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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단편] 그 인형은 아직 태엽이 돌아가고 싶다.

-ㅂ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1.06 23:08:50
조회 469 추천 15 댓글 19
														


(노래 소재 준 럽붕아 고맙다!)

(아직 주희눈나 루트 플레이 안해본 럽붕이들은 스포일수도있음!)


어느 방 안. 그녀가 불이 켜진 방 안에서 무엇인가를 주섬주섬 찾고 있다.

"어디 보자... 여기 분명 있었을 텐데...? 이 박스였나...?"라고, 생각했던 물건이 있기를 바라며. 딱 봐도 오래된 박스를 들어 올리자, '툭' 소리와 함께 무엇인가가 같이 떨어졌다.

"이게 뭐지?"라고 확인하자, 들고 있는 박스 밑에 떨어져 있던 건, 다름 아닌 낡은 수첩 한 권이었다. 한 장 사락 펼쳐보자 제일 먼저 써져있는 건 '카페 b 이야기. 그리고'라는 문구였다.

"어머나, 이건..."라고 잠시 말을 잇지 못한 채. 밖에 그녀를 부르는 가족에게.

"여보, 나 잠깐만... 잠깐만 통화 좀 할게. 일 관련으로 전화가 왔네? 미안해요. 내 사랑."이라고, 말한 뒤, 방문을 조심스럽게 닫는다.

무엇인가 무거운 것을 들 듯이, 아니 너무 중요한 걸 들 듯이 살며시 걸어가, 방구석에 살짝 걸터앉는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다. "아직... 안 버렸구나... 그때... 나... 이런 건 다 정리한 줄 알았는데..."라고 말하며, 짧게 심호흡을 했고, 수첩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잊혔던, 아니 가리고 싶었던 기억이 다시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그녀의 머릿속에 살며시 들어오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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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 년 X 월 X 일]
요 며칠 연락이 안 되는데, 혹시 그때 말도 없이, 연락을 안 받아서 화났던 걸까... 연락도 안 받고. 아니 차라리 화난 거면 좋겠어. 어디 다친 건 아니지...?
안 그래도 그런 일 있었으니까... 너무 걱정된단 말이야... 또... 나 때문이야...? 또, 내가 상처 준 거야...? 아니지..? 그냥 핸드폰 고장 난 거 이런 거지...?

[20XX 년 X 월 X 일]
네가 말도 없이, 연락도 안 된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어... 너랑 친했던 라떼한테도... 혹시나 승아한테도 물어보니 너 소식을 모른대...
그냥 마지막으로 연락된 건, '드디어 내 주제와 현실을 알았어. 미안해.'라는 말 밖에 안 남겼다며...
그게 무슨 소리야. 나한테 네가 얼마나 반짝거리고 소중한 존잰데. 대체 무슨 일인 거야..? 차라리 내가 상처 준 거면 나한테 욕이라도 해주면 안 될까...?
내가 너무 미안해. 차라리 나한테 욕해주거나 싫어졌다고 말이라도 해주면 안 될까. 나 너무 무섭고 추워.
내 세상이 얼마나 너로 가득 찼냐면. 오늘, 집 앞에서 다 시들고 구겨진 꽃다발을 봤어.
너무 너와 나 같아서. 주책맞게 그거 끌어안고 궁상맞게 울었다...? 반주희 진짜 바보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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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장 채 넘기지 못한 채. 일기를 끌어안는다. 그리고 그녀의 녹색 보석 같은 눈에 방울방울 눈물이 맺힌다.

"대체, 몇 년이 지난 건데... 아직도 잊지를 못하겠네... 아니야... 반주희! 이번에야말로, 다 보고. 다 털어내는 거야.

할 수 있지...? 할 수 있어야 해. 넌 이제 한 사람의 아내니까..."라고 작게 속삭인 뒤. 다시 종이를 넘기기 시작했다.

종이에 적혀진 다른 시간 속 이야기는 무엇인가에 젖어 번져 읽을 수 없다.

하지만 이건 확신할 수 있다.

수첩 속에는 온통 같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고, 그 이야기 속에는 원망, 그리움, 미안함 등의 온갖 슬픈 감정들이 뒤섞여 흘린 눈물 자국으로 뒤범벅됐기 때문에,

이렇게 방울방울 번져있다는 것을.

