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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핫산,17.7MB) 빵집소녀 2009년판 2/8

익금불산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19 17:48:21
조회 1653 추천 10 댓글 6
														

빵집소녀~Withered

플레이 영상 링크 (중국어)

각 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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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이모의 이름은 비나, 비나 폰 지터였다.

매력적이고 고상한 기품을 가진 여성이다.

비나와 잠시 이야기해본 후 나는 전쟁이 이 평범한 가정에 얼마나 큰 피해를 입혔는지를 알게 되었다.

비나의 남편, 즉 이 집의 가장은

남극군이 베를린 공수작전을 실시했을 때 연합정부군에 의하여 운전병으로 징집되었다.

그리고 고향을 떠나서 지금까지 거의 반 년이 다 되도록 소식이 없다.

군부 통제하의 나날은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었다.

비나는 다행히 빵집 영업을 정상적으로 해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봉쇄나 전투 때문에 원재료 배송은 지체되거나 도중에 분실되기 일쑤였다.

빵집의 상품 종류는 항상 부족한 상태였고

유일하게 팔 수 있었던 것은 호밀빵 뿐이었다.

그리고 제퓨티는 비나의 여동생의 딸로,

두 달 전에 피난민들을 따라 이 작은 마을에 오게 되었다.

이후로 그녀는 한 마디도 말을 하지 않고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은 채,

그저 식물인간처럼 살아만 있으면서 때로 말없이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살아있다기보다 그냥 존재할 뿐이라고 하는 게 맞을까.

마치 영혼 없는 살덩어리처럼 그녀는 세상의 모든 것이 더이상 자신과 관련이 없다는 듯 매일을 공허하게 보냈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 와서야 호전되었다.

최소한 웃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대화도 나누었다. 예전처럼 조용히 우는 버릇은 남아있었지만.

그러나 부모의 행방을 묻기만 하면 제퓨티는 다시 이전 상태로 돌아가 버렸다.

말없이 눈물만 흘릴 뿐 한 마디도 하지 않으려 했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즐거운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제퓨티와 가몬은 둘 다 철이 많이 든 아이였다.

전란을 겪은 탓인지 제퓨티는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성숙했다.

때로 이런 생각도 해 본다.

본부에 매년 한 무더기씩 들어오는 신입 간사들 중에 절반만 제퓨티만큼 철이 들었으면

선글라스를 영원히 벗지 않는 그 노인네도 한 시름 덜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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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퓨티 가족의 세심한 간호 덕분에 그 날 이후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움직일 수 있었다.

북유럽의 기후는 좋지 않았다. 특히 브리튼 제도 진압 작전에서 연합정부군이 불완전한 기상병기를

앞뒤 보지 않고 투입한 이후로 북유럽 전 지역의 기온이 갑자기 섭씨 20도씩 폭락했다.

현재 대부분 지역의 기온은 이미 북극권 외곽과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숨을 내쉬면 곧바로 얼어버릴 정도였다.

마을에 원래 갖춰져 있었던 지역난방 시스템은 이미 기능을 상실하였다.

현재 각 가정은 원시적인 파이프 난방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것들은 오랫동안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내가 보기에는 실제적인 효과보다는 마음의 안정을 위해 켜두는 것이 더 컸다.

결국 모두들 집에서도 북극곰마냥 두툼하게 껴입고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런 시련은 나로서는 더더욱 견디기 어려웠다. 아직 병이 다 낫지 않아 그것만으로도 힘든데,

내가 있던 본부는 지하도시였기 때문에 몸 자체가 그쪽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몸이 막 회복된 그 며칠간 나는 다시 대학 시절 같은 생활을 했다.

두문불출하며 산더미처럼 쌓인 사진과 개인 단말기를 벗삼아 지냈다.

마침 사진과 기삿거리를 정리하기에도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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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작업을 할 때마다 가몬은 항상 내 옆으로 와서 엄청나게 관심을 보이며 부산하게 돌아다녔다.

가끔 조심스레 내 카메라를 들고 내 흉내를 내는가 하면,

다른 때는 가만히 내가 찍은 사진을 보면서 재미있는 것이 없는가 찾곤 했다.

"형아."

"왜?"

"여기 있는 건 뭐야?"

가몬은 전쟁 전 두바이의 해양 호텔 사진을 들고 내게 물었다.

"너무 이쁘다."

"여긴 두바이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가보고 싶어?"

"응. 크면 누나랑 같이 가보고 싶어." 가몬이 듬직하게 말했다.

"그래. 크면 누나랑 갈 수 있을 거야."

어린아이가 꿈을 갖게 해주고 싶었을 뿐이다. 이런 걸로 나중에 뒤탈이 생기진 않겠지.

