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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소설핫산) 피폐) 블루 아카이브를, 다시 한번 #20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4 21: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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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4자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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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화


용사[합리]의 증명




"――그 소임을 다하도록 해, 네루."

"......"


겨눈 총구, 대치하는 C&C 리더 네루. 게임개발부 멤버들은 향하는 총구에 몸을 움츠리면서도 아리스를 감싸듯 가로막는다.

이 자리에 있는 누구나 네루를 이길 수 없다는 걸 이해하고 있었다. 당시 그녀와 대치한 상황은 선생님이 있고, 협력해 줄 누군가가 있고, 전원이 만전의 상태――그럼에도 아리스가 무승부를 거둬 도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지금은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저쪽이 우위에다 이 자리에는 베리타스도, 엔지니어부도, 선생님도 없다.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게임개발부가 그녀에게 도전하다 해도――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으으......!"

"네루, 선배......!"

"―――......"


네루의 시야에 들어오는 네 명의 모습, 아리스 앞에 선 세 명의 동료. 겁에 질려 움츠러든, 그럼에도 친구를 위해 두려움을 억누르고 서있을 수 있는 배짱과 용기.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대단하다고 씩 웃어준 후 그녀들을 진심으로 칭찬했겠지. 그 마음가짐을, 강한 굳은 심지를, 그녀는 바람직하게 여긴다.

그렇기에 네루는 게임개발부에 총구를 겨누며 중얼거렸다.


"――합리적 판단, 인가."


합리, 즉 논리적으로 정당하고 도리에 맞는 일.

그렇다면 도리란 무엇인가? 사물의 올바른 길, 사람으로서 올바른 행동.

끌려가려는 동료를 지키려고 가로막는 존재에게 총구를 겨누는 것이 옳은 일인가? 생각할 필요도 없다. 하물며 끌려가는 본인이 아무것도 모른 채, 이해도 하지 못하고 그저 겁먹었을 뿐이라면――더더욱.

저마다 각자의 주장이 있고, 정의가 있고, 우선해야 할 신념이 있다. 그것은 리오도, 네루도, 게임개발부도 마찬가지. 그리고 네루라는 존재에게 합리란 긍지[프라이드]요, 의리요, 인정(人情)이다.


――합리[옳음]이란 하나가 아닐 터.


"어이, 리오."

"......이번엔 뭐지, 네――!?"


좀처럼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 네루에게 약간의 의심을 품기 시작한 리오. 그녀는 물음에 입을 열고, 이어 숨을 삼켰다.

시야에 날아오른 네루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크게 몸을 젖히고 다리를 치켜드는 모습. 거기서 도출되는 것은, 네루는 바로 지금 자신을 향해 발차기를 먹이려 하고 있다는 사실.


"――큭!"


순간적으로 전개되는 전자기 방벽, 창백한 구체가 리오를 감싸고, 유우카가 다루는 것과 흡사한 그것이 네루의 발차기를 정면에서 받아낸다. 엄청난 섬광과 충격이 일고, 리오의 몸은 게임개발부의 문을 등으로 뚫고 복도로 날아갔다. 요란한 파쇄음, 튕겨나간 걸쇠가 가벼운 소리를 내며 바닥에 구른다.


"으에!?"

"네, 네루 선배......?"


갑작스러운 전개에 아연실색한 게임개발부, 그녀들을 등뒤로 하고 네루는 말없이 복도로 발을 내딛는다. 문에 설치되어있던 불투명한 유리가 깨져 땅바닥에 널려 있다. 콰직, 네루의 발밑에서 파편을 밟는 소리가 났다.


"......네루, 일단 물어보겠어."

"......그래."


전자기 방벽 위로 걷어차여 부서진 문짝과 함께 복도로 구른 리오는 상체를 일으키며 담담하게 묻는다. 그 눈동자는 흔들림 없었고 네루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기까지 했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그 우수한 머리를 굴려서 조금은 생각해보지 그래――응? 리오."


우뚝 서서 무릎을 꿇은 리오를 내려다보는 네루, 거기에는 리오의 눈동자와 동질의 색이 켜져 있었다. 그녀의 태도를 이해한 리오는 천천히 일어나 무릎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다. 네루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SMG에 연결된 쇠사슬을 잡아당기며 그녀 앞으로 발을 내딛고 손끝으로 코를 튕긴다.


"지금까지 의뢰 내용이 마음에 들었던 적이 없어, 어디 무장조직을 궤멸시키고 와라, 불법 점거한 불량배들을 청소하고 와라...... 뭐, 그런 종류의 일이라면 욕을 하면서도 정리해줬지, 날뛰는 건 싫지도 않고."

"그래, 맞아. 임무에 임하는 태도야 어쨌든, 너는 항상 결과를 내고 있었지."

"그럼 알잖아?"

"......"

"이번 명령은 제일 악취미적이라 못 어울려주겠다, 그뿐인 이야기야."

"하지만 필요한 이야기야."

"같은 학교 학생을, 그것도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을 유괴하는 게 필요하다고? ......웃기지마, 이런 의뢰, 할까보냐."

