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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소설핫산) 피폐) 블루 아카이브를, 다시 한번 #20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1 00: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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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20자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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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화


사랑과 용기와 평화를 위해[용사 이외의 평온을 위해]




"아리스쨩? 저기, 아리스쨩......"

"으으...... 안 돼. 전혀 반응해주질 않아."


사건으로부터 대략 36시간 후――게임개발부, 부실동 복도에서.

게임개발부 문 앞에서 의기소침해 있는 두 사람, 유즈와 미도리는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게임개발부 문 앞에서 계속 말을 걸었다. 그러나 안에 있어야 할 아리스에게서 대답은 없고, 조금 전부터 같은 일이 반복될 뿐.


베리타스의 부실이 무너지고 선생님이 중상을 입은지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아리스는 눈을 떴다. 처음에는 C&C를 비롯한 다수의 학생들이 그녀를 경계했지만, 일어난 그녀의 눈동자는 평소와 같은 푸른색이었고 적의도 없으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는 모습이었다.

그야 그렇겠지. 눈을 뜨니 C&C 전원에 더해 무장한 드론 집단에게 포위당해 있었으니까. 곁에 게임개발부의 유즈와 미도리가 없었다면 그녀는 혼란스러운 나머지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그 후 가벼운 청취와 기억 유무를 질문받은 아리스는 당황하며 모든 물음에 솔직하게 답했다.

거기서 그녀는 알게 된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어째서 자신은 C&C와 무장한 드론에 둘러싸여 있는지――자신이 무엇을 해 버린 것인지.


구체적인 부상 정도는 알 수 없지만 선생님은 지금도 밀레니엄의 치료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듯 하다. 선생님의 현재 위치는 기밀 정보로 취급되어 게임개발부에도 알려져 있지 않다. 아마 파악하고 있는 건 세미나 임원 일부와 독자적인 정보망을 가진 베리타스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모모이는 구조 후 심한 착란에 빠져 일시적인 조치로 외상의 치료를 겸해 보건실에서 휴양을 통보받았다. 어제부터 게임개발부는 유즈, 미도리, 아리스 세 명이 되었다.

그리고 결국 그 사건은 『사고』라 판단되어 평소대로 아리스는 일반학생으로서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그녀는 그날부터 계속 게임개발부 부실에 틀어박힌 채다.

그것은 하루가 지난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미도리의 허가를 받고 보건실에서 휴양하고 있는 모모이의 방에서 하룻밤을 지새운 유즈는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는 아리스에게 어깨를 떨군다.

그로부터 말을 건지 몇 시간이 지났을까? 그만큼 그녀가 받은 마음의 상처는 깊고 큰 거겠지.


"유즈쨩, 오늘은 이제......"

"......그러네."


미도리의 힘없는 목소리에 유즈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두 사람은 반창고가 붙은 손끝을 꼬며 게임개발부 문을 향해 중얼거렸다.


"아리스쨩, 어, 음...... 내일 또 올게."


목소리는 복도에 공허하게 울리고――역시 대답은 없다.

다시 일어서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그것은 두 사람도 알 수 없다. 다만 왠지 모르게 게임개발부가 뿔뿔이 흩어질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하나 또 하나씩 톱니바퀴가 어긋나는 듯한 그런 예감.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복도를 걸어 기숙사로 돌아가는 두 사람.


그런 두 사람 앞에 그림자 하나가 드리운다.


"미도리, 유즈."

"......?"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누군가. 두 사람의 발걸음이 멈추고 숙였던 얼굴이 천천히 올라간다. 그렇게 시야에 들어온 것은 익숙한 교복에 한쪽이 접힌 고양이 귀 헤드폰을 착용한 소녀. 그것을 본 두 사람의 표정이 서서히 경악으로 물들어 간다.


"어, 언니......!?"

"모모이......!"

"야호! 보건실은 게임 금지인데다 아무것도 없으니까 빠져나와버렸어!"


그렇게 말하며 환히 웃는 모모이. 거즈가 붙은 뺨에 반창고투성이인 손바닥. 아직 완치된 건 아닐 거다. 하지만 그녀는 태연한 모습으로 이 자리에 서 있었다. 두 사람은 황급히 모모이에게 달려가더니 그녀의 손을 잡으며 묻는다.


"어, 언니, 이제 돌아다녀도 괜찮은 거야!?"

"그, 부상이라든가, 어, 이런저런, 기분이라든가......!"

"응응! 이제 괜찮아. 기운 가득이야!"


모모이는 뺨이나 팔에 거즈를 붙인 채 한껏 힘찬 미소를 짓는다. 확실히 부상은 다 낫지 않았다. 그래도 선생님과 비교하면 대체로 경상이라 해도 좋다. 무엇보다 키보토스 학생은 상처의 회복이 빠르다. 약간의 부상이라면 내버려둬도 제멋대로 낫는다는 얘기다. 모모이가 보건실에서 요양을 통보받은 것은 심정적인 부분이 컸다.


"선생님 일은 보건실에서 들었어. 면회...... 사, 사, 사주였나? 그래서 병문안도 갈 수 없고 만약을 위해 장소도 가르쳐줄 수 없다니, 정말로 세미나는 쪼잔하단 말이지!"

"언니, 면회 사절이야......"

"――아, 아무튼! 그래서 또 억지로 세미나에 시비를 걸어도 선생님에게 폐가 될 테고, 그래서 부실로 돌아왔는데!"


