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번역짤] [팬픽] 질투와 트러블과 中

00(39.119) 2024.05.25 16:17:25
조회 243 추천 8 댓글 2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2128639

7fe49e2cf5d518986abce89544877068d1

※ 약간 질투심이 솟구친 루카의 이야기. 4장 후편을 상정하고 쓴 이야기입니다. 부디 감안하여 봐주시길 바랍니다.

- 작가 : 黒音符

- 투고일 : 2024년 5월 8일


#헤븐번즈레드 #헤번레 #카야모리루카 #이즈미유키 #루카윳키




- 질투와 트러블과 -

上편



그때부터였다. 윳키와의 대화가 눈에 띄게 줄어들게 된 것은.

기지에서 마주쳐도 서로 부자연스럽게 얼굴을 돌린다. 같은 자리에 있어도 눈도 마주치려 들지 않았다. 

헬기 안에서 입만 꾹 다물고 있는건 예삿일이었고, 그나마 임무나 훈련 중일땐 어디까지 연계를 위한 딱딱한 대화를 주고받았지만 

그런건 아무런 위안도 되지 않았다.


어떻게 봐도 피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 피차일반이다.

물론 윳키를 싫어하게 된 것은 아니다. 그럴리가 없잖아 내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 내가 그렇다는 것이고. 윳키는 어떨지, 그것을 알수가 없다. 

내가 싫어진 걸까? 그럼 이제 어떡하면 좋지?


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그녀가 날 싫어하게 됐다면, 내 제멋대로인 태도에 학을 뗀 것이라면……

그럴 리가 없다. 하지만 그럴지도 모른다는 그 '만약'이란 것에 지레 겁을 집어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조차 망설이고 있다. 

그것이 요 며칠간의 우리 사이였다.


"……후우"


눈앞의 적을 토벌한 후 고개를 들었다. 이 일대의 캔서들은 통솔없이 마구잡이로 흩어져 행동하고 있었다. 

솔직히 이런경우 부대 전원이 한데모여 하나하나 처리해가며 전진하는건 효율이 너무 나쁘기에, 우리는 각자 흩어져서 캔서들을 토벌하기로 했다. 

어디까지 이곳에 약체 캔서밖에 없고 우리 31A 개개인의 전투력이 우월하기에 가능한 작전이었다.


산산조각으로 흩어지는 캔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전투 중에는 멍하게 있진 않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생각에 여유가 생기게 될 때면 아무래도 생각나게 된다. 그날의 일이. 그때 그녀의 표정이.

나는 의식을 바꾸고자 심호흡을 하고 전첩를 집어들었다.


"여긴 카야모리. 남서쪽 캔서는 소탕 완료했어. 너희들은 어때?"


전첩으로 흩어져있는 모두에게 통신을 보냈다. 그리고, 고요하던 숲속에 수많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여긴 쿠니미입니다! 저도 지금 다 토벌했어요! 지금 바로 합류지점으로 가겠습니다!"

"여기는 아사쿠라. 나는 지금 막 합류지점에 도착했어. 그리고 카렌쨩이 더 토막낼만한 놈과 만나고 싶대."

"여긴 아이카와. 여는 아직이데이. 여 쪼무래이 천지빼까리라 시간 쪼까 잡아묵긋다."

"여기는 토죠. 나는 합류지점 바로 앞인데, 혹시 도움 필요한거야 아이카와?"

"아, 그리까지 할끄읎다. 내도 후딱 다 치우고 거 갈테니께."


보아하니 다들 큰 문제는 없었던것 같다. 그렇게 한숨을 돌리고 있을때 귀에 씩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긴 이즈미. 미안하지만 누구 한명쯤 여기로 지원을 와줬으면 해."

"무슨 일 있어?"

"적 섬멸은 완료했지만…… 하나 좀 수상해보이는게 있어서 말야."

"수상해 보이는거……?"

"그래. 강 밑에 캔서의 반응이 있어."

"뭐?"


순간 숨을 삼켰다. 강 아래에 캔서. 그럴리가. 그 말은 즉……


"하지만 캔서는 물에 약하잖아?"

