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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밤의 해파리는 헤엄칠 수 없어 1권 02-2

Umik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22 10:00:40
조회 611 추천 22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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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언제부터, 저는 혼자였던 걸까요.


아니, 어쩌면 태어났을 때부터 그렇게 될 운명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타카나시 킴 아누크 메이라는 혼혈로 태어나서, 불타는 것처럼 붉은 머리를 가지고 있는 데다 거기에 반해 소극적인 저는, 언제나 살아가기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 저기......"


중학교 2학년의 어느 순간. 저는 쉬는 시간에 제 책상을 점거하고 수다떨고 있는 같은 반의 여자 애들 3인조를 발견했습니다. 책상에서 교과서를 꺼내야 했기에 세 사람에게 말을 걸어야만 했었죠.


"거기, 제 자리......"


쥐어짜낸 듯한 목소리로 말하자,


"그래?"


"그보다 마침 잘 왔다. 타카나시 씨, 나랑 자리교환 해주지 않을래?"


무심한 톤으로 말해와서, 대응하기가 곤란했습니다.


"에, 그치만 선생님한테...... 확인받지 않으면"


"뭐 어때, 이 자리 근처 우리들 모여있고, 타카나시 씨 어색하잖아"


듣고 나서 저는 안심했습니다. 뭐야, 절 챙겨준 거였잖아요. 상냥함을 깨달은 저는 서투르게 미소를 지어 셋에게 보냈습니다. 상냥함을 주는 사람에겐 상냥함을 돌려줘야 한다고, 언제나 어머니가 말했거든요.


"그, 감사합니다. ......신경써주지 않으셔도, 괜찮답니다?"


하지만, 제 말에 세 사람은 실소를 터트렸습니다.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닌데......"


"아하하, 어쩔 수 없지. 꽤나 분위기 못 읽는 타입이잖아?"


말하는 의미를 모르겠습니다.


다만, 분명 제가 또 남들과 어긋난, 이상한 소리를 해버렸다는 것만은 이해했어요.


저는 언제나 그랬고, 그렇기에 저는, 혼자였습니다.


"에......죄, 죄송해요"


만들어 낸 미소로, 아첨하듯 사과했습니다. 그러는 것 말고는 어떻게 하는지 몰랐으니까요.


"뭐 이제 됐지 않아? 가자"


세 사람이 스쳐 지나가자, 어째선지 제 마음 속에 부끄러움이나 꼴사나움, 한심함같은 것들이 쌓여갑니다. 이윽고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큭큭 웃는 소리가 들려왔고,


"이상한 이름~"


"읏!"


명백한, 숨김 없는 저를 향한 악의.


"잠깐, 들리잖아~"


"저 머리 되는 거면 나도 염색하고 싶은데"


"안 돼, 저거 킴 전용이니까"


저처럼 분위기를 못읽는 사람조차 알 수 있을 정도로, 깔깔거리며 깔보는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어서, 꽉 쥔 주먹은 이윽고 힘없이 풀려버렸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일상 다반사로.


하지만 이런 일에, 마음이 익숙해질 리 없었습니다.


***


어느 날 저는, 가전제품 가게의 전자 피아노 코너에 들렀습니다.


핑.


핑.


검지로 적당히 누르자 울리는 무기질의 단음은, 마치 외톨이인 저같아서.


핑.


핑.


핑.


이런 곳에서도 피아노 앞에서만은, 제가 있을 곳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정말~ 그만둬! 나 치고 있잖아~"


"아하하!"


맞은 편의 피아노에서 꺄아꺄아 즐거운 듯 놀고 있는 교복을 입은 동갑정도 되어보이는 여자애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어쩌지, 방금까지 제 자리로 느껴지던 이곳이, 갑자기 또, 제게 비참함을 선사하는 잔혹한 빛을 띄기 시작해서.


"......읏"


저는 또다시 패주하듯이,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이 세상은 특이한 사람에게는 불친절하고 엄격해서. 그렇지만 그런 저를 무조건 받아줬으면 하는 것조차 분명 실례인 것이겠죠.


그렇다면 제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요.


그러던 때.


"다들 고마워~!"


