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일반] [우전갤문학] 이번 그슬 결승 막세트

ㅇㅇ(180.65) 2018.04.19 23:47:18
조회 967 추천 18 댓글 13
														




 혹한기가 지나자 찾아온 건 봄날이었다. 따스한 날들이 연속되었다. 어느 순간 겨울은 인간들을 괴롭히기를 포기했다. 기온이 올라 싱숭한 찬바람 대신 옅은 초록이 벽의 구석진 틈에서 싹을 틔우는 날씨가 되었을 때, 테란의 영토에는 그 무엇도 남아 있지 않았다. 또한 그 누구도 없었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



 "이제 저그와 싸우는 건 지긋지긋해여."



 마루(Maru)는 볼멘소리로 툴툴거렸다. 아직 성장기가 다 지나지 않은 소년처럼 작은 몸이었으나 앳된 얼굴은 그나마 젖살이 완전히 빠져 있었다. 확실히 그는 소년이라 불릴 나이도 이미 지났다. 청년은, 잠시 비쩍 마르고 긴 손가락으로 두 눈을 덮었다 세게 부볐다. 긴 한숨이 부루퉁히 튀어나온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걱정 마시죠, 사령관님께서는 이제부터─"

 "그게 프로토스와 싸우고 싶다는 얘기는 아니잖아여. 수(soO)는 어디 갔어요?"

 "아이어 프로토스의 방벽 아래 한 끗 차이로 쓰러졌죠."



 부관이 어깨를 으쓱했다. 마루는 그저, 다시 한 번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젠장, 분명히 그 저그 정신체가 올라올 거라 예상했건만. 아무래도 제 예상은 보기 좋게 엇나간 모양이다. 이번 전투에서는 알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루 그 자신의 행보마저 포함해서. 그렇게 생각하면 저그의 패배도 이해할 수 있을 법도 했다.


 작은 테란 사령관은 잠시 침묵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와 함께할 때면 이어지는, 늘상 어색하지만은 않은 정적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큐어(Cure)는 같이 입을 다물었다. 마루는 고개를 살짝 내리고, 눈을 내리깔아선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동족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그 자신을 위해서인지 부관은 알 수 없었다. 그저 후자에 더 가까울 거라는 어스름한 추측만 입 밖으로 내지 않을 뿐.


 저그와 프로토스의 침공에 테란은 전멸했다. 자치령의 통치자도, 연구자도, 군의 독재자마저. 하나씩 스러져가던 동족들을 마루는 그저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마루에게는 이번 사태는 그리 경악할 정도로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다만 너무 오랜만의 일이라 조금 놀랍고 의아해 했을 뿐. 다들 최근 들어 테란의 짧고 찬란한 한 시대를 풍미하던 테란의 지배자들이 아닌가. 마루는 이제 그의 시대가 아주 지나친 줄만 알았더라.



 "최후의 테란, 이라……."



 마루는 나즉히 제게 붙은 칭호를 입에 담아 보았다. 최후의 테란. 테란의 희망. 이전부터 다른 이들이 이름 대신 자신을 부르던 이명이었다. 퍽 기분 나쁜 별칭은 아니었다. 그 호칭은 유달리도 자신에게만 귀속된 것이었기에. 그래, 이번엔 그 이름값을 제대로 해보여야겠지.





 확실히 상대는 강했다. 동족들을 제 손으로 제거해가며 올라온 상대였으니 당연하다. 네라짐, 정화자. 이 칼라이 프로토스는 칼라의 힘으로 그들을 무참히 베어넘어 오지 않았던가. 다른 종족들에게 동족을 잃어가며 이곳까지 올라온 자신과는 또 다른 벼려진 결단. 스스로의 손으로 동족을 베어넘겨서라도, 더 높은 곳으로 오르고자 하는 빛나는 욕망. 마루는 그런 동족상잔의 형태를 굳이 탓할 마음은 없었다. 자신 역시 그의 입장에 놓였다면 같은 선택을 할 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 자신 역시도 이곳에 올라오기 위해 동맹의 피를 손에 묻히지 않았던가. 마루는 그저 잠자코 앉아 수많은 모니터 화면으로 비춰지는 전장의 현황을 바라보았다. 검은 타일들 가운데 문득문득 보이는 분홍색이 은은히 빛나고 있었다.


 견제용으로 보냈던 벤시는 그리 큰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퇴각했다. 프로토스가 꺼내든 전략은 점멸 추적자였고, 자신의 벤시가 에너지를 다할 때 추적자들은 기체들을 상공에서 폭파시킬 것이었다. 상황은 제 쪽을 향해 웃고 있지 않음을 마루는 잘 알고 있었다. 그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던 사령관이 마침내 입을 연 때는 추적자의 점멸에 벤시 한 기를 잃은 직후였다.



