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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리제로 EX - 아이리스와 가시나무 왕 (후편) -7

케드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27 23:00:07
조회 158 추천 13 댓글 3
														

——대관식의 날이 다가온다.

 

천천히 천천히 날짜는 하루이틀 지나가고, [선제의 의식]이 끝난 제국은, 빈 옥좌에 새로운 황제가 앉을 때를 계속 기다리고 있다.

 

그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 저버릴 만한 정당성도 없다.

 

아이리스도 무지크 가문의 성 안에서 그 중요한 때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몸 상태는 이렇게까지 개운한 적이 없었는데.”

 

하사받은 호사스러운 큰 방 한 칸, 그 창가에 서서 맑은 하늘을 밉게 바라봤다.

 

몸 상태는 정말로 좋다. 과거, [광전병]에 대해 모르고 있는 체 그 병을 앓고 있었을 때에는 가만히 있을 때도 어느새 피곤해졌었는데, 이제는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몸 속에서 사라졌었어야 했을 그 고통은 이제 마음 속 깊은 곳으로 가 버렸다.

 

재활의 명목으로 성에 남아 있는데, 재활이란 게 무엇이던가.

 

몸은 아무데도 상한 곳이 없는데, 혼자 지내기에는 방이 너무 커서 대체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할 지 알 수가 없다.

 

엘칸티 가문의 저택에서도 아이리스는 똑 같은 말을 해서 유가르드를 곤란하게 한 적이 있다.

 

그래도 그 때는 당시에는 유가르드의 신변을 돌본다, 라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변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지금은…?”

 

이런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야, 비극의 주인공 흉내에 빠졌냐?”

 

——아.”

 

문득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아이리스는 고개를 돌리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눈 앞의 커다란 창문의 창틀을 날카로운 발톱이 짚더니 검은 털의 얼굴이 창틀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건 바로——,

 

, 카스…?”

 

나 말고 누가 창문을 통해 네 방으로 들어오겠냐?”

 

“…그런 건 자랑할 거리가 아닌데요.”

 

창틀을 통해 들어온 상대—— 볼카스가 들어오도록 아이리스가 창가에서 비켜 서자 그는 몸을 당겨 세우면서 방 안으로 들어왔다.

 

태연히 방 안으로 들어온 후, 그는 옆으로 비켜선 아이리스 쪽을 힐끗 보자마자 그 어깨를 잡고 자신 쪽으로 돌렸다.

 

, , …”

 

눈이 빨갛잖냐. , 훌쩍훌쩍 울고 있었지?”

 

, 그런 건 당신과는 상관없는 얘기잖아요.”

 

? 내가 그런 걸 신경 쓰다니 뭔 소리여?”

 

볼카스는 얼굴을 가까이 댄 채 그녀를 내려다봤다. 볼카스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아이리스는 힘없이 눈을 돌렸다.

 

그에게 겁을 먹은 것은 아니다. 볼커스의 말에 적의도 악의도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아이리스가 눈을 돌린 것은 그의 눈동자가 똑바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눈동자에 한심하고 연약한 자신의 얼굴이 비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안해요. 당신이 상관 없을 리가 없는 걸요. 무심코 화가 나서 그랬어요.”

 

말 안 해도 알아. 바보야. ——내가 잘못했어.”

 

?”

 

내가 하루라도 빨리 영주 녀석의 형제를 죽여서 네가 걔 얼굴을 직접 보면서 축하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다.”

 

아이리스의 어깨를 잡은 채, 볼카스는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아이리스는 볼카스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볼카스가 이렇게 아이리스에게 머리를 숙여 사과할 일이 있다니.

 

, .”

 

, 놀라서 그랬어요. …제가 없던 사이에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났었나 보네요.”

 

그런 건 됐고, 제일 중요한 건 너랑 그 녀석이——

 

볼카스,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

 

알아요. 자신이 조금만 더 빨리 끝냈거나, 늦게 끝냈더라면 결과가 다르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실 것 같다는 것도요.”

 

유가르드의 가시나무와 아이리스의 광전병.

 

두 사람이 만나, 말을 나누고, 접촉하게 된 계기와 이유로 인해 생긴 결과이므로, 거기에 볼카스의 잘못은 없다.

 

그런데 볼카스, 어째서 여기에 오셨나요? 당신이 각하의 군에서 가장 강한 전사가 아니었나요?”

 

“…이제 영주 놈의 적은 없어. 내가 그 녀석이 있을 곳에 이유도. 게다가…”

 

게다가?”

 

네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나는 너한테 빚을 졌으니까.”

