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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장문) 이번 2023월즈 결승티저에 담긴 이무기 서사上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2.13 15:40:18
조회 1816 추천 37 댓글 6
														


안녕하세요 그냥 월즈 종종 보는 라이트팬입니다

이번 결승티저에 대한 개인적인 감명이 깊어서 썼던 리뷰가 있었는데 최근 재정리해 공유해..봅니다

많이 민망하지만, 한 분이라도 더 이 티저의 놀라운 서사를 함께 만끽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서요..
개인만의 해석일뿐 정답이라고 단정짓는 해설이 아니기에, 견해가 다르셔도 이해를 바라며 그냥 가볍게 우승서사를 즐기는 의도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P.S) 이 리뷰는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소 많이 넣었는데, 실제로 감독님이 스토리텔링팀에게 꽤나 방대한 이야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또한 세트, 이무기서사등은 3개월전부터 준비하셨다고합니다. 티저 인력들이 얼마나 많은 고민과 공을 들였는지 궁금하신분들은 해당 타래를 보시는것도 추천드려요.




<INTRO-이제는 낙엽 한 잎조차도 가벼이 보지 않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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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공기를 담은 광화문과 고척돔이 비친다.
초가을의 잎사귀들이 노랗고 빨갛게 변하며 시간이 흘러가고, 수많은 경기들을 치룬 선수들의 모습도 스쳐지나간다.
단풍이 절정으로 무르익어가면서 누군가는 이 무대에서 머리를 감싸며 퇴장해야했고, 누군가는 웃으면서 동료들과 함께 퇴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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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월즈의 최종장이 다가왔음을 보여주는 듯 낙엽 한 잎을 결연히 바라보는 페이커 선수.

이 장면은 퍽 직관적으로 특정한 고사성어를 연상케합니다.


일엽지추(一葉知秋) '나뭇잎 하나가 지는 것 만으로도 가을이 옴을 알 수 있다.'
일엽지추는 실은 원문인 한시를 찾아보면 중의적인 의미를 지니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A. 중국 문록 당나라 시에서 나온 이야기로,
<산에서 수련하는 스님은 날짜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더라도, 고작 낙엽 하나만으로 천하에 가을이 만개함을 알아차린다(山僧不解數甲子 一葉落知天下秋)>
=진정한 군자는 작은 것을 보고도 큰 것을 알아차린다
='고작 그것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하지 말라'
='방심한 탓에 쇠락할 수 있음을 경계하라'

B. 중국 한나라 시절 신화나 전설로부터 편집해 모은 고대백과사전 [회남자]의 설산훈편에서 나오는 버전으로,
<떨어지는 잎사귀 하나만으로도 한 해가 장차 저물려는 것을 알 수 있고,
병 속의 물이 언 것만 보아도 천하가 곧 추워지리라는 것을 안다 (見一葉落而知歲之將暮 覩甁中之氷而天下之寒)>
=가까운 일을 봄으로 이미 먼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알아차린다
=가만히 앉아서도 천하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천리안을 지닌 것 마냥 예지력이 뛰어난 자

수많은 경험과 정신적인 성장으로 어느 순간부터 조용한 승려나 선인의 길에라도 들어든 이미지,

앞으로 닥치게 될 상황이나 각을 빠르게 파악하고 일명 '예상 해설'을 해버리는 선수라고 하면 롤판에서는 익히 모두가 한 사람을 떠올립니다.

또한 일엽지추라는 고사성어가 중국과 한국에 본격적으로 퍼지게 된 계기는 사실 삼국지(기록 시기상으로는 회남자가 제일 먼저이나,
사전이라 그런지 인기가 적었다고)로, 삼국지에서도 유독 첫 페이지부터 '진정한 황제(리더)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사마천 사기에서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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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정도로 진정한 제왕이 되기 위한 길이 지금 시작되려 한다.

