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sktt&no=3214252
전편↑
<은밀하게 수련하고 견뎌내는 '이무기'들의 진정한 목표.>
이미 여의주를 얻어낸 자들의 '또 다시 시련을 겪고자하는 이유'는 왜 모호한가
다시 라이트가 도전장을 세련되게 던진 기점이자 설원이 찾아오기 전인 숲 속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용준좌의 나래이션은 티저 스토리 속에서 선수들이 '어떠한 시련들을 겪어왔고' '왜 그 시련을 감당하려 하는지'에 대한 구간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분명 나래이션에 해당해야하는 '시련'에 대한 파트들 중
페이커의 독백이 교묘한 타이밍에 급하게 껴서 나오고,
더샤이의 독백이 교묘하게 이 이후 숲이 아닌 장면에서 느릿하게 나옵니다.
편의상 글 내내 주제에 맞게, 흐름에 맞게 잇느라 왔다갔다 했었지만 사실 진짜 숲속 씬의 영상 순서는 이랬습니다.
우선 나래이션은 이무기 설화에서 시련을 겪는다고 합니다.
숲속이 등장하고, 다들 버티려고 합니다. 각자 이런저런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도전할겁니다. 이유는 나래이션의 (꿈이 있었기 때문이죠)로 표현합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그들의 오랜 노력에 끝자락이 보입니다)라며 숲을 빠져나옵니다.
전체적으로는 퍽 자연스러운 척하지만, 저는 이 순서가 유독 영상도중에 유일하게 직관적이지 않아서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일단은 영상을 끝까지 보았죠. 그리고 이 티저의 후반부에서 드디어 기시감의 정체를 드러냅니다.
사실 영상 처음부터 감독은 페이커와 더샤이의 '이무기 서사'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가장 하고 싶어하는 말 자체는 끝에가서야 다들 알긴 알죠.
'첫번째 우승, 두번째 우승, 세번째 우승, 네번째 우승'의 나래이션에서...
허나 어쩌면 모든 포부를 밝히고 마는 설원이 아니라 이미 은밀하게도 숲속에서부터,
티저의 주 메신저가 이 두 사람임을 알 수 있는 교묘한 부분들이 존재한다고 느꼈습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냐면 그러니까, 숲 속에서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오구케와 웨이보팀의 승리장면이
그저 각자의 이야기를 모른척 '우리는 이러한 꿈이 있기 때문 입니다'라고 서로 나열하는 듯 하지만,
이 장면들의 모든 포괄적인 주어는 사실 전부 페이커와 더샤이(=이무기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방향성의 해석대로라면,
(숲속에서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오구케와 웨이보팀의 승리장면)
↑이들은 각자 주장들의 어떠한 문장 속에 들어가있는, 하나의 목적어 대상들이었습니다.
우선 티저 서사가 '이무기설화'임을 감안하고,
그리고 영상후반부들을 통해 이번 티저의 메인 화자들이 결국 각 팀의 주장들임을 고려하며
이 모호한 구간을 재정리해봤습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그러니까,
사실 아까 케리아가 샌프란시스코의 겨울을 회상할 때,
어째선지 빠르게 지나간 '대사 없는 제우스'의 씬은 케리아와 연결짓는 것이아니라
페이커의 '시련을 겪고자 하는 이유의 대상들'이라는 그룹씬의 첫 타자였고,
이것은 적어도 확정적으로 (대사없음이라는 공통점을 주고 굳이 타임라인을 분리시켰기때문에)다른 용도의 장면이었습니다.
애초에 중간에 오,구,케만 빠르게 붙어나오는 점에서 눈치빠른 팬들은 진작 아셨겠지만..제우스만 안나온게아니라,
시간차 공격과 나래이션의 그룹화로 살짝만 흐트릴 뿐 정직히 팬들이 익히아는 서순대로 등장했습니다.
=(케리아의시련독백)/대사없는 제/(라이트의시련독백)/대사없는 오구케/
->그런 제오구케를 담으며 (페이커의 10년)의 화두가 시작
또한 이때 빠르게 지나가며 말없이 소품을 들고있는 제오구케가 '대사가 없는 이유'는,
애초에 해당 장면들이 '페이커가 떠올리는 머릿속의 동료들'이기 때문입니다.