방금까지 들려오던 목소리같은 건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로 끝도 없이 밝은, 마치 태양같은 목소리가, 플로어의 한 편에서 들려왔습니다.


바라보자, CD 매장 근처에 『선플라워 돌즈 사인&체키회』 라는 간판이 서있었습니다. 그리고ㅡㅡ


정신을 차리고 보자, 저는 거기에 있는 한 여자애한테.


눈길을, 빼앗긴 채였습니다.


"얼굴이 좋아......"


저는 줄곧, 아름다운 것을 좋아해왔고, 음악도 옷도, 아름다운 것에 이끌려왔습니다. 하지만...... 여자애한테도 그렇게 된다는 것을, 저는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는 이끌리듯이 사인&체키회의 줄에 서있었습니다.


***


몇십 분 후. 앞에 잔뜩 서있던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드디어 제 차례가 찾아왔습니다. 이런 거에 참가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대체 어떻게 대화하면 좋을까, 그보다 저같은 처음인 사람이 찾아와도 괜찮은 걸까, 그런 불안으로 심장이 마구 뛰고 있었습니다.


"안녕~! 해바라기같은 미소로 모두를 끌어당기는! 선플라워 돌즈의 리더! 타치바나 노노카, 노노땅이에요!"


뭔가 굉장히 긴 인사를 해왔습니다. 노래하는 것처럼 템포 좋게 들려왔기에, 제 머리의 처리가 따라가질 못했습니다. 우선, 이름이 『노노땅』이라는 것만은 이해했지만요.


제가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어서 말없이 바라보고 있자, 노노땅 씨는 재차 입을 열었습니다.


"만나서 반가워! 여자애다~! 엄청 기뻐!"


"그...... 처음 뵙겠습니다"


"이름 뭐라고 해?"


"그, 킴......"


본명을 말하려고 하던 때, 제 안에서 같은 반 애의 말이 되살아났습니다.




ㅡㅡ『이상한 이름』.




저는 그때, 같은 반 애한테 그런 소릴 들어버렸습니다.


어쩌면, 지금 제가 그 이름을 말한다면 이 여자애가 싫어할 지도 모른다고.


상식적으로는 말도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저는 언제나 이상한 아이였기에, 그 상식이 틀렸을 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하자, 사실을 말하는 게 두려워졌습니다.


"키무, 키무라에요!"


제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농담처럼 시시한, 지어낸 이름이었습니다.


"키무라짱이구나, 잘 부탁해! 그보다 말야!"


반짝반짝한 눈으로 절 바라봤습니다.


"키도 크고, 머리도 이쁘고, 얼굴도 단정하고, 뭐 하는 사람!? 키무라짱, 내가 지금까지 본 여자애들 중에 제일 귀여워!"


폭포수같은 기세로 쏟아 붓는 긍정의 말. 하지만 저는 어째선지 솔직해지지 못하고, 믿을 수가 없어서 얼굴이 새빨개지며, 꽁하니 고개를 돌려버렸습니다.


"......그거, 아무한테나 하는 말이죠"


"안 귀여운 소릴 했어!?"


안 귀엽다, 저도 그렇개 생각해요. 분명 저와 다른 평범한 사람들은, 반의 모두는, 이렇게 칭찬받으면 솔직하게 기뻐하거나 감사하거나 할 수 있겠죠.


"그, 그게 저, 이거 때문에 이런저런 소리 듣고...... 친구도 없고......"


콤플렉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제 목소리는, 점점 작아져 갑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요. 노노땅 씨는, 기쁜 듯이 두 손을 모으고는 눈을 빛냈습니다.


"키무라짱 친구 없어!?"


'에...... 네, 네에. ......왜 그렇게 기쁜 듯이......?"


"그게 나도, 친구 없으니까!"


노노땅 씨는, 딱하고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습니다.


"에! ......그렇게나 얼굴이 좋은데도?"


"그거 상관 없지 않아?"


"하지만, 저기 있는 건......"