 

그런 건 이미 오래 전에…”

 

볼카스가 어느샌가 다시 다급하게 평상시의 변명을 다시 말하자, 아이리스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볼카스가 끊임없이 말하는 아이리스에게의 빚은——이미 다 갚았다, 라고 표현하기는 힘들다. 부모님의 원수니까. 무엇을 해야 빚을 갚았다고 양쪽 다 인식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볼카스는 목숨을 걸고, 아이리스로 인해 시작된 유가르드의 싸움에 들어갔고, 그가 황제가 될 때까지 계속 조력해줬다.

 

그걸로는 충분한 것이 아닌 것인가. 그걸로 볼카스는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건가.

 

——아니, 충분하지 않아.”

 

————"

 

라고 생각하고 있던 아이리스의 마음은 볼카스가 정면으로 반박했다.

 

볼카스는 날카로운 송곳니를 악물고 그의 힘이라면 충분히 으스러트릴 수 있는 아이리스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잡은 채 계속 말했다.

 

말했었지만, 나는 너에게 큰 빚을 졌다. 평생에 걸쳐도 갚지 못할, 큰 빚이야. 그러니까….”

 

볼카스…”

 

그러니까 너는 나를 평생 부려먹어도 돼.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라면, 나를 어떻게든지 써먹어도 좋아, 아이리스…!”

 

피를 토할 것 같은 기세로 볼카스는 호소했다.

 

그 호소를 들은 아이리스는 그제서야 번개를 맞은 것처럼 깨달았다.

 

그 동안, 볼커스하고 대화할 때마다 나오던, 빚을 잊지 않겠다는 그의 진의를 깨달았다.

 

볼카스는 아이리스의 생각보다 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강해. 하지만 머리는 좋지 않아. 너랑 네 녀석이 전처럼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몰라, 그건 선생이 해답을 찾을 거고. 그렇게 뭘 해야 될지 알게 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다 해 줄게.”

 

볼카스는 자신이 머리가 나쁘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하지만 아이리스는 볼카스의 말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머리가 나쁘지 않다. 머리가 나쁜 건 자신이다. 그래서 눈 앞에서 자신의 소망을 당당히 밝히는 볼카스와 달리, 비관적으로만 보고 있었다.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이유를 찾을 수 있는 볼카스와 달리, 포기할 이유만 찾고 있었다.

 

이제 유가르드와 만날 수 없는 것에 스스로 타협하려 했다.

 

아이리스는 그 자상한 [가시나무의 왕]을 외롭게 놔두려 했다.

 

——아.”

 

아이리스의 눈 속에서 눈물이 스르륵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무의식적으로 흐른 눈물에 아이리스는 숨을 살짝 들이쉬었다. ——그런데 그 직후,

 

볼카스가 뺨을 타고 흘러내린 아이리스의 눈물을 핥았다.

 

——"

 

까칠까칠한 늑대인간의 혀의 감촉이 뺨을 쓰다듬었다.

 

하마터면, 두개골까지 긁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 감촉에 깜짝 놀랐고, 곧 이어서 그 행동 자체에 깜짝 놀랐다.

 

, , 당신, 지금…”

 

? 네가 울길래 그런 건데. 무리의 어른이 아이를 달래는 건 당연한 거 아냐.”

 

누가 어른이고, 누가 아이라는 겁니까! 정말, 정말로 당신이란 사람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볼카스를 보고 아이리스는 얼굴을 붉히면서 핥아진 뺨을 손바닥으로 닦더니 어깨의 힘을 쭉 뺐다.

 

볼카스도 아이리스의 어깨에서 손을 뗐다.

 

정말, 이 늑대인간은.

 

정말로, 뭐든 도와주실 수 있어요?”

 

말했잖냐. 너한테——

 

갚을 수 없을 정도로 큰 빚을 졌다, 라는 거죠?”

 

.”

 

볼카스는 코웃음을 치면서 입꼬리를 일그러뜨리고 웃었다. 볼카스의 미소에 아이리스도 나약하게 미소를 지었다.

 

상황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아이리스의 광전병이 아물어 유가르드의 가시나무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라는 것도.

 

저는 각하께 전해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아이리스라는 이 존재를 통째로 걸고, 그의 곁에 갈 것이다.

 

——라고 아이리스가 마음을 정했을 때,

 

——아이리스 공, 큰일 났소!!”

 

선생님?”

 

노크하는 것도 잊은 채, 리넥은 소리를 지르면서 방으로 뛰어들었다. 눈에 핏발이 선 채, 그는 방 안에 아이리스의 곁에 있는 볼카스를 보고 볼카스?!”라고 놀란 채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나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금새 정신을 차리고,

 

지금은 그것보다는아이리스 공, 침착하게 들으셔야 하오!”

 

둘 다 침착하거든. 선생 씨야말로 침착해지라고.”

 

볼카스, 알겠으니까요선생님, 무슨 일이에요?”

 

예사롭지 않은 리넥의 태도에 아이리스는 볼카스를 만류하고 그에게 질문했다.