이제는 고작 한 번에 바스라질 낙엽 한 잎조차도, 방심의 쇠락을 겪어본 티원은 죽일듯이 노려보고 바라보며 그 산을 오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페이커라는 고수가 바라보고 있던 미래의 한 잎은, 어느덧 가까운 현실이 되어 눈 앞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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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이무기의 시련' 속에서 가을의 정취가 가득한 숲이 나타나고,
용준좌의 나래이션과 함께 거대한 비늘을 감은 이무기가 기어갑니다.
감독이 보여주고 하는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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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의 '이무기'에 대해 유독 이야기하게 될 것 같아요.
'용'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아시아에서 곧잘 상징적으로 다루어지는 소재입니다.
다만 이번 티저는 '한국만의' 이무기를 뜻하고, 또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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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저를 찍은 감독님이 SNS에서 대놓고 명시해주시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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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 T1 vs JDG 티저에서 나온 왕의 그림(Painting of the Kings) 일월오봉도는 소재를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허나 이무기이자 용에 대한 설화는, 여러 아시아에 퍼져있기에 이번 티저가 왜 '한국만의' 이무기인지 좀 더 와닿지 못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티저의 이무기가 감독의 피셜을 제외하고도 우리나라의 이무기인 이유는, 그리고 이번 티저 서사에서 또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뭔가 좀 구슬픈 이유인데,
유독 한국 설화만이 이무기(용)에게 가혹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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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로 짧게 아시아의 이무기에 대한 보편적인 개념들을 훑어보면 이렇습니다.

LPL-중국

아시아의 여러 설화적 대국답게 용에 대한 아주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있고, 이무기에 대한 개념도 분명 존재합니다. 단, 이 때 중국에서 말하는 이무기는 대개는 '용의 새끼'를 뜻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니까 용이 되려면 일차적으로 성체로 잘 자라는 것을 요구합니다. 기본적으로는요..

LJL-일본
가장 대표적으로 머리가 여러갈래로 나뉘어져있는 '오로치' 등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대가리가 많은 것부터, 이미 비범한 존재. 또한 이무기에 대한 전신이 중국 설화와 연잇는 면이 많아서 이쪽도 성체화 하는데에 큰 무리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리스 신화마냥 용을 인간적인 면으로 가까이 접해드러내는 이야기들이 있긴 하나 한국처럼 굳이 시련을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VCS-베트남
건국설화의 쥔공이 용입니다. 우리로 치면, 단군의 정체가 처음부터 용이었다고 하면 적절한 비유가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또한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의 옛 지명은 탕룽(昇龍)으로, '승천하는 용'이라는 의미를 담습니다. 설화의 기반이 되는 존재를 이무기나 뱀이라는 현실적인 존재로 격하시킬 수도, 천년이나 고생시킬 수도 없기에 이무기 시기를 특별히 강조하지 않아요.

(NRC의 도클라 화이팅!)-인도
힌두교로 인해 애초에 여러 아시아 나라에게 용 설화에 대한 영향을 끼친, 용이 되기 전에 시련이고 나발이고 이미 일찍이 '나가'라는 신이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아시아에서는 언제나 영험하고 신적인 존재에 가까운 것이 용.
허나 이런 용이 한국에서는 '이무기'라는 개념으로 하락하여 보다 현실적으로, 와닿는 전개로 표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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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 유독 이무기 설화에 대한 결이 다르고 시련이라는 과정이 추가되는 이유는...
우리 땅에서 '용'이란 절대적이고 영험한 존재 이전에 조상들에게는 '성취적 상징'이라는, 어떠한 '과정 그 자체'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고합니다.
대표적으로 힘들게 과거급제를 하여 출세하는 것을 등'용'문(登龍門)이라고도 하고, ‘개천에서 용 났다’라는 관용구에서도 쉽게 드러납니다.


