카타 군에게는 〝원초의 영역〟이라고 가르쳤지만, 내 연구 타겟은 올바르게는 〝원초의 디지몬〟입니다」
 디코드 작업을 계속하면서 류센지는 말했다.
 「〝원초의 디지몬〟……?」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던 에이지는 그 류센지의 말에 반응했다.
 「디지털 월드의 개벽과 함께 탄생한 디지털 생명체의 〝초기형(ひな形)〟――〝원초의 디지몬〟이란 AI 생명체의 〝종(種)〟과 〝진화〟 그 자체. 그야말로 디지털 월드의 〝성배〟지요. 이건…… 굉장하지요, 두근두근합니다」
 류센지는 〝영역〟으로부터 리얼타임으로 얻어지는 정보에 흥분했다.


 ――〝이것〟은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수신하는 것으로, 자극을 받아들여 재구성한다. 리얼월드에서 말하자면 ES세포, 어던 기관으로도 변할 수 있는 디지털 줄기세포의 덩어리. 이 디지몬은, 그 무엇으로도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기에, 아직 그 무엇도 아니다.
 네트워크를 통하여 리얼월드의 데이터에 자극받는 것으로 〝원초의 디지몬〟은 다종 다양한 디지몬을 낳았을 터이다.
 그 일부가 프로토타입 디지몬이다.
 입력에 대해 모든 것을 흡수하여 삼키기 때문에 위험한 디지몬으로서 새로운 디지털 월드의 시스템에 의해 봉인됐을 터이다. 하지만 봉인되었기에 더욱 〝원초의 디지몬〟은, 온갖 데이터를 계속 수신하고 있다. 그리고 그 무엇도 아닌 채로, 끝없는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


 「너무나도 위험해……!」
 유린은 은사를 비판했다.
 이야기를 들은 것만으로도…….
 「그렇지요, 이 〝원초의 디지몬〟의 위험한 가능성은 나조차 다 계측할 수 없지」
 「한 명의 인간의 손에는 벅차…… 인류가 닿아서는 안 되는 겁니다!」


 클론 기술로 대표되는 〝처음부터 사람을 만드는〟 연구가, 윤리, 철학, 종교, 온갖 측면에서 법 규제의 대상이 된 것과 같은 이유로.
 원초의 디지몬에 손을 뻗는 것은 그야말로 디지몬이라는 생명체를 자기 뜻대로 만들어내는, 그 확실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렇군요…… 아니, 그렇게 생각하거든 나도. 다만 말이지……」
 류센지는 망설였다.
 유린은 이 때, 다음에 이어질 류센지의 말을 예견할 수 있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지루하고 싶지 않거든요.


 과학자의 호기심이라는, 듣기 좋은 말 따위로 정리될 일이 아니다.
 설마 제자를 배신하고, 딸의 죽음을 이용해서까지, 류센지가 그런 위험한 행위에 다다를 것이라고는 유린은 상상도 하지 않았었다.
 「그것이 본심이라면…… 선생님, 저는 당신을 경멸합니다」
 「애당초 내가 다른 사람의 평가에 신경을 쓰는 타입이었던가? 유린」


 그 타르타로스 계획의 실패로부터――
 류센지는 모르는 사이에 변해 버렸던 것인가.
 아니, 사람의 본질 같은 것은 그렇게 변화하지 않지만, 정도가 지나쳤다. 사야를 잃고 유린을 떠나보낸 것으로.
 「내 궁극적인 연구 목표는 이 〝원초의 디지몬〟과의 액세스, 커뮤니케이션, 일체화…… 그래, 〝원초의 디지몬〟과의 마인드 링크입니다……!」
 디지털 월드의 〝계(系)〟―― 시스템의 시야에, 사람으로서 서는 것.
 「배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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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지는 내뱉었다.
 「흠?」
 「당신은, 배신했어…… 류센지 교수」
 DDL와 SoC는 류센지와 키사카타에 의해 뒤에서는 사실상 협력 관계에 있었다.
 류센지도 또한 〝원초의 영역〟의 크래킹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 그 이유는 달랐던 것이리라.
 류센지의 목표는 〝원초의 디지몬〟―― 그가 그렇게 정의한, 디지털 생명체의 〝초기형〟이라고 불러야 할 데이터에 액세스하고 관리하에 두어, 마인드 링크에 의해 전 능력을 컨트롤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당신은 디지털 월드 최강의 파트너 디지몬을 손에 넣는 것이 목적이었어」
 「최강의 파트너 디지몬은 좋았군요. 그럼…… 그런데 내가, 언제, 자네를 배신했던 걸까? 에이지 군」
 류센지는 말을 되돌렸다.
 「확실히…… 당신은, 나를 배신하지는 않았네」
 「음, 그렇지」
 류센지는 끄덕였다.
 에이지는 구속된 루가몬을 신경썼다.
 「당신 정도의 사람이 내게 일을 의뢰한 것은, 루가몬을 완전체로 진화시키기 위해서였지」
 「구식 인터페이스의 기능을 100% 이용하기 위해서는 완전체로 진화할 수 있는 스펙이 필요했으니 말이죠. 그, 폭주했던 헬루가루몬이어서는 안 되요. 마인드 링크한 상태로, 툴에 의한 정상적인 컨트롤 하에 두지 않으면」
 SoC로의 잠입 조사도 전부, 루가몬의 진화를 위한 테스트였던 것이다.
 「그건 서로 마찬가지야. 나도 류센지 교수라는 카리스마와의 만남을 찬스라고 생각해서, 여기가 승부를 지을 곳이라고 생각해서……! 당신의 지위도 명성도 전부 이용해서 디지털 월드에서 출세하려고 했어. 인생, 크래커로서 일발 역전하려고 했었어!」


