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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눈 앞에서 선생님이 죽어버린다면? - 텐도 아리스 5

아로프라보테채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23 14:4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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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모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9943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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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시리즈 전체 유혈피폐




선생과 아리스의 위치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선생의 태블릿에서 날아온 구조 요청 신호와, 아리스의 행적을 촬영한 CCTV의 기록들은 아리스와 선생님이 요새도시 에리두의 중심에 위치한 컨트롤 타워 최상층에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선생의 납치 소식과 네루의 부상이 전해진 지 30분이 채 안되어, 밀레니엄의 C&C와 발키리 공안국까지 전부 요새도시 에리두로 향했다.


"폭파, 폭파!"


- 콰앙!


평소와는 다른 절제된 폭발에 깔끔하게 문이 날아간다.


아카네와 아스나는 사인에 맞추어 문 안으로 총구를 들이밀며 진입했다.


"목표, 찾았습니다."


문에서 가깝지 않은 거리에서 아리스와 선생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앗! 메이드 선배님들입니다!"


자신에게 총구를 겨누는 둘에게 아리스는 반갑게 인사했다.


아리스의 인사에도 둘은 총구를 내려놓지 않았다.


"아리스 양, 당장 항복해주세요."


아카네는 미간을 좁히고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선생은 눈을 가리는 커다란 헬멧이 씌워진 채로 마치 잠에 든듯 조용히 의자에 눕혀져 있었다.


"앗, 그건 안됩니다!"


아리스가 아카네의 요청을 거부하자 아스나가 방아쇠에 걸친 손가락을 살짝 당겼다.


"아리스 양... 이번 건은 선을 넘었어요. 당장 선생님에게서 물러나세요."


"흐음, 싫습니다!"


"..."


아리스의 단호한 거부를 본 아카네가 짧게 손짓한다.


"앗, 카린 선배인가요?"


"뭐..."


손짓만 보고 카린의 조준을 알아챈 아리스를 본 아카네가 경악했다.


"지금 절 쏘면 선생님은 영영 의식을 잃어버릴 겁니다. 괜찮으신가요?"


섬찟한 아리스의 통보의 아카네가 급히 무전을 외친다.


"자, 잠깐...! 정지! 정지!"


"후후훗."


선생과 관련된 말 몇 마디로 저렇게 호들갑 떠는 꼴이라니...


아리스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우스워 입을 가리고 웃음을 흘렸다.


"자, 잠깐! 잠깐 기다려!! 모두들!"


순간 유우카가 문을 박차고 들어와 C&C를 제지한다.


"무슨 짓이에요!! 다들 총 내려놓으세요!"


유우카가 아카네와 아스나를 저지해보지만, 둘은 오히려 유우카에게서 멀어지며 아리스를 조준한 총구를 꿈쩍도 하지 않는다.


"유우카 양, 비키세요."


"유우카쨩, 비켜."


그 아스나마저 정색하며 유우카를 피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유우카가 아리스를 돌아본다.


"아, 아리스...! 빨리 선배들한테 잘못했다고 빌어...! 어서...!"


유우카가 울먹이며 아리스에게 애원해보지만...


"푸흡...!"


"아, 아리스?"


"푸흐흡...! 아, 유우카... 유우카는 너무 재밌습니다. 매번 볼때마다 아리스를 즐겁게 만들어 줍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우카를 보며 웃는 아리스의 모습에 유우카의 등골이 서늘해진다.


"아리...스?"


"혼자서 저를 막아보겠다고 덤비다가 헤일로가 부숴지거나, 선생님을 위해서라는 제 말에 속아 제 손으로 동기들을 죽여버리거나..."


"...에?"


유우카를 보며 정체모를 악담을 퍼붓는 아리스의 모습에 모두가 경악한다.


"매번 유우카를 볼때마다 아리스는 신이 납니다!"


"유우카 양, 이쪽으로 나오세요."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게임 오버할지 기대가 되거든요!"


"나오세요, 유우카 양."


아카네가 결국 유우카의 팔을 붙잡고 뒤로 당긴다.


유우카는 허무하게 아카네에게 이끌려 비틀거리며 아카네의 뒤로 옮겨진다.


"아, 아리스... 너, 아리스가 아니... 대체, 누구..."


"전 아리스가 맞습니다! 제 개체명은 이름 없는 신들의 왕녀 AL-1S, 그리고 여러분이 지어주신 이름인 텐도 아리스도 지니고 있습니다!"


영문 모를 소리를 말하는 아리스의 모습에 유우카에게 혼란이 찾아온다.


"물론 여러분이 아는 '아리스'와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지만요!"