"응, 크면 누나 내 신부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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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마다 옆에 있던 제퓨티는 수줍게 웃고는,

가몬에게 다가가 둘만 들을 수 있도록 작게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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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가몬은 눈이 시뻘게져서 내게로 와서 말한다. "나 누나랑 진짜 결혼 못 해?"

"그게—"

나도 어렸을 때 비슷한 소릴 했었는데도

정말이지 난 이 질문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다.

"자자, 가몬. 기사와 공주님 이야기 들어봤어?"

"앗, 들어봤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야!"

애들이란. 간신히 한 고비 넘겼다.

"옛날에는 남자들이 전부 기사가 되고 싶어했어.

기사라는 건 나쁜 드래곤도 무찔러야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공주님을 찾아서 충성을 다하는 거야.

모든 것을 걸고 공주님을 지켜서 털끝만큼도 상처입혀선 안......"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몬은 벌떡 일어섰다. "그럼 내가 누나의 기사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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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깡충깡충 뛰며 소녀에게 달려갔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보물을 찾은 것처럼.

소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가몬을 품에 안았다.

남매가 참 사이좋구나. 나랑 우리 누나랑은 전혀 다르다. 같이 자란 것 때문일까.

그렇게 생각하자 자연스럽게 어깨에 12mm 산탄총을 걸친 엄마 오랑우탄의 모습이 떠오른다.

전혀 같은 세계의 생물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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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 그럼 이 사진은 누구야?"

가몬은 누나에게 응석부린 뒤 다시 달려와 사진을 뒤지며 보물찾기를 이어나갔다.

"어떤 거?" 나는 고개를 돌려 확인했다. "아, 이거 형 엄마아빠 결혼식이야."

"아." 가몬은 그다지 흥미가 없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말했다. "아, 생각났다! 누나도 한 장 있잖아!"

"잠......"

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가몬은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이모랑 이모부 결혼사진!"

이슬 같은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지더니 영롱한 눈물방울이 얼굴을 따라 미끄러져 내려갔다.

"저...... 저 잠깐 실례할게요......"

그녀는 말이 끝나자마자 돌아서서 위층으로 뛰어올라갔다.

"골치아프게 됐네......" 비나의 말이 떠올라 나는 얼른 뒤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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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올라가면서 낮게 흐느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소녀는 계단 입구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무릎을 감싼 팔에 머리를 파묻고 슬프게 울고 있었다.

"저기, 비나...... 너희 이모와 이야기해 봤는데,

부모님에 대한 건...... 정말 미안해."

천천히 소녀의 옆에 앉았다.

소녀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린 후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소녀는 더이상 흐느끼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고개는 여전히 숙인 채로 은발이 아무렇게나 흐트러져 있었다.

"이거 좀 먹어 봐. 좀 괜찮아질 거야."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꺼내 소녀에게 건넸다.

소녀는 다시 고개를 저을 뿐 아무 말도 없었다.

…………

……………………

그녀는 전혀 반응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있잖아, 제퓨티."

어쩔 수 없다. 이걸 시험해볼 수밖에.

"우리 부모님도 사실 돌아가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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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제퓨티의 놀란 숨소리.

"어, 내 눈앞에서 말이야......"

말해 놓고 이러는 것도 웃기지만, 영원히 떠올리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사건을 스스럼없이 소녀에게 다 털어놓다니,

이것도 운명일까?

나와 제퓨티가 똑같은 처지에 놓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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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모님은 연합정부 지역으로 기술 원조를 위해 파견된 최초의 기술자셨다.

연합정부가 더이상 급진파를 억누를 수 없게 되자

내륙 지역에 거주하던 기술자들이 습격을 당했고 수많은 폭^도들이 무기를 들었다.

우리를 보호해야 할 연합정부 병사들조차 비무장한 기술자들을 폭행했다.

얼마 되지 않는 경호대의 고무탄 사격은 더 많은 폭력으로 되돌아올 뿐이었다.

부모님은 기술지원팀의 리더였기 때문에 마지막 배를 타고 떠나기로 결정했고,

나는 부모님의 친구에게 맡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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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배에 오르고 몇 분 후,

폭^도들이 마침내 저지선을 뚫고 선착장으로 돌진해 들어왔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부모님의 모습은 힘껏 휘두른 몽둥이에 얻어맞고 땅바닥에 쓰러진 모습이었다.

결국 부모님은 시신조차 남극으로 돌아오지 못하셨고

무덤에는 부모님의 저서와 옷가지가 대신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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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퓨티는 내 이야기를 조용히 다 듣고는 잠시 침묵한 후 물었다.

"그럼...... 복수할 생각은 없었나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생각해 봤지. 그 때는 내륙인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고 싶었어. 그래도......"

"저도요......"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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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아빠도...... 제 눈앞에서 돌아가셨어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왜! 왜 돌아가셔야 했던 거죠!?"

제퓨티가 갑자기 언성을 높였다. 은발로 덮인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가득했지만 두 눈은 이글거리는 원한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제퓨티?"

