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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ㅅㅍ) 퓨리오사 후기 - 가짜사막, 삼천년의 기다림, 그리고 듄

북백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23 23:36:09
조회 1347 추천 2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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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오사>는 확연히 전작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와는 여러 차이를 가진 영화이다. 여러 사람들이 말하듯이 이야기 구조가 분노의 도로보다 70년대 <매드맥스1>에 더 가깝다든지. 무엇보다도 이번 작품은 분노의 도로와 cg의 비중에 있어서 큰 차이를 가진다.


실제 촬영 스턴트 비중이 상당히 높았던 전작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 비해 이번 <퓨리오사>는 cg 비율이 상당히 높다. 분노의 도로는 나미비아의 한 사막에서 온갖 차량들과 기물을 부수며 촬영된 영화이다. 그럼에도 시타델이나 거대한 협곡 같은 경우... 게다가 최고의 명장면으로 손꼽히는 모래 폭풍 씬 역시 노골적인 cg 작업의 산물 아닌가. 이 화려하고 멋진 cg 작업은 사실 그 둘이 별차이가 없다는 듯이 실재 사막에서 촬영된 액션씬 뒤에 나타난다. 여기에 더 딴지를 걸고 넘어지자면 실제 촬영된 장면들도 보정 한번 씨게 거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나눠지지는 않는다.


컴퓨터 속의 가짜 사막이나 현실의 사막이나 스크린 속의 사막은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식은 <3000년의 기다림>에서 나타난다. 현실 세계의 고도화로 그 힘을 잃게 된 초현실적 존재인 정령은 현실 세계의 전파에 몸부림친다. 작중 비니 교수가 "신과 괴물들은 그 존재 의의를 잃고 과학으로 대체돼 나아가 갈 것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과거 실재하던 정령은 과학 문명의 뒷편에서 그 잊혀져 간다. 하지만 그런 동시에 정령들은 벽을 통과하고 주전자 속에 들어가는 등 cg로밖에 묘사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그리고 정령들이 말하는 과거 역시 마찬가지여서 장대한 사막의 그래픽으로 시작한 정령 지니의 이야기는 영국에서 지니가 전파에 모래 먼지로 부스러지며 끝나게 된다. 정령이 말하는 이야기란 영화 밖 현실에는 당연히 존재하지 않았을 일종의 창작 썰이다. 여기서 정령과 그에 반하는 현실의 대립이라는 구조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래픽으로 존재하니 실재하는 정령과 실재하니 그래픽으로도 표현될 수 있는 현실이라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서로의 존재 사유를 아예 엮어버린다. 그러니 영화는 정령의 소실로 끝나지 않는다. 잠깐이나마나 그들이 소통하며 함께하는 잠깐의 순간들을 주목한다.


조지 밀러는 "3000년의 기다림은 反-매드맥스적인 영화"라고 말하였다. 감독이 밝힌 이유는 다음과 같다. 분노의 도로는 남아프리카(나미비아)의 사막에서 대부분이 촬영된 반면 3000년의 기다림은 기본적으로 실내에서 촬영됐다는 점, 그리고 2박 3일의 이야기였던 분노의 도로와 달리 삼천년의 기다림은 3000년의 세월을 다룬다는 점이다. 확실히 삼천년의 기다림은 분노의 도로보다는 더 나아간 지점에 위치한 영화로 보인다. 대부분을 지구상에 진짜로 위치하는 나미비아의 사막에서 촬영했으나 실재 사막에 대한 가짜 사막의 통보와도 같았던 분노의 도로와 달리 해당 작품은 그 둘을 완전히 엮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업으로 보았을 때 퓨리오사 역시 분노의 도로보다 더 나아간 위치에 놓인 영화이다. 세계를 관통하는 실재 사막과 cg 세계의 존재 방식이 같다면 아예 가짜 사막으로 영화를 구성해버리면 안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영화의 시작을 보자. 스크린은 우리의 지리적 상식을 기반으로 한 지구의 모습을 시작으로 해 호주 대륙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도달불능점'으로 추락한다. (실제 풍광이 초원 지대의 모습이라고는 하지만) 호주 대륙의 도달불능점에는 당연히 녹색의 땅이라는 파라다이스가 존재하지 않는다. 퓨리오사는 처음부터 우리가 가짜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전개할거라고 관객에게 포고한다.


챕터 3 "도주"의 액션씬이 시작되기 전 사막의 지평선과 도로에 나타난 임모탄의 문장은 영화의 가짜 사막에 대한 자신감 같아 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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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퓨리오사에는 삼천년의 기다림에서 나타난 이야기의 환상성도 같이 딸려온다. 영화의 마지막 챕터 "복수 저 너머로의"의 공간이란 본작 가운데에서도 가짜 티를 유난히 많이 내는 순간들로 꽉 차있다. 그럼에도 환상에 가까운 그 공간에서 이뤄진 액션. 그리고 뒤이어 나타난 엇물리는 디멘투스의 처분에 대한 여러 가설들은 도달불능점에 대한 거짓으로 시작한 허황된 이 영화 자체가 공간과 같은 숙명을 지님을 말하는 듯하다. 3년전쟁, 장미전쟁, 아편전쟁 같은 현실의 전쟁에 이어 등장하는 디멘투스와 임모탄 세력 간의 <40일 전쟁>을 구술하는 장면을 생각하면 더더욱.


여기서 드니 빌뇌브의 <듄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듄도 마찬가지로 압도적인 그래픽으로 가짜 사막을 만든 사례이나 드니 빌뇌브는 어떠한 종류의 공간/장을 형성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예를 들어 라반이 프레맨의 본부를 공격하는 장면, 샌드웜이 대거 동원된 <듄2>의 마지막 장면이 그러하다. 전자의 경우를 보자. 먼지 구름으로 시작해 어둠으로 화면을 물들였다가 다시 하늘로 솓구침까지. 여기에는 일종의 공간감을 형성할 수 있는 순간이 보이지를 않는다. 이 장면 뿐만 아니라 듄 영화의 상당부분이 이런 성질을 취하고 있음에서 <듄>이 가상의 사막을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도 생생히 존재하는 공간으로서 '가짜 사막'을 선보이겠다는 목표와는 매우 동떨어진 영화임을 알 수 있다.


분노의 도로와 퓨리오사는 가짜 사막이라는 가상의 무대에서 현실의 물체들이 독립적인 액션을 선보이는 것을 허용하지만 빌뇌브의 듄에서는 그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나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 듄에 전혀 정이 가질 않는다. 난 차라리 전자에 부합하는 <존윅4>가 훨씬 맘에 든다.




여담) 가짜 사막도 졸라 유치하고 뜬금없게 나오면 화가 난다. <바르도>의 그 무성의한 결말부의 사막 등장은 수십번 생각해도 웃음이랑 쌍욕 밖에는 안 나온다. 수많은 공간을 화합시킬 장으로서 대충 뗌방칠하겠답시고 등장시킨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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