 

그러나, 리넥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아이리스의 가슴에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 앞으로 나아가기로 마음 먹은 지 얼마 안 된 아이리스에게 무서운 예감이 들 정도로.

 

그리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휘태커 골다리오가 역모를 일으켰소! 각하가 계신 제도의 별궁에 불을 질러 각하를 시해하려고 계획한 것이오!”

 

 

 

 

△🔽△🔽△🔽△

 

 

 

제도 루프가나의 수정궁은 볼라키아 제국의 기술과 예술의 정수를 모아 건축된 성으로, 제국을 넘어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불리는 건축물이다.

 

귀중한 마정석을 듬뿍 사용해 만든 수정궁은, 그 건축을 위한 지식이 현재에는 상실되기도 해서, 현재는 두 번 다시 재현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관식을 준비하는 동안 별궁에 계시도록 하게 했지. 수정궁은 대체할 수 없을 정도로 귀한 가치를 가진 볼라키아의 국보니까.”

 

——. 유가르드 각하도 대체할 수 없는 분이에요.”

 

그건 너도 마찬가지일걸. 한결같이 생각하고 있는 분이지. 세계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대체할 수 없는, 완벽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나 보네. 그러면 왜 선제의 의식은 열리는 거지?”

 

————.”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건 없어. 유가르드 엘칸티 각하도 예외는 아니지. 너도 우리 가문의 일원으로서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철창 너머에서 휘태커의 말을 들은 테리올라는 고개를 숙였다.

 

감옥에 감금된 테리올라에게서는 평소의 우아한 기품을 느낄 수 없었다. 드레스의 옷자락은 찢어져 있었고, 자랑인 빨간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화장도 온데간데 없었다.

 

그리고 그 테리올라를 휘태커는 냉정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왜 그럴까.

 

어쨌든 테리올라는 휘태커의 일생일대의 대승부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혈육에게 배신당한 것만큼 괴로운 건 없지. 넌 죄 많은 여자야, 테리올라.”

 

그건 저도 마찬가지에요, 오라버니. 유가르드 각하도, 오라버니를 전폭적으로 믿고 있으셨으니 오라버니의 배신을 듣고 배신감과 함께 마음 속 깊이, 고통을 느끼셨을 겁니다.

 

각하의 마음이 아프셨을 것이다? 하하, 지금까지 들어본 것 중 최고의 [조크]였어. 철이 들었을 때부터 쭉, 심장이 가시나무에 조여지고 있었어. 그럼에도 고통을 모르시는 분이다. 신하들에게 배신당한 고통도 느낄 리가.”

 

오라버니…!”

 

쇠창살을 꽉 움켜잡자, 정성스럽게 다듬었던 손톱에 금이 갔다. 하지만 테리올라는 이에 아랑곳하지도 않고 휘태커를 매섭게 노려봤다.

 

테리올라의 눈빛에 휘태커는 어깨를 살짝 으쓱했다.

 

현실을 직시해라, 테리올라. 각하의 가시나무의 저주는 커지기만 한다. 이제 볼라키아 제국의 제위에 올려놓는 것은 불가능해. 그래서, 대안이 있지.”

 

그건 당신이 황제가 되겠다는 겁니까?! 옥좌를 훔친 간신이라고 영원히 기록되기만 할 겁니다!”

 

어쩔 수 없어. [선제의 의식]이 끝났으니, 그를 대신할 황족도 없어. 길데오 황자가 죽기 전이라면 그를 세우면 됐겠지만, 그것도 물 건너갔지. 그렇다면, 볼라키아의 관습에 따라, 힘으로 제위를 빼았은 자가 다음 황제가 되는 것이지.”

 

처음부터처음부터 그러실 생각이었겠죠?”

 

————

 

어쩔 수 없다, 라고 말은 했지만, 테리올라는 이를 믿지 않는다.

 

휘태커는 분명, “엎친 데 덮친 격이다라고 말했었다. 휘태커는 확실한 의도를 갖고 아이리스의 [광전병]을 치료해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휘태커는 이 상황을 원했던 것이다.

 

어째서.”

 

그건 내가 할 말이야, 테리올라. 네가 암살을 실행하기 직전에 각하를 놓쳐서 불필요한 수고가 생긴 거니까. 하긴, 그 분은 어디를 가든 가시나무의 저주도 따라다니니 찾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

 

테리올라의 저항은 사소한 장애물일 뿐이라고 휘태커는 말하면서 돌아섰다.

 

그 등을 향해 대들려고 해도 나오는 것은 시시한 감정론뿐이었고, 테리올라는 휘태커가 자신의 결정을 바꾸게 할 만한 말을 떠올리지 못했다.

 

그저 흐느끼듯이 말하기만 했다.

 

오라버니, 참으로 경멸스럽습니다.”

 

————

 

휘태커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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