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레온의 말에 라나는.

아니, 리아나는 당황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엘윈과의 결혼반지라면 몰라도, 언니네 부부의 반지가 자신의 손에 끼워져 있을리는 만무했다.

"화장대에 두고 왔지요. 행여 제국 최고의 기사님에게 흠집이라도 냈다간 큰 일이잖아요?"

그럼에도 리아나는 천연덕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미소.

황성의 광대조차도 혀를 내두를 법한 연기력이었다.

"큭큭, 하하하하."

그녀의 말에 레온은 웃었다.

처음에는 참고 있던 웃음이 새어나왔고, 그 이후로는 입을 가린 채 대놓고 웃음을 터트렸다.

마치 옛적에 알아차렸던 사실을 뒤늦게 폭로하는 듯한, 묘한 개운함이 느껴지는 웃음이었다.

"이봐, 처제."

레온은 말했다.

"라나는 반지를 사흘 전에 잃어버렸다구. 언니에게 관심이 부족한 것 아닌가?"

리아나는 순간 머릿속이 굳어버렸다.

들켰다.

말 실수 한 번 때문에.

아니, 어쩌면 이미 다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리아나는 잠시 그와 동침했던 날들을 헤아려봤으나, 그 시기를 짐작할 수 없었다.

여기서 뭐라 말을 해야할까.

어떤 말을 해야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까.

얼굴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머릿속은 온통 복잡하게 뒤엉켜간다.

"...맞아요, 저는 리아나입니다."

결국 그녀는 진실을 말했다.

여기서 무엇을 더 부인하겠는가.

감춰왔던 비밀이 드러난 탓일까, 그녀의 목소리는 풀이 죽어 힘이 없었다.

"추태를 보여 죄송했습니다, 레온 경."

그녀는 자신이 몸을 눕히고 있던 레온의 몸 위에서 얌전히 일어섰다.

방금 전까지 그를 유혹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마치 패잔병과도 같은 힘없는 모습.

그 순간, 레온은 침대를 벗어나려던 리아나의 손목을 잡아챘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휙 끌려가는 리아나.

힘없이 빨려들어간 그녀의 몸은 자연스레 레온의 품 안에 안겼다.

"그런 것,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구, 처제."

레온은 입가에 실소를 머금은 채로 말했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일란성 쌍둥이라해도 그렇지, 자신의 아내와 처제를 구별하지 못하겠는가.

물론 처음에는 레온 또한 깜박 속아넘어갔었으나, 그것도 한 두 번이다.

"그냥 어설프게 감추려는 모습이 귀여워서, 좀 골려주고 싶었을 뿐이야."

레온이 자신의 외도를 깨닫게 되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은.

그에게 죄책감과 배덕감, 그리고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희열을 안겨다 주었다.

"...레온."

"에스카가 많이 심심해보이던데, 동생이나 만들어주도록 할까?"

레온은 끌어안고 있던 리아나의 뺨을 쓸어만지며 상체를 일으켰고, 은은하게 방을 비추고 있던 촛불을 껐다.

"아버지, 어머니는 언제 오시는 거에요?"

"음. 글쎄다. 우리 에스카가 자고 일어나면 와계실 것 같은데?"

한편, 제국의 광룡군단장 엘윈은 침실에서 그의 아들을 재우고 있는 중이었다.

어머니의 부재에 좀처럼 잠에 들지 못하고 있는 어린 아들.

충분히 유모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엘윈은 아들이 잠에 들 때까지 곁을 지키고 있었다.

그야말로 훈훈한 부자지간의 모습이라 할 수 있으리라.

"걱정하지 말고, 어서 자려무나."

엘윈은 싱긋 웃으며 소중한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가락을 타고 전해지는 부드러운 감촉.

그 머리카락은 아내의 것보다도 밝게 빛을 발하는 선명한 금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