"그래. 그말대로야. 그래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만약 정말로 물을 극복한 캔서가 나타난거라면 그건, 최악이야. 지금까지 균형이 한번에 뒤집혀버릴 수도 있을거야."

"물을 극복한 것만으로 그렇게까지…?!"

"그렇게까지 돼. 캔서는 바다를 건널 수 없다는 그 사실 하나로 우리는 지금 간신히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거야. 만약 그것이 무마되어 대륙의 캔서가 열도로 몰려올 수 있게 된다면…… 모든게 끝나."


침묵이 이어졌다. 아까까지 소란스러웠던 통신도 지금은 약간씩 전투음만 들려올 뿐. 주위엔 적막감만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정적이 한층 더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아, 미안해. 나도 모르게 너무 심각하게 얘기해 버렸어. 방금 그건 어디까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것 뿐이고, 지금 나타난 반응은 소형 캔서급 반응이니 어쩌면 오작동일 수도 있으니까. 일단 그걸 확인하고자 누군가 한명쯤 지원해줬으면 하는거야."

"……알겠어. 현재 위치는 어디야?"

"합류지점에서 남남동쪽으로 약 3km 떨어진 절벽 근처야. 출격 전에 지도로 확인했던 그곳이야."


머릿속에서 출격 전 봤던 지도를 떠올렸다. 남남동…… 내가 제일 가까운 위치에 있다. 

그럼 내가 지원하러 가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러면 윳키랑 단둘이 있게 되는건데… 아직 화해도 하지 못했는데.


(아니, 지금 그런거 생각할 때야?)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서 떨떠름한 기분을 떨쳐냈다.


"알겠어. 내가 가도록 할게. 너희들은 잠시 합류지점에서 대기하고 있어줘."

"두 분만으로 괜찮으신 건가요? 저희도……"

"걱정할 필요 없어. 무리일거 같으면 바로 철수할테니까. 그리고 시야도 탁 트여 있는 곳이라 여럿이 가면 반대로 너무 눈에 띄게 될거야. ……안 그래? 윳키."

"……그렇지."


약간의 공백이 있고 나서 윳키는 내 말에 동의해 왔다. 

그 반응만으로 지금 나와 단둘이 있게 된 것을 그녀가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다는게 쉽게 짐작이 갔다. 

기분이 다시 가라앉아간다. 

하지만 그런 기분을 어떻게든 뿌리치고 말했다.


"그럼 얘들아, 좀만 기다려줘."


통신을 끊자마자 바로 뛰어갔다. 윳키가 지금 있는 장소는 내 위치에서 그렇게 멀지 않았다. 

트랜스포트를 써가며 달려가다 보니 곧 윳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래 기다렸지 윳키?"

"루카. 빨리 왔네."

"가까운 곳에 있었으니까."


겉으로만 들으면 평소와 다를바 없는 대화다. 하지만 역시 어딘가 서먹서먹하다. 

마치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가려고 틈을 엿보고 있지만, 그 틈을 캐치해내지 못하고 있는 그런 느낌이다.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나는 입을 열었다.


"그래서, 캔서의 반응이 나타났다는 곳은……"

"아아, 이 아래야"


윳키와 같이 절벽 아래쪽을 들여다봤다. 

어제 비가 와서인지, 급류가 쏟아져 내려오는 그 소리만으로 그 격렬함이 느껴져 왔다. 

섣불리 발을 들이면 금세 휩쓸려버리겠지.


"……아무것도 안보이네"


눈을 부릅뜨고 노려봐봤자 저 급류의 바닥이 여기서 보일리가 없다.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밑으로 내려가서 봐야 하려나?"

"아니, 그건 그만두자. 물살도 너무 빠른데다 저 아래에 뭐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곳에 무작정 내려가는 것도 너무 위험해."

"그럼 어쩌게?"

"드론을 쓰려고. 이건 간단한 분석 기능도 갖추어져 있으니까 여기서 이렇게 눈으로 보는 것보다는 더 나을거야. 다만 드론을 조작할때는 난 무방비 상태니까──"

"알겠어. 경계는 내게 맡겨줘."

"그럼 맡길게."