싱긋 웃으며 선생의 몸을 쓰다듬는 아리스의 모습에, 모두가 긴장하며 총구를 겨눴다.




~~~




"해냈다!! 드디어 해냈어!!!"


마키가 주먹을 쥐며 환호한다.


"빨리! 빨리 로그부터 찾아봐봐!"


"아, 응!"


몇 시간에 걸쳐 호드의 메인 네트워크에 접속한 베리타스는 쉴 틈 없이 곧바로 로그를 추출해냈다.


"어떻게 됐어? 마키?"


"..."


코누리 마키가 심각한 표정으로 모두에게 화면을 보여준다.


"부부장이 말한게 맞아... 정말 호드가..."


【 명령 : 시뮬레이션 1회 접속 : 우시오 노아 :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2학년 : 시나리오 ... 】

【 명령 : 시뮬레이션 1회 접속 : 오니카타 카요코 : 게헨나 학원 3학년 : 시나리오 ... 】

【 명령 : 시뮬레이션 2회 접속 : 오니카타 카요코 : 게헨나 학원 3학년 : 시나리오 ... 】

【 명령 : 시뮬레이션 3회 접속 : 오니카타 카요코 : 게헨나 학원 3학년 : 시나리오 ... 】


마키가 보여준 화면에서는 학생이 접속한 시뮬레이션이 호드가 직접 짜낸 시나리오로 구동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럴수가... 진짜로 호드가 의지를...?"


"잠깐, 모두들, 이것도 봐줘."


코타마가 경악할 틈도 없이 하레가 심각한 얼굴로 화면을 비춘다.


"이게 밀레니엄 DB에 기록된 호드의 생성 알고리즘과 엔진에 대한 설계도야. 그리고 이게 지금 호드 안에서 돌아가는... 무언가야."


하레가 보여준 화면엔 정체불명의 언어로 작성된 프로그램이 호드 안에서 구동되고 있었다.


"..."


"..."


베리타스의 부원들은 경악에 물든 표정으로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게 뭐야...?"


"호드에 대한 외부에서의 침입 기록 조차 없었어. 게다가 이 개체가 보내는 신호의 시작이... 호드가 처음으로 만들어졌을 때의 가동시작 시간과 똑같아..."


"..."


"그, 그럼 호드를 처음부터 잘못 설계했다는거야? 아님 누군가가 다르게 만들어 놨다던가?"


하레의 질문에 마키는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밀레니엄에서 처음 호드를 설계한 사람에게 물어봐야겠지..."


"세미나의 회장 정도면 분명 알고 있을 거야. 밀레니엄 학생회 회장이면 그 정도 데이터까지도 접근할 수 있을거야."


"부장도 아마 알텐데..."


히마리의 이야기가 나오자 조용해지는 부원들.


"...일단 내가 리오 회장한테 연락은 해볼게.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코타마는 스마트폰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히마리 부장은..."


마키가 조심스레 물어볼까 하다가, 고개를 젓는 하레의 반응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그럼 일단 부부장한테 보고해두자."




~~~




"흐흑... 흑..."


쓰러진 미도리를 안느라 눈물을 닦을 수 조차 없는 아리스는 흐려진 시야로 비틀거리며 방을 빠져나갔다.


"모두들 어디에 있나요... 유우카, 모모이, 유즈... 미도리, 미도리가아..."


의식을 잃은 미도리의 귀에서 새빨간 피가 흘러내린다. 


“아아, 미도리… 미도리이, 체력, 체력 포션을 어서…”


패닉이 온 아리스는 떨리는 손으로 미도리의 귀를 틀어막아보지만, 아리스에게 껴안긴 작은 몸은 점차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아, 아무나, 아무나 도움을 요청합니다!! 제발! 제발 도와주세요!”


목이 터져라 소리치는 아리스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흐흑, 흑… 미도리, 미도리…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면 세이브 포인트가 있는 겁니다… 조금만 더 버티면…”


아리스는 피범벅이 된 손 대신 먼지가 묻은 소매로 눈가를 벅벅 비벼낸 후 미도리를 다시 들어올렸다.


그렇게 쓰러진 미도리를 껴안고 몇 분을 더 걸었을까, 어둡고 답답한 공간에서 벗어나 탁 트인 넓은 공간이 보였다.


“여기는…”


아리스의 눈 앞에는 부숴진 로봇들이 여기저기 늘어져 있는 광경이 보였다.


무언가 익숙한 모양의 로봇들에게서 형용할 수 없는 감각을 느낀 아리스의 몸이 잠시 멈춘다.