"몇 번이나 같은 걸 반복해서 말하는 건 비효율적이지만, 말했을 텐데, 네루. 애초에 【저것】은 우리와 달――"

"일단 부르는 것부터 틀렸어."

"......?"


네루는 리오의 말을 막고 턱끝으로 지금도 부실 안에서 몸을 움츠리는 아리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꼬맹이를 물건 같은 걸로 부르지 마, 저 녀석에게는 저 녀석의 이름이 있어. 저것[기계]도 아니고 그것[이물(異物)]도 아냐――저 녀석은 밀레니엄의 학생이다."

"......너도 꽤나 그렇게 부르는 거 같은데."

"나는 괜찮아. 적어도 아리스를 물건 취급할 생각도 없고, 내 나름대로 녀석을 마음에 들어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씩 웃는 네루는 손안에서 SMG를 회전시킨다. 연결된 쇠사슬이 휘어 땅을 가볍게 쳤다. 네루는 아리스를 「꼬맹이」라 부른다. 모모이도 그렇고, 미도리도 그렇다. 유즈만은 「마빡」이라고 부르지만 그것은 그녀 나름의 알기 힘든 친애의 표현이다. 거기에 모멸의 의도나 깎아내리는 감정은 추호도 없다.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게임개발부 멤버들은 때때로 두려워하면서도 그녀의 내방을 환영하고 있었다.

전투와 승리를 좋아하는 그녀에게 게임개발부는 새로운 취미――즐거움의 장이었다. 자신이 모르는 세계, 게임이라는 것도 꽤나 나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들의 관계를, 그 장소를, 좋은 것이라 느끼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네루에게 있어서 올바름[도리]이란――그 자리를 지키는 일이었다.


"거기에 리오, 나는 네녀석의 생각에 절대 찬성하지 않을 어른을 한명 알고 있어."

"......"

"이제 귀찮기도 하고, 그래....... 이참에 분명히 말해주지."


원래부터 말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설전을 벌이는 건 익숙하지 않다. 그런 것보다 후려치는 게 빠르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조금 전까지 게임개발부를 향하던 애총――트윈 드래곤의 총구를 이번에는 리오에게 돌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하고, 그 깊은 곳에서 전의가 끓어오른다.

이것이 리오에 대한 단적인 답변이었다.


"――이젠 네놈하고 어울려 줄 의리가 없어, 리오."

"네, 네루 선배!"

"미, 믿고 있었어! 역시 네루 선배는 네루 선배구나!"

".......사, 살았다."


게임게발부에서 환호와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온다. 전자는 미도리와 모모이, 후자는 유즈의 입에서 새어나온 말이었다. 그녀들이 아는 이 중 최강 최흉의 아군이 그녀다. 네루만 아군으로 돌아서준다면 불안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적어도 전력이라는 면에서 그녀에게 적수가 존재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래, 이런 마지막 순간에 배신하는구나...... 네루."

"배신? 하! 그런 거창한 게 아냐, 네놈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

"......하아."


이마에 손을 짚은 리오는 깊은 한숨을 내쉰다. 거기에는 실망과 약간의 서운함이 역력했다. 그것은 자신의 곁에서 또 한 사람, 협력자가 떠난 것에 대한 감정의 발로. 자신의 속내를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들이미는 기분이었다.


"네루, 너는 항상 그랬지. 기분에 따라 쉽게 명령 위반을 저지르는 그 모습.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폭탄 같은 측면이 너의 장점이자――가장 성가신 점이었어."

".......아앙?"

"그러니까, 이 상황도 전부 상정하고 있었지."


그러나, 미카모 네루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다. 애초에 현재의 C&C를 조직한 것은 세미나의 수장인 그녀이며 각 구성원의 상세한 데이터는 전부 수중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네루의 선택, 행동, 사고를 세분화하고 확률을 도출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녀를 이용한 것은――어쩌면 가려내기 위해서였는가, 아니면 희미한 희망에 매달리고 싶었던 것인가. 히마리에게 거절당한 게 의외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리오는 가슴속으로 중얼거린다.

하지만 이미 모든 건 끝난 일이다.

자신은 이제――멈출 수 없다.


"――C&C 전원이 아니라 너만 단독으로 부른 게 정답이었어."


툭 내뱉으며 중얼거리는 리오의 말.

그것을 들은 네루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진다.

그녀의 전투에 대한 육감이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그건 예감이다. 임무에서 적의 함정에 걸린 순간에 가까운 듯한 한기.


"――......너 이자식, 리오."

"......만에 하나를 위한 서브 플랜이었지만, 준비한 보람은 있었던 거 같네."


일어서서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그녀는 의연한 태도로 네루와 대치한다. C&C 리더, 밀레니엄 최강으로 이름높은 그녀를 앞에 두고도 그 의사는 흔들리지 않는다.


"자신의 손패를 몰라서야 계획은 세울 수 없지. 분석과 예측은 게을리 하지 않았어. 그건 네루――너에 대해서도."

"정말로, 그런 점이...... 싫은 녀석이었지."

"......그래."