미묘하게 서로의 눈을 피하면서 이어간 대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드론을 조작하는 윳키의 등을 멍하니 바라봤다. 요즘 윳키를 볼때마다 항상 옆모습이나 뒷모습만 보게 되는 것 같다.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되는 걸까. 이전과 같이 돌아갈 수는 없는 걸까.


(그러니까! 지금 그런거 생각할 때냐고!)


답답한 마음을 떨쳐버리고 나는 다시 경계에 집중했다.


"……캔서의 외피? 반응이 있던 이유는 이거 때문인가? 그런데 왜 이런곳이 외피가? 그리고 이건, 마치 의도적으로 저곳에 놓여진거 같은──"


그때. 절벽 너머의 산에서 무언가가 번쩍이는게 보였다.


"──윳키!!"

"어?"


반사적으로 윳키의 손을 붙잡아 그대로 넘어트렸다.

그 직후,


쾅!!


우리가 있었던 그 자리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고, 폭풍과 함께 모래가 빗발치듯 쏟아졌다. 

그것들로부터 윳키를 지키면서 나는 고개를 들어 방금 광선이 날아온 방향을 노려보았다. 

이윽고 팔 안에 있던 소녀도 고개를 움직였다.


"읏, 저격인가!"

"열두시 방향! 산속이야!"

"알겠어! 루카! 지금 바로 철수하──"


쩌적, 등뒤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렸다. 그 즉시 뒤를 돌아보고, 내 얼굴색이 창백해지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느껴졌다.

지면에 큰 균열이 가 있다. 그것도 한두개가 아니다. 

쩌적거리는 소리와 함께 반원을 그려가는 그것이 이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그런건 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위험해!! 도망쳐!!!"


하지만 지금 사태가 진행되는 속도에 비해 그 판단은 너무나도 늦었다.

황급히 일어나 그녀를 부축하고 달려나가려 한 그때 발밑의 땅이 갑자기 꺼졌다. 

디딜 곳을 잃어버린 몸은 아주 쉽게 허공으로 내던져졌다. 

그리고 그대로 우리는 아래로 추락했다.


낙하 예측 지점은 역시 격렬하게 쏟아지는 계류. 

지면에 충돌하는 것보다야 났지만 수면이라고 안전한 것도 아니다. 수면에 충돌하는 걸로도 충분히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심지어 저렇게 격렬히 쏟아지는 급류라면, 저기 휩쓸려서 무사할거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어떻게든, 뭐라도 해야 돼. 이대로는……


점차 가속하는 낙하속도와는 반대로 머릿속은 굉장히 느리게 흐로고 있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무리다. 지금 이 상황에서 타개책같은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유일하게 떠오른 것은 트랜스포트. 하지만 애초에 그건 지금 고려할 수도 없는 방안이다. 

그건 세라프가 수중에 있을때만 쓸 수 있으니까, 세라프를 손에서 놓친 지금은──

지금 즉시 전첩을 들고 세라핌 코드를 외쳐 세라프를 다시 꺼내는 것 또한, 그럴 시간이 없다. 

설사 어떻게 꺼낸다 한들 웜홀에서 떨어지는 세라프가 우리 손에 떨어질때 즈음엔 우리는 이미 물속에 있을 것이다.


활로가 없다. 이제 더이상 어찌할 수가──


"루카!!"


점점 깜깜해지는 시야 속에서 윳키가 날 향해 팔을 뻗었다. 

공포로 가득찬 그 눈동자로, 어떻게든 나를 잡으려고 허공에서 발버둥치는 그녀가 눈앞에 있다.


"윳키!!!"


나도 손을 뻗었다. 손끝이 닿았고, 그대로 얽혀, 끌어당겼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강하게 껴안았다. 수면은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있다.

첨벙! 하는 무거운 소리와 함께 몸이 물 밑으로 가라앉는다. 

거친 급류가 우리는 사정없이 삼켜왔고, 내 의식은 거기서 끊겼다.




* * * * *




"──카! 루카!!"


의식이 돌아오고 맨 처음 들린 소리는 내 소중한 파트너의 외침이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시야에 그녀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 촉촉해진 녹색의 눈동자도 같이.