어느 쪽이든 다른 집들처럼 태초부터 천지를 뒤흔들고, 나라를 건국하며,


어려운 새끼 시절 따위는 아예 개념을 삭제해버리는 해외 설화랑은 달리

훨씬 지면에 맞닿은 시절을 보내는 것이 한국의 용(이무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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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숲에서 나타나 서서히 설원 위의 트로피를 감아올라가는 이무기.
수 없는 경기와 변하는 메타와 가혹한 대진과 여러 고난들을 겪는 선수들의 여정과 그 과정은 결국 한 가지의 목표로 귀결된다.
우리는, '여의주'를 얻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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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럽기 그지없는 이무기의 수련이 선수들의 독백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가장 긴 길을 걸어온 자들(페이커,더샤이)로부터, 어렵사리 선발경쟁을 거친 유스(구마유시)와도 같이 여러 다양한 아픔과 고통을 가진 이들의 시련들과 함께, 서서히.





<가장 가까운 곳과 가장 먼 곳에서 잃어버린 여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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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렇게 구마유시 선수가 유니폼을 쓰다듬는 장면 바로 뒤, 서포터들(크리스피-케리아)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티저는 전체적으로도 선수들을 1:1로 연결시키며 대칭시키거나 대비시키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팬분들은 아시지만 두 서포터는 실제로 전부터 선수로서 적당한 친분이 있는 사이죠.
DRX시절의 케리아는 크리스피를 만나고 싶다고 요청해 좌측의 사진을 찍었고,
이후 19롤드컵을 우승한 크리스피를 찾아가 서로를 격려한 바가 있으며 인터뷰나 SNS에서의 언급도 제법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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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보의 크리스피-가장 먼 곳에서>

회상 속의 크리스피는 분명 금방 감길텐데도 어째 하염없이 감는듯한 속도감으로 키보드줄을 매감는다. 패배로 인한 퇴장이 마치 영원히 먼 것 마냥.


저 장면과 저 경기는 2021 월즈 그룹 스테이지 A조 2라운드 FPX VS 로그 타이브레이커 경기로, 이때 크리스피 선수가 속한 팀 FPX는 이미 이 전의 경기들을 패배했고, 해당 장면은 결국 당시 월즈 역사상 사상 최초 우승후보1순위 팀의 빠른 '전패탈락'으로 확정됩니다.
이 영상에는 당시 FPX의 순탄치않은 여러 새빨간 토네이도에 휩쓸리던 너구리 선수도 등장하는데,
크리스피 선수는 당시 LPL에서 위태한 당시 너구리의 상태를 보고 이런 걱정을 해준 선수이기도 합니다.


' 언어의 장벽이 있으니까 제대로 알 수는 없지만, 네가 많은 걱정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 모든걸 우리는 알 수가 없어. 말해주지 않으면, 정말로 우리는 알 수가 없어 '


"크리스피는 목표감이 명확하며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목표만 보고 노력하는 성격이다" -LPL칼럼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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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원의 케리아-가장 가까운 곳에서>
이윽고 케리아의 가슴 아픈 독백이 시작됩니다. 2022년 월즈 결승, 무너진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그 해의 샌프란시스코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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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의 체이스 경기장을 떠올리며, 다시는 오지않을 소중한 기회였을 지도 모른다는 케리아의 시린 독백 바로 뒤에

당시 결승 직후 팀원들 중 유일하게 케리아에게 바로 가까이 다가가지 않던(해당영상의 03:06) 제우스가 대사 하나 없이 한 순간을 스칩니다.
2022년 월즈의 결승전 MVP는, 제우스 선수의 포지션 상대 탑이었습니다.


원점으로 돌아가 이 모든 이야기가 이무기 설화임을 떠올리면,

또한 크리스피 선수에게는 사실 저 경기 말고도 아픈 서사들을 조명할 수있는 구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경기를 비춰준 건,

이 두 사람의 구도는
결국 여의주(우승트로피)에게 닿았던 지점의 대비를 강조하는 것만 같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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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월즈를 우승한 크리스피 선수는 우승후보1위로 여겨진 2021년 그룹스테이지 최하위조별탈락으로,

어느덧 가장 먼 곳에서 여의주와 헤어지고 말았다.