그러나 당장 미도리의 상태가 급했기에 아리스는 고개를 돌려 출입문으로 보이는 커다란 문으로 다가갔다.


“흡…!”


아리스가 힘을 줘 슬라이드를 당겨봤지만, 커다란 문은 크기에 맞게 열릴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여태껏 근력으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던 아리스이기에, 살짝 당황한 아리스는 다시 힘을 줘 문을 열려고 했다.


- ...! …!


“...!”


아리스는 순간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소리를 들었다.


-쿵쿵쿵!


“거기, 거기 누구 있는 건가요! 도움, 도움을 요청합니다! 도와주세요!”


-쿵쿵쿵!


아리스는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문을 두들겼다.


- ...!..!...!!


그러자 문 밖에서 미세하게 들린 인기척에 아리스가 필사적으로 다시 문을 두들긴다.


“여기, 여기 입니다! 도움! 도움을 요청합니다!!”


- 쿵쿵쿵!


“미도리, 미도리가 아픕니다! 제발, 제발 도와주세요!”


- 쿵쿵쿵쿵쿵쿵!


문이 우그러져 움푹 파일때까지 두드리던 찰나…


- 콰아아앙!!


“끄아아앙!”


문과 함께 아리스는 커다란 폭발에 휘말렸다.




~~~




“자, 잠깐… 모에쨩… 방금 뒤에서 문을 두들기던 사람이 있지 않았을까…”


“헛… 그, 그런가?”


미유의 지적에 모에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괜찮을 겁니다, 이 정도 충격으로는… 아마 무사할겁니다.”


미야코의 애매한 대답에 모에는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 일단 빨리 들어가보자고.”


완전히 박살난 문을 조심스레 넘어간 RABBIT 소대원들은 손전등을 비춰 먼지가 가득찬 커다란 공동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잠깐… 여기…”


“...”


커다란 기계가 잠들어있는 모습을 본 미야코의 두 눈이 가늘어진다.


“일단은 경계하면서 수색을 계속하도록…”


“미, 미야코쨩! 여기…!”


미유가 급하게 잔해 속에서 한 소녀를 들어올린다.


“헉…”


모에는 그 모습을 보고 패닉에 빠지기 시작했다.


머리가 피범벅이 된 조그마한 금빛 머릿결의 소녀가 미유의 품 안에서 차갑게 쓰러져있었다.


“어, 어떡해…”


미유는 울먹이며 순식간에 살인자가 된 모에를 바라보았다.


“나, 나, 나, 난 몰라, 난 몰라… 이런 커다란 문 같은 걸 열려면 최소한 그정도의 폭약은 필요했다고, 어중간한 폭약으로는 문을 열지도 못했을거야. 보급하러 돌아갈 수도 없는 와중에... 이게 맞아…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어…”


“모에, 진정하세요.”


미야코는 조심스레 소녀의 시신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이쪽 귀에 굳은 피를 보세요. 이미 이전에 머리에 큰 부상을 입었던 학생입니다. 모에가 터트린 폭약으로 인한 부상은 여기 찰과상 정도인 것 같습니다. 모에의 폭발로 사망했다고 보기엔 어렵습니다..”


미야코의 분석에 모에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소녀를 바라보았다.


“다, 다행이네… 아니지, 다행이라기엔 미안한데…”


“그, 그래도 모에쨩이 살인자가 아니게 되서 다행이야…”


모에와 미야코의 격려에 모에는 마음을 추스리고 소녀의 두 눈을 감겨주었다.


“그럼 문을 두들기던 건 누구지?”


“아마 잔해 속에서 폭약의 반동으로 기절해있을 겁니다. 잔해의 모양으로 보아선 아마 저쪽에…”


- 바삭…!


미야코가 손짓한 방향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 내가 가볼게…”


미유가 조심스레 총을 들고 잔해를 밟으며 다가갔다.


“저, 저기이~”


-콜록…콜록…!


“앗, 저기, 괜찮으신가요…?”


손을 뻗어 잔해를 치운 미유가 조그마한 손을 발견한다.


“앗… 제 손 잡으세요… 읏차…! 괘, 괜찮으신…”


“콜록…! 콜록! 콜록!”


손을 잡아당겨 잔해에서 빼낸 소녀의 모습을 본 소대원들은…


“미유, 손 놓으세요.”


“...”


“히, 히익…!”


미야코의 명령에 미유가 잡아끌던 손을 놓고 재빨리 도망친다.


“콜록… 콜록… 미, 미도리… 미도리는…”


자신을 당기던 손이 빠져나가자 아리스는 휘청거리며 바닥을 짚었다.


고개를 들자 흐릿한 눈으로 보이는 시선엔 세 소녀가 아리스를 보며 총을 겨누고 있었다.


“아… 아무나, 도와주세…”


아리스가 힘겹게 손을 뻗어 도움을 요청함과 동시에,


- 탕!


총격음과 함께 아리스는 정신을 잃었다.