"루카!!"


몸을 일으키자마자 윳키는 나를 꽉 껴안아 왔다.


"다행이다……"  


만감이 교차하는 한마디였다. 그녀의 팔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물에 젖어 엄청나게 무거워진 옷이 내게 상당히 부담이 됐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나 또한 그녀의 등에 팔을 둘렀다. 


"미안해, 걱정 끼쳐버렸네."


대체 의식을 잃고나서 물을 얼마나 마신걸까. 걸걸대며 그 세마디 말을 전하면서도 몇번이고 기침이 나왔다. 

하지만 어떻게든 전했다. 그녀의 떨림은 서서히 가라앉아 갔다.


"핫, 미안해.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버렸네…… 일단 다친데는 없어 루카?"

"응, 일단은. 이곳저곳 쑤시긴 하지만… 크게 다친 곳은 없는거 같아"


일어나서 자리를 한바퀴 돌아 봤다. 역시 다친 곳은 없는 것 같다. 그야 잔상처나 가벼운 타박상은 없을 수가 없었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것 뿐이라는 거다. 그 높이에서 추락했는데도 어디 부서진 곳 하나 없다는던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윳키는 이제서야 굳은 표정을 풀었다.


"그래서 윳키, 여기는 대체 어디일까?"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둘러보고 다시 윳키에게로 시선을 보내며 물었다. 

드넓은 강변, 울창한 숲, 사방에 보이는 산, 그리고 푸른 하늘과 태양. 지금 내 머리로 판단할수 있는 정보는 이정도뿐이다. 

그래도 내 자랑스런 파트너라면.


하지만 내가 보내는 기대를 받고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미안해. 대충 하류까지 떠내려온거는 같지만, 구체적인 장소까지는……"

"그렇구나…… 뭐 어쩔 수 없잖아. 먼저 다른 애들에게 연락부터 하자. 다들 걱정하고 있을 테니까."

"그게……"


말을 흐리는 윳키의 모습에 의문을 느끼면서도 나는 전첩을 꺼내려고 했다. 

그제서야 나는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깨달았다.


"어? 설마?!"


의식을 잃기 전까지는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상의와 셔츠, 스커트에 달린 온갖 주머니를 헤집고 혹시나 어디 떨어트렸나 싶어 초조하게 주위 땅바닥을 샅샅이 훑어보았지만, 

어디서도 그 비슷한 물건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마, 떠내려가는 도중 잃어버린거 같아."

"그럼 윳키 것도?!"

"응… 나도 잃어버렸어. 한심한 얘기지만…"

"그건 즉……"

 

절로 입에서 신음소리가 나왔다. 머리가 좋지 않은 나라도 이건 알 수 있다. 지금의 우리는……


"혹시 우리 지금 엄청 위험한거 아냐?!"

"혹시도 아냐. 정말로 위험해. 특히 지금 캔서가 공격해오면 막을 수단이 전혀 없다는게 말도 안되게 위험해."


그래, 지금 제일 큰 문제는 동료들에게 연락할 수단을 잃었다는 것이 아니다. 갑자기 연락을 못하게 되어 엄청 걱정을 끼치게 되었지만…… 

그래도 우리 동료들은 우수한 전투원들이다. 남겨진 정보들만으로 분명 현재 우리 상황을 파악하여 도와주러 와줄거다. 그런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전첩는 단순한 통신 단말기가 아니다. 전첩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세라프 소환을 위한 중계장치라는 것이다.

전첩이 없으면 세라프를 쓸 수 없다. 즉 지금의 우리는 총기 없는 군인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캔서와 맞닥뜨리기라도 한다면…… 그 앞에 있는건 분명 죽음이다.

순간 오싹 하고 몸이 떨려왔다.


"어떡하지 이제?!"

"일단 진정해. 대충 살펴보니 적어도 이 근처에는 없는거 같으니까. 역시 물은 싫은가봐. 그렇다고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는 없지만. 그러니 일단 다른 애들이 우릴 구하러 와줄때까지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있는게 좋을거 같아. 이럴땐 섣부르게 움직이는게 훨씬 위험하니까."

"숨자고……? 어디에?"