즉, 이 시련의 숲에는 더샤이와 페이커라는 이무기가 존재하고,
자신들의 시련을 꾸역꾸역 버티면서 머릿속에서 동료들을 떠올리는 장면이기도 한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는 제우스의 소품에서도 어렴풋이 추측할 수 있는데,
제우스는 유독 이번 결승전 선수들 사이에서도 다소 어린나이(웨이보는 99,96,97,98,01등이 있음)를 떠올리게 하는 듯한 학생용 책상과 의자가 놓여있습니다.
제우스 선수는 04년생에 만19세, 2021년 데뷔로, 적어도 '본인'이 떠올릴만한 시련 속에서 굳이 이러한 이미지적 소품이 등장하는 것은 조금 어색하죠.
허나 주장 페이커에게는 8살 연하의 티원 유스출신 선수에 대한 이미지로 이런 소품을 떠올릴 법합니다 (이후 복기방송에서 안그래도 이 부분을 언급하신)
또한 이무기 설화에서는 원래 '시련을 향한 여정'과 그를 위한 '이유'는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제대로 깨달을 수 있습니다.
버티기 위한 진정한 이유'를 타인이 명확히 묘사하는 것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으므로 상상 속에서 팀메이트들은 대사가 없습니다.
또한 꽤 직관적인 구마유시와 케리아의 소품들과 달리 다소 추상적인 오너의 소품만을 짚고 넘어가자면,
오너 주변에는 노란 풍향계들이 널려있고, 우체통에서 받은 편지 하나를 오너가 내려다보며 읽습니다.
이무기가 용으로 승천하기 위해서 숲 속에서 도술을 익히고, 용이되면 총 4가지의 도술(날씨능력)을 가지는데, (구름/바람/비/번개)
제우스가 번개를 치게된다면, 비와 구름은 설화적으로 언제나 같이 다니게 되어있습니다(바텀듀오)
그리고 그런 번개와 비를 내리쳐줄 구름을 실어 나르며 유기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용의 바람 능력입니다
특히 바람개비는 '자유,변화'를 상징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정성과 유연함'을 상징하기도 하는데,
스토리텔링팀이 감독에게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전달해주었다는 후기를 참고하면
이 편지가 슬럼프를 겪거나 스프링-서머 등의 여러 '우여곡절' 속에서 팀원들의 피드백(편지)을 받고 유연함을 길러 성장하게 되었다는 문현준 선수 성장 스토리의 은유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가장 예쁜 꽃이 피기 위해서는 바로 피는 것보다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피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번 월즈를 걸어온 오너의 서사를 단번에 요약해주는,
그가 직접10월 월즈 인터뷰에서 말한 '우여곡절끝에 피는 꽃'을 이 장면에 연계시키자면
해당 소품 색배합에 가장 근접한 꽃이자 아예 직접적으로 노란 바람개비에 해당하는 꽃이 하나 있는데,
'노란 바람개비 사랑초(꽃잎이 노랗고, 중앙이 빨감=중앙에 빨간 우체통)'
이 꽃은 빛에 아주 민감하며, 그로 인해 평범하게 밝은 낮에 보기가 다른 꽃들에 비해 되려 어렵고,
특히 사랑초 중에서도 여름(서머)에 휴면하고, 가을에 싹을 틔우기 시작하며, 한번 피면 아주 예쁘게 피는 꽃입니다
<우리들만의 이무기 서사 속에서2>
역량이 부족해 여러모로 많이 난잡한 설명이었네요. 한마디로 이 서사 이해가 직관적이기 그지없었던 티저가 중간에 왠지 한번 스탭을 꼬았습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두 팀의 주장들에 대한 '시련에 대한 이유들'을 이때만 연출적으로 '숨겼다'는 점입니다.
A 웨이보-더샤이의 장면
(더샤이의 독백은 샤오후의 등장 이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왠지 방해하는마냥
오구케-페이커독백사이에 빠르게 끼어들어있는 웨이보의 승리장면이 더샤이의 시련을 견뎌내려는 목적어임을
다소 직관적으로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B 티원-페이커의 장면
(승리의 기쁨을 잘 보여주는 장면 자체가 목적어인 더샤이와 달리 페이커의 목적어는
얼핏 보면 단순히 오너, 구마유시, 케리아가 각자만의 소품을 들고 있기에 마치 세 사람이 각자의 '이유'만을 말하는 장면으로 보입니다)
티저내내 계속 직관적으로 두 사람이 가장 강력한 화자임을 드러내던 연출에서 갑자기 여기서만 소극적으로 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이 타이밍에 왜 갑자기 용준좌의 나래이션은 '이무기 설화'로 인한 '시련의 결실'이 나타난다고 말할까요?