네루가 내뱉은 험담, 그러나 그녀는 그것마저도 무뚝뚝하게 잘라내고 손안의 태블릿을 손끝으로 터치한다. 창백하게 주위를 비추는 화면, 그 안에 표시되는――한 사람의 이름.

화면을 내려다보던 시선이 네루를 꿰뚫는다.


"토키, 네 차례야."

"――예스・맴."


목소리는, 네루의 등 뒤에서 들렸다.


"네루 선배!"

"윽!?"


모모이와 미도리가 외치고, 네루는 배후의 존재를 감지한다. 귓가에 울리는 바람가르는 소리, 그것은 무엇인가 내리치는 소리. 완전한 회피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빠르게 방어 자세를 취하는 네루.

네루는 간신히 자신의 후두부를 노린 일격을 어깨로 받아낸다. 쾅, 퍼져나가는 충격과 둔한 통증, 상공에서 날아올라 걷어찬 일격을 맞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무릎을 꿇으며 비틀거린 네루는 앞으로 구르며 거리를 두고 날아오른 그림자에게 총구를 겨눈다.


"해줬겠다!? 누구냐 네녀석――!?"

"완전한 기습이었을 텐데 직격을 피했습니까, 역시로군요."


가볍게 허공을 날며 착지한 인물. 그녀는 펼쳐진 롱스커트를 털고 조용히 인사했다. 클래식한 메이드복, 손에 든 특징적인 총기, 그 모습은 어떤 조직을 떠올리게 한다. 복도를 밝히는 전등이 그녀의 모습을 백일하에 드러냈다.


"――처음 뵙겠습니다, 선배. C&C 소속, 콜사인 『제로포[04]』, 인사드립니다."

"제로포......?"

"C&C 소속이라니, 그, 그치만, 그런 사람 지금까지 본 적도......!"


C&C 소속――콜사인・제로포.


그녀의 입에서 나온 단어에 경악의 소리가 새어나온다. C&C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녀들이 가진 콜사인은 제로쓰리까지, 아카네가 가진 넘버가 제일 뒤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고, 은닉되어 있던 다섯 번째 C&C의 출현에 네루는 표정이 굳는다.

입는 제복, 행동거지, 틀림없이――자신들과 같은 냄새를 느꼈다. 네루는 애총을 내민 자세를 잡고 콧방귀를 뀐다.


"선배에, 콜사인 제로포라...... 이상한 이야기야, 내가 모르는 번호잖아. 어느새 후배가 생긴거지, 응?"

"C&C는 본래 은닉되어 비밀리에 운용되는 조직, 조금은 명성이 높아졌지만 저는 『본래의 용도』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에."

"하, 그러셔."


자세한 건 묻지 않는다. 만약 대답을 듣는다 해도 어떻게 할 생각은 없다. 네루는 조금 전 공격당한 부분을 손끝으로 털어내는 모습을 보이며 경계를 풀지 않고 천천히 일어선다.


"어찌됐든 선배를 등 뒤에서 기습하다니, 꽤나 얕보는 짓을 해주잖냐, 후배?"

"죄송합니다, 이것도 임무이기 때문에."

"임무든 개인적인 싸움이든 상관없어――나한테 시비를 걸었으니, 각오는 되어 있겠지!?"

"네루 선배!"

"우, 우리도......!"


갑작스럽게 나타난 새로운 학생, 리오가 가진 비장의 카드. 심상치 않은 기척을 느낀 게임개발부는 네루에게 가세하기 위해 애총을 들고 황급히 복도로 뛰쳐나간다. 그러나 그 모습을 흘끗 본 네루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소리쳤다.


"손대지마!"

"――!?"

"이 녀석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 근방의 녀석들이 나를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너희들은 거기서 꼬맹이를 지켜!"

"으......"

"아, 알았어요......!"


그 박력과 강한 말투에 모모이, 미도리, 유즈는 아리스의 주위를 감싸며 복도 한쪽 구석으로 대피한다. 총기를 끌어안으며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네루를 지켜보는 게임개발부. 리오는 새로 나타난 학생――아스마 토키의 등 뒤로 물러나며 중얼거렸다.


"네 『무장』을 사용하는 건 피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피할 수 없지...... 준비는?"

"만전입니다, 모든 무장은 현재 명령 대기 중, 오더가 있으면 즉시 대응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무장』의 한정 사용을 허가하겠어, 신속히 진압해."

"――예스・맴."


리오가 지시하고 태블릿을 조작하는 순간, 그녀의 옷이 펄럭 나부꼈다. 동시에 울려퍼지는 뭔가의 구동음, 그녀의 몸에 부착된 경장형 암기어, 레그기어가 가동을 시작한다. 그것은 종언에 대항할 수 있도록 리오가 개발, 준비한 유일무이한 『무장』 그 일부다.


"『모드Ⅱ』――이행 준비, 완료."

"하아? 모드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궁시렁궁시렁 떠들지 말고 얼른――"


네루가 서 있는 토키를 향해 가벼운 비난을 날린다. 그 방아쇠에 손가락이 걸리고 공격 동작이 엿보였다. 토키의 푸른 눈동자가 좁혀지고 앞으로 기울어진 자세를 취한다.