"저길 봐."


그녀의 손끝이 가라킨 곳, 나무 사이에 어렴풋하게 작은 동굴이 보였다. 

크기로 따지자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동굴이랑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작았지만. 

그래도 두 사람이 숨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저기 숨는다면 적어도 그놈들 눈에 띄진 않을거야. 이런 사방이 트여 있는 곳에 머물어 있는 것보다는 저기가 훨씬 안전하겠지."

"알겠어. 그럼 캔서가 안보이는 지금 바로 이동하자."

"그래."


만신창이인 몸을 억지로 움직여 우리는 동굴로 향했다. 

머지않아 동굴에 도착하였고, 나는 도착하자마자 반쯤 쓰러지다시피 동굴의 벽에 등을 기댔다. 

옆을 보니 윳키도 나와 마찬가지로 등을 기대고 있었다. 서로 피로가 한계에 도달한 건 명백해 보였다.


"에, 엣취!"


기침과 함께 오한이 들어왔다. 강에 계속 잠겨있던 까닭에 체온이 떨어져 있었던 걸까. 

따뜻한 봄날인데도 이상하게 한기가 들었다. 물에 젖은 제복이 지금 남은 체온마저 송두리째 빼앗아 가는 것 같았다.


"루카, 괜찮아?"

"으응, 미안. 난 괜찮아……!"

"정말로 괜찮은거 맞아?"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몸도 약간씩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조금 머뭇거리는 것처럼 눈이 방황하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루카."

"응"

"옷을 벗어."

"응?"


옷을 벗으라고? 쉬운 일본어인데도 순간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나는 당황하는 와중에도 가슴팍을 팔로 가리며 엑스자를 만들었다.


"……변태."

"그게 아냐!!!"


고함소리가 들리자마자 그녀는 자신도 놀란 듯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동굴 밖으로 살짝 고개를 내밀어 주위를 둘러다보았다. 

잠시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자리로 돌아온 그녀는 이번엔 작은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체온이 떨어지는걸 막기 위해서야. 젖은 옷은 그대로 입고 있는 것보다 벗는게 나아."

"어? 벗으면 더 추워지는거 아니야?"

"그 반대야. 옷에 물이 증발하면서 몸에서 기화열을 빼앗아가거든."

"기 뭐……?"

"땀을 흘리고 나면 왠지 모르게 시원해지지? 그거랑 같은 원리야."

"그런건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반쯤은 이해했으니까. 아무튼 그런 속셈이었던 건 아니었나 보다. 

뭐, 애초에 그녀가 그런 속셈으로 그런 말을 꺼낼리가 없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꼼지락거리며 어떻게든 옷을 벗어내는데 성공했다. 물 때문에 옷이 몸에 계속 달라붙어서 벗는데 정말로 고생했다. 

그렇게 악전고투하며 옷을 다 벗어내고 나니 몸에 한기도 어느정도 가신거 같았다.


"정말이다. 별로 안추워."

"그렇지?"


나보다 먼저 옷을 벗은 윳키가 내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옷은 저기 햇볕에 말려놓자. 내가 널어 놓을게."

"알겠어. 아, 잠깐만."


다 벗은 옷을 윳키에게 건네준 후에 나는 마지막으로 입고있는 속옷에 손을 댔다.


"뭐하는 거야!!"


윳키가 낯빛을 바꾸어 내 손을 붙잡았다.


"어?"

"왜 홀딱 벗으려고 하는건데!!"

"그치만 아까 윳키가 말했잖아. 젖은 옷은 벗는게 좋다고. 그리고 속옷도 젖어있는걸."

"그건 그렇지만…!"


그녀는 끙끙대면서도 말을 계속해 나갔다.


"아니 그래도 여긴 실외라고! 이런 데서 다 벗을건 없잖아 무슨 치녀야?!"

"뭘 새삼스럽게. 사막 횡단할때 오아시스에서도 평범하게 다같이 벗고 있었는데."

"그것도 그렇지만……!"

"그리고 보는 사람도 없는데 뭐. 이런 산속에 누가 있다구."

