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매직 처음 시작했던건 1997년 초,

당시 Type2(지금의 스탠다드)가 4th와 아이스에이지 블록, 미라지를 사용중이었고.. Vision 한글판이 막 나오기 직전이었던걸로 기억

그때 한창 친구들과 TRPG(Advanced Dungeons & Dragons)를 하던 시절이라

게임잡지(아마 게임챔프였던듯..?)에서 매직더개더링이란 딱지게임 소개글을 보고 혹했지

판타지 배경의 딱지겜이라니!! 참을 수가 없었어.

친구와 최초의 매직클럽 중 하나인 합정 '세라의 성'에 가서 초보자 설명도 좀 듣고

거기 다니는 형들에게 뉴비라고 공짜 카드도 좀 받고

부스터 하나 뽑아서 '칼을 쟁기로' 나왔는데 어떤 개눔시키가 리바이어썬(레비아탄) 짱 좋은 카드라고 사기쳐서 바꿔가고

(좋긴 개뿔이.. 단 한번도 제대로 소환해본적이 없다ㅠ)

매직에 맛들려서 용돈 아껴가며 열심히 모아서 덱만들고 재밌게 했는데 (IMF 여파로 많이 힘들었음ㅠ)

합정이 너무 멀어서 가기 좀 힘들었어

당시 집에서 가까웠던 서대문역 부근에 '선물의 집'이라고 그냥 이것저것 잡화 파는데가 있었는데

거기서 매직 부스터도 팔고 테이블도 한 4개정도 갖다놔서 게임하게끔 만들어놓은거야

그래서 거기서 주로 활동했는데

내가 당시 LD덱(랜드파괴덱)을 사용 중이었거든

그 덱의 피니셔가 당시 얼라이언스 최고가 카드 중 하나인 Balduvian Horde였어

(당시 얼라이언스 최고가 카드들, 사실 Type2 전체를 놓고봐도 거의 가장 비싼 카드들이었다. 다른 블록에선 Hammer of Bogadan정도.

호드는 쓰레기지만 랜드 3종은 지금 줘도 잘 쓸거 같다)

지금은 커먼으로 나와도 안 쓸 카드지만 당시엔 최고의 공방 고스펙 생물이었지

어차피 상대 랜드 부셔서 속도 느리게 만들었으니 얼른 고성능 크리쳐로 끝내려고 썼어 ㅇㅇ

당시 거기서 종종 얼굴보던 어떤 형이랑 게임을 했는데

게임 끝나고 잠깐 한눈 팔다가 정리하려고 보니깐 저 호드가 없는거야

혹시나 바닥에 떨어졌나 바닥 다 확인했는데도 없고

아씨 이거 저놈이 가져간거 같은데... 심증은 있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말할 수도 없고

이거 어떻게 구한 카드인데 너무 아까워서 미치겠는기라(내가 가진 가장 비싼 두 카드 중 하나, 다른 하나는 저 위의 Thawing Glaciers)

그래서 아주 우울하게 앉아있다가

그놈이 잠깐 부스터를 사러 갔는지 카운터로 간걸 봤지

그래서 이때다 싶어서 그놈 자리에 있던 가방을 열었는데.. 거기에 문제집이 한권 있었어.

느낌이 딱 와서 그 문제집 열어보니 거기에 내 호드가 똭!

프로텍터도 거기서 나만 쓰던거라 내꺼인게 확실

생각같아서는 존나 도둑놈이라고 개지랄 떨고 싶었지만

그놈은 딱봐서 험악한 인상이라서 그냥 얼른 호드만 챙겨서 호다닥 빠져나왔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나같은 쫄보가 어떻게 그런 짓을 했을까 웃음이 나기도 하고

그깟 딱지 하나가 뭐라고 그렇게 까지 했을까 싶기도 하고

30대만 되어도 게임 같은거 안할 줄 알았는데,

30은 무슨 40을 훨씬 넘었는데도 아직도 랜드 말리면 괴로워하는게 웃기기도 하고 ㅋㅋ

글에서 쉰내 나지?

벌써 20년도 훨씬 지난 얘긴데 불현듯 생각나서 써봤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