순간――그녀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진다.


"큭――!"


눈을 뗄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깨달았을 때,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분리[퍼지]된 롱스커트와 메이드복의 소매가 허공을 날고, 발로 박차 부서진 바닥의 파편이 흩날리는 광경이 시야에 비치고 있었다.

한 박자 늦게 울리는 파쇄음, 그것이 토키의 초인적인 가속에 의해 생겨난 파괴 흔적이라는 걸 이해한 순간, 네루는 직감적으로 애총을 휘두르며 자신의 주위를 쇠사슬로 베어냈다. 금속음과 쇳소리를 내며 휘두르는 그것은 네루의 머리 위에서 충돌음을 울린다.


"이 자식――!?"


재빨리 고개를 들자 네루를 걷어차려했는지――무릎 위까지 덮는 하얀 레그기어를 드러낸 토키의 모습이 있었다.

쇠사슬에 의한 특이한 방어로 발차기가 막힌 토키는 그 표정에 약간의 놀라움을 드러낸다.


"이것도, 막는 건가요."

"꽤나 시원스러운 모습이 되셨구만!"

"전투에 적합한 효율적인 환장입니다."

"그게 네놈의 전투 스타일이란 거냐!?"


휘두른 쇠사슬을 되돌리고 재빨리 총구를 토키에게 향한다. 그대로 방아쇠를 당기지만, 총탄이 발사되는 것보다 빨리 토키는 천장을 박차고 지면으로 착지를 감행. 한박자 늦게 울려퍼지는 총소리, 탄환은 전등을 깨며 몇 개의 탄흔을 남기고, 복도의 불빛이 깜빡인다.

빠르다――네루는 눈앞에 있는 토키의 실력을 예상보다 몇 단계 끌어올린다. 바닥에 착지한 토키는 자세를 낮추고 그대로 애총을 품은 채 네루의 품에 육박한다.

네루는 스스로 거리를 좁히는 토키를 상대로 호전적인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나를 상대로 클로즈 레인지에 들어오는 건가, 좋은 배짱이야......!"

"이 병장은 모든 상황, 거리에 적응합니다. 약점은 없습니다."

"잘도 말해주는군!"


접근하는 토키, 그녀를 향해 총구를 겨누며 방아쇠를 당긴다. 발사되는 탄환, 주위를 비추는 섬광, 그러나 발사된 그것을 토키는 재빠르게 선회함으로써 회피한다. 그녀가 신은 흰 부츠가 땅을 차고, 바닥을 부수면서 급정지・가속을 실현한다. 그대로 벽에 붙은 토키는 마치 곡예사 같은 움직임으로 벽을 달리고 탄환은 그녀에게서 뻗은 그림자를 꿰뚫을 뿐.


"칫, .......촐랑촐랑대고!"

"―――"

"뭐, 뭐야, 저 움직임......!?"

"마치, 게임 같아......"


토키의 움직임을 멀리서 바라보는 모모이와 미도리는 그 중력을 무시하는 듯한 기동에 경탄의 목소리를 냈다.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무심코 칭찬을 쏟아냈을 듯한 움직이었다. 발사되는 탄환을 벽이나 천장을 박차고 뛰어올라 가속과 급정지를 반복하며 연이어 회피한다. 그것은 종이 한 장의 귀신 같은 솜씨. 그야말로 C&C의 아스나와 같은 위기에 대한 경이로운 후각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저, 건."


유즈는 토키의 움직임을 응시하며 홀로 중얼거린다. 그녀의 움직임은 아스나와 다르다. 유즈는 그녀와 실제로 싸웠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아스나와 마찬가지로 직전에 깨닫는다는 느낌은 아니다. 아스나의 회피 방법이 본능적인 것이라면 토키의 그것은 더 합리적이고 이론에 따르는 움직임이다. 그것은 그녀가 좋아하는 격투게임의 이론이라든가, 『수읽기』에 가깝다.


그 움직임――마치 선생님의 지원을 받고 있는 듯한[어디에 탄환이 오는지 알고 있는 듯한].


"아, 성가시게.......!"

"얌전히 항복할 것을 권장합니다."

"얕보지마!"


전혀 총알이 맞지 않는 네루는 그 거동에 농락당하는 자기 자신, 그리고 너무나도 담담한 그녀의 전투 스타일에 분노를 보인다. 토키는 벽을 차며 상하 반전된 시야 속에서 애총――시크릿 타임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울리는 총성과 섬광, 레티클에 포착된 네루의 한가운데로 착탄한 총알은 네루의 안면을 확실히 튕기게 만들었다.

총알이 이마를 강타하고 찌그러진 탄두가 땅에 떨어진다. 그러나, 안면 착탄을 허용하면서도 네루는 미동도 없다. 오히려 잘 해줬다는 듯 사납게 미소를 짓는다. 토키는 소리 없이 바닥에 착지하면서 어이없다는 듯 감탄사를 흘린다.


"......머리에 직격해도 물러서지 않는다니, 튼튼하네요, 선배."