~~~



- 그럼… 이 부분은.. 이렇게…


- 아뇨… 아직… 안전이…


“으으…”


아리스는 회로가 불타는 듯한 고통에 머리를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 철컹!


"읏...!"


그러나 아리스의 몸은 제대로 일어서기도 전에 바닥에 주저앉아 버린다.


"으으... 너무 아픕니다... 대체 무슨 일..."


아리스가 눈을 부비며 자신의 배를 바라보자, 커다란 수갑 같은 것이 자신의 배를 두르고 있었다.


"어라..."


자신의 배를 감싸안는 물체가 무엇인지 인지하기도 전에, 아리스는 핑 도는 감각과 함께 몸에 힘이 풀려버린다.


"아으... HP가... 아리스의 몸이..."


"...목표가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아리스의 앞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리스는 눈동자를 굴려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아뇨, 제압된 상태입니다. 네, 경계는 소홀히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기..."


노아 선배와 같이 새하얀 머리가 인상적인 소녀가 온 몸에 장비를 두른 채 무전을 하고 있었다.


아리스의 부름에 미야코는 아리스를 흘깃 바라본다.


"..."


"도움을 요청합니다... 미도리가..."


"모에."


"응?"


"생각보다 의식이 멀쩡한데요."


"에에... 두배는 넘게 넣었는데... 안드로이드라서 조금 다른건가?"


"미도리... 미도리가..."


"다시 투약해주세요."


"오키~"


"아..."


모에가 순식간에 아리스의 팔을 붙잡고 주사기를 꽂아넣는다.


"..."


아리스의 눈이 감기고 조용해지자, 미야코는 아리스를 바라보던 시선을 거둔다.


"저기... 미야코쨩..."


미야코에게 미유가 쭈뼛쭈뼛 다가온다.


"무슨 일인가요. 미유."


"방금 아리스... 뭔가 이전에 봤던 모습이랑..."


미유의 입에서 아리스라는 단어가 담기자 미야코의 미간이 좁혀진다.


미유는 그런 미야코의 눈치를 보더니 이내 말을 삼킨다.


"아니... 아니야..."


"미유."


"응...?"


"방심하지 말아주세요."


"아..."


미야코는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더니, 눈을 감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사키의 일을 기억해주세요. 순진한 얼굴에 속아넘어가선 안됩니다."


"미안..."


미유는 입을 다물고 자신의 품에 담긴 사키의 기관단총을 꼭 감아쥐었다.




~~~




"그게 정말이야!?"


유우카가 무전기를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아, 알겠어...! 일단 생활관까지 가볼 수 있겠어? 알겠어. 응. 거기서 보는 걸로..."


유우카는 무전기를 내려놓고 뒤를 돌았다.


유우카의 절친인 노아가 유우카를 보며 고개를 갸웃한다.


"어떻게 됐나요?"


"래빗 소대가 해냈어...! 생활관 제1기숙사로 타겟을 이동중이래."


"..."


초췌한 얼굴의 노아는 유우카를 끌어안았다.


유우카 역시 눈물을 흘리면서 노아를 껴안는다.


"드디어 끝낼 때가 왔어... 이 지긋지긋한 전쟁..."


"...네, 금방 끝날거에요."


"선생님이 보고 싶어... 노아..."


"...곧 볼 수 있을거에요. 분명."


둘은 한참을 껴안다가, 남아있는 몇 안되는 학생들과 함께 무장을 챙기고 지휘본부를 떠났다.




~~~




"거짓말이야..."


유우카는 풀썩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걱정하지 마세요! 유우카! 이 세계에서 할 일만 끝나면 아리스는 다시 '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방금 본인이 또 다른 세계로 간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아카네의 질문에 혀를 내밀고 주먹으로 머리를 두드리며 에헷, 하며 귀여운 소리를 흘리는 아리스.


"헤헤, 뭐, 그쪽의 아리스도 여기에 있던 아리스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겁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너, 완전 정신이 나간 아이구나."


아스나가 정색하며 아리스를 매도한다.


아리스는 아스나의 매도에도 싱글벙글 웃으며 태연하게 되받아친다.


"여러분 같은 NPC들에게 듣고 싶은 소리는 아니네요."


"서, 선생님은... 왜..."