분명히 '한국의 이무기'는 조금 특별하고 다른 설정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나라와 구분되는 특징이 있는데요.
실은 한국의 이무기는 용이 되기 위해서는 정확히는 이러한 조건(퀘스트들)을 가집니다.
1. 청렴한 수련을 겪어야한다.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다.
이무기의 승천을 위한 수련은 그 누구도 마주치지않고, 땅속과 산속에 숨어 인간들과 만나지 않고 산 속에서 오랫동안 수련하며 구렁이상태에서 천년이라는 세월을 견딘다.
=반드시 기나긴 고난과 수련을 요구합니다.
이를 이번 티저에서는 베테랑에 속하는 두 주장을 이무기의 조건으로 삼았습니다.
8강과 4강티저가 그랬듯 감독님이 사실 페이커를 염두한게 많이보이지만요. 괘종시계처럼.
2. 수련의 과정은 철저하게 사리고 들키지않고 은밀하게 버텨내야한다.
그리고 그 고단한 세월과 도술을 익히는 기간들을 생색내지도, 동네방네 떠들지도 못하고 그저 묵묵히 버텨내며 남들에게 쉬이 들켜서도 안된다.
=왜 갑자기 더샤이와 페이커의 시련에대한 이유가 '숲 속'에서는 묘하게 직관적이지 않게 연출되었는지도 여기서 알 수 있습니다.
'숲'에 있는 동안에는 시련의 이유를 홀로 견뎌내야만 하며 함부로 발설해서는 안됩니다.
3. 여의주는 반드시 필요하다. 허나, 오히려 너무 많으면 욕심이 화를 불러 일으켜 망할 수도 있으니 주의한다.
그리고 여의주라는 신물을 그 수많은 세월 속에서 손에 넣되 너무 과한 욕심은 또 자제해야만 한다.
=이게 좀 지극히 순수하게 운명적으로 신기한데요.
기본적으로 여의주는 우승 트로피를 의미하듯이 티저에서 묘사되었고, 글에서도 역시 그렇게 묘사했습니다.
또한, 이무기의 설화 속에서 분명 '지나친 여의주는 오히려 그를 승천하지 못하게 하리라'고도 적혀있습니다.
그런데.. 여의주의 진정한 정체는, 사실 더 깊이 들어가면
'덕행'과 '인망'으로 그에 대한 부담이나 리스크를 정화하고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무기는 덕행을 쌓아 이를 증명하는 신물을 얻고, 인망을 쌓아 많은 이들의 축원을 받고,
모든 준비가 끝나면 승천의 시기에 목도한 자들의 인정과 함께 비로소 솟아오른다)
각종 (신묘설화-구슬)에 대한 것을 뒤져보았으나 대부분 결론은 덕을 쌓는 것으로 해결되었습니다.
+)
참고로 한국의 흑룡이 가끔 여의주가 두 개 가진 것으로 묘사될 때가 있는데, 이 신묘설화(반드시 필요하지만 구슬의 욕심을 경계하라)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우선 여의주가 두 개=라는점에서부터 흑룡은 압도적으로 강하고 영험한 존재이지만, 역사적으로는 분명 불길하거나 어둠을 상징하는 기록으로도 존재해왔습니다.
(비유왕 29년, 가을 흑룡이 나타나자 하늘에 구름이 끼고 순식간에 천지가 어두워지며 왕이 승하하였다.
백제 문주왕 3년 공주에는 흑룡이 나타났다가 사라지자 문주왕의 동생이었던 곤지가 숨을 거뒀다.-삼국사기中)
→그런데 이러한 기록들과 현대에서 이야기하는 흑룡에 대한 이미지는 실제로 그가 악신 이었다는게 아니라,
단순히 여의주가 두개일정도로 압도적인 강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위해 만들어낸 이미지라는 주장도 존재합니다.
언젠가부터 너무나 압도적이었기때문에 그를 쓰러뜨리기 위한 자들을 비추느라 영웅이 아닌 마왕으로 취급된 누군가가 생각나네요.
그리고, 때마침 2023의 티원 월즈 유니폼은 '흑'이고요.