가까이서 마찬가지로 팬들에게 대응하고 있는 여자애를 보면서 말하자,


"저건 멤버고"


그리고 노노땅 씨는 눈썹을 찡그리더니, 제 귓가에 입을 대고서는,


"우리끼리 이야기. 나 이 그룹에서 좀 붕떠있어서...... 특히 저거랑은 싸우기만 해"


옆 부스에서 팬들에게 대응하고 있는 트윈 테일 여자애를 보면서, 노노땅 씨는 말했습니다.


"그, 그렇군요......"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듯한 말투는, 어쩐지 제게 정말로 기분 좋은 것이었습니다.


"나 말야, 어렸을 때부터 매일 레슨에, 학교도 거의 못갔고, 질투도 있고, 계속 친구 안 생겨서! ......하지만, 절대 지진 않아"


순간 그림자가 드리워진 얼굴은, 이윽고 활짝 웃는 얼굴로 변했습니다.


"해본 소리!"


어째서일까요.


저는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여자애에게 끌리고 있었습니다.


"저, 저도! 예전부터 이렇게, 누구랑도 친해질 수 없어서...... 줄곧, 줄곧 혼자라......!"


"그랬어?"


제가 고개를 끄덕이자, 노노땅 씨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럼 우리들, 닮은 사이네!"


그때 이미, 저는 그 말과 미소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생각합니다.


"......! 닮은......"


후힛, 하고 기분 나쁜 미소가 새어나오는 것을, 스스로도 알았습니다.


"저기, 키무라짱은 뭔가, 좋아하는 거 없어?"


"조, 좋아하는 것......? 뭘까요,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는 계속해왔지만, 좋아하는 지 어떤지는......"


"키무라짱 피아노 칠 줄 알아!?"


노노땅 씨는, 파앗하고 밝게, 열정적으로 말했습니다.


"그럼 말야, 나 언젠가 키무라짱의 연주, 들으러 갈게!"


그것은 가볍게 꺼낸 말일 지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제 고독 속에 똑하고, 빛이 한 방울 떨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에......! 저, 정말로!?"


"물론!"


노노땅 씨의 웃는 얼굴은,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게 난 말야? 팬을 절대 혼자로 만들지 않겠다고, 정했으니까!"


"! ......니히히"


또 제 입에서, 낯선 미소가 새어나왔습니다.


"그러니 키무라짱도 괜찮아! 친구가 없어도, 좋아하는 게 없어도! 나와 내 노래만은, 널 혼자로 두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노노땅 씨는, 제게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습니다.


"약속이야!"


"......네!"


저는 이끌리듯 노노땅 씨의 가늘고 하얀 손가락에, 새끼 손가락을 맞췄습니다.


"그럼 찍을게요! 조금 더 붙어주세요"


"네, 네에!"


나란히 느껴지는 체온.


제는 체키를 촬영하며, 깨닫고 보자 이런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겼어요!"


"에?"




"ㅡㅡ좋아하는 것, 지금, 생겼어요!"




그리고 저는 그 며칠 후, 처음으로 찾은 시부야의 미용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타카나시 씨, 어떻게 해드릴까요?"


"저는......"


배경화면으로 해놓은 노노땅의 사진을, 미용사 분에게 보여줬습니다.


거울에 비친 것은 빨간 머리의 나. 하지만 제겐, 되고 싶은 모습이 생겼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걸로, 되고 싶어요!"


***


"타카나시 양, 부탁합니다"


음대 부속 홀. 과거의 회상에서 문득 정신을 차리자, 저는 시험장에서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언제나의 버릇으로 악보대에 놓여 있는 스마트폰의 새까만 화면에는, 그 시절의 노노땅과 같은, 뱅헤어에 긴 흑발을 한 제가 반사되어 비치고 있었습니다.




ㅡㅡ『타치바나 노노카는 더는, 없어』




변해버린 노노땅이 말한 한 마디가, 제 가슴에 울려퍼졌습니다.


스마트폰에 손을 대자 화면이 켜지고, 잠금 화면에는 그때의 흑발 노노땅과, 아직 빨간 머리였던 제가 표시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구나.


이 노노땅은 더는, 없는 거야.