8강,4강이라는 월즈의 계단을 한 해 한 해씩 올라온 케리아 선수는 2022년 월즈결승에서 올라서며

어느덧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여의주와 헤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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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분명히 잡혔던 영광의 순간은 너무나도 짧고, 눈을감아도 선히 전해져오는 역경의 통증은 하염없이 깁니다.
그런 두 사람이 이번 2023월즈의 고지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수많은 뱀들의 등장 속에서 사람들은, 누군가의 임종을 바라고.>
같은 스물셋, 2023년과 2018년, 도전하고 도전하며 '뱀'들은 하염없이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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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웨이보 원딜 라이트 선수의 시련이 시작됩니다.

라이트 선수의 순서 배치가 개인적으로는
라이트→페이커의 구도,

라이트가 도전장의 바톤을 건네고 페이커가 이를 받는 듯한 유기적인 연결로 다가왔습니다.


이렇게 느낀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는데,

1)라이트에게 때마침 맞아들어가는 도전자라는 구도


우선 웨이보의 올해 월즈 선발전의 경기에서 라이트는 이러한 대사를 하며 한타에 돌입했다고 합니다.

'내가 캐리할게. 날 기다려줘' 그리고 멋지게 AD캐리를 해내며 그는 그가 언제나 스스로의 우상이라고 말했던,

LPL AD의 광휘이자 페이커와 같은 시대를 우직히 걷고 올해 다시 복귀했던 우지 선수를 본인의 손으로 탈락시켰습니다.


또한 이 티저는 비록 결승 티저이나,
그들이 걸어 올라온 지난 8강과 4강의 여러 티저들의 컨셉과 스토리를 당연히 어느 정도 계승합니다.

동양,용,한국,서울,왕,용상...

그런데 지난 티저들을 살펴보면,
특히 대사에서, 더샤이와 페이커는 항상 생각보다 꽤
직접적으로 '도전장'을 받아왔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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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들면, 8강티저에서
도클라(탑)더샤이(탑)에게
"더 이상 실수는 없습니다. 불에는 맞불로 대응하겠습니다"라고 던지고,


스카웃(미드)페이커(미드) 에게
"상혁이 형, 이번엔 제가 올라가겠습니다"라며 맞섭니다.


4강티저에서 빈(탑)더샤이(탑) 에게
"앞으로는 젊은 선수들이 대세가 될 거야. 앞으로는, 내 시대라고"라는 도발하고,


룰러(원딜)페이커(미드)에게
"운명이 이끄는 대로 최선을 다하면,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며 나섭니다.


사실 결승 티저를 제외하면 가장 유명해진 스위스 스테이지 시작티저+징동전의 티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듯이,
이번 월즈 티저 역시 꽤나 호쾌하고도 공격적인 '도전장'을 상대팀, 특히 고참들에게 아주 명확하게 내밀고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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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러에게 보내는 구마의 '부숴버리겠습니다'가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결승 티저에서 왠지 모르게 점잖게들 구는거에요...(구마:아 Light 빛어둠도발 애드립 짤렸어)

그렇다면 결승 티저에서는 갑자기 사라져버린 걸까요. 모든 월즈 8강과 4강티저에 있던, 바로 '이전 세1대를 향한 도전장'이?


개인적으로, 결승티저에서는 징동전처럼 원딜(라이트)에게 이 도전장의 발언권이 주어졌다고 느꼈습니다.

실제로 라이트 선수는 2023년 정규 시즌 도중에 '적의 미드에게 도전장을 내민 전적'이 있더라고요.
해당 일화를 잘 설명해준 칼럼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2023년 3월 11일 LPL 스프링 정규시즌의 웨이보 VS RNG.

작년에는 RNG의 미드였던 샤오후가 웨이보로, 작년에는 웨이보의 미드였던 엔젤이 RNG로 트레이드 되었다. 결과에 따라 실력적 폄하를 하기 쉬운 시선이 집중될 법한 매치업의 이 경기는 샤오후 선수를 팀원들이 신경써주고자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듯하다.

이때 라이트 선수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라이트: “경기 전에 친정 팀이라고 신경써줄 필요는 없다고 말했지만 그럴 리가 없어요.

샤오후는 분명히 이기고 싶었을거에요.