실수를 지절받은 모모이는 얼굴을 붉히고 말이 빨라진다. 그리고 아직 닫힌 게임개발부의 문으로 눈을 돌리며 그녀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래서, 아리스는――"

"어, 음, 그게, 부실에 계속 틀어박혀 버려서......."

"밥도 안 먹고, 우리도 걱정돼서 매일 말을 걸고 있지만――"

"......"


두 사람은 나약하게 대답하고 손끝을 맞대며 고개를 숙인다. 문 자체는 잠겨 있지 않다. 다만 그녀들에게는 발을 디딜 용기가 없었다――아리스 자신에게 감도는 기척이 모두를 거절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모모이는 두 사람의 얼굴을 흘끗 보고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문 앞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언니."

"내가 어떻게든 할게."


등 뒤에서 미도리가 말을 걸자 모모이는 의연한 태도로 대답했다.


"아리스가 나쁘다니,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미도리도 유즈도 그렇지?"

"으, 응."

"그건, 물론......"

"그럼 주저할 필요 없어."


돌아보며 묻는 모모이에게 유즈도 미도리도 명확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번 건은 안타까운 사고였다. 아프고, 무섭고, 괴롭고――선생님은 아직 눈을 뜨지 않았다.

하지만 그 원인이 아리스냐고 물으면, 그녀들은 고개를 젓는다. 확실히 그녀는 선생님에게, 자신들에게, 여러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리스가 스스로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걸 게임개발부의 모두는 알고 있다. 그것은 엔지니어부도, 베리타스도 마찬가지일 터.

누구도 아리스를 나쁜 사람으로 대하거나 하지 않는다――그녀는,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상처입히거나 하지 않는다.


"――선생님도 분명 그렇게 말할걸!"


모모이는 가슴을 펴고 그렇게 단언할 수 있었다. 이 자리에 서 있던 사람이 자신이 아닌 선생님이었다고 해도 분명 똑같이 말했을 거라고.

문 앞에 선 그녀는 천천히 주먹을 쥐고 게임개발부의 문을 두드린다. 소리는 안으로 또렷하게 들리고 있을 것이다.


"아리스?"

『―――......』

"아리스, 들어갈게."


대답은 없다――알고 있던 일이다.

그렇기에 모모이는 한마디 한 후 천천히 문고리를 비틀었다.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 노후화된 문은 쉽게 안을 드러낸다. 커튼이 쳐져 불빛 하나 없는 실내. 그날, 베리타스에 가기 전 놀던 그대로 바닥에 구르는 게임기와 컨트롤러, 패키지, 다음 게임개발을 위해 그리고 있던 기획서――그것들을 지나 부실 안으로 걸음을 옮기자 아리스는 무릎을 끌어안은 모습으로 방 구석에 웅크려 있었다.


"――아리스."

"읏.....!"


무릎에 파묻힌 아리스의 표정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모모이가 말을 걸자마자 알기 쉽게 그 어깨가 움찔했다.


"......모, 모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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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하게 들리는 옷 스치는 소리, 아리스가 파묻었던 얼굴을 들고 어두컴컴한 부실 안에서 모모이와 아리스의 시선이 교차한다. 향하는 푸른 눈동자에서는 여러가지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공포, 초조, 불안, 후회, 죄책감과 걱정, 뒤섞인 그것이 아리스의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어두운 분위기를 가속시킨다.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모모이는 아리스의 곁에 쪼그리고 웃는 얼굴을 하며 가능한 한 온화한 음색으로 말을 걸었다.

아리스의 표정은 지쳐 보였다. 사건 후 그대로 옷을 갈아입지도 않은 거겠지. 흙먼지와 약간의 피가 묻은 교복. 늘어진 검은 머리가 힘없이 흔들린다.


"아리스, 계속 밥 안 먹고 있었지? 그럼 몸 상태가 안 좋아질 거야...... 같이 학식 먹으러 가자? 그게 싫으면, 뭐라도 사올게."

"......"

"......아리스."

"미, 미안해요, 모모이."


쥐어짜낸 아리스의 목소리는 극도로 쉬어 있었다.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건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서인가, 어쩌면 자신에게 눈물을 흘릴 자격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옷을 강하게 움켜쥐고 떨리는 입술로 말을 이어가는 그녀는 고개 숙인 채 자신을 끌어안는다.


"아리스...... 아리스 때문에 선생님이 심하게 다쳤습니다."


아리스는 자신이 한 일을 이해하고 있다.

자신이 눈을 떴을 때――많은 사람이 상처받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녀의 흔들리는 시선이 모모이를 포착했고 그녀의 뺨에 붙은 거즈를 보고 있었다.


"모모이도, 잔뜩 상처 입었습니다. 무서운 경험도, 잔뜩...... 유즈도, 미도리도, 다른 모두도....... 잔뜩, 잔뜩 상처 입었습니다."


――전부, 아리스가 한 일입니다.


아리스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다시 자신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는다. 조금씩 떨리는 어깨는 자책감에 짓눌릴 것 같은 그녀의 마음을 드러낸다. 모모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그녀 옆에 앉았다. 복도에서 들어오는 불빛이 순간적으로 차단되고 유즈와 미도리가 조용히 부실로 들어와 아리스의 곁으로 걸음을 옮긴다.


"어째서 그렇게 된 건지, 아리스도 알 수 없습니다. 마치....... 마치 아리스가 모르는 『세이브 데이터』가 아리스 안에 있는 것 같은 감각에, 깨달았을 때는 이미 모든 게 끝나 있어서――"


아리스가 그녀들에게 빛의 검을 겨눴을 때의 기억은 없다. 지금 이렇게 진실을 알고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리가 없다. 그런 짓을 자신이 할 리가 없다. 그런 이유도, 감정도 자신은 품고 있지 않을 텐데.