그렇다면 이제, 졸업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저는 떨리는 손으로 데이터 폴더를 열어서, 줄곧 저를 떠받들어 주던 노노땅과의 투샷을 길게 눌러서 메뉴를 표시했습니다. 순간 망설여졌지만, 그것을 단번에 삭제했습니다.


사라져버린 화면에 다시 한 번, 제가 비쳐졌습니다.


이렇게 저는 다시, 정말로 혼자가 되었습니다.




"괜찮아요...... 원래대로 돌아왔을 뿐"




스스로에게 타이르듯 말했습니다.


왜냐면 저는, 처음부터 그랬으니까요.




"저는 원래, 혼자니까......"




초등학생 때는, 다들 밖에서 노는 와중에 집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어서.


중학생 때는, 남들과는 다른 이상한 외모를, 계속 바보취급 당해왔습니다.


어느 졸업식이든 입학식이든, 검은 머리의 여자애들만 수백명이 줄을 서고.


저는 줄곧, 단 혼자뿐인 빨간 머리에, 혹독한, 기이하다는 시선을 받으며.


고독을 견디며, 외롭게 살아왔으니까요.




"저는 애초에ㅡㅡ 남들과는, 다르니까......"




눈물이 흘러서, 피아노의 건반을 적셨습니다.


선생님들이, 또 이상한 애라고 생각하겠네요. 하지만, 이젠 괜찮아요.


그게 저는 정말로 이상한ㅡㅡ





그때.


홀의 문이, 난폭하게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놀라면서 시선을 돌리자, 거기에는 야마노우치 카노 씨와, 매니저 씨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잠깐,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그렇지만, 시간 못맞출 수도 있잖아. 봐"


"아, 메이짱 차례......아니, 뭔가 울고 있어!?"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두 사람을 보며, 저는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두 사람은 그대로 가운데쯤 되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저는 그런 노노땅의 일거수일투족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이런, 하고 의자에 다리가 걸려 넘어지려 하는 노노땅.


괜찮아괜찮아, 하고 장난스럽게 눈썹을 치켜올리는 노노땅.


부끄러운 듯 웃다가, 그렇지만 곧바로, 저를 바라봐주는 노노땅.


그 모습만은 역시, 저를 구원해주었던 그때와, 전혀 변하지 않아서ㅡㅡ




"키무라짱! 계속 잊고 있어서 미안해!"




그 목소리는, 제 의식을 사로잡고 놓아주질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말했잖아! 나는 절대, 너를 혼자로 만들지 않는다고!"




그때와 같은 미소로, 천진난만하고 장난기 넘치는 표정으로.


저는 그 말에, 불려진 이름에,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게 그것은, 제가 아직 머리를 물들이기 전의, 처음으로 만났을 때 이야기한 것이고ㅡㅡ


"거기, 너희들 조용히ㅡㅡ"


파앙, 하고.


피아노의 불협화음이, 선생님의 목소리를 눌러버렸습니다.


"!?"


가로막으려는 듯, 제가 힘차게, 피아노의 건반을 눌렀으니까요.


"타, 타카나시......?"


가슴이 두근대고, 마음이 뒤어올라서, 이성으로 억누르려 해도, 뺨이 느슨해져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얼마나 단순한 것일까요. 노노땅이, 절 기억해주고 있었어요. 약속을, 지켜줬어요. 단지 그것 뿐인데, 스스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력을, 되찾았습니다.




어째서 기억해준 건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ㅡㅡ그게!




최애가, 내 연주를 들어주고 있으니까!




저는 과제곡의 첫 음의 건반을 천천히 누르며, 사랑을 담아서, 그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곡은, 처음에는 천천히 연주를 시작해서 후반부를 향해서 서서희 분위기를 이끌어나가는 게 철칙이라고, 아버지에게 배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제가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들떠서 스텝을 밟듯이 튀어오르는 그 음색은, 처음으로 노노땅과 같은 머리색으로 바꾸고, 미용실에서 뛰쳐나가던 때의 제 발걸음과 닮아있었습니다.