무슨 말이냐하면,
올해 월즈에 간절하게 모여든 티원 팬들의 쓰레기 수거와 기부와 누군가의 승천을 위한 선한 순간을 향한 용기들은,
실제로 네 번째 여의주의 기운에 필요한 덕행의 증명을 채우거나 승천에 필요한 힘이 부족한 이무기에게
'축원'으로 힘을 보태어 줄 수 있는 설화적 정당성이 실제로 존재했습니다. (???)
게다가 해석 외적으로 또 그냥 때마침 아다리가 맞아들어 신기했던 것은, 구미호와 이무기의 유사성입니다.
2023년 월즈 결승전의 첫 경기, 페이커의 챔피언은 '구미호'였습니다
아리의 초상화를 본 순간에도 팬들은 이미 저마다 다양한 서사적 감상을 가질 수 있겠습니다만,
1. 아, 오랜만의 '한국' 롤드컵이라서 '한국' 챔피언으로 첫인사를 치렀구나
2. 아, 2013년의 아리 스킨에 대한 갈망을 10년만에 떠올리고자 했구나
3. ???? 한국에서 가장 불수능을 치르는 괴로운 이무기와 정확히 같은 계열의 불수능을 치르시는,
천년의 시련을 겪으려 하고, 여의주의 본체인 '신묘구슬'을 사실상 똑같이 다루는 존재이자,
쌓아온 짬밥에 따라 꼬리가 늘어나며 쌓아온 지혜와 수련으로 기어코 '호조사(모든 구미호를 다스리는 신선)'이 되기위해
'승천의 기회'를 노리는 구미호가 2023 월즈 결승 이무기서사 티저라는 승천의 무대인 이 순간에 등장한다=?????
실제로 구미호는 이무기와 굉장히 비슷한 시련적 서사를 가지며,(승천의 시험으로 각자 용과 호조사가 된다는것까지 소름돋게 같음)
이를 향한 고난의 강도가 짙은 것으로도 유명하고, 신묘구슬(여의주)에대한 본질이 근본적으로 같다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저는 이 티저가 정말로 놀라웠던 점이,
애초에 '티저 외적으로' '티저 내적으로' 이무기 서사를 동시에 성공시켰다는 운명적 퍼즐 자체가
신묘하고 기이하면서 감동적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때 선행사건이 생기고 이걸 팬들이 유행시켰지? 어떻게 이때 아리를 픽한거지?
어떻게 때마침 이 모든걸 아우를 수있는 이무기 서사가 결승티저로 채택된거지?
오랜만의 한국개최 롤드컵에 걸맞는 멋진 우연이었어요. 우연이 아닌가..?
<시간선을 뛰어넘는 가장 완벽한 승천과 신뢰>
그리고 마지막으로...
T1의 주장이자, 원클럽맨이자, 이제는 4성장군에게 왠지 걸맞는 것만 같은,
실은 이무기가 용이 되기위한 승천에는 가장 마지막 조건이자 가장 가혹한 조건이 하나 더 남아있습니다.
일명 '첫 목격담의 완전한 찬사'라는 건데, 상세한 조건은 더 괴악합니다.
이 악독한 조건과 혹독한 '인정'의 기준을 두고, 그 누가 생각나지 않을 수가 있는 건지.
이 글에서는 티저에서 설명한 이무기 설화와 그에 대응되는 것들을 이렇게 표현해왔습니다.
"뱀→(500년)→구렁이→(1000년)→(여의주획득)→승천(조건:완벽한 인정과 찬사를 받는다) →용"
이무기는 덕행을 쌓아 이를 증명하는 신물인 여의주를 얻고,
인망을 쌓아 많은 이들의 축원을 받고,
모든 준비가 끝나면 승천의 시기에 목도한 자들의 인정과 함께 비로소 솟아오른다
여의주를 얻는 것까지는 사실 여전히 한창의 과정입니다.
허나 진정한 영험적 존재로,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용신으로 솟아오르는 '승천'은 분명 다릅니다.
그래서 '승천'의 서사를 쟁취할 이무기를 이번 티저에서 이미 여의주를 가진 두 주장을 대표적으로 빗대었죠.
그리고 1,2,3,4순의 트로피 어록으로 인해 완벽한 결승 티저의 역할을 해내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승천'의 마지막 조건인 '가장 처음 목격하는 자들의 완벽한 인정'이 남아있습니다.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정도로 찬사가 나오는, 압도적인 '승천의 순간'...?