그래서 오늘만은 샤오후가 이길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적어도 오늘만은, 샤오후를 위해 이기고 싶었는데"

당시 웨이보 팀에 대한 여러가지 경기기록과 묘사를 다룬 블로그들을 살펴보면 라이트 선수는 매우 답답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런 원딜에게, 미드 트레이드전이라는 매치에서 자신을 대신해 화내주는 팀메이트에게 괜찮다고,

'아직 플레이 오프가 남아있지 않냐'고 점잖게 격려한 샤오후.

그리고 그런 팀원들과 함께 플레이오프와 스위스스테이지와 8강과 4강을 밟고 올라온 것이 티저 속의 오늘날 웨이보입니다.




2)괘종시계를 바라보는 것의 의미와 그것이 가리키는 단 하나의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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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라이트의 도전장이 정확히 어디에 숨어있는지 찾아내기 앞서 우선 라이트의 독백과 함께 웨이보 선수들이 바라보기 시작하는 시계씬을 봅니다.

기묘할정도로 '시간'을 의미하는 것들이 강하게 등장합니다.

모래시계가 떨어지고, 탁상시계가 몰려서 저마다 분침과 초침들이 특정한 시각들을 마구 가르킵니다.

라이트에게는 어떠한 '시간'들이 있었던 걸까?

이 선수의 데뷔와 당시 분투를 알려주는 LPL 칼럼 속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들이 등장하고 있었습니다.


'2018년의 LPL 원딜 시장은 말그대로 신예들이 넘쳐났습니다. iG의 JackeyLove, EDG의 iBoy, RNG의 Able등....
왕광위(라이트 선수의 실명)의 짧고도 엉성했던 등장은 잔물결 하나 없이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작은 먼지와도 같았으며, 배경이 될 위치조차 잡을 수 없었죠. 그저 LPL에 오가는 수많은 선수들 중 하나, 뚜렷하게 보이지도, 기억에 남지도 않을 얼굴에 가까운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간적 압박'을 의미하는 듯한 장면 속에서 라이트는 이러한 독백을 말합니다.

「경기에서 지고 나면 개인적으로 못한 부분이 막 떠오릅니다.

다음 경기는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도, 항상 실수가 있고요.

지금도 자주 스스로를 의심하곤 합니다. 」


2018년, 수많은 어리고 재능있는 선수들의 등장,

하염없이 대답하기 어려운 스스로에 대한 질답을 하는

티저 속의, 2023년에 한국나이 23세를 맞이한 라이트 선수.


그리고 그의 이 나래이션은, 어쩐지 강렬하게도 제겐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들어버려서...

비슷한 말을 한 스물 셋의 선수가 2018년에도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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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GN의 THE CHASE EP.1 2018.08. 다큐中


'힘들었어요. 예전과 달라서. 저 질문들이 마치... 스스로에게 물어보는것 같았죠. 옛날의 내가. 너는,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냐고.'

"나는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나는 이번 경기에서 승리할 자신이있다" 라는 문항에

예전과 달리 느릿하게 체크를 하고, 기어코 눈물을 보이던 어느 스물 셋.

티원의 왕조에 대한 기원은 7년동안 다양하고도 구슬프게 이루어졌고 팬들과 그 선수에게는 그 뒤에도 아주 많은 눈보라가 몰아치곤 했습니다.

2018년은 그 눈 밭의 크레바스가 본격적으로 깊어지기 시작하는 지점으로 느껴졌던 것 같아요.(개인적인 생각입니다)

2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롤 프로게이머에게 결코 와서는 안되는 숫자인 것 마냥,

여전히 그의 여의주는 한없이 불충하고 승천할 타이밍을 놓친 이무기가 기어코 땅에 묻힐 것마냥,
그렇게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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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시계'들, 그것도 낡은 것을 상징하기도하는 '괘종시계'.
그 해의 시침이 일찍이 흘러갔다며 지목받았던 선수.

그리고 그렇게 그 선수는 '시간'이라는, 다소 버겁게 느껴지는 듯한 시련 굴레에 놓였죠.