하지만 아무리 부정해도 과거는 변하지 않는다.

아무리 기억에 없다 해도, 기록으로 새겨진 진실.

자신은――결코 상처입혀서는 안 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다.


"아리스는....... 이제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없습니다. 또 같은 일을 해버리는 건 아닐까,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되고......! 아리스는, 무서워요.....!"

"아리스......"

"아리스쨩......"

"......아리스, 쨩."


아리스의 시선이 모모이에게, 미도리에게, 유즈에게, 동료들에게 향한다.

꽉 움켜쥔 두 손, 옷 너머로 그녀의 손톱이 피부에 파고든다. 아리스가 이렇게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고 혼자 틀어박혀 있던 이유――그것은 두려웠기 때문이다.

또 언제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건 아닐까.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몸이 이번에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건 아닐까.

아리스는 단지 그것이――그것만이 무서워서 견딜 수 없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아리스는――......!"

"맞아, 네가 저지른 일――그건 뒤집을 수 없는 사실이지."


참회하듯 목소리를 높인 아리스의 앞에――그림자가 뻗어 있었다.

게임개발부에 모여 있던 멤버들, 그 등 뒤에서 던진 말. 그것에 어깨를 움찔하며 뒤돌아보는 게임개발부의 네 사람.


"......!?"

"누, 누구――!?"


복도에서 들어오는 빛, 그 그림자에 가려진 그녀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는다. 태블릿을 한 손에 들고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인물은 지독하게 차가운 기색을 몸에 두르고 있다. 아리스의 곁에 붙어 있던 모모이는 유즈와 미도리, 그리고 아리스를 감싸듯 앞으로 달려나가 앞을 가로막은 인물과 대치하며 외친다.


"여기는 게임개발부 부실이야! 관계자 이외엔 출입――"

"기본 원칙 상 세미나 임원은 사전 고지 없이 각 부활동 출입이 허용되어 있어. 권고를 실시한다면――더더욱."

"!?"


세미나――그 말을 들은 전원의 몸이 경직된다. 그녀가 입은 제복은 검은색으로 통일되어 있고 안에 껴입은 흰 터틀넥이 유일하게 어둠 속에 드러나 있었다. 어렴풋이 익숙해지는 시야 속에 가슴팍에 매달린 플레이트가 눈에 들어온다.

새겨진 학교 휘장은 밀레니엄의 것, 그 밑에 적힌 소속은――


"다, 당신은......"

"세미나......?"

"학생, 회장......!?"

"그래, 역시――우려했던 대로 되어 버린 모양이네."


그녀들의 눈앞에 선 인물, 그것은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의 정상에 선 세미나의 장――츠카츠키 리오.

그녀는 어둠 속에서도 시인할 수 있는 붉은 눈동자로 게임개발부 멤버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학생회장의 방문, 거기에 눈에 보일 정도로 침착함을 잃은 세 사람. 유즈와 미도리는 리오의 표정을 응시하며 당혹스러운 목소리를 흘린다.


"하, 학생회장이, 어, 어어, 어째서, 이런 곳에......"

"펴, 평소에는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너희들에게."


그런 그녀들의 당황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리오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래, 너희들에게 진실을 가르쳐 주러 온 거야."

"지, 진실.......?"


진실이란, 대체.

유즈가 곤혹스러운 목소리로 되묻자 리오는 곧은 자세로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은 채 말을 이어간다.


"맞아, 너희들은 이전의 사건에서 한 가지 생각에 도달하지 못한 걸까?"

"어......?"

"뭐, 뭐야, 갑자기......"

"지금까지 친구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보여준 또다른 모습. 그리고 동시에 생긴 파괴와 혼란――거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을 테지."


의심과 불안으로 얼룩진 그녀들 앞에서 리오는 손끝 하나를 세운다. 그리고 그 끝을 완만한 동작으로 아리스에게 향했다. 지난 소동에서 생긴 파괴와 혼란, 거기서 생기는 의심――그것은 즉.


"지금까지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건, 그렇지 않고 자신들과는 다른 존재일지도 모른다――라고."

"......!"


그 말에는 다분히 악의가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적어도 게임개발부의 모두에게는 그렇게 들렸다. 순간 모모이가 발끈하고 눈앞의 리오를 노려보며 외친다.


"뭐, 뭐야 그게......! 무슨 의미!?"

"무슨 의미고 뭐고, 그대로의 의미인데."

"아리스가 우리와는 다른 존재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아, 아리스쨩은, 우리와 같은, 게임개발부 동료고......!"

"알았어...... 그러네, 너희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격분하는 모모이와 미도리를 보며 아무래도 설명이 부족했다고 생각하는 리오. 그녀는 두 사람에게 손바닥을 펼치며 냉정한 표정으로 말을 건넨다.


"너희들의 뒤에 있는 학생――소녀의 외모를 갖춘 【저것】은, 평범한 학생이 아니야."


기계적으로 담담하고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게――그녀의 말은 너무나 무기질적이라 듣고 있는 사람에게 마치 설명서를 낭독하는 듯한 번잡함을 느끼게 했다.


"너희들이 아리스라고 이름 붙인 저것은 미지로부터 침략해 오는 『불가해한 군대[Divi:sion]』의 지휘관이며 이름 없는 신을 신봉하는 무명사제가 숭배한 『오파츠』이자 과거의 주민들이 남긴 유산......"