"신기하게도 여러 세계를 돌아다녀도,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값을 지닌 개체가 딱 하나가 존재합니다. 그 존재가 바로 여기 있는 이 남자입니다."


아리스는 선생님의 품에서 푸른색 카드를 꺼내든다.


"키보토스의 바깥에서 온 존재. 그런 특별한 존재라서 그런 걸까요? 언제나 동일한 값과 영혼을 지닌 개체였습니다."


"선생님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죠?"


"후훗, 저도 다른 아리스들과 마찬가지로 선생님에겐 호감을 품고 있습니다. 아카네 선배. 선생님에게선 간단한 코드만 '추출'하기만 하면, 여러분과는 바이바이입니다. 선생님에게 해를 끼칠 염려는 안하셔두 됩니다."


아리스와 대치하는 세 학생은 아리스의 설명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리스가 인터넷을 보고 장난치는 건가, 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심각한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제압할 방법을 궁리하던 C&C에게, 아리스가 웃으며 말한다. 


"너무 머리 굴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메이드 여러분들과는 4번 이상 전투한 데이터가 제겐 있습니다! 결과는... 제가 여기 존재함으로 증명이 될까요?"


"..."


아카네가 이를 갈며 아리스를 노려본다.


"그러니 느긋하게 기다리면 됩니다! 곧 선생님에게서 추출을 시작할테니, 지루하지 않게 게임이나 하고 있는건 어떠신가요?"


아리스는 싱글벙글 웃으며 선생의 머리에 씌여진 헬멧을 조작한다.


- 우우웅...!


"아, 참. 전력을 차단해서 추출을 방해한다던가 같은 생각은 하지 말아주세요."


아리스의 눈빛이 순간 사라지고, 서늘한 미소가 자리잡는다.


"A.R.O.N.A.가 비활성화된 선생님은, 아리스가 물리적으로 0.3초 이내로 사살할 수 있습니다."


아리스의 섬뜩한 경고에, C&C 전원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




- 띠리리리리!


- 띠리리리리!


우시오 노아는 두 눈을 뜨고 침대에서 일어섰다.


일어서서 보이는 방 안의 풍경은 굉장히 어지러웠다.


자신의 기억을 정리하기 위해 모든 물건과 기록을 헤집어 놓은 방.


마치 강도가 다녀간 듯한 모양새였다.


- 띠리리리리!


- 띠리리리리!


가뜩이나 머리가 울려 아픈데, 전화소리가 짜증난 노아는 옷걸이에 걸린 스마트폰이 담긴 자켓에 손을 뻗는다.


- 띠리리리리!


그러고선 신경질적으로 스마트폰을 끄려던 노아가 멈칫한다.


【츠카츠키 리오】


세미나에 입부하고 나서도 거의 연락 해본 적 없는 회장.


회장이 직접 전화를 건 이례적인 상황에, 노아의 손가락이 잠시 머뭇거린다.


"...여보세요."


- 노아.


"...회장."


- 소식은 들었어?


"무슨 소식이요?"


- ...꽤 상태가 좋진 않나보네. 노아.


"..."


- 선생님이 납치되었어. 다른 세계의 아리스에게.


"...네?"


갑작스러운 리오의 통보에 노아의 얼굴이 벙찐다.


- 색채에 오염된 인공지능과, 미쳐버린 고대 병기가 이 세상을 끝내려고 해.


"리오 회장, 무슨 말인지..."


- 노아. 난 너처럼 모든 걸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지 못했어.


"회장?"


- 그래서 아마 넌 눈치챘을 거야. 우리가 사는 세상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


리오의 말을 들은 노아의 몸이 굳는다.


- 문자로 보낸 주소로 와. 너와 나만이 구할 수 있어.


"..."


- 띠링!


노아의 스마트폰에 알림이 울린다.


화면에 뜬 문자를 확인한 노아가 스마트폰을 다시 귀에 가져간다.


"회장... 구할 수 있다는게... 누구를요?"


- ...


리오의 침묵에 노아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 자세한건 와서 이야기 하면 좋겠어. 이만 끊을게.


리오의 마지막 말과 함께 전화가 끊긴다.


무언가 울먹임이 섞여 있는 듯한, 먹먹한 리오의 말투에 노아의 손이 떨어진다.


"..."


잠시 창밖을 바라본 노아는 잠시 눈을 감고 선생님과의 추억을 되새긴다.


그러고선 입술을 꾹 깨물고 나갈 준비를 시작한다.


문득 비친 거울에서 관자놀이에서 피가 떡진 자신의 모습을 본 노아는, 샤워기의 레버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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