노노땅은 아이돌이니까, 이런 데서 머리를 염색하려나, 그런 걸 생각하면서, 분발해서 시부야의 가게에서 머리를 물들이고.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머리색과 스타일이 된 저는, 미용실에서 나가서 어울리지도 않게 뛰어서, 미야시타 파크 아래의 터널을 지나서 거기에 있던 해파리같은 그림 앞에서, 기분 좋게 휙 돌았습니다. 휘날리는 스커트는 노노땅이 3rd 싱글 『SUNNY SIDE UP』의 후렴구에서 턴을 하던 때와 같아서, 두근두근거렸습니다.


문득 눈길이 멈춘, 어머니가 자주 입는 고급 브랜드 가게의 쇼윈도. 하지만 저는 그 상품보다도 유리에 비친, 노노땅처럼 될 수 있었던 자신에게 초점이 맞아서, 그만 히죽거리고 말았습니다.


그날부터 저는 분명, 최강이었습니다.




곡은 중반. 점점 냉정을 되찾기 시작한 저는, 중후하게, 누구보다도 깊은 사랑을 보여줄 수 있고록, 템포를 늦췄습니다. 그 결의는 마치, 제가 처음으로 같은 반 애들한테 하고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와 같아서.


평소와 같은 학교. 세 사람의 여학생이 또다시 제 자리 근처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던 때의 일.


흑발로 염색한 저를 깨닫고, 학생들은 놀라서 수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고독은 느껴졌지만, 하지만 저는 더는, 물러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제 주머니 속에는.


그 배경화면에는, 사랑하는 최애가 있습니다.


"......거기, 제 자리니까!"


익숙하지 않은 말을 내뱉은 제 손은 떨리고 있고.


하지만 주머니의 스마트폰을 꽈악 쥐자, 자연스럽게 떨림은 멈췄습니다.


저는 아직 저를 믿을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최애처럼 되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행동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날부터 저는 분명,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곡도 종반. 선율은 복잡하게, 하지만 섬세하게 되어 가고, 초반의 테마를 다시 한 번 되풀이하며, 드라마틱하게 전개해 나갑니다. 템포를 늦추고, 차분히,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듯 울리는 조용한 선율은 제가 노노땅과 보낸 아득한 나날을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서점에서 가방을 들고 돌아온 저는, 위대한 작곡가의 책과 악보만이 늘어서 있던 책장에, 잔뜩 사온 노노땅의 사진집과 선돌의 피아노 악보를 신내며 채워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완성된 제 신단을 올려다 보며,


"아아......최애와 최애의 콜라보!"


황홀하게 바라보거나 하며, 저는 그 뒤로 매일, 악보를 써나갔습니다. 최애와는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싶은 오타쿠가 된 저는, 그 뒤로 노노땅과 직접 이야기 하는 일은 없었지만, 모든 악보에는 『작곡: 키무라짱 가창: 노노땅』이라고 쓰고, 방의 벽에는 그 만남의 날, 노노땅에게 받은 사인과 메시지가 적힌 체키를 액자에 넣어 장식했으며,


거기에 적혀 있는 노노땅의 손글씨로 된 메시지.


"언젠가 유명해지면 내 곡 써줘!"


그 글을 바라볼 때마다 저는 자신이 피아노를 치는 의미를 알게된 것만 같은 기분이 되었습니다.




가속해가는 연주. 즐거워. 피아노를 친다는 게, 이렇게나 즐거운 거였던 걸까.


세밀하게 터져나가는 선율. 음표와 놀듯 건반을 차례차례 연주하자, 거기에 호응해서 제 마음도 적극적이 되어 갑니다.


마지막 음표까지 다다르며, 저는 마음을 담아서, 사랑을 담아서, 외톨이를 뿌리치듯, 건반을 밀어 넣었습니다.


제가 마지막까지 연주를 마치자, 잠시 찾아온 정적.


"......!"


짝작짝.


처음에 단 하나 울려퍼졌던 박수 소리는, 의자에서 나온 것으로, 넓은 홀에 작게, 하지만 자신만만하게 울려 퍼지는 박수 소리에는, 노노땅다움이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만났던 가전제품 가게.


빈번히 갔던, 선돌의 라이브.


그리고, 노노땅의 염상을 바라보며, 혼자가 되어 버렸던 기억. 잿빛이 되었던 매일.