(사실 그냥 주변의 가스라이팅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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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가 괘종소리가 들리면서, 라이트선수가 다시 한 번 더 등장한 괘종시계를 바라봅니다.

이 부분은 1배속으로봐도 각자의 소품들을 비춰주느라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들에 비해 생각보다 분량을 많이 할애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죽음에 관한 단어와 발음이 비슷한 물건을 덩달아 비슷한 상징적 의미로 여기는 경우가 있는데요.

특히 시계, 그것도 괘종시계가 그러한데, 종이 울리며 시각을 알리는 물건 자체가 마치 죽음을 알리는 것과도 같아

이것이 '임종을 바란다'로 여겨지기도 하기에 시계는 보통 타인에게 선물을 자제해야한다는 미신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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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다시 한번 더 자세히보면, 괘종시계를 포함한 숲속에 놓여진 시계들은 총 5개입니다.

그중 우측 하단의 두 개의 시계는 프레임 자체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시계이며(바텀듀오)

모래시계를 중앙으로 둔 괘종시계(미드)가 크게 자리잡고 있고,

직선적인 테두리의 시계()와 톱니바퀴에 가까운 프레임의 시계(정글)가 괘종시계의 양 옆을 나란히 합니다.


특히 괘종시계는 분할컷을 감안해도 여러 번 등장하는데,

웨이보 선수들이 쳐다볼 때는 시각을 확신할 수는 없는 각도와 조명으로 되어있지만

적어도 시침분침이 계속 바뀌어있음은 보였기에 아마 해당 선수들의 커리어와 관련된 사인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러다가 라이트가 바라볼때 괘종소리와 함께
갑자기 조명이나 각도의 착오없이 확정적으로 명확히 알 수 있는 시각들이 어째서인지 세 타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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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각을 통해 결국엔 이것(괘종시계)이 페이커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8시(20시) 47분, 1시11분, 18시(18시임과 동시에 7을 가리키는 시침)47분

세 번의 우승(1:11), 그리고 올해의 무대가 오기 전의 한국 롤드컵이었던 2018(20시18시)년 과 2017년 눈물에서부터 4번째 기회를 얻기까지 걸어온 7년(47분)


(이 시계씬에 대한 추측 과정은 다음과 같았는데,
괘종시계를 저는 시각과 관계없이도 처음엔 일반적으로 페이커or더샤이(Oldman captain=grandfather clock)라고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샤이의 경력도 물론 훌륭하고 충분한 베테랑이지만,
이 다섯개의 시계씬에서 굳이 혼자 우뚝 선 grandfather clock에 비유당하기에는,

정작 웨이보 내에서는 선수들간의 나이차가 그렇게 극단적이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웨이보는 99,96,97,98,01등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9n라인간의 나이 차이가 촘촘한데다, 더샤이 외에도 베테랑 이미지가 충만한 로스터입니다.>

그런데 티원의 페이커는 유스들을 포함해 아무래도 나이 차가 두드러지는(96,02,02,02,04) 로스터인데다가,
10년이라는 경력때문에라도 페이커가 grandfather clock에 상징적으로 비유될 만해서

이 장면에 대한 생각이 도전장으로 이어지기 전에도 계속 T1이 아닐까, 허나 이것이 T1이라고 여겨야할 믿을만한 제시는 뭘까 하다가
마지막에 1:11(세 번의 우승)을 포함한 시각들을 이렇게 연결해보았습니다.
숫자가 많이 등장하는 이 시계 장면은 선수들의 스코어나 경력이나 데뷔 일과도 같은 다양한 해석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적어도 '작은 네개의 시계와 단 하나의 괘종시계'표현될 수 있는 팀은 티원밖에 없다고 결론내렸죠.)


여기서 라이트 선수의 다른 TMI를 마지막으로 넣으면,

그는 2018년에 18살로, 당시 한국 서버에서 활약하고 있었습니다.

계속 알 수 없는 계정닉네임으로 랭크를 등반하던 그는 결국 1위를 차지하며 본인의 정체를 드러내는데,

이때 설정한 닉네임이 'SnakeLight'입니다.