"어머.. 여기는 왜 이렇게 시간이 훌쩍 넘게 썼지? 아... 이때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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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 년 X 월 X 일]
그렇게... 집착인 걸 알면서도, 너한테 계속 연락을... 만약에 네가 봤으면 정말 질렸을 정도로 매일을 보냈는데, 드디어 너한테 답장이 왔어.
그날이 있고 나서, 2년 만이야. 고향에 급한 일이 있어서 내려갔고. 겸사겸사 군대 때문에 내려갔다고....
근데, 그거 알아? 2년 만에 연락이 와서 처음에는... 대체 무슨 일이었냐고. 나한테 왜 그랬냐고, 따지고 물어보고 울고 싶었거든?
당장이라도 부산으로 내려가서 너한테 안긴 다음에, 울고 불며 미안하다고, 왜 그랬냐고 따지면서 엉엉 울고 싶었는데... 그게 안됐어...
내가 처음 헬멧을 썼을 때 웃던 모습도, 나한테 수줍게 인기 있는 카페랑 메뉴를 알려주던 그 모습도.
그리고 내가 처음으로 너한테 좋아한다를 느꼈던 그 모습도... 오늘의 너한테는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았어.
너무 차가웠어. 내가 알던... 내가 좋아했던, 사람 냄새나고 순수했던 네가... 보이지 않았어.
그래서 더 미안하고... 그런 상태인데도 나한테 다시 연락을 줘서 고마워. 이젠 내가 너를 잡을 차례야.
잡은 다음에... 꼭 그렇게 말할 거야. 내가 진짜 좋아하고 좋아했고 좋아할 거라고.

[20XX 년 X 월 X 일]
그렇게, 네가 연락이 되기 시작한 후. 계속 연락했어, 계속 계속... 내 마음을 전할 용기와, 시간 그리고 바뀐 너를 볼 용기가 필요했어.
그리고 마음이 잡혔어. 내일은 너를 만나는 날이야. 비겁하게 일 핑계를 댔어. 근처에 일이 있으니까 시간 나면 보자고.
나 참 비겁하지? 그래도 지금은 너무 좋아. 사실 안 나올 줄은 알았어. 고마워. 잘 자. 내일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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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정을 다 담은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생각이 채 들기 전, 방 문 너머로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린다.

"자기야, 혹시 통화 끝났어? 조금 더 길어질까?"라는 남자의 목소리. 세상에서 내 모든 걸 다 주고, 내 모든 걸 담고 싶은 남자의 목소리다.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아, 여보 미안해...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줄래요? 지금 서로 검토하는 게 있어서..."라는 조금은 눈물이 담긴 말로 답한다...

"아, 신경 쓰지 말고 천천히 해요! 내가 음식 간 좀 더 맛있게 보고 있을게! 파이팅!" 하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섞인 밖과는 새삼 반대되는 분위기가

그녀 홀로 있는 방에 가득 찬다. 그리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좋아... 반주희... 진짜 딱 이번만... 진짜 이번만 궁상떠는 거야...! 그리고 진짜로, 진짜로 다 잊는 거야.

원망도, 그 시간도, 그리고 남은 것들도 전부."라고 혼자 중얼거린 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수첩을 마저 읽었다.

수첩에서 흐른 2년의 시간만큼, 그녀 혼자 있는 방 안도, 그만큼의 아니 그거의 몇 배가 되는 시간이 흐른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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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 년 X 월 X 일]
너를 만났어.
더 멋있어졌더라. 우리는 많은 얘기를 했어.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그 자리에서 알았어.
너무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나올 뻔한걸, 겨우 참았어. 나 표정에 잘 숨겼겠지...?
그리고 내 처음을... 내가 너무 사랑하는 사람한테 줘서 행복함과 너의 달라진 모습이 너무 무서웠어. 그런데도 좋더라... 마냥 좋더라.
그런데 너무 무서워서 도망치듯 나왔어...
아니야. 내가 그냥 미쳤나 봐. 더 못쓰겠어.

[20XX 년 X 월 X 일]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나서, 계속 연락했고, 너는 계속 연락은 받아줬는데...
나 무서워, 돌아와 주면 안 될까...? 나 너라는 사람 놓고 싶지 않은데... 하면서 매일을 울었어.
그리고 더 무서운 건, '내가 놓아버리는 게 맞지 않을까? 편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는 거였어...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너한테 그 순간 연락이 왔어. [내일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잠깐이면 되니까.]라는 말이, 너무 반갑기도 무서움이 느껴졌거든.
이번이 뭐가 됐건... 끝인 걸 아니까... 너랑 나의 관계가. 그렇지만 나는 아직 내 세상에 너밖에 없나 봐. 나도 모르게 바로 된다고 했어.
내일이면 모든 게 결정 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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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일기를 끝으로 그녀는 살포시 수첩을 덮었다. 그리고 말없이 회상했다. 수첩에는 담겨있지 않은 그들의 관계의 마지막을. 그리고... 이 이야기의 결말을.
.
.
.
가로등만이 깜빡거리는 그녀의 집 앞, 조금은 쌀쌀해져 그녀가 손을 호호 불며 그녀의 집 앞에서 누군가를 애타는 듯, 혹은 조금은 다가올 상황이 무서운 듯
기다리고 있다.