"안타깝게도 좀 더 엄청난 공격을 받아봐서 말이야, 나를 일시적으로라도 멈추게 하고 싶으면 대포라도 가져오라고――!"

"그렇네요――이런 자리가 아니라면 보여드릴 수도 있었겠습니다만."


한없이 평탄한 음색으로 네루의 기세에 대답하는 토키. 미동도 없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면 좀처럼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그녀는 필요하다면 정말 대포 정도는 가져올 것 같은 기색이었다.


"하지만, 맞히지 못하면 공격에 의미가 없습니다. 이대로 투항하지 않더라도 패배는 시간문제입니다. 저항은 무의미하고 비효율적이죠."

"......확실히 네놈은 빨라, 사격 정밀도도 상당하고."


종횡무진 누비는 토키를 포착하는 것은 어렵다. 이렇게 대치하고 있으면 잘 알 수 있다. 항상 움직이면서도 회피는 정확하고, 게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낭비탄도 하나 없다. 네루가 움직이는 곳, 급소를 정확하게 쏘아댄다.

토키가 총을 겨누고, 발포한다. 그것을 네루는 뛰어오르며 회피했다. 지면에 꽂히는 탄환, 회피하지 못했다면 명치에 착탄했을 그것. 네루는 냉정하게 탄흔을 흘끗 쳐다보고 재차 크게 후방으로 도약했다.

그 행동을 본 토키는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C&C 리더 네루에게 가장 익숙한 교전 거리는 클로즈 레인지, 그런데 그녀는 후퇴를 선택했다.


"――스스로 거리를?"

"그래, 네놈의 자랑은 그 다리지? 그렇다면......"


네루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애총의 탄창을 뽑아낸다. 가벼운 소리를 내며 구르는 빈 탄창, 동시에 스카잔 안쪽에서 새로운 탄창을 튕겨 공중에서 애총을 휘둘러 한순간에 장전을 완료한다. 탄창에 장전된 탄약은 30발――두 정 합쳐 60발.

꽉 움켜쥔 애총의 총구를 토키에게 겨누고 네루는 사납게 미소를 짓는다. 자잘한 사격전은 끝이다. 지금부터는――


"일대를 한꺼번에 날려버려주지――!"

"큭!?"


네루가 선택한 것은 탄막에 의한 제압, 그 자리에서 넓게 자세를 잡고 부실동의 복도를 완전히 뒤덮을 정도의 사격으로 토키를 잡는다는 단순하고 명확한 계책을 감행.

전력으로 당긴 트리거, 동시에 총구가 불을 뿜으며 메마른 총성이 주위에 울려퍼진다.


"――오라오라오라!"


강렬한 머즐플래시가 망막을 태우고, 탄환이 복도의 벽과 바닥, 천장을 깎아내고 튕기며 사방팔방에서 토키를 노리고 날아온다. 토키는 그 자리에서 몸을 굽히더니 호전적인 미소로 총구를 휘두르는 네루를 바라보았다.

사고가 가속하고, 세계의 속도가 현저히 저하된다.

처음에는 대략적으로 겨냥하고 이후에는 회피장소를 없애듯이 탄환을 뿌린다. 신비를 품은 탄환은 콘크리트라 해도 간단히 분쇄했고, 리놀륨 바닥은 네루가 쏜 탄환에 의해 박살난다.


"――연산."


시야에 탄환이 다가온다. 예측 불가능한 궤도를 그리는 무수한 위협이.

아니, 예측은 할 수 있다.

그를 위한 『무장』, 그를 위한 아스마 토키.

그녀의 시야 속――날아오는 탄환의 예측선이 표시된다.

웅크린 그녀의 레그기어, 암기어가 한층 높은 구동음을 울리며 그녀의 눈동자가 날카로움을 띤다. 코앞에 닥친 공격, 이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을 경우의 직격탄수――16발.


"가속!"


그렇게 외치고 다시 토키의 모습이 사라졌다.

울려퍼지는 도탄음, 총성, 섬광, 그 틈 사이로 날아다니는 그림자, 풀오토로 발사된 총알의 비는 몇 초도 안 돼 전탄을 토해낸다. 철컥, 잔탄 제로를 알리는 소리. 총구에서 피어오르는 흰 연기와 눈앞에 펼쳐진 파괴 흔적. 총알에 의해 분쇄된 전등이 어둠을 낳고, 파괴를 면한 약간의 불빛만이 주위를 희미하게 밝힌다.

그 중심에――우두커니 선 인물이 있었다.

네루는 자신의 입가가 굳어지는 걸 자각하고 목소리를 흘린다.


"――진짜냐고."

"......지금 건 조금 철렁했습니다."


살짝 스며나온 땀과 함께 토키는 초연한 태도로 말한다. 그 모습은 찰과상 하나 없어 도탄을 포함한 모든 탄환을 회피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그 총알의 비를 빠져나간 것이다.

네루는 재빨리 탄창을 뽑고 재장전을 시도한다.


"젠장! 어떻게――!"

