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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펌글) 왜 형량은 항상 약하게 느껴지는 것일까?앱에서 작성

내여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4 04:03:09
조회 1555 추천 27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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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을 위한 법률상식 - 형량은 왜 이렇게 약할까?

이 핫한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을 얻는 데 딱 5분만 투자해보자.

글이 길긴 한데 읽어놓으면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다.


구체적 형량을 정할 때 주로 고려되는 것은 다음 두 가지다.

(다른 것도 있지만 글이 길어지므로 뺐다. )

응보 : 죄에 상응하는 형량인가?

(특별)예방 : 범죄자를 교화하기 위한 최적의 형량인가?

응보는 아주 직관적이고, 사람들의 법감정에도 잘 부합한다. 그리고 응보를 고려하다보면 형벌이 엄해지는 경향이 생긴다.

근데 골 때리는 것은 특별예방이다.


1. 범죄자의 교화 정도는 포물선 그래프를 그린다.

즉, 형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강해지면, 오히려 형이 길면 길어질수록 범죄자의 교화 가능성이 떨어진다. 근데 이 '일정 수준'이라는 것이 사람들 생각보다 훨씬 적다는 게 문제다.

법학에서는 3년 이상이면 꽤 무거운 형으로 취급한다. 사람을 3년만 사회로부터 고립시켜도, 그 사람이 사회에 돌아갔을 때 적응할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3년 이상 징역을 줄 때에는 국선변호인을 붙여 준다.

국민의 법감정에 따르면 3년은 개껌값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징역을 3년만 줘도 이 사람은 부적응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내일부터 3년 동안 들어갔다 온다고 생각해보자. 미래가 막막할 거다.


2. 범죄자를 오래 가둬두면서도, 잘 교화시키려면?

교도소의 교정 프로그램이 좋아야 한다. 중형을 선고받은 범죄자가 5년 이상 감옥에서 썩는 동안, 그냥 썩도록 내버려두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심리치료니 직업교육이니를 해서 사회적응확률을 높여줘야 한다.

문제는 범죄자를 오래 가두면 그만큼 교도소 체류 인구가 늘어나는데, 그 늘어난 인구에 대해 교육을 강화해야 하니, 필요한 교정예산이 제곱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교도소 운영은 공짜가 아니다. 범죄자에게 형을 주는 데에도 돈이 드는 것이다...

범죄자가 괘씸하니까 교도소를 열악하게 만들어버리고, 교정 프로그램도 없앤다거나, 그냥 몽둥이로 뚜까패서 교정한다면? 석방하는 순간 재범자가 되고, 똑같은 방식으로 약자들을 뚜까패고 다닐 것이 뻔하다.

현대 국가들이 영화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것처럼 가혹한 강제노역이 이루어지는 교도소를 운영하지 않는 것은, 범죄자 교화의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제노동으로 절약할 수 있는 비용보다 범죄 창궐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더 크다.


3. 돈 아까우니 그냥 사형시키면 안 될까?

불가능하다. '교도소의 예산이 절약될 정도'로 사형을 시키려면, 고작 매년 수십 명의 사형수를 처형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최소 몇 천 명을 처형해야 경제적 실질이 생긴다. 근데 그렇게 처형시키다가는 전세계가 범죄인 인도조약을 끊는 사태가 온다.

쉽게 말해, "대한민국 너네는 너무 가혹한 형을 운영하는 나라이므로, 한국인 범죄자가 우리나라로 도피해도 너네한테는 안 넘겨줄래"라고 선언하는 나라가 속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형을 집행하는 나라인 일본의 경우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된 나라가 고작 2개국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약 80개국)


4. 그렇다고 가볍게 처벌하는 게 맞나?

그렇진 않다. 앞서 말했듯이 예방만 고려하는 게 아니라, 응보도 고려하기 때문이다. 예방과 응보를 적당히 섞어놓은 형량이 바로 지금과 같은 형량이다.

오로지 예방만 고려한다면 지금보다 형량이 더 낮아진다. 사실 범죄율을 낮추는 것만을 목적으로 삼는다면, 응보가 아닌 예방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 훨씬 낫다.

예방주의 국가의 대표주자는 북유럽 국가들이다. 이 나라들은 철창 없는 감옥을 운영하고, 80명을 살해한 기네스북 등재 살인범이 고작 21년형을 받았으며, 주택형 감옥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을 하게 해 주는 수준이다.