"…………"


윳키가 할말을 잃은 틈을 타서 나는 다시 입고있는 속옷에 손을 대려 했다. 그리고 아까와 같이 제지당했다.


"그러니까 속옷은 안벗어도 된다고!!"

"어째서?"

"어째서고 뭐고!!"

"음, 뭐 윳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마지못해 속옷에서 손을 떼자 왠지 옆에서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윳키는 어딘가 지친 표정으로 일어나 옷을 햇볕이 드는 나뭇가지에 널어놓고 다시 동굴 안으로 돌아왔다.


"고마워"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대화는 거기서 끊겨져버렸다.


"…………"

"…………"


고요함 그 자체였다. 들리는 거라곤 강물 소리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정도. 

새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또다시 찾아온 정적. 두 사람분의 숨소리만이 동굴에 울려 퍼졌지고 있었다.


왠지 신기한 느낌이다. 이 좁은 동굴에서, 그녀와 희미하게 닿은 피부를 통해 그녀의 체온이 전해져 온다. 

아직 위급한 상황 속에 있는 우리들이었지만 그것만으로 엄청난 평온함이 느껴졌다.

나는 천천히 눈커풀을 내렸다. 이대로 잠들게 만들 정도의 온기가 전해져 왔다.

가만 생각해보니, 윳키와 평범하게 말을 주고받고 있잖아 나? 지금 서로 어색한 거나 신경쓸 때가 아니긴 하지만, 어쨋거나.


(역시, 제대로 사과를 해야겠어.)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조금 힘들고, 나중에 기지로 돌아가서 제대로 사과하고 화해해야지. 그리고 다시──……



* * * * *



"………핫!"


황급히 눈꺼풀을 열었다. 이건 안좋다. 정말로 잠들어 버릴줄은 몰랐는데.

단지 몇초만 눈감고있을 생각이었는데 그 몇초만에 어두웠던 동굴은 더욱 어두워졌고, 

햇빛이 찬란하게 내리쬐던 바깥의 풍경 또한 어느새 붉은빛에 잠기고 있었다. 

아직 완전히 해가 떨어진 것은 아닌거 같지만 곧 시간문제였다.


"이제야 일어났어?"


바로 옆에서 한숨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자 기가 찬 얼굴의 윳키가 있었다.


"정말이지, 이런 상황에서도 잘도 잘 수 있구나 너는."

"잘 생각은 아니었는데…… 미안해. 망보는거 윳키한테 전부 떠넘겨 버렸어."

"상관없어. 너도 피곤했던 거잖아. 쉴수 있을때 확실히 쉬어두는게 좋지."


언제나와 같이 쌀쌀맞게 말해오는 그 목소리에는 숨겨지지 않는 상냥함이 같이 담겨 있었다.


"슬슬 옷도 다 말랐겠지. 걷어 올게."

"아, 나도 같이 가."


가볍게 기지개를 켜고 함께 동굴 밖으로 나왔다. 입구 근처의 나뭇가지에 걸어놓은 옷은 윳키 말대로 거의 다 말라 있었다. 

약간 축축한 부분도 있었지만 이정도면 허용 범위 내다.

묻어있는 모래를 적당히 털어내고 우리는 다시 제복을 입었다. 겉모습만 봐선 완전한 세라프 전투원이다. 

세라프만 쓸 수 있다면 말이지만.


"나의 전설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시험 삼아 외쳐 봤지만 당연히 웜홀은 나타나지 않는다. 

허공을 향해 내민 손만이 허무하게 그 곳에 있었다.


"뭐해?"

"아니~ 혹시나 해서."

"바보야?"

"너무해."


뭐 그건 그렇다치고.


"구조는 아직인가…"

"지금 우리한텐 세라프가 없으니까. 우리 위치를 특정하기 어려울거야 그녀석들도. 이제 곧 해도 질테고. 최악의 경우엔 며칠간 더 이렇게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어."

"며칠? 진짜? 하지만 어쩔수 없나… 그럼 문제는 식량인데……"

"가장 중요한건 식수야. 미리 말해 두는데 저 강물 그냥 마실 생각은 하지 마. 어떤 기생충이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

"큰일날뻔했다── 그냥 마실 생각이었는데."