"그렇게 두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 틈을 놓칠 토키가 아니다. 총알을 모두 회피당했다는 동요, 마음의 틈, 그 경직이 한 수의 지연을 낳는다. 장기인 속도로 육박한 토키에 대항해 네루는 그 자리에서 재장전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짓는다. 내민 토키의 총구를 차올리고 손에 든 애총을 내려쳐 즉석에서 무기로 삼는다.

그러나 내민 총은 미끼였다. 토키는 일부러 총기를 내밀어 발차기를 유도함으로써 네루의 자세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내려치는 SMG, 그것을 뚫고 들어가 네루의 복부로 태클을 감행하는 토키. 강렬한 충격과 진동, 토키의 어깨가 네루의 명치를 파고들며 그 작은 체구가 공중에 뜬다.


"큭――!?"

"제, 승리입니다......!"


토키는 그대로 뒤엉키듯 지면으로 끌어내리고 순식간에 네루의 팔을 잡아 자유를 빼앗는다. 작렬하는 관절기, 단단히 조인 어깨 관절, 팔꿈치가 비명을 지르고 뼈가 삐걱거린다. 체격 차이도 있어 완전히 제압당한 네루는 총기를 휘두르지도 못하고 이마에 핏대를 높이며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젠장! 이거 놔! 쳐부숴 버린다!?"

"날뛰지 마세요, 팔이 엉뚱한 방향으로 꺾여버립니다――여러분도 섣불리 움직이지 마시길, 쓸데없는 저항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그, 그럴 수가......"

"네루 선배가, 졌어――?"


정말로 한순간의 일이었다. 육박으로부터 대략 3초 정도의 결판. 그 너무나도 깔끔한 솜씨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최강의 학생인 네루가 패배했다는 사실에 게임개발부 멤버들은 말을 잇지 못한다.

공격의 여파에 휘말리는 걸 피해 복도 모퉁이에서 대기하고 있던 리오는 파괴 흔적이 여기저기 보이는 복도를 흘끗 보고 토키의 곁으로 걸음을 옮기며 무기질적으로 묻는다.


"토키, 특수무장의 상태는."

"문제없습니다, 양호합니다."

"......의도치 않게 이번 전투에서 효과를 실증하게 된 거 같네."

"네, 이거라면 탈착 상태에서도 대다수의 상대 진압이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만."

"빌어먹을――!"


땅에 눌린 채 분한 듯 리오와 토키를 노려보는 네루. 하지만 리오는 그런 그녀에게 눈을 향하지 않고 이번에야말로 게임개발부로 시선을 돌린다. 리오의 붉은 눈동자에 포착된 그녀들이 어깨를 움찔하며 한발 물러섰다.


"자, 이걸로 가로막는 건 없어졌어. AMAS――아리스를 회수해."

"읏!"


AMSA, 그녀가 이름을 부르는 동시에 복도로 쇄도하는 복수의 전투용 드론. 그 로봇은 복도의 앞뒤에서 그녀들을 몰아붙이고,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 드론들에 네 사람은 비명을 삼켰다. 구동음을 울리며 모이는 로봇에는 총화기가 달려 있었고, 그 총구는 게임개발부를 향하고 있었다.


그녀와 대적할 수 있을 만한 네루가 패한 지금, 이 자리에 더 이상 도와줄 존재는 어디에도 없다. 얼굴이 창백해지고 두려움에 휩싸이면서도 그녀들은 아리스를 둘러싸고 이를 악문다.


"머, 멈춰......!"

"아리스는, 절대로――!"

"어설프게 움직이지 않는 게 좋아. 너희들의 전력으로 포위망을 뚫지 못한다는 건 이미 증명됐어. 관계없는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아."

"으――......"


손에 든 총기를 겨누고 외치는 유즈, 미도리. 하지만 리오는 냉철하고 담담하게 사실을 말한다. 부실동은 이미 포위됐으며 눈앞의 AMAS라 불리는 기계들을 돌파할 만한 전력을 그녀들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 연산 결과는 이미 도출되어 있다.


"큭, 그러니까 우리는 아리스와 관계없지 않다고 말했잖아!"


그러나 그럼에도 여전히 포기하지 않는 이가 있었다. 모모이는 정면에 서서 무수한 총구를 앞에 두고서도 꿋꿋하게 리오에게 반박한다.


"아리스는 우리의 친구고, 게임개발부의 소중한 동료니까――!"

"――언제까지 그런 잠꼬대를 계속 할 생각이야!?"

"읏......!"


하지만, 그것을 집어삼키는 듯한 리오의 노성이 주위를 울렸다. 그것은 그녀답지 않은 진심의 격분이었다. 좁혀진 눈동자가 날카로움을 더하고 칼날 같은 차가움을 동반해 모모이를 꿰뚫는다. 그것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중압감을 느끼게 했다.


"착각하지 말아줘, 『저것』은 애초에 생명체가 아니야――너희들이 생각하는 친구도, 하물며 용사 같은 존재도 아니야, 만약 그렇게 느낀다면 그건 일라이자 효과에 지나지 않아."

"무슨――......"

"『저것』은 이 세상을 종말에 이르게 하는 가공할 병기야."