 "유령."

 "네?"

 "견제는 실패했고, 상대는 내가 먼저 오지 못할 걸 알아여."



 대뜸 짧게 튀어나온 한 마디에 부관이 어리둥절하게 물어보았다. 마루는 짧은 문장들을 뱉으며 생각을 정리해보려 애썼다. 상대는 거신이 아니라 고위기사를 조합하고 있다. 아마 폭풍으로 해병을 쓸어버리려 하겠지.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먼저 나가서 한 번 정도는 상대의 병력을 파훼해야 한다. 병력은 이미 1단계의 업그레이드가 되어 있고, 어느 정도 양은 쌓였다. 거기에 유령이 있으면 한 번 정도는 EMP로 그 병력이 아무것도 못 하도록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사령관님, 그렇게 했다가는 전투가 이어졌을 때 업그레이드 차이가 너무 밀립니다. 그리고 혹여 상대가 분광기로 고위기사를 유령에게서 방어한다면,"

 "그러니까 지금 끝내야지."

 "……."

 "스탯츠(Stats)가 그럴 여유는 없을 거예여. 일단 있는 병력 다 모으고 유령이나 데려와여. 지금 당장 전진해야 하니."



 지금 당장 돌격한다면 전투의 주도권은 우선적으로 자신에게 귀속된다. 부관에게 대충 스캔과 오퍼레이팅을 맡기고 마루는 급하게 전투복을 챙겨입었다. 마지막 전투가 될 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입는 차폐복과 손에 쥐는 소총이 무척이나 어색했다. 평생 자신이 사이오닉 에너지에 대해 재능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얼굴을 마스크로 가리며 마루는 입을 다물었다.


 사령부 밖으로 나가자 서늘한 공기가 차폐복 밖으로도 느껴졌다. 전장 특유의 분위기. 언제 죽음이 제 곁을 맴돌지 모를. 모여 있는 병력 가운데 마루는 조용히 합류했다. 한 번 깊게 심호흡을 한다. 복잡해지기 시작하던 머릿속이 차츰 차분히 가라앉는다. 다른 유령 둘과 선두에 선 채, 사령관은 전진을 명령했다.


 