그 이름도――【이름 없는 신들의 왕녀 AL-1S】.


리오가 말한 그것이 전원의 귀에 닿는다. AL-1S――그것은 확실히 아리스를 발견한 장소에 발견한 뭔가의 기호, 혹은 아리스를 나타내고 있었을 형판. 모모이는 그것을 비틀어 그녀에게 『아리스』라는 이름을 주었다.

그 일을, 기억하고 있다.

유즈는 몇 발짝 뒷걸음질치며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와, 왕, 녀......?"

"그래, 맞아――저건,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간단한 존재가 아니야."

"무, 무슨 소린, 가요......!?"

아리스가 목소리를 높였다.

놀란 표정으로 모모이가 돌아서자 아리스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으로 가슴팍을 움켜쥐고 전신에서 최대한으로 부정하고 있었다.


"아, 아리스는....... 아리스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마, 맞아! 뭘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뇌내망상이라면 혼자서 해! 아리스에게 이상한 속성을 추가하지 마!"

"모, 모모이......"

"왕녀인지 유산인지 신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작스럽게 그런 의미불명인 이야기를 하다니 영문을 모르겠어!"


아리스에게 달려가 그녀의 손을 움켜쥐고 전력으로 외치는 모모이. 거기에는 눈앞의 리오에 대한 적의가 아른거리고 있었다. 숨을 삼키는 유즈와 미도리. 하지만 그녀들도 금세 입술을 굳게 다물고 아리스를 감싸려는 듯 달려간다. 대치하는 리오와 게임개발부. 그런 광경을 시야에 넣은 리오는 잠시 침묵하더니 사과를 입에 올렸다.


"――미안, 내 배려가 부족했나 보네."

"으에!?"

"갑자기 이런 말을 들어도 혼란스러운 건 당연해. 하물며 겉모습은 우리와 대단히 흡사하니까 그런 감정에 사로잡히는 것도 어쩔 수 없지...... 어쩌면 원래부터 『군중에 녹아들도록』 만들어져 있을 가능성도 있고――"


왠지 입술에 손가락을 얹고 뭔가를 중얼거리는 리오. 잠시 말없이 생각에 잠겼던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자신과 대치하는 네 사람을 바라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네, 좀 더 알기 쉽게――그래, 너희들이 좋아하는 게임에 비유해볼게. 비유적 표현은 때때로 본질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있지만, 이해를 우선한다면 나쁜 선택은 아니니까."

"게, 게임......?"

"맞아. 너희들이 이전에 수상한 밀레니엄 프라이스의 작품――RPG[롤플레잉 게임]였던가? 그런 종류는 잘 다루지 않지만 심포지엄에서 최신 테마는 들은 적이 있고, 최근 활동 실적은 파악하고 있어."

"테, 테일즈 사가 크로니클 2를......?"

"아아, 확실히 그런 타이틀이었지."


조심스레 중얼거린 유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리오는 단말을 한손에 들고 아리스에게 시선을 향한다. 너무 많은 것을 이해시키는 건 어렵다. 그렇게 판단한 그녀는 간결하게, 그리고 그녀들에게 가까운 것에 비유해 들려주기로 했다.


"그렇지, 짧고 간결하게 정리할게. 즉, 아리스. RPG에서 너는――이 세계를 멸망시키기 위해 태어난 【마왕】이야."

"뭐......!?"

"아리스가, 마왕......?"


놀란 표정으로 굳어지는 아리스――게임개발부.

그것은 알기 쉽기 때문에 더없이 강한 충격을 그녀들에게 안겨주었고, 그 심장의 고동을 키웠다. 섬뜩한 무언가가, 불쾌한 감각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그것은 예감이었다.

뭔가, 뭔가가 변화할 예감.


"마, 마왕이라니......!? 그럴 리가 없잖아!"

"맞아요, 언니 말대로예요! 어째서 그렇게 심한 말을 하는 거죠!?"

"읏......!"

"지금 표현으로 이해할 수 없는 걸까?"

"하,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아리스가 마왕이라던가, 그것도 어차피 멋대로 망상한 설정이잖아......!?"

"그래, 끝까지 부정하는 거구나――그럼 반대로 묻고 싶은데, 너희들은 직접 보지 않았어? 불가해한 군대, 그 기계들과 아리스가 접촉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불가해한 군대라니...... ㄱ, 그, 기묘한 로봇 얘기......?"


생소한 명칭, 그것을 유즈가 언급하자 리오는 명확한 동작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본래는 그런 사태가 되지 않고 끝날 예정이었지만...... 완전히 이쪽의 실수야. C&C와 AMAS를 통해서 전부 추적했다고 생각했는데――설마 감시망을 뚫고 들어온 개체가 있었다니."


한숨을 섞어 내뱉은 말. 리오는 폐허에 존재하는 불가해한 군대――기계들에 대해 조기에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C&C, AMAS라 하는 자신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전력을 이용해 비밀리에 처리・방위를 실시하고 있었지만 결국은 자치구내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말았다. 그 일에 리오는 깊이 반성하고 있다.


"그 일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할게. 밀레니엄의 방위는 세미나――그리고 내게 부과된 책임이야."

"사, 사과라니......"

".......하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내 가설은 증명됐어."


전원에게 작게 머리를 숙여 사과하는 리오.

그러나 동시에 이번 습격으로 자신의 가설은 증명됐다고 자부한다.

그 붉은 눈동자가 똑바로 아리스를 포착하고 있었다.


