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혁명 같은 건 거대한 서사가 있던 시절에는 사람들이 자기의 삶을 통해서 거대한 서사를 구축한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음.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열렬히 전쟁, 혁명에 몸을 바쳤던 거.

하지만 그런 거대한 서사가 사라진 시대에는 사람이 자기의 삶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어짐.

'생존이 천박한 농담이 된 시대'라는 건 그렇게, 자기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어진 시대를 말하는 거 같음. 전쟁이나 혁명이 있던 시절에는 사람들이 죽게 된다고 해도 '나는 대의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하고 합리화가 가능해짐. 하지만 눈마새 도입부의 세계는 정체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령 전쟁이나 혁명이 있다고 해도 세계가 변화하진 못하기 때문에 죽든 말든 어떤 거국적인 의미 없이 천박한 농담으로 남겨지는 시대였음. 한 마디로 재미 없는 농담이 돼 버린 거라는 거지.

그러다가 2차 대확장 전쟁이 일어난 다음에는 사람들이 다시 한 번 거대 서사를 되찾게 됨.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지닌 레콘들 중에서도 '2차 대확장 전쟁에 복무하겠다' 라는 숙원을 가진 이들이 나타남. 골방에 틀어박혀서 공부나 하던 라수 규리하 같은 이들도 이 시대의 거대 서사에 복무하기 위해서 전쟁에 참여해서 두뇌로 활동함.

나가들이 대확장 전쟁을 다시 일으킨 이유 자체가 근본적으로 '거대 서사'를 되찾기 위해서였음. 나가는 생존을 위해서 숲을 더 필요했던 게 아님. 세리스마를 비롯한 수호자들은 갑갑한 세상에 짜증을 느끼고 자기들 모두가 공동체로 참여할 수 있는 거대한 서사를 원했기 때문에 전쟁을 일으킨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