또한 2001년생인 그는 뱀띠이기도 하며, 그가 처음으로 몸담은 팀은 SS(Snake Esports)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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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월즈 8강과 4강티저에 있던, '이전 세1대를 향한 도전장'은 바로 이 장면에 서늘하게 담겨있다고 느꼈습니다.

라이트가 괘종시계를 바라보는 시선.


2023 월즈에서 자신의 우상 우지를 제 손으로 탈락시켰고(첫번째 괘종소리)

마침내 결승전에 다다른 시점에서 라이트는,

혹은 용이 되고픈 수많은 여러 뱀(구렁이)들은, 또 다시 누군가의 '임종'을 바랍니다. (괘종시계 재등장과 두번째 괘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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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렇게, 낡은 '괘종시계'를 둘러싼 다른 작은 시계들과 눈앞의 모래시계 속 모래알이 떨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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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백이 끝나고 다시 '괘종시계'가 비추면서, 그리고 그런 라이트의 시선(도전장)과 함께 가장 먼저 다음 독백을 잇는 화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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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페이커의 10년입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모든 티저의 '도전장을 내민 직후'(스카웃,룰러)에는 반드시 페이커가 다음 장면에서 응답했었죠.


뱀(구렁이)이 용이 되려하는 스토리 티저에서,

Snake라는 단어와 인연이 깊고 우상이라던 선배를 선발전에서 쓰러뜨리고 올라온 라이트 선수가 또 다시 누군가의 임종을 바라고,

이를 어림도 없다는 듯이 버젓이 버텨온 '10년의 시간'으로 독백을 시작하는 페이커가 이어받는 부분이, 좀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이 결승티저는 전반적으로 선수들에 대한 내적 표현과 나래이션등을 통해 고요,정적인 스타일에 가깝게 찍었지만

동시에 여전히 결승전다운 박력감이나 대진에 대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도록 강조하는 섬세한 디테일들이 돋보여 볼 때마다 새로웠던 것 같아요.




<여전히 우리들의 계절은 계속해서 이어지기에.>

봄의황제의 등장, 그리고 티저내내 두드러지는 계절감의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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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왔습니다.

월드 챔피언십 결승에서 트로피를 들 때입니다.


웨이보의 미드, 샤오후 선수가 등장하며 완벽한 '겨울'임을 뜻하는 설원이 펼쳐진다.
10월이 지났다. 11월이 흘러간다. 결승이 오고 만다.

그런 그의 등장과 함께 눈 밭에서는 왠지 모를 봄꽃 한 송이가 예쁘게 피어있다.


이 장면은 실제로 샤오후 선수의 어떠한 수식어와 최근 성적,
그리고 이번 월즈와 함께 엮인 부분들을 고려하면 아주 멋드러진 연출인 것 같습니다.

해당 꽃은 동시다발적으로 세 가지 상징성과 함께 샤오후를 표현해줄 수 있었는데,


꽃의 의미 A) 폼이 돌아온 베테랑에 대한 찬가

이건 나름 알음알음 퍼졌더라고요. 이번 월즈 중에 더샤이선수가 추억이자 강렬한 심벌로 자리잡게된 계기인 아트록스의 활약을 다시금 펼치자 중국 네티즌들이 후푸에서 일명 한시를 차용한 아트록스에 대한 찬사를 남긴게 반응이 좋았습니다. 2018 G2전과의 3세트에서 콜이 갈려 먼저 뛰어들었지만 결국 '천신강림'이라는 아트로스 명장면 임팩트를 강하게 남겨주었던 더샤이의 베스트 모먼트를 팬들은 잊을 수가 없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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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제게 흘러떨어지는 꽃잎을 보고도 연민의 정이 있다면, (春风若有怜悯之心 )

내가 다시 소년이 되는 것을 허락해줄까 (可否允许我再成为少年 )


특히 이 구절은 중국 스포츠판에서 자연스럽게 쓰는 관용구로,
일명 오랜 선수가 폼이 돌아왔다는 의미로 곧잘 쓰이는 구절이라고 합니다.
더샤이를 위한 구절이었지만, 마침 맞아떨어지는 샤오후에게도 얹어주고 싶어요. 그외 다른 여전히 분투하는 베테랑 선수들에게도.