"너희들이 접촉하고 데려온 그것은 폐허에서 흘러나온 재앙, 밀레니엄에...... 나아가 키보토스 전역에 종말을 초래하는 악몽 그 자체야. 아리스의 존재가 폐허에서 녀석들을 불러오고 있다는 내 가설은 옳았어."


――어쩌면 불러들이고 있는 건 그녀 안에 간직된 【본질】인가.


어쨌든 위험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리오는 의연한 태도로 그녀들 앞에 서서 어디까지나 이지적으로 말을 늘어놓는다.


"이번에는 운 좋게도 소수의 개체와 접촉하는 데 그쳤지만, 다음에는 분명 이 정도의 피해로는 끝나지 않아."

"그, 그게, 대체, 무슨......?"

"그건 첨병에 지나지 않아. 왕녀를 지키고 적대자를 배제하는 창이자 방패, 그것 하나하나의 전투 능력은 위협적이지 않아. 문제가 되는 건 저것이 군체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그들의 본선[진수]이 나타나 왕녀가 옥좌에 자리잡았을 때 밀레니엄에, 아니, 키보토스 전역에 본격적인 파멸이 찾아오고 말 거야."


적어도 그녀가 이끌어낸 답에서는 그런 결말이 예상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미래를 그녀는 용납할 수 없다――그것을 위해 배제해야 할 리스크는, 명백하다.

붉은 안광이 아리스를 꿰뚫고, 진지한 모습으로 물음을 이어간다.


"그렇게 되면 다음에는 누군가가 죽을지도[헤일로가 파괴될지도] 몰라――아리스, 네 곁에 있는 누군가가, 혹은 전혀 관계없는 제3자가."

"......!"

"그건 네가 가장 잘 이해하고 있겠지?"

"―――......"


질문받은 아리스의 뇌리에 스쳐지나가는, 눈을 떴을 때의 광경.

자신을 내려다보는, 강한 경계심이 묻어나는 네루의 눈빛. 선생님을 부르는 소리, 상처입은 게임개발부 동료들, 눈물 흘리며 그녀들이 내려다보는 것은 검붉은 피투성이의 선생님.

베리타스의 모두가, 게임개발부 동료들이, C&C가 선생님을 부른다. 아리스가 몸을 일으켰을 때 거기에는 확실히 비극이, 참극이, 강한 슬픔과 원치 않는 미래가 펼쳐져 있었다.

그래, 자신은 이제 그런 비극을, 슬픔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기에.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단 하나."

"......해결하는, 방법."

"그래."


망연자실한 아리스의 중얼거림에 리오는 화답한다.

비극을, 슬픔을 낳지 않고 해결하는 방법.

선생님, 동료를――상처입히지 않는 방법.

그 시선이 아리스의 눈동자, 그 깊은 곳에 호소한다.


"그건――아리스, 네가 사라지면 돼."

"뭐......!?"


그 말에 전원의 말문이 막힌다.

농담인가? 아니, 리오의 눈동자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녀는 진지하게 말하고 있었다. 아리스가 사라지면 모든 것은 해결된다고. 적어도 리오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간 리오는 다그치듯 아리스에게 말을 던진다.


"아리스, 너는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존재야."

"존재, 해서는...... 안 된다?"

"그래, 네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주위는 불행해지고 상처받아 버려――그런 존재[물건]는 시급히 배제해야 겠지? 네가 사라지면 모든 게 해결돼. 이제 아무도 상처받지 않고 끝나는 거야."

"그, 럴 수가――......"


아리스의 시선이 자신의 양손으로 떨어지고, 떨리는 손끝이 보인다. 뚝뚝, 뭔가가 떨어졌다. 그것은 아리스의 두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울지 않을 거라고, 울어서는 안 된다고, 모두를 상처입힌 자신에게 그럴 자격은 없다고, 그렇게 되뇌어 온 그녀가 보이는 눈물이었다.

가슴이 조이는 듯한 기분. 처음으로 게임을, 테일즈 사가 크로니클을 플레이하며 맛본 감동, 새로운 세계를 모험하는 즐거움, 그것을 끝내는 애틋함, 적막감――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자신의 깊은, 가장 깊은 부분에서 솟아오르는 감정.


자신이 사라지면――누구도 상처입지 않아도 된다.

그것은 멋진 일이다.

아리스 자신이 원했던 일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아, 아리스는, 단지...... 용사, 가......"


떨리는 입술로 말을 꺼낸다.

혀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가짜 심장이 경종을 울리고 전신을 도는 피가 어는 것 같다.

시야가 번지고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목이 굳어진다.

모두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싶은 게 아니다.

자신은――아리스는.


"다, 단지, 모두와 함께, 게임을...... 퀘스트를 하고 싶어서......"


아아, 그래.

특이할 것 없는 일상을.

어디에나 있을 듯한 흔한 행복을.

함께 게임을 하고, 다양한 세계를 모험하고, 즐거움을 공유하고.

여러 학생들과 교류하고, 가끔 부딪치거나 싸우기도 하고, 그래도 마지막에는 웃는 얼굴로 동료가 되고.

조금씩 색을 더해가는 세계, 퍼져가는 세계를 동료들과, 게임개발부와, 선생님과 함께 돌아다니며 경험을 쌓고,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이 멋진 세계 속에서 모두와.

모두와――함께 모험[퀘스트]을 쭉, 계속 해나가고 싶어서.

그리고 언젠가.

언젠가 먼 미래에――


――훌륭한 용사가 되고 싶어서.


"하, 함께...... 놀고, 싶어서――!"