"네, 바로 당신들이에요! 당신들 헬리콥터가 우리 엄마 아빠를 죽였다고요!

왜 모르는 거죠? 왜 아무도 그런 나쁜 놈들을 죽이지 않는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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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퓨티가 별안간 일어서서 소녀의 힘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매섭게 내 옷깃을 붙잡았다.

마치 내가 그녀의 부모님을 죽이기라도 했다는 듯 날카로운 힐난이었다.

나는 반항할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헬리콥터......

두 달 전......

살인......

나라고?

어떻게?

내가?

나다! 나! 나! 나! 나! 나!

내가 제퓨티의 부모를 죽였다...... 내가 제퓨티의 부모를 죽였다...... 내가 제퓨티의 부모를 죽였다......

내가 제퓨티의 부모를 죽였다...... 내가 제퓨티의 부모를 죽였다...... 내가 제퓨티의 부모를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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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나는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이 사건을 머릿속에서 밀어내려는 듯이 두 손으로 머리를 꽉 짓눌렀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나를 비웃듯 점점 머릿속에서 뚜렷해져 갈 뿐이었다.



결국 나는 무너지고 말았다. 의식을 잃기 직전에 본 것은 제퓨티의 놀란 표정과 허공에서 춤추는 은빛 머리칼 뿐이었다.

손을 뻗어 잡아 보려 했지만 도저히 잡을 수가 없다......

닿을 수가 없다......

나였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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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늦은 밤이었다.

아직도 잊지 못했나......

그 악몽......

나는 제퓨티의 부친과 모친을 죽였다.

고개를 저었다.

그 사건을 도로 가슴 속 깊은 곳으로 되돌리려 안간힘을 쓰던 중, 고개를 들어 보니 곁에 제퓨티가 있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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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셨어요? 물 좀 드릴까요?"

제퓨티가 건넨 물컵을 받아들었다. 차디찬 냉수로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너는......."

"음, 신경 써 주셔서, 이제 괜찮아요."

제퓨티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날 보기 싫은 모양이다.

"오후의 일은......"

"오후라뇨?

전 낮잠 자러 가지 않았었나요?"

나는 나 때문에 양친을 잃은 소녀가 내뱉은 그 여섯 글자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래, 엄청 오래 잤네............"

제퓨티는 천천히 침대맡에 앉아 치맛자락을 말아쥐었다.

은발 위로 수은처럼 반짝거리는 달빛에 나는 살짝 눈이 부셨다.

"......얘기해 줄래? 부모님에 대해서......"

나조차 무슨 생각인지 모를 정도로 나는 불쑥 이런 부탁을 했다.

제퓨티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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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퓨티의 부모님은 둘 다 대학 강사로, 학창시절부터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

전쟁이 터지기 전까지 둘은 계속 함께 지냈다.

전쟁이 나자 그들은 제퓨티를 데리고 별장으로 피신하여 재난이 끝나길 기도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 이상 간단할 수 없는 그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다.

전쟁의 불길은 제퓨티의 가족이 있는 작은 마을까지 번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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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군 패잔병, 어쩌면 도적 패거리가

온 마을을 약탈한 후 철수하면서 불을 질렀다.

제퓨티 일가는 다행히 그 무뢰배들에게 폭행당하지는 않았지만,

집을 잃은 수많은 이웃들과 함께 피난길에 올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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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길에서의 고생은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영하 20도의 엄동설한에 예고 없이 쏟아지는 눈비와 강풍,

거기에 끝없이 머나먼 여정 자체가 제퓨티 가족을 괴롭혔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부모님은 매일 즐거운 웃음과 낙관적인 말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저 가장 중요한 아이들이 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그러나 그 날은 악몽같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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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죽음의 신이 하늘에서 파멸의 불길을 흩뿌리듯, 처음엔 가느다란 줄기 하나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거센 비처럼 그것은 쏟아져내렸다. 다만 빗물은 대지를 촉촉하게 적셔 주지만,

그 불길은 대지를 시커먼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즐비하게 나뒹구는 시체들.


"......물을 떠서 가 보니 엄마 아빠가 있던 곳이 온통 불바다였어요......"

제퓨티는 울면서 말하다가 그 대목에서 더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눈물 방울들이 줄이 끊어진 구슬 목걸이처럼 두 손 사이로 흘러나왔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소녀가 우는 것을 지켜볼 뿐이었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나의 죄였다.

그 사람들을 구하지 못했다. 속죄할 방법도 영원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 내 잘못 때문에 부모를 잃은 소녀가 있다.

나는 속죄해야만 한다.



나는......

나는 제퓨티를 남극으로 데려가서,

그녀가 다시는 이 일을 기억하려 하지 않도록

그녀의 인생을 원래 궤도로 되돌려 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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