우선 다들 바로 떠올리다시피 티저 외적으로(현실적) 압도적인 '승천의 순간'이 물론 있었죠.
이때 다 함께 반응하고 호응하며 멋드러진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 토스가 일어나자마자 모두가 열광을 보일정도로 압도적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렇기에
그 아지르의 토스(승천)을 바로 곁에서 목도하고도
'부정하지 않고' 함께 전력으로 호응하며 싸움에 임하는 팀메이트들(인정과 신뢰)=용(신)이되었음의 이야기가 완성된 것을 생각하면..
실제로, 결승 티저에서는 그 아지르의 토스가 눈부신 연출로 명확히 등장하고요.
허나 저렇게 멋진토스(승천)을 한들, 10년동안, 혹은 n년동안, 봐온 이들은 압니다.
결국에는...누군가는 부정합니다. 결국에는...누군가는 폄하합니다.
당연히 사실이 그렇지 않다고 한들, 애석하게도 한국의 이무기는 그런 것 하나에도 모든 것을 잃고,
지난 날의 유산들을 부정 당하고, 결국엔 솟아오르지 못할 정도로 가혹한 취급을 겪는다고 합니다.ㅜ
그렇다면 이 혹독한 땅에서 한국의 선수들은, 이무기들은, 페이커는, 승천하지 못하는 걸까요?
저는 감독이 아주 명확한 답을 이번 결승 티저를 통해 건네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티저에 대한 찬사이기도 하지만,
어딘가의 시간 속에서 힘겨운 겨울을 보냈을 팬들과 선수들에게
결국엔 당신들이 어떻게든 기어코 승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열심히 설득하려는 글이기도 합니다.
결승이 끝나고 난 뒤, 페이커 선수의 기자회견에서
'3:0으로 진다 할 지라도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는 7년만의 우승 직 후라는게 믿기지 않는 초연한 대답이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팬들에게, 선수들에게, 티원에게 찾아온 네 번째 별은 너무나도 찬란하고 예쁘고 벅차올라서 분명 소중한데도요.
그래서인지 저 말은 다시봐도 선수의 득도에는 송구스럽지만 자꾸만 흠칫하게 될 때도 있었습니다.
허나...
is for my teammates를 보자마자 이 장면이 생각나는 팬 분들이 분명 있으셨을 겁니다.
2019.04.13 LCK스프링 결승전 소감 영상 14:47
눈물에 대한 장면들 중에서 막상 이 장면이 인지도적으로는 가장 밀릴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티저의 이야기와 월즈 우승을 통해 이때가 강렬하게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을 스쳐간, 지난 로스터 팀메이트들에게 그 때 우승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2018년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눈물과 함께 표현하던 그 선수가,
제오페구케뿐만이아닌 수많은 로스터 변경을 거치면서
2023년의 페이커 선수가 줄곧 생각해온 '다음 우승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미 그는 오래전부터 힌트를 충분히 주었고, 그걸 지켜봐온 팬들은 2019년에도 어렴풋이 그것을 느끼고 있었던 것만 같아서요.
7년의 시간동안, 그리고 더샤이 선수의 어록이자 티저 속에서 페이커의 시간들을 함축하는 티저의 이야기들과 그 종막은,
결국 그의 스타일이 변화했고, 또 다른, 이 때까지와는 전혀 다른 승천의 준비를 끝마쳤음을 나타냅니다.
시간은 계속 흘렀고, 24세를 넘긴 선수들이 경기에서 저마다의 모습들을 보여주기 시작했으며, 페이커는 그 모든 갑론을박 사이에서 자신만의 수련적 변화를 꾀했죠.
당시 예리한 팬들은 일찍이 그의 스타일과 무빙이 어느덧 아예 달라졌음을 지적했고, 여전히 의심하는 사람들은 그들을 마냥 광신도 취급했습니다.
어떤 것은 실제로 물론 본의 아니게 포장되었고, 어떤 것은 실제로 부진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건, 그는 수련을 멈추지 않았다는 겁니다.
경기에 대한 견해는 저마다 갈리고, 싸우고, 이기고, 패배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칭 롤잘알이라는 수많은 프로의 씬들 속에서, 페이커는 기어코 네 개의 여의주를 손에 쥘 기회를 얻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네번째 여의주를 위한 무대가 유독 값지게 느껴지는 것은 벼려온 긴 시간도 있겠지만,
스스로를 변화시키고도 얻어냈고', 또 그가 '우승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이 우승은 작년의 동료들의 것이 되었을 수도 있었다'며 울먹인 2019년이 2023년의 '우리 팀원들을 위한 것입니다'를 이어주는 것과 같이,
결국에는 '변하지 않은 것'도 함께 하고 있었기 때문이겠죠.