"――아니, 그건 이뤄질 수 없어."


굵은 눈물로 흐느끼며 외치는 희망의 목소리. 희미해서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한 그것, 아리스가 바라는 행복, 일상.

리오는 그녀가 말하는 미래를 잘라냈다.


――텐도 아리스는 배척당해야만 한다.


밀레니엄을 위해.

아니――키보토스 전역에 사는 학생[생명]들을 위해.


"그렇지, 나는 게임의 내용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사전적인 지식이라면 있어. 그렇기에 네게 한 가지 질문을 할게."

"질, 문......"

"맞아. 너는 용사를 자칭하고 있는 모양인데――용사라는 건 친구[소중한 사람]에게 칼을 겨누고, 상처를 입히고, 슬프게 하는 존재일까?"

"아.......――"

"오히려 네가 이번에 한 일, 주위에 상처를 주고 파괴를 초래하는 건――......"


힘없이 웅크려 눈물을 흘리는 아리스. 리오는 그런 그녀를 향해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책망하는 듯한 기색을 동반하며 물었다.


"세계를 멸망시키는――마왕[악역]이 아닐까?"

"아리스쨩!"


순간, 미도리는 아리스에게 달려가 그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마치 그녀가 말하는 독으로부터 보호하듯, 그 말을 듣지 않아도 된다는 듯, 아리스의 귀를 가리고 눈물 흘리며 리오를 노려보았다.


"이런 말, 들을 필요 없어......!"

"미, 미도리......"

"학생회장이 괴짜라고는 들었지만 이런 사람일 줄이야!"


거기에는 적의가, 증오가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제3자가 자신들의 동료를 나쁜 사람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그 사실에 미도리는 참지 못하고 화를 내고 있었다. 강하게 끌어안는 팔, 노려보는 눈동자에서 전해지는 격정. 리오는 그것을 마주하고도 여전히 태연하게 서있다.


"미도리 말이 맞아!"

"언니......!"

"이런 끔찍한 사람의 말 같은 건 들을 필요 없어! 그렇게 아리스를 괴롭혀서 즐거운 거야!? 도깨비! 악마! 유우카――가 아니라, 어 그러니까! 사람도 아니야!"

"......괴롭힐 생각은 아니었지만."


모모이의 말에 어깨를 움츠리는 리오――그녀는 어디까지나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적어도 자신은 그렇게 믿고 있다. 예상이나 억측을 내포하고 있다 해도 거기에는 제대로 된 배경이 존재하고 있다. 수집하고 분석한 데이터, 문헌이나 실제로 발을 움직여 확인한 사실, 그러한 단편을 연결하여 연산한 그녀의 결론.

거기에 감정이나 사적인 원한 같은 변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만은 단언할 수 있다.


"거기에, 진실을 외면하는 건 배려가 아니야. 그것은 단지 현실 도피에 지나지 않을 뿐――져야 할 책임의 포기는 지극히 비합리적인 행동이야."

"합리적이든 비합리적이든 그런 건 상관없어! 아리스는 마왕 같은 게 아니야! 우리들의 동료니까!"

"하아...... 아리스의 본질을 보고도, 상처를 입고도 여전히 너희들은 그렇게 말하는구나."

"그래, 상처입었어! 아팠고, 무서웠고, 눈물도 잔뜩 흘렸어......!"


모모이는 두 손을 꽉 쥐고는 힘껏 외친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울컥했다. 알 수 있을 리가 있나. 아픔과 나른함에 눈을 떴을 때 자신을 끌어안은 소중한 사람이 바로 옆에 있고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을 때의 충격 같은 건――누구라 해도.

아팠고 말고, 무서웠고 말고, 부끄러움도 체면도 없이 울부짖으며 여동생에게 매달렸다. 지금도 완전히 두려움이 사라진 건 아니다. 자칫하면 무릎이 떨리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그녀의 웃는 얼굴은 겉치레다. 동료의 앞, 여동생의 앞, 아리스의 앞, 아무것도 아닌 듯이 필사적으로 꾸미며 평소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 마음은 너덜너덜했고 지금도 여전히 구멍투성이다. 사실은 웅크리고 앉아 우는 소리를 하고 싶다.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 사과하고 싶다. 잔뜩, 잔뜩 사과하고 싶다. 약한 소리를 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토해내고 싶다.

하지만――.


"그래도!"


모모이는 눈물 흘리며, 발을 구리며 외쳤다. 그 마음은 구멍투성이지만――그럼에도 그 뒤에 소중한 동료들이 있었다. 친구가 있었다. 그것은 모모이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두 팔을 벌리고 그 등에 게임개발부 모두를 감싸며 소리친다.

그 안에는――언제라도 아리스[친구]가 있었다.


"아리스가 그런 일을 원하지 않을 거라고, 우리는 믿고 있는걸!"

"언니......!"

"모, 모모이......!"


유즈가, 미도리가, 그녀의 외침에 미소를 짓는다.

그렇다. 마음은 똑같았다. 게임개발부는 언제나 아리스의 편이다. 그녀가 그런 일을 바랄 리 없다고 믿는다. 그녀가 키보토스에 악의를 초래할 리가 없다고 믿는다.

아리스는――언제나 그녀들에게 있어서 용사였다.


"......다들."


자신을 끌어안고, 지키고, 가로막고 있는 동료――게임개발부.

그 등을 바라보며 아리스는 가슴이 조여오는 듯했다. 그것은 고귀한 것이다. 기쁘디 기뻐서 목놓아 울고 싶을 정도로.

그렇기에 아리스는 생각한다.