"부르릉"익숙한 소리와 함께, 오토바이 한 대가 그녀의 집 앞에 멈춘다.

그 오토바이다. 그리고 그 너무나도 익숙한 그리고 그리웠던 오토바이에선 너무나 보고 싶었고, 사랑하고, 한 편으로는 마주하기 무서운... 그녀에게 가장 커다란 존재인 그가 타고있었다.

전에도 항상 그렇듯 헬멧을 벗고, 머리를 정리하며 내린다. 그리고 그녀를 발견하고는 그녀에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다가왔다.

지금 그 둘의 거리는 코앞으로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이내 둘은 마주했다.

흐르는 어색한 침묵.

쌀쌀한 날씨보다 더 차가운, 침묵을 깬 건 그였다.

"추운데, 왜 나와있어요. 도착하면 나오라고 전화하려고 했는데... 미안해요 오래 기다렸어요?"

"아니야. 바람 좀 쐬고 있었어. 차라리 다른 데서 보자고 하지... 길도 멀었을 텐데... 오느라 고생했어... 잠깐 들어갈래?"

"아니요, 누나. 저 여기서 말할 게 있어요. 아니요. 누나를 처음 보자마자 해야 하는 말이에요. 조금의 시간이라도 흐르면 이 얘기는 의미 없어요."

너무나도 차갑게 느껴지는 그의 말.

그녀는 이내 구슬 같은 눈물이 눈가에 흐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한다. '잠깐이면 되니까, 날이 추워서 그런 걸 수도 있으니까, 우리 몸 좀 녹이고, 차도 한 잔 마시고 얼굴 보면서 얘기하면... 진짜 조금이라도...'

라는 생각이 마음 가득 채워갔지만. 그녀는 꾹 눌러 삼켰다 그러고는 억지로 삭혔다. 이내 다짐한 듯.

걷잡을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지만, 그녀는 미소 짓는다. 그리고 한 마디 한 마디 울음을 꾹꾹 누르며.

"응.. 말.. 해줘..."라고 차마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듯. 이내 질끈 눈을 감는다.

천 년, 만 년의 시간이 흐른 것 같은 잠깐의 공백.

"누나, 저 좀 봐주세요. 이건 누나가 꼭 봐줘야 할 수 있는 이야기에요."라는 그.

속으로 그녀는 생각했다.

'잔인해.. 너무해.. 마지막 말은 듣기만 하고 싶었는데... 모진 말 하는 너를 보고 싶지 않은데..."라며, 현실을 외면하려던 바로 그 순간.

살며시 무엇인가 쥐어진 듯한 낯선 감촉이 그녀의 손에 닿는다.

조금은 놀라, 생각했던 거 보다 빨리 눈이 떠져 놀라 다시 눈을 질끈 감으려는 그 순간.

무엇인가... 무엇인가가... 그녀의 손에 쥐어져있다. 자세히 보니, 헬멧이다.

그것도 아주 익숙한. 낡았지만 그 모습을 절대 잊을 수 없는.

그가 그녀에게 처음으로 씌워주고, 그의 오토바이를 탈 때마다 썼던.

처음으로 "이건 이제, 누나 전용이에요. 이 오토바이 탈 땐, 이 헬멧은 누나 전용이에요!"이라 말하며, 활짝 웃던 바로 그 헬멧.

"이.. 이건...?"라며,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 전.

"누나 이거 기억나요? 옛날 일이라 기억 못 할 순 있지만... 이거 누나 헬멧이에요."라고 말한 뒤.

헬멧을 조심스럽게 다시 가져가, 이윽고 조금은 부끄러운 듯 조심스럽게 그녀의 머리에 살며시 헬멧을 씌워준다.

"이런 짓 미친놈처럼 보일 수도, 정신 나갔냐면서 신고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쓰고 들어주세요. 저 좀 부끄러우니까."라고 말한 뒤, 짧게 한숨을 내뱉는다.