리오는 강하게 단언한다.

아리스는 어디까지나 자신들과는 다른 존재라고, 세상을 멸망시킬 마왕이라고. 어쩌면 그것은 자신에게 들려주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버릴 정도로 몇번이고.

그러나 모모이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받아들일 수 없다. 리오가 몇번이나 설득을 입에 올려도 그녀는 고개를 젓는다.


"병기, 병기라니......! 아리스는, 그런 존재가 아니야......!"

"그럼 너는 『저것[아리스]』과 키보토스 모든 학생을 저울질하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답할 생각이지?"


리오는 아직도 그렇게 말하는 모모이에게 다그치며 묻는다. 가까운 미래에 찾아올 재앙, 그것이 덮쳐왔을 때 그녀는 어쩔 셈이지? 어떤 대책을 세웠지? 아무런 지식도, 대책도, 대비도, 마음의 준비조차 없는 그녀가 대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거지? 이럴 리가 없다며 고뇌할까,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하고 후회할까. 리오는 모모이를 아래에 두고 노려본다.


"네 이기적인 행동 하나로 세상이 망한다면, 너는 그때 어떻게 할 생각이지? 몇만, 몇십만, 몇백만이라는 목숨 앞에서 너는 같은 말을 되풀이 할까?"

"무슨――!"

"일이 일어난 뒤에는 너무 늦어. 그러니 아리스의 헤일로는 내 손으로 파괴하겠어. 한 사람의 존재와 키보토스 전역에 사는 생명, 어느 쪽을 택해야 할지는 명백해――이미 그 준비는 되어 있어."

"아, 아냐....... 아니야! 아리스쨩은 절대로, 절대로 병기 같은 게 아니야!"


미도리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담루고 있는 아리스를 끌어안은 채 필사적으로 외친다.


"왜냐하면 아리스쨩은 빛의 검을――용사의 증거인 슈퍼노바를 가지고 있는걸!"

"......빛의 검?"


복도에 메아리치는 목소리, 생소한 그 단어에 리오의 눈썹이 찡그려진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이 아리스가 짊어진 화기――슈퍼노바[빛의 검]를 향했다.


"――아아, 엔지니어부가 만든 그 장난감."


중얼거림은 작고, 동시에 싸늘했다. 그것은 너무나도 치졸한 변호라고 생각해서일까.


"그래, 너희들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게 마음의 근거라면...... 좋아."


빛의 검, 슈퍼노바를 다루는 자가 용사다.

게임개발부가 주장하는 그 논리에 리오는 조금도 찬동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들에게 있어서 합리[도리]라면――리오는 정면에서 그것을 쓰러뜨린다.

리오는 수중의 태블릿을 두 세번 조작하고, 마지막으로 아리스가 짊어진 빛의 검에 시선을 향한다. 단지 그것만으로, 그녀의 증명은 종료되었다.

서서히 낮고 신음하는 듯한 소리를 내는 슈퍼노바. 그것은 가동하는 기계가 정지하는 소리.


"어, 아......."

"슈, 슈퍼노바의 전원이......

"꺼졌어......?"


늘 희미하게 희푸른 빛을 발하던 아리스의 빛의 검, 그 라인을 수놓던 빛이 사라지고 기능 전부가 소실된다. 그것을 지켜본 리오는 가동하지 않게 된 빛의 검[용사의 증표]을 내려다보고 일체의 감정을 배제한 채 내뱉었다.


"이제 만족했을까? 그럼, 이것으로 증명은 끝이야."


빛의 검은 효력을 잃었다. 그것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용사라면, 지금의 아리스는 그 자격을 잃은 게 된다.

――그녀들[게임개발부]의 논리는 파탄난다.

아리스는 자신이 짊어지고 있던 빛의 검을 다시 끌어안고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게 된 애총[용사의 증거]을 앞에 두고 멍하니 중얼거린다. 자신이 처음으로 손에 쥔 무기, 모두가 준비해준 무기,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

용사가 가진――빛의 검.


"아리스의, 빛의, 검이――......"

"너희들이 말하는 빛의 검...... 용사의 증거는 이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

"용사의, 증거――......"

"아리스, 너는 용사가 아니야."


놀라는 모모이, 미도리, 유즈를 밀어내고――드디어 리오는 아리스 앞에 선다.

어두컴컴한 복도 중앙, 붉은 안광이 아리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리스는 손안의 빛의 검을 힘껏 끌어안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리오를 올려다볼 수밖에 없다.

떨리는 그 몸이, 입술이, 눈동자가, 리오에게 온갖 감정을 호소한다.

하지만, 리오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 올바름[합리]을 믿기 때문에.


"너는 존재만으로 재앙을 퍼뜨리는 마왕[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악역]이야."

"――......"


아리스의[게임개발부의] 마음이――부서지려 하고 있었다.


이제 틀린 게 아닐까.

이제 어쩔 수 없지 않을까.

그런 체념과 슬픔이 가슴에 소용돌이치고 만다.