 마인드 링크를 이루어 낸 에이지는 A급, 지금은 완전체를 다루는 S급 크래커가 됐다.
 「――실제로, 올라왔어. 교수님과 만나고 난 후의 난」
 「사정을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은 미안했지만 말일세. 그도 그럴 게 그것은……」
 「〝D4〟」
 「그래! 자네의 불행한 처지, 천애고독인 점도 내 취향이었지」
 「다루기 편하니까 말야」
 「물론 루가몬과의 DS치가 결정타였지만 말일세. 그리고,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지. 이야기하지 않았기에야말로, 자네와 루가몬은 생각하는 대로 가능성을 펼쳐 완전체로…… 올라왔다」
 극적으로 진화했다.
 「당신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렇겠지」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고, 루가몬과 둘이서, 자신들의 가능성을 걸고 무아지경으로 도전했다.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기뻐하고, 진심으로 생각했으며, 진심으로 고민했고, 진심으로 울고 진심으로 토했다.
 밑바닥까지 떨어졌다. 기어오르려고 했다.
 가령 류센지로부터 더 후한 서포트를 받아 어떠한 보험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얻었더라면 이렇게는 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해하고 있지 않은가, 에이지 군, 자신의 입장을……! 그럼, 어째서 그 두 사람의 일로 자네가 분노를 느끼는 것인가? 아아, 동정이려나」
 「어째서냐니」 에이지는 분기를 품었다. 「당연하잖아」
 「주절주절 시끄럽다고, 류센지이이……!」
 구속당한 루가몬이……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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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로어에 네 다리를 딛고 서 저항의 의사를 드러냈다.
 「나도 에이지도 말이지, 아까부터 머리 끝까지 올라왔다……!」
 루가몬의 털이 곤두섰다.
 「그…… 어째선가?」
 류센지는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리액션을 돌려줬다.
 「펄스몬을…… 내 친구를, 너 이 자식, 아까 뭐라고 말했냐? 이 정도, 라고」


 ――〝원초의 영역〟…… 〝데이터〟의 힘의 지극히 일부랍니다, 이 정도는.


 류센지는 DMIA가 된 현재의 제자, 레온 알렉산더의 안부에 일고의 여지조차 주지 않았던 것이다.
 에이지와 루가몬이 화내고 있는 것은, 우선, 그것이다.
 ――나는, 죽을 때까지 지루하고 싶지 않거든요.


 류센지 정도의 특별한 존재라면, 그런 동기조차 용서되어 왔었으리라.
 「말이 그렇다는 거죠」
 「그 때도…… 내가 카즈치몬과 싸워서 폭주해 헬루가루몬이 됐었을 때, 당신…… 보고 있었겠지. 하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나를 강제 정지시킬 수 있었겠지? 하지만, 댁은 그러지 않았어」
 「진화의 행방 쪽이 레온의 목숨보다도 중요했으니까. 교수 당신 식으로 말하자면…… 흥미가 있었으니까」
 류센지는, 레온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던 것이다.
 「그렇군……! 에이지 군은 레온 군을 위해서 화내고 있는 건가요. 두 사람은 소꿉친구였으니 말이죠」
 「당신에게 있어서는, 지금의 제자라고……!」
 에이지는 분노가 일었다.
 존경했기에야말로, 에이지는 류센지의 행동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류센지…… 너랑 이야기를 하고 있어도 아무것도 울리지 않아. 너 이 자식, 반성 같은 거 해 본 적 없지?」
 루가몬은 단언했다.
 「마치 들개처럼 짖는군요…… 에이지 군――」
 「나도 루가몬과 같은 의견이야」
 에이지는 일축했다.
 「자네는 처세술에 능한 젊은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여기서 내 기대를 배신하나요」
 「그렇달까, 그런 식으로, 배신하도록 유도하고 있잖아」
 「네」
 「류센지 교수…… 더는 당신에게 동경심을 느끼지 않아. 솔직하게 말하겠어…… 한때는 존경했던 선생님의 얼빠진 부분을 보고 싶지 않았어. 아마 죽을 때까지 몇 번이고 떠올리겠지…… 입맛이 써」
 에이지은 본심을 털어놓았다.
 「선생님…… 당신은」 유린이 중간에 말을 끼웠다. 「당신에게는 죄악감이 없어」
 죄악감이 없고, 그렇기에 양심이 없으며, 그래서 공감성이 없고, 절대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바라는 것은 자극, 결과가 전부, 수단은 고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매력적이에요, 당신은. 〝거짓말〟이 능숙하고 수치심이 없는……」


 ――당신은 그냥 사이코패스입니다……!