"처음엔 누나를 많이 미워했어요. 원망도 했고. 그리고 방황도 많이... 아주 많이 했어요. 누나 봤을 때... 처음 보자고 했을 때, 진짜 세상 매몰차게 누나를 거절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처음에 일부러 저한테 최면도 많이 걸었어요. 근데 누나가... 누나가 계속 연락해 주고, 제 얘기를 물어봐 줬을 때. 그리고 점점 그 연락에서 누나의 지침이 느껴졌을 때... 무서웠거든요.

그 때 느꼈어요. '내가 아직, 누나를... 아니 반주희라는 여자를 많이 사랑하고 있구나.'라구요."라고 말한 뒤.

헬멧에 가려진 그녀의 얼굴에 그가 몸을 낮춘다. 그리고 헬멧으로 가려졌지만, 그녀의 눈을 바라본다.

"누나... 저 진짜 양아치 같고, 진짜 나쁜 놈인 거 알지만... 누나한테 아직 좋아한다고... 누나 이 헬멧은 누나 전용이라고... 아니, 이번엔 평생 누나 전용이라고... 다시 말해도 될까요...?"라고, 담담하지만

역시 벅차오르는 듯한 눈물이 가득 찬 목소리로 그녀에게 진심을 전했다.

그렇게 얼마가 흘렀을지 모를 시간.

이번에는 그녀가 먼저 정적을 깬다.

"헬멧 벗겨줘."

라는 그녀의 말에 그는 당황하며, "아.. 아 네! 누나 답답하셨죠? 죄, 죄송해요..."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는 알 수 없는 절망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의 헬멧을 벗겼다.

이내 드러나는 눈물에 범벅 됐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

그녀의 얼굴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본 그는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는 이건 너무나도 절망적인

대답이 돌아올게 뻔했으니까. 뺨에 고통이 느껴지겠지... 하고 기다리는 그의 찡그린 얼굴을 바라보던 그녀는.

"눈 떠"라고 짧게 말했다. 그 말에 고분고분하게 조심스럽게 눈을 뜨는 그. 그걸 확인하고는

"아까 했던 말 다시 해."라는 그녀의 단호한 말투에.

"어.. 음... 했던 말이요...? 어... 미친놈...?"이라 말이 채 끝나기 전, 그녀가 옆구리를 쳤다.

퍽!

하는 타격감과 함께 그는 처음으로 맞아보는 그녀의 주먹에 "악! 누.. 누나 차라리 그래요! 때리세요! 누나 분 풀릴 때까지!" 라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다시 주먹으로 그의 옆구리를 치며, "그거 말고. 마지막으로 했던 말. 내 얼굴 제대로 보면서. 다시 해."라며 이제는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흘리며,

그녀가 말했다.

그녀의 말에 그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살며시... 아주 살며시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차가워진 그녀의 몸을 꼭 안아주며.

"제가 평생 운전기사로 누나 모실게요. 많이 좋아해요... 아니 사랑해 반주희. 내가... 내가 너무 오래 걸렸고 미안해."라고,

너무나 오래 걸리고 멀리 돌아갔지만. 이제서야 되돌아온 말을 그녀에게 전했다.

그 말을 듣고 그녀는 눈물이 고여 에메랄드처럼 반짝거리는 눈을 그에게 향하며,

"한번 더 말해줘"라고, 온갖 감정이 뒤섞은 목소리로 그에게 살며시 말했다.

그러한 그녀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그 역시 많은 감정이 섞인. 살짝은 울컥한 목소리로, "사랑해, 반주희. 진짜 사랑해." 라고 말하며 살며시,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녀를 다시 더 깊게 안았다.

그의 품에 안겨, 끅끅거리며 흐느끼는 소리와 함께, 그의 옷이 젖어간다. 그녀는 울음인지 말인지 모를 정도로.

"너... 너 진짜 이 나.. 나ㅃ... 나.. 빠..."라고 흐느끼며 그의 품 안에서 그가 밉지만, 돌아와 줘서 고맙다는 듯 한참을 그렇게... 한참을 그렇게 그의 품에서

그들이 겪었던 감정을 그렇게... 그렇게... 털어냈고, 그는 살며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맙고... 정말 미안해... 많이... 말로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해요."

한 참의 시간이 흐른 뒤. 조심스럽게 그녀의 상태를 확인한 후.

"누나... 저... 진짜 불안한데... 혹시 대답... 들려줄 수 있을까요...?"라고 말했다.

그 말에 그녀는 돌연 몸을 홱 돌려 집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한 그녀의 모습에 그는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자.