"다행이네. 마시기 전에 알게 되서."


식수라…… 무인도에선 메구밍이 있어서 큰 문제는 없었지만, 그 메구밍이 없는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랐다.

그때는 무인도에 굴러다니는 깡통과 유리병을 가지고 여과장치를 만들었었는데. 

여과장치 자체는 다른 물품으로 만들수 있다고 쳐도 문제는 불이다. 

무인도에서 서바이벌할때 우리는 대부분 메구밍의 사이킥에 의존해서 버텼으니까. 순수하게 우리 힘만으로 불을 피운 적은 한번도 없었다.


분명 돌이랑 돌을 부딪치면 되는 거였던가?

애매한 지식을 가지고 아무 돌이나 주워서 맞부딫쳐 보았지만 딱 하는 소리만 날 뿐 다른 변화는 없었다.


"그런데 뭐 하고 있는 거야?"

"불 피우게"

"아마 부싯돌을 생각한 거겠지만 근본적으로 잘못 알고 있어. 부싯돌의 원리는 돌과 돌이 아니라 금속과 돌이 충돌해서 불똥이 튀게되는 거야."

"헤에ー 그럼 그 금속은 어디에 있어?"

"몰라. 오히려 내가 알고 싶어."


윳키는 팔짱을 낀 채 어려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미간에 잡힌 그 주름에서 그녀의 고뇌가 확실히 느껴졌다.


"그럼 그건? 나뭇가지 돌리는 거."

"괜찮겠지만 애초에 그럴 도구가 없으니까…… 적어도 칼이라도 있었으면 어떻게든 됐을텐데."

"그럼 칼 한자루가 강물에 떠내려왔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한번 걸어보는게 어때 우리?"

"그건 대체 무슨 가능성이야…… 뭐 여기서 골머리만 앓는 것보다는 나으려나… 알겠어. 한번 가보자. 가는동안 캔서 경계 하는거 잊지 말고."

"알겠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만큼은 나도 언제나처럼 낙관적으로 있을 수는 없다. 

나도 이런 곳에서 죽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흘끗 옆에 있는 소녀를 훔쳐보았다. 평소처럼── 아니, 평소보다 몇배는 더 주위를 경계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어떻게 보면 겁먹은 길고양이같기도 했고, 또 어떻게 보면 믿음직한 보디가드 같기도 했다.


그녀 자신도 지금 무서울텐데 그것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내가 불안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일까.

──만약 내가 여기서 얼빠진 짓을 해버린다면, 그건 나뿐만이 아니라 그녀도 같이 길동무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된다.

그것만큼은 안된다. 절대로.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나 때문에 윳키에게 무슨 일이 생기게 된다면, 

나는 지옥에 떨어져서도 나 자신을 끊임없이 저주할 것이다.