그런 상냥하고, 소중하고, 둘도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더 이상 상처 주고 싶지 않다.

그녀들이 소중하기 때문에, 동료이기 때문에――아리스는 다시 자아를 잃는 걸 두려워한다.


"아리스는......"

"――?"

"아리스는...... 아리스는,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은 건가요......?"


그래서 그녀는 묻는다. 눈앞의 존재에게. 해법을 가지고 있다 말하는 그녀에게.

힘없이 중얼거리는 아리스의 목소리. 그에 반응한 리오는 어깨를 움츠린다.


"......아리스는 이제 모두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습니다....... 소중한 모두에게, 더 이상 그런 슬픔은――"

"......아까도 말했지만 모든 건 아리스, 네가 여기 존재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거야."


원인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그 대처법 또한 단순하고 간결하다고 리오는 말한다. 입술을 꾹 굳게 다문 게임개발부가 리오를 책망하는 듯한 시선으로 꿰뚫는다. 아리스를 격리할 생각인가, 아니면 밀레니엄에서 추방하고 어딘가에 가둘 생각인가. 그런 상상이 자꾸 뇌리를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다면 이야기는 간단해. 존재하기에 상처를 준다면――폭탄은 안전한 곳에서 해체하면 될 뿐."

"폭, 탄.......?"

"......조금 이해하기 힘들었을까."


굳이 우회적으로 말한 것은 리오 자신이 직접적인 형태로 전달하는 걸 주저했기 때문일까. 한 박자 틈을 둔 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말했다. 그 손끝이, 아리스의 헤일로를 가리킨다.


"즉 아리스――네 헤일로를 파괴[너를 살해]하면 모든게 해결되는 거야."

"―――"


방에 있는 전원이 말을 잃었다.

그것은 자신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악랄하고, 견딜 수 없고, 돌이킬 수 없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헤일로를 파괴한다.

그것은――즉.


"아아, 미안해. 헤일로를 파괴한다는 건 정확하지 않았을까? 너의 그것이 정말 헤일로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고...... 학생도 아닌 네가 어째서 헤일로를 가지고 있는지, 그저 기계인 네가――그 점은, 그래, 그 광기에 휩싸인 AI와 마찬가지."

"헤일, 로를...... 파괴――?"

"그래, 만약 그렇다면 더더욱 너를 내버려 둘 수는 없어――너는 분명히 이 키보토스 전체를 집어삼키는 악몽 그 자체니까."

"――지마."


모모이는 떨리는 두 손을 강하게 움켜쥔다. 동시에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리오에게 단숨에 달려들었다.


"웃기지 마!"

"......"


모모이는 리오의 옷깃을 잡더니 전력으로 끌어당기며 소리친다. 키차이로 살짝 등을 구부린 리오, 그러나 여전히 가면 같은 표정으로 모모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표정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헤일로를 부수겠다니, 그거 진심으로 말하는 거야!? 그런 거 받아들일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 말은! 그 말은 즉, 아리스를 【죽인다】라는 거지!?"


귀기 어린 표정이었다. 분노를 넘어선 증오, 그것이 모모이의 눈동자 속에 아른거린다. 리오는 그런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조금은 두눈을 가늘게 떴다. 거기에 보이는 것은 희미한 망설임과 실망. 그러나 그것은 모모이를 향한 것이 아닌, 리오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나의 언행이 불쾌하다면 사과할게, 옛날부터 나를 싫어하는 학생은 많았으니까."

"좋아한다든가, 싫어한다든가, 불쾌하다든가, 그런 이야기가......!?"

"하지만 이해받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어――나는 모두를 지키고 싶을 뿐."


되돌아오는 강고한 의사가 느껴지는 목소리. 자신과 대치하는 붉은 눈동자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그것이 옳은 일이라 믿는다. 그런 리오의 태도에 모모이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리오의 옷을 움켜쥔 양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모모이가 내는 목소리는 이제 분노가 아닌 비장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 지켜야 할 대상[학생]에! 어째서 아리스가 들어있지 않은 거야!?"

"――어떤 성자[성인]라 해도 적대자를 지킬 수는 없어."


모모이의 비명섞인 목소리에 리오는 진지하게 대답한다.

아무리 고결한 사람이라 해도,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 해도, 적을 지킬 수는 없다.

무엇을 지키려면 무엇인가를 잘라내야 한다.

그것이 이 세계의――진실이다.


대다수를 위해 소수를, 세계를 위해 개인을, 담담하게, 숙연하게, 합리적으로 취사 선택해 전체를 살린다.

그것이야말로 리오가 믿는 정의[올바름].

그 올바름을, 리오는 믿고 있다.


"......설명은 끝났어. 얌전히 아리스를 인도해줘."

"절대 싫어!"

"......!"

"아리스쨩은, 내주지 않아......!"


리오의 말에 반박하는 게임개발부, 유즈는 아리스에게 다가붙고 미도리는 있는 힘껏 그녀를 껴안는다. 자신의 가슴팍을 움켜쥐고 외치는 모모이를 바라보며 리오는 작게 숨을 내쉰다. 설득은 실패했다, 그녀는 그렇게 판단을 내렸다.


"――그래, 그렇구나. 이런 일도 예상하고 있었지. 그래서 준비는 충분히 해뒀어."


게임개발부가, 혹은 제3자가 그녀를 확보하는 걸 막을 가능성은 충분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준비를 마쳐두었다. 리오는 가볍게 손을 털어 모모이의 팔을 쳐내고, 모모이는 작게 신음하며 몇 걸음 물러선다.