얼굴을 보여주지 않은 채, "뭐해. 안 들어올 거야? 그리고 너... 이번에는... 옛날에, 술 먹고 했던 거.

그리고 저번에 만나서 했던 거. 나한테 제대로 해. 나 엄청 아팠어."라는 말과 함께, 성큼성큼 들어갔지만, 문은 닫히지 않았다.

잠시 그녀의 말에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다, "뭐해? 안 들어온다는 걸로 알아? 문 잠근다?"라는 소리와 함께 이내 정신이 든 듯.

"아.. 아! 그.. 그게 아니라! 그 누.. 누나 오토바이 시동! 시동만! 아, 모르겠다." 하고, 그렇게 그녀를 따라 들어간 그였다.

너무 먼 길을 돌아온 방랑자가, 고향에 들어온 듯. 그리고 고장 났었던 인형의 태엽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는 듯.

그렇게 그와 그녀의 시간이. 어긋났던 시간이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다.
.
.
.
그렇게 그녀의 수첩에 적혀있지 않았던 그녀는 회상을 마친 뒤 싱긋 웃었다. 그리고 기지개를 쭉 펴고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 과거에 멈춰있었던 방문을 열고 나간다.

그녀의 모습을 보고 앞치마와 주방 장갑을 낀 채, 활짝 웃는 그. "어? 자기야 통화 끝났어? 타이밍 기가 막히게 내가 다시 찌개 끓여놨어"라며 활짝 웃는.

이제는 남편인 그가, 갑자기 너무나 약 올라 죽겠다는 듯이 그녀는 진심을 담은 주먹으로 그의 옆구리를 쳤다.

"커, 컥, 자.. 자기야 갑자.. 켁... 갑자기 ㅇ... 왜...?"라며 아픈 옆구리를 쓰다듬기도 전, 지금은 그의 아내인 그녀가 혹시 자기 때문에 뭔가 화났구나 하는 생각에

황급하게 이유를 찾기 시작하는 듯. 눈을 또륵또륵 굴린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서일까, 그녀는 활짝 웃으며.

"어허~ 죄인이 말이 많네...? 더 맞을래?"라는 말과 함께.

한편에 소중하게 진열돼있는 낡은 헬멧과 그리고 액자에 전시된 낡은 쪽지를 보며 그녀는 싱긋 웃었다.

그렇게, 그와 그녀라는 고장 난 줄 알았던 태엽 인형들은 소중히 둘을 꼭 껴안은 채, 태엽이 돌아가고 있었다.



와우 안녕 럽붕이들! 저번에도 일기형식으로 팬픽을 썼는데, 어쩌다보니까 또 이렇게 일기형식으로, 그것도 단편이라고 하기엔 좀 많이 긴...?
정말 간만에 써보는 주희누나 팬픽이네. 어떻게 양이 길어서도 있고, 내용이 재밌을까하는 걱정도 있는데, 어떻게 조금이라도 재밌게 봐줬을까...?
이번 팬픽은 갤에다가 내 글을 읽어주는 럽붕이들이나, 아니면 소재 구걸을하다가.
어떤 럽붕이가 '인형의 꿈'이라는 노래를 추천해줬어. 원래도 알고있던 진짜 좋은 노래였는데, 이게 여자버전으로 듣다보니까.
주희누나 새드엔딩이 딱 떠오르는거야. 그래서 진짜 아이디어가 번뜩였는데, 나는 해피엔딩 중독자거든.
그래서 조금 원작을 비트는 걸 수도 있지만, 마지막에 내 나름의 해피를 넣었는데. 처음에는 새드처럼 느껴지고 마지막에 짜잔! 해피였어요! 하는 형식으로
써봤는데, 부족한 글 실력이라 럽붕이들에게 와닿았을지는 잘 모르겠어. 와닿았으면 정말 좋겠고.
요즘 참 추운 럽갤이지만, 그래도 항상 우리는 우리끼리 잘 놀고, 버티고있어서 참 좋아. 우리들만의 놀이터가 너무 좋고.
항상 부족한 글 실력에 과분할정도로 칭찬과 관심을 가져줘서 고마워! 이렇게 삘타서 연속으로 팬픽쓴적이 드문데, 글쓰는게 역시 난 참 좋다.
다 너네 덕분이야. 그럼 이만 뻘소리 그만하고! 귀한시간 내서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고마워.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제나 질문이나 피드백은 환영이라고!
P.S 노래추천해준 럽붕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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