- 계속 -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8

고정닉 5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79 설문 가족과 완벽하게 손절해야 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24 - -
2874 AD 현물 경품 획득 기회! 아키에이지 지역 점령전 업데이트 운영자 24/06/20 - -
2875 AD 호요버스 신작 <젠레스 존 제로> 7월 4일 오픈! 운영자 24/06/24 - -
1 공지 헤븐 번즈 레드 갤러리 공지 [7] 캐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1.29 26666 21
336464 공지 新 호출기 Key갤러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1.31 3601 14
32241 공지 가챠탭 공지: 가챠인증은 가챠탭에만 [11] 캐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1.25 19634 22
396291 공지 고난이도 컨텐츠용 말머리를 신설했습니다 [7] 사에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17 1836 8
231542 공지 대회탭 공지 [2] ㅅㅎ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7.13 6682 9
32851 공지 (2주년판) 공략 모음 (입문/숙련) [14] 캐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1.29 140738 24
83021 공지 친구코드 공지 [21] 캐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20 15893 21
36833 공지 서버 이전 불가능함 [1] 통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09 16671 19
54621 공지 헤번레 디시콘 모음 [32] 캐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12 16418 13
423312 일반 루카 생일 움짤 만들어봤음 [3] LYSI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8 364 14
423308 일반 Hey, hegall [1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36 436 15
423306 번역짤 역) 선물은 바로 [7] 00(39.119) 00:32 381 9
423292 일반 사료 떴냐 ????????? [1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3 813 10
423291 일반 리엑션 ㅆㅅㅌㅊ네 [4] 두번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3 524 7
423281 일반 끝났다.. [6] n.v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3 541 10
423233 번역짤 [팬픽] 윳키가 이상하다 (5장 스포) [4] 00(39.119) 06.23 272 10
423220 일반 240622) She is Legend 춘면여단 후쿠오카 라이브 후기 [5] ㅇㅇ(126.194) 06.23 281 11
423148 일반 늦은 밤까지 고생해준 할배들에게 헤붕이 작은성의입니다 [5] 히나리리즈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2 645 10
423085 일반 아오이념글 댓글보니 울컥하네 [3] ㅇㅇ(118.235) 06.22 649 10
423072 번역짤 역) 공식 4컷만화 【헤번레극장】 「사랑을 사랑해서」 [4] 00(39.119) 06.22 550 14
423045 일반 아오이 여친으로 사귀면 개쩔거 같음. [13] ㅇㅇ(211.106) 06.22 811 10
422971 ☠가챠 5만원 땅에 버리고 왔써요 [12] 인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1 833 9
422970 번역짤 역) 포무포무 (5장 스포) [20] 00(39.119) 06.21 541 16
422940 일반 헤번레콘 개인용 10이 나왔습니다 [18] 수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1 460 10
422927 ☠가챠 1천장에 확챠까지 쳤는데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1 624 10
422897 ☠가챠 손목을 잘라야 [19] 스타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1 827 16
422885 ☠가챠 좆됐다 [15] 스타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1 683 14
422815 ☠가챠 .... [6] 그래서신캐언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1 569 10
422689 번역짤 역) 애도 아니잖아 [8] 00(39.119) 06.20 681 13
422688 오 결혼식 루카윳키 [7] 슈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0 561 14
422686 고난도 '하이스코어 0점' [18] 샄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0 808 11
422684 번역짤 역) 야마와키 님, 발광하다 [8] 00(39.119) 06.20 553 10
422676 일반 루카 결혼사진 만들어봤어. [1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0 513 10
422672 ❗이벤 스포)아이나교류) 이거 번역 올라왓엇음?ㅋㅋㅋ [5] 세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0 555 8
422620 일반 할배들이 확챠 미적지근한 반응이면 뉴비는 무조건 드가면됨 [6] 키스샷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0 527 7
422540 일반 아니시발 [1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0 685 15
422487 일반 근데 님들아 아프면 병원은 바로가세요 [18] 말랑한돌멩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0 954 19
422464 번역짤 역) 탁탁 튀는 사탕 [7] 00(39.119) 06.19 615 14
422454 ❗스포 스포)하루만 기다리면 세계정복이 완료되요! [17] ㅇㅇ(121.157) 06.19 857 25
422413 일반 시발ㅋㅋㅋㅋ 짹보다가 주웠는데 존나웃기네 [1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9 979 27
422410 일반 8루카윳키 ㅋㅋㅋㅋㅋ [7] 슈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9 700 13
422397 ❗이벤 스포)진짜 추리 해 본 사람 [3] ㅇㅇ(211.234) 06.19 544 10
422395 일반 트위터하다 본건데 ㅅㅂ 개웃기네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9 882 7
422375 ☠가챠 무뽑 떴냐 ㅋㅋㅋㅋㅋㅋㅋ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9 615 10
422360 일반 전철에서 풍채 지리는 사람이 무리해서 탔는데 [29] 샄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9 898 14
422358 일반 빙먀상 얘 벛꽃 코드 어떻게 짠진 몰라도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9 837 8
422336 ❗최신 스포)그때 히구밍 씻었는데? [4] ㅇㅇ(121.157) 06.19 624 8
422326 ❗최신 스포)이치고 용서포인트는 다들 이거잖아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8 637 7
422314 🎨창작 SD웨딩융융그림...!!! [12] 이름없는여행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8 479 25
422311 번역짤 역) 비밀의 초밥 [10] 00(39.119) 06.18 484 1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