말이든 힘이든 이 자리에서 그녀에게 이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다문 채인 아리스를 향해 리오는 천천히 손을 뻗는다. 그녀를 데려가 그 헤일로를 파괴하기 위해.

멈춰야 해, 막아야 해.

게임개발부 전원이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공포에 몸이 움츠러든다.


"으읏――!"

"......"


뻗은 리오의 팔을 붙잡는――작은 손끝이 있었다.


"어, 언니......."

"모모이......!"


그것은 눈물 흘리는 모모이의 손이었다. 뻗은 리오의 소매를 잡고 몸 전체로 멈추듯 끌어안는 작은 체구. 굵은 눈물을 떨구며 흐느끼는 모모이는 아직 상처도 남은 몸으로 리오의 팔을 붙잡는다.

리오는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이해되지 않은 걸까."

"할 수, 없어.......!"

"그녀는 밀레니엄에, 키보토스에 재앙을 불러와, 그걸 막아야 해. 그러지 않으면 엄청난 희생이 생길 거야."

"그래도......!"

"너희들이 말하는 빛의 검은 이미 존재하지 않아. 용사의 증거는 사라졌어. 그녀를 용사라고 증명할 수단은 없지만."

"그렇, 지만――!"

"――......그래, 유감이야."


눈물과 콧물투성이로 리오의 팔에 매달리는 모모이에게 리오는 연민 어린 시선을 향한다. 안긴 팔과는 반대쪽 손끝을 움직여 태블릿을 터치한다. 창백한 화면이 켜지고 주위의 AMAS가 구동음을 울렸다.

리오의 팔을 끌어안은 채 이를 악물고 있는 모모이는 생각한다.

리오 회장이 말하는 건 잘 이해할 수 없다. 어쩌면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아리스는 자신들과 다른 존재고, 어쩌면 세계에 위기가 닥칠지도 모른다. 빛의 검은 힘을 잃었고 용사의 증거는 사라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리스는 게임개발부의 일원이고.

우리의 소중한 동료이자.

소중한 친구이며.


――아리스는, 우리들에게 용사였다.


"――AMAS, 그녀를 제압해."

"모, 모모이!"

"모모이......!"

"언니!"

"꼬맹이――!?"


주위를 둘러싼 AMAS가 기동하고, 그 총구가 모모이를 겨눈다. 지금의 그녀가 이 정도의 집중포화를 받으면 한순간에 의식이 사라질 것이다. 아리스가, 유즈가, 미도리가, 네루가 그 처참한 광경을 예감하고 소리친다.


"으――!"


모모이는 리오의 팔을 끌어안은 채, 날아올 탄환의 비에 비명을 삼키며 몸이 굳어졌다.


"――빛의 검만이, 용사의 증거가 아니야."

"......!?"


하지만, 그 총구가 불을 뿜는 일은 없다.

목소리가 들렸다.

어둠 저편에서 울리는 목소리.

그 소리를 들은 순간, 리오는 얼굴을 들고 어둠 속으로 시야를 움직였다. 바닥을 차는 발소리, 그것은 묘하게 가벼웠고, 희미한 하얀 윤곽이 점점 떠오른다.

누군가가――어떤 인물이 어둠 속에서 걸어온다.


"뭐......!?"

"――이 목소리는."


네루가 경악에 숨을 삼키고 토키는 눈동자를 가늘게 좁힌다. 전등이 깨진 어둠 속에서 걸어오는 사람의 그림자――그것은 학생치고는 몸집이 크고, 목소리는 낮게 울리는 듯했다.

그 존재는 너무나 간소한 차림으로 선 채, 학생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을 증명하는 건, 언제라도 본인의 의지와 행동이야."


간소한 환자복에 피와 흙먼지를 뒤집어쓴 샬레의 외투를 걸친 모습, 그 왼팔에 있던 의수는 제거되어 나부끼는 소매는 왠지 공허해 보인다. 거즈와 붕대투성이인 모습임에도 그――선생님은 한 걸음, 또 한 걸음 발을 움직인다.

여기까지 필사적으로 달려왔는지 모래와 절상투성이인 맨발, 벽에 손을 짚으며 이마에 맺힌 땀은 피로 때문이 아니다. 하지만 흐르는 그것을 한번 보지도 않고 선생님은 얼굴을 들었다.

어둠 속에서도 그 눈동자에 켜진 빛만은 잃지 않았다.

여느 때와 같은, 대단할 것 없는 일상을 회상하듯이――선생님은 게임개발부 모두에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런 이야기도, 있을 거야."

"서, 선생님――!"

"선생님!?"

"샬레의, 선생――?"


모모이가, 미도리가, 유즈가, 아리스가――그리고 리오가 그를 부른다. 경악과 함께.

도저히 서 있을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신발도 신지 않고, 옷만을 걸친 채로 달려왔다는 듯한 모습으로.

그야말로 만신창이다. 아직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창백한 안색도, 피가 흐르는 붕대도, 모든 것이 그 사실을 말해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선생님은, 여기 이 곳에 서 있었다.



――――――――――――――――――――――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200화가 넘었어요.

200화라고요 선생님, 쩌네요.



――


다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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