살짝 흐트러진 옷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정돈하며, 리오는 자신의 등 뒤를 향해 신호를 보냈다.


"자, 네 차례야――"


탁, 발소리가 났다.

누군가가 게임개발부에 발을 들여놓는다.

불빛에 비친 그림자, 그것이 게임개발부를 뒤덮는다. 전원의 시선이 나타난 인물에게 집중됐다.


"――미카모 네루."

"읏......!"

"뭐......!"

"네루, 선배......!?"


나타난 것은 익숙한 작은 체구, 가슴 언저리가 활짝 열린 메이드복에 특징적인 스카잔, 쇠사슬로 연결한 SMG를 양손에 늘어뜨린 C&C 리더――미카모 네루.

그녀는 변함없이 찡그린 얼굴로 리오, 그리고 게임개발부를 흘끗 보며 혀를 찼다. 거기에는 그녀답지 않게 씁쓸한 감정이 엿보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줘. 원래 C&C는 세미나――정확히는 내 직속 에이전트야. 거기에 사적인 감정은 존재하지 않아. 내 명령에 순순히 따를 뿐."

"큭......!"

"C&C의 리더, 네루 상대로는 게임개발부만으로 저항할 수 없겠지? 아, 외부에 연락해도 소용없어. 이 주위는 이미 AMAS로 장악했고 이 건물 전체와 주변 일대에 시간 맞춰 구원이 올 일은 없어."


타인과의 연락을 끊고 게임개발부를 완전히 고립시킨 후의 포위망. 부실동 주변은 리오가 제조한 AMAS에 의해 포위, 보호받고 있다. 리오는 수중의 태블릿에 표시되는 맵 정보를 응시하며 계획이 만전임을 재확인한다.

용의주도――츠카츠키 리오라는 존재가 이 부실에 발을 들인 시점에서 그녀의 계책은 이미 끝나 있다. 설득은 말하자면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 할 수 있다면 그 편이 낫다는 시도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이 실패했을 때 힘으로 해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모든 것은 아리스――『AL-1S』를 확실하게 확보, 배척하기 위해.

그것을 위해서라면 그녀는 어떠한 수단이라도 불사한다.


"자, 일할 시간이야, 네루――아리스를 회수해."

"으으――!"


리오가 그렇게 지시하자 네루의 붉은 눈동자가 게임개발부를 꿰뚫는다. 그 위압감, 네루가 적으로 돌아섰다는 사실에 압박감을 느끼는 모모이, 미도리, 유즈 세 명. 그럼에도 도망치거나 약한 소리를 하지 않은 것은 등뒤에 아리스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여기서 비켜서면 그녀는 끌려가 버린다――헤일로를 파괴당하고 만다.


"큭――......!"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그 일념으로 모모이도, 미도리도, 소심한 유즈도 이를 악물고 떨릴 것 같은 무릎을 질타하며 그녀와 대치하고 있었다.

그런 얼마 안 되는 용기를 쥐어짜는 게임개발부를 앞에 두고 네루는 갑작스럽게 입을 연다.


"――어이, 리오."

"......뭐지, 네루?"


임무 중의 질문――좋든 나쁘든 C&C로서 임무에 충실한 네루를 리오는 어느정도 신용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맡은 일에 불평하거나 욕설을 입에 담더라도 결국 해내는 능력과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녀가 애총을 두 손에 드리운 채 목표를 앞에 두고 수다를 떨고 있다.

이는 리오에게는 조금 드문 일이기도 했다.


"눈앞의 이 녀석이――꼬맹이[아리스]가, 네가 말한 『회수 대상』인 건가?"

"그래, 맞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도리어 기계적으로 긍정하는 리오에게 네루는 눈동자를 돌린다. 드러나는 권태감, 불만, 실망――그런 것들이 그녀의 시선에서 전해진다.

하지만 이것은 임무다.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의 정상[세미나]――츠카츠키 리오에게서 내려진 정식 명령.

C&C란 본래 그것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니까.


"......내게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꼬맹이 한 사람이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만 보이는데."

"그건 『그렇게 존재하도록 만들어져 있을 뿐』에 지나지 않아. 그것의 본질은 전혀 달라."

"......본질, 이라."

"그래. 『잠재적 위기 배제』라고 브리핑에서 설명했을 테고, 너는 그저 조용히 임무를 완수하면 돼."

"――그건, 자세한 내용을 듣지 못했더라도, 인가?"


칼날처럼 날카롭고 차가운 목소리가 리오의 귀에 닿았다. 안광이 리오의 옆모습을 노려보듯 포착한다. 그렇기에 그녀 또한 아무런 감정도 품지 않고 말을 잇는다. 두 사람의 붉은색이 교차하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방아쇠를 당기는 일에, 그런 것[자세한 내용]이 필요할까?"

"......그렇구만."


알아야 할 일을 알고, 해야 할 일을 한다.

C&C란 그거면 된다.

고개를 돌린 네루는 그립을 강하게 움켜쥔다. 그리고 쇠사슬 소리를 울리며 치켜든 총구는――앞을 가로막은 게임개발부로 향했다.

모모이가, 미도리가, 유즈가, 아리스가 숨을 삼키며 몸이 굳어진다. 네루의 표정에는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는다. 단지 씁쓸함을 맛보는 듯한 일그러진 색이 눈동자 속에 있다.


"C&C는 이때를 위해[밀레니엄의 위기에 대비해] 편성된 조직――그 소임을 다하도록 해, 네루."



――



다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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