근데 의외로 범죄율이 썩 낮지는 않다. 범죄율은 형량의 영향만 받는 게 아니라 인구밀도나 치안정책 등의 영향도 받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을 살펴보자면, 형량이 강한 나라는 주로 영미법계 국가들과 구 공산권 국가들이며, 형량이 약한 나라로는 북유럽계 국가들을 꼽을 수 있고, 우리나라는 의외로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독일법계 국가들은 중간 정도거나 형량이 다소 약한 편에 속한다. 대한민국은 독일법계 치고는 형량이 강한 셈이다.


5. 우리도 형량 화끈한 영미법계처럼 가면 안 되나?

가도 되긴 하는데, 그래서 영미법계 국가들의 치안 상태가 괜찮은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아는 영미법계 국가들은 대체로 치안 상태가 안 좋은 반면, 일본, 독일, 대한민국 같은 독일법계 국가들은 치안 상태가 좋은 편이다.

이는 앞서 말했듯 응보와 예방의 배합비율에 있어서 응보를 많이 섞을수록 국민의 법감정에는 부합할지 몰라도, 범죄율이 치솟는 부작용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이다. 물론 인구밀도나 총기 등의 영향도 있지만, 총기 관련 범죄를 모두 제외한다고 해도 미국의 범죄율은 지나치게 높다.

사실 미국은 형사정책적으로 기형적인 면이 많은 나라다. 아래 그래프는 인구당 수형자의 수인데, 이는 그 나라의 형량이 중한지 경한지를 추단하는 기준으로도 활용된다. 미국의 형량은 기형적으로 높고, 수형자 비율도 물론 기형적으로 높음을 알 수 있다.

뉴스에서는 늘상 우리나라와 미국의 형량을 비교하는데, 사실 미국 혼자 이상한 나라다. 이 세상 어느 나라든 미국과 비교하면 형량이 적다. 심지어 영미법의 본가인 영국도 마찬가지. 기자들은 자극적인 기사를 내기 위해 미국과의 비교를 즐겨 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느샌가 오로지 미국이랑만 비교하고 있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형량을 미국처럼 찍어대면 교도소 인구가 폭발해서, 미드에서 보듯이 교도소가 개판 무법지대가 되고(원래는 교도소를 그렇게 운영하면 안 된다!), 거기서 전혀 교화되지 못하고 오히려 흉악해진 범죄자들은 또 사고를 쳐서 교도소에 가니 교도소 인구가 다시 폭발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재범율은 22%, 미국은 44%라고 한다. )

그리고 그런 악순환은 명색이 천조국인 미국도 지출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이며, 결국 민영 교도소를 마구 양산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감당을 못할 정도로 지독하다.


6. 결론

그런 점들에 비추어보면 우리나라의 응보+예방 혼합비율은 꽤나 황금비율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형이 지나치게 중하지도 경하지도 않으며(다소 중한 편에 속한다), 재범율도 낮고, 치안 상황도 좋다.

결국 형량이란 건 교도소 운영에 쓸 수 있는 국가 예산, 보안처분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 범죄 발생 추이 등을 고려하여, 응보주의와 예방주의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아야 하는 문제다.

국민의 법감정대로 마구 찍어내다 보면 그냥 미국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의 법감정은 미국 같은 걸 좋아하니까. 하지만 범죄율 증가의 결과로 누군가가 살인이나 강간을 당하면, 그 피해는 그런 법감정을 가졌던 국민들이 물어줄 생각인가?

결국 "형량을 높이면 범죄율이 높아질 수 있다!"라는 오래된 상식을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았기에, 국민의 법감정과 형량이 이토록 괴리되는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사실 특별예방이란 건 19세기 독일법학의 발명품이다. '범죄자의 교화'를 형량에 고려한다는 발상은 범죄율을 획기적으로 낮춰주었다. 이후 10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며, 수많은 독일법계 국가들과 그 비교대조군 국가들 사이의 비교를 통하여 그 효과가 상당히 입증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는 일본 이야기를 하느라 바빠서, 아무래도 저런 내용을 가르치는 데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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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밑에 보리수가 사족으로 붙여놓은 거 빼곤 좋은 글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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