많은 회상이 스쳐 지나가, 제 내면에서 눈물과 감정이 한 번에 쏟아졌습니다.


"......노노땅"


제가 저로 있을 수 있었던 건 분명, 그때 받았던 노노땅의 말과, 약속 덕분.


"노노땅, 나 말야!?"


무대 위에서 큰 목소리로 외치고 있는 제 목소리는,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로 눈물에 젖어 있었습니다.


"......노노땅을 위한 곡, 잔뜩 만들었으니까!?"




좋아한다는 마음이,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저를 저로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마음이.




더는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흘러 넘치고 있었습니다.




"나도 같이 하고 싶어! 내 노래......불러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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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카노짱의 권유로 메이짱과 같이 가전제품 가게에 오게 된 나는, 정식으로 추가 멤버를 축복하고 있었다.


"그런 고로, JELEE의 신멤버 키무라짱입니다!"


카노짱의 소개에, 메이짱은 엄청 긴장한 듯한 모습으로 꾸벅 고개를 숙였다.


"자, 잘 부탁드립니다! 키무라짱 즉, 타카나시 킴 아누크 메이입니다!"


"와아ㅡㅡ"


분위기에 맞춰 나는 짝짝하고 박수를 쳤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우선 이야기가 마무리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하지만 카노짱은, 조금 의문이 든 것 같았다.


"경사긴 하지만...... 지금의 나는 해석이 안 맞는 거 아니었어?"


"괜찮아요!"


메이짱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윙크를 한다.


"저, 타치바나 노노카와 야마노우치 카노 양쪽 다 최애ㅡㅡ즉, 노노땅 전체 최애가 되었으니까!"


"노노땅이 그룹이야?"


내가 그럴듯한 의문을 입에 담았지만, 메이짱은 기분 좋다는 느낌으로 날 무시하더니 흠흠하고 턱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렇다지만, 비주얼은 그때가 최고란 말이죠...... 노노땅! 흑발로 되돌려요! 저랑 똑같은 걸로 해요!"


"난 저쪽 보고 올게"


"에에에에에!"


나는 걸어가는 카노짱에게 매달리듯 손을 뻗는 메이짱을 쓴웃음을 지으며 바라본다.


"잘 됐네. 최애랑 친구가 되어서."


"치, 친구!? ......저저, 저랑, 노노땅이!?"


황공해요, 저따위랑, 구두라도 핥을 듯한 기세로 말하는 메이짱에게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나는 미소지었다.


"아니야? 친구의 정의란 건 어렵지만...... 나한텐 그렇게 보였어"


"그, 그런......"


얼굴을 붉히고, 눈에 물기가 돌았다. 이런 점은 솔직해서 귀엽다고 생각을 한다.


"요루 봐봐! 이거 어떨까?"


마이크 매장의 쇼케이스 앞으로 걸어간 카노짱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보자, 마이크랑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처음엔 1만엔 정도로 충분하다고 키위짱이 그랬어"


"키위짱!?"


내가 카노짱쪽으로 걸어가며 대답하자, 당황과, 어딘가에 열기를 띈 목소리가, 우리 귀에 닿았다.




"저랑 최애가, 친구라니ㅡㅡ"




바라보자, 메이짱은 스마트폰을 들고 렌즈를 우리에게 향하고 있었다. 카노짱이 히죽 웃고, 우리는 얼굴을 마주봤다. 둘이 같이 예이~ 하고 피스를 만들어 본다.



"읏!"


메이짱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우리를 바라봤다. 카메라를 전면 카메라로 전환한 걸까. 메이짱은 스마트폰 화면을 이쪽으로 향하더니 우리한테 등을 돌려선, 하얗고 긴 팔을 힘껏, 셀카를 찍으려는 듯 비스듬히 뻗었다.


이윽고 울려 퍼지는, 작은 셔터음.


동시에,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나온 행복한 듯, 기쁜 듯한 목소리가 내 귀에 닿았다.



"ㅡㅡ해석 불일치에요"




전환된 스마트폰 화면. 거기에는 친구가 된 세 사람이, 웃는 얼굴로 찍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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