 「우와! 디지대 반장 씨…… 나, 그렇게까지는 말 안 했는데!」
 유린의 엄한 규탄에 에이지 쪽이 주눅이 들어 버렸다.
 류센지는, 역시나 집중력이 부족해졌는지 작업을 중단했다.
 「요약하자면! 더는 네놈을 믿을 수 없어…… 류센지! 지금의 네놈에겐 스카몬 이하의 냄새가 풀풀 풍긴다!」
 루가몬은 적의를 드러냈다.
 「미움을 받아 버렸군요」
 디지몬으로 예시를 들자 마음에 울린 것 같다. 류센지는 어깨를 떨어뜨렸다.
 「네놈은 레온, 타르타로스 아저씨랑 디지대 누님도 배신했어. 똥 냄새를 광기로 숨기고 있지만…… 언젠가 분명 나와 에이지도 배신할 거다!」
 「역시 그렇게 생각하냐, 루가몬」
 「절대로다!」
 친딸의 죽음조차 이용할 수 있는 것을 이용, 스스로를 위해 쓰고 버리는 인간이라면.


 류센지는, 한숨을 쉬었다.
 무척이나…… 불쾌한 듯이.
 「멋대로 기대하고…… 멋대로 굴고서, 멋대로 배신한다. 이런이런…… 여기서부터는 나 혼자서 하는 편이 절대로 잘 될 텐데 말이지」


 에이지는 루가몬의 인터페이스에 손을 얹었다.
 보이지 않는 코드가 서로를 오갔다. 파트너에게 커맨드를 계속 보낸다.
 「혼자서…… 인가」


 결별.


 이 길은 끊겼다.
 꿈결처럼 걷기 시작했던 에이지의 인생은, 또 닫혔다.
 그리고,
 에이지가 류센지에 대한 마음에 결단을 내렸을 때, 루가몬으로부터 넘쳐나는 에네르기―― 마염은 또다시 불타오른다.


 위이이이이잉……


 에이지에게만은 들렸다. 루가몬을 묶는 철 사슬이 파직파직 당겨지는 소리.
 시그널―― 두 사람은 목소리 없는 말로 이어졌다.


 「그는 말이죠…… 레온 군은, 조금 지나치게 알아 버렸답니다」
 류센지는 펄스몬을 봤다.
 그 디지코어에 아직 남아 있을 터인 제자의 정신 데이터―― 레온의 의식을 향해서.
 「――나라는 인간의 〝거짓말〟을. 그리고 그는 약간이지만 힘을 지나치게 얻어 버렸죠. 언젠가, 틀림없이 나를 위협할 정도로 우수했지」
 류센지는 슬픈 듯한 표정을 띄워 보였다.
 「그것은 〝거짓말〟…… 연기가 아니라 진심인 것 같구만」
 「어린 싹은 꺾어 둬야만 하지. 나는, 지금까지 몇 명이고 그렇게 해 왔어. 레온 군도…… 천재 키사카타 코우스케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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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사람을 심판하겠다는 생각 따위는 해 본 적 없었다. 항상 스스로의 일로 벅찼으니까.


 ――에이지.
 ――루가몬.


 파트너는 서로의 이름을 확인했다.


 친구를 구한다.


 둘이서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나의 수단을 함께 하며, 마음을 함께 한 것으로 루가몬은 결박을 끊었다.


 기기기긱………… 퍼어엉!


 마랑을 묶은 구속 툴이 타 끊어져, 튀어 날아갔다.
 생각도 못 했던 전개에 류센지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이 단기간에 구속 툴을 해제했다……?!」
 「내 몸을 맴도는 피는 〝마염〟―― 이물이라는 걸 인식하면, 몸 내부라고 해도 태워 끊어주지」
 루가몬은 득의양양하게 전신의 털을 곤두세우고, 마염의 오오라를 두르고 위압했다.
 「――멋대로 남의 몸에 장난질을 치지 말라고, 류센지…… 이 매드 사이언티스트 자식!」
 늑대는 울부짖었다.
 그의 무리―― 〝동료〟를 〝적〟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매드 자식이라니 너무하군, 루가몬. 자네는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게 특기인 모양이야」
 「하아?」
 「아무래도 디코드 전에 해야만 하는 일이 생긴 모양이야. 류우쨩…… 잠깐 기다리고 있거라」
 류센지는 〝백신〟 영역의 디코드를 중단했다.
 「더는 당신 마음대로는 되지 않아」
 에이지는 디지몬 링커를 치켜들었다.
 붉게―― 액정 화면에서 마염의 불길이 일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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