까지 쓰고 런함

솔직히 이 뒤의 전투 양상은 노잼이었음 EMP 쏘고 2초만에 겜 끝나서... 현장에서 볼 땐 손에 땀 쥐고 보긴 했는데

근데 이런 거 올리면 읽냐


추천 비추천

18

고정닉 8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72 설문 연예인 안됐으면 어쩔 뻔, 누가 봐도 천상 연예인은? 운영자 24/06/17 - -
38744 일반 스투에서 가장 쓸모없는 버튼.JPG [14] ㅇㅇ(124.197) 18.04.30 2069 13
38717 일반 조성호 방송에 후안 난입 [12] ㅇㅇ(182.216) 18.04.30 1513 11
38686 일반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9] 차원이동(211.226) 18.04.29 1052 13
38632 일반 원이삭 지금까지 받은 상금 전부 어머니 드렸다고 하네 [20] ㅇㅇ(14.37) 18.04.29 1388 23
38269 일반 주성욱 우승하면 알몸으로 거리배회한다 [12] ㅇㅇ(175.223) 18.04.28 1172 17
38193 일반 미쳐버린 노동조합겔... [14] ㄴㄴ(125.177) 18.04.28 1512 19
38154 일반 ㅋㅋ 아직도 해불타령하는새끼들은 머냐 ㅋㅋ [10] FareWel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4.28 869 15
38049 일반 수호방패.gif [8] ㅇㅇ(175.223) 18.04.28 1428 12
38038 일반 오늘의 본좌/막장을 뽑아봅시다. (4월 28일) [25] Qwertyrule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4.28 893 9
37954 일반 你好,我叫一二三 [6] 一二三(115.89) 18.04.28 1013 10
37897 일반 조성호 한이석 경기보고 프사기하는데ㅋㅋㄱㅋㄱㅋㄱㄱㅋ [8] 12(175.223) 18.04.28 1254 13
37840 일반 야 쟤 마스크 벗겨봐 [4] 찰진얼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4.28 1196 14
37556 질문, 공략) elizae 프로토스 정찰학개론 2탄 저그편 [17] elizae(125.132) 18.04.28 1273 26
37461 일반 GSL 우승자 위상 근황.JPG [8] ㅇㅇ(203.128) 18.04.27 1644 20
37164 일반 스타2 불법프로그램 발견(리플,사진설명有)(스압) [47] thesigna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4.27 2493 27
37117 일반 잡금이 쓰는 초반 1-2사도에 일꾼털리는 새끼들 특징 [10] ㅇㅇ(121.140) 18.04.27 1100 25
36830 일반 어제자... 내셔널지오그래픽.... 갓흥겜... 입갤....youtube [11] ㄹ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4.26 1469 17
36742 질문, 공략) elizae 프로토스 정찰학개론 1탄 저그편 [35] elizae(125.132) 18.04.26 2030 33
36641 일반 주명학 선생님 패스 신청시 전원 무료 [12] ㅇㅇ(123.109) 18.04.25 1943 30
36616 일반 다 같이 외칠 것 추천 [17] ㅈㄱ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4.25 1893 24
36604 일반 오늘의 본좌/막장을 뽑아봅시다. (4월 25일) [18] Qwertyrule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4.25 3204 10
36486 일반 ???:좆라준 따위의 암기랑 비교하지 말자 [6] ㅇㅇ(110.10) 18.04.25 1419 19
36401 일반 김유진이 이겼을시 [18] man of actio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4.25 1389 33
36369 일반 불과...3개월전...예언...jpg [12] 에디짱짱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4.25 1388 16
36282 일반 악질어까.jpg [13] ㅈㄱ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4.25 1501 22
36267 일반 김도우 은메달 받는데 수장님 트윗.jpg [9] ㅇㅇ(121.162) 18.04.25 1437 24
36221 일반 이신형과 어윤수의 문성원 놀리기(feat.Ha jin sun) [21] (211.197) 18.04.25 1573 28
35976 일반 [방송안내]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 JYP 연승전이 진행됩니다. [11] 온풍미디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4.24 569 16
35965 일반 속보 명훈이형 mmr 6100돌파 [15] INnoVatio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4.24 1275 15
35864 일반 저그너프 시발놈아 여기다 스크린샷 왜 쳐올리는데?? [11] ㅇㅇ(117.111) 18.04.24 1081 13
35693 일반 이새기 누구냐??? [11] ㅇㅇ(117.111) 18.04.24 1557 13
35688 일반 아르타니스의 추악한 행적 [19] 탈다림(121.139) 18.04.24 1627 22
35657 일반 댄디 우붕이 평균 외모일줄 알았는데 [4] ㅇㅇ(112.149) 18.04.23 678 10
35607 일반 [방송안내] JYP 연승전이 매주 월요일, 화요일 진행됩니다. [24] 온풍미디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4.23 1166 36
35528 일반 영어 다시 공부할때, 의외로 이게 도움이 되더라 [17] ㅇㅇ(220.70) 18.04.23 1639 31
35424 일반 빵이랑 윤수 유람선 탔나보네 [18] ㅇㅇ(117.111) 18.04.23 1621 23
35382 일반 오늘 결승전의 자랑스러운 3인의 한국인을 보고가자 [6] ㅇㅇ(211.209) 18.04.23 1887 18
35006 일반 뚜방좌 원래 이런 사람이었냐? ㅋㅋㅋㅋㅋㅋㅋ [23] 재밌는스타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4.22 1601 16
34878 일반 갓흥겜 무엇 [10] 나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4.22 1353 20
34849 일반 피시방 갔는데 스투 안깔려있어서 깽판치고 나왔다 [23] 스투열사(114.205) 18.04.22 1384 20
34827 일반 갤에서 항상 화나있는 애들 특 [17] ㅇㅇ(223.38) 18.04.22 984 19
34589 일반 빵가놈 이때는 진짜 잘생겼네 [19] ㅇㅇ(59.31) 18.04.21 2167 20
34515 일반 크랭크배 아마추어 팀리그 [4] kenosi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4.21 1403 10
34364 일반 오늘의 본좌/막장을 뽑아봅시다. (4월 21일) [50] Qwertyrule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4.21 1509 14
34269 일반 ???:"양이침범 비전즉화 주화매국" [7] ㅇㅇ(110.10) 18.04.21 1858 27
34213 일반 방금 경기가 왜 눈썩이냐? [11] ㅇㅇ(211.36) 18.04.21 1443 24
34208 일반 패자전 간단 요약.jpg [14] ㅈㄱ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4.21 1523 24
34149 일반 ???: 이야~ 꽤 하는데? '김대엽' [7] 찰진얼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4.21 1324 22
34076 일반 아아... 시즌1때 당신은 대체... [7] DoyA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4.21 1104 17
33867 일반 강호아재 근황 [16] 타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4.21 1575 23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