꽃의의미 B) 가을과 겨울에도 건재히 강림하는 봄의 황제

게다가 A와 연계되게 마침 샤오후 선수에게 한 때 '봄의 황제'라는, 분명 훌륭하지만 어째 월즈에서는 아픈 손가락이 되는 수식어가 붙은 적이 있다는 점이 또 그렇습니다. 샤오후 선수는 MSI(5월개최)에 대한 성적은 좋으나 월즈(10월~11월)성적은 좋지않아 결국 어떤 이들의 평가에서 분명 봄의 황제이나, 가을의 샤오후는 믿기가 힘들다는 표현이 잇따랐으니까. 허나 결국에는 2023년 월즈의 겨울이라는 설원에 당도하였죠. 전어유시가 생각나는 부분입니다.

이 티저가 올라온 당시에도 샤오후와 같은 봄의 황제조차 되지 못하고, 구마유시와 같은 가을 전어조차 되지 못한 이들이 수두룩했습니다.

버텨내고 이겨내면, 사람들이 붙여대고 조롱한 오명은 결국 결과적으로 칭송이 됩니다.
또한 봄의 황제가 이 월즈 결승이라는 설원에 꽃씨를 뿌리게 된 서사는 이번에 함께 결승을 올라온 라이트 선수와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더욱 무시할 수가 없었죠.



꽃의의미 C) 같은 미드인 페이커와의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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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자취조차 희미하기만 하던 봄의 황제는 11월의 눈밭 위에 꽃을 피워내며 설원에 당도한다.

너무나 익숙하게 수많은 가을(월즈)을 겪은 어느 산 속의 군자가 곧 일어날 일을 쉬이 알아차리듯이.


마지막으로 페이커는 일엽지추로 낙엽 한 잎과 함께 등장하며, 샤오후는 봄바람의 연민을 담은 눈 위의 꽃과 등장합니다. 대비와 대치를 노렸죠.

여러모로 각자 오랜 길을 걸어온 미드선수들의 벼려온 경력과 날카로운 감각들을 한층 우아하게 표현해주는 등장씬들이었던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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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번 티저가 더샤이와 페이커, 두 사람의 배경에 선명하게 빛나는 청사초롱들을 통해 2018년의 결승전 티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사실 2018년 티저의 전체 부분을 보면 보다 명확히 2023년의 티저가 왜 그렇게 계절감을 강조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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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롤드컵 결승 티저 인트로 장면들

마치 다시 돌아온 한국의 롤드컵을 명확하게 겨냥하는, 이번 티저와 인트로의 단풍들.

허나 그런 와중에도 누군가는 모두가 설원 위에 피우지 못하리라 여겼던 봄 꽃을 기어코 피워내고,

누군가는 단풍이 물들자마자 제철의 전어가 되어 마음껏 날뛰고 헤엄쳐오르며,

누군가는 5년만에 열린 한국의 월즈 경기에서 각자 5년만에, 7년만에 영광의 기회를 목도합니다.


이번 티저에서 느껴지는 선명한 계절감들이란 결국엔 그런 것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꽤나 그렇게 견뎌내 왔던 거 같아요. 2018년의 단풍이 2023년의 단풍으로도 선연하듯이.

계절은 계속해서 이어지기에 누군가는 베이징에서의 잊지못할 눈물을, 인천에서의 고독함을, 파리에서의 절망을, 상하이에서의 씁쓸함을, 아이슬란드에서의 희망과 촉박함을, 샌프란시스코의 쓰라림을 가슴에 되새깁니다. 허나 그렇게 다시 수많은 계절이 지나고 또 다른 겨울이 돌아와...


서울 고척돔에서, 그 눈물을 닦아낼 기회가 찾아옵니다.






민망하지만 下편으로 두 번 올립니다.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sktt&no=3214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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