정리하면,
0. 이 티저의 가장 강력한 화자는 두 주장들이며, 승패에 따라 이무기 서사의 쟁취자가 갈린다=페이커로 확정됨
1. 시련의 숲 속에서 제오구케는 대사없는 장면들로 페이커의 '어떠한 문장의 목적어'에 엮인다.
2. 이무기의 설화에서 용이 되려는 자들은 '함부로 자신의 수련적 내용을 떠벌려선 안된다.
3. 그걸 타인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는 건 오로지 승천의 순간 뿐이다
4. 그리고 결국 나래이션은 '이무기 설화'로 인한 '결실(끝자락)'이 곧 나타난다고 말한다?
그 장면에서는 물론 사람들의 감동과 눈물과 여러가지가 닥쳐옵니다.
제오페구케 로스터의 다사다난했던 걸음들을 기억하는 사람들,
페이커의 10년이라는 기간과 7년이라는 겨울 속에서 자리한 네 번째 별을 되찾은 사람들,
이번 월즈에서 페이커를 통해 '승리를 단언해버리는 연출'은 많았지만, 결승 티저의 그 장면은
스위스 티저(골든로드, 저희가막겠습니다)보다, 4강티저(모든 길은 저를 통합니다)보다, 실은 알면 알수록 강력한 것이었습니다.
포부나 호전성이 드러나는 대사가 아니라 가장 포근하고 이타적인 대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무기 서사를 통해 이것이 가장 강력한 약속이 되어버렸죠.
경기가 시작되기 전, 이미 티저 속에서 그는
트로피(여의주) 대신 자신의 승천을 목도해줄 첫목격자들'앞에서 '인정'받습니다.
마치 여의주를 쟁취하는 것이 끝이 아닌, '승천의 마지막 조건'을 기어코 깨닫고 도달한 이무기처럼.
게다가 그는 네 번째 여의주를 통해 본인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기나긴 시련을 버텨내려는 이유를, 이번 월즈를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해버립니다.
바로 그 순간을 실패하면 모든게 무용지물이 되는 게 한국의 이무기인데도요.
화자가 더샤이와 페이커에게 감으로서 제오구케의 분량이 아쉬울 수는 있겠지만,
이 장면은 이무기 서사의 가장 강력한 결재자이자 승천의 결과를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이들이 바로 그들임을 말해주고 있기도 합니다.
저는 이 티저가 운명적으로도 참 멋있는 것 같아요.
이무기는 아무리 완벽해도 단 한명이라도 인정하지 못하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가혹한 시련을 삽니다.
허나 이 티저 속의 이야기는, 다른 시간선에서 먼저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적어도 경기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마치 패배를 겪고 겪어도 분명 계속 도전하는 한 이 모든 것들은 의미가 있으리라고 말하는 누군가의 고결한 마음가짐을 일찍이 위로하듯이,
트로피를 바라보지 않고도 '인정'받는 콘티를 훌륭하게 이루었고,
그로 인해 승리하자마자 오히려 더 완벽하게 선수의 '승천'의 조건을 뒷받침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조금 오글거리는 재정리지만,
이 티저 속의 이야기는...결국 어떤, 한국에 있는 어떤 이무기의 이야기인데,
숲 속에서 작은 시계들과 함께 서있는 낡은 괘종시계.
뱀과 인간들은, 언젠가는 끝이 다가올 괘종소리를 기다리며 누군가의 임종을 바라고 있다.
허나 떨어지는 잎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을 알아차릴, 자신만의 도술을 갈고 닦아 때를 기다리던 이무기.
그는 이번에도 제게 덤벼드는 도전장을 받아들며 '왜 이 모든 순간을 견뎌내야하는지'만을 올곧이 떠올린다.
그렇게 네 번째 여의주를 가질 기회를 위해 드디어 시련의 숲을 빠져나온 그에게
승천의 걸림돌이자 과도한 욕심으로 일컫어질 지도 몰랐던 네 번째 여의주는,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노력과 인망을 쌓아온 이무기의 행보와
그런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간절하고도 다정한 덕행을 통해 축원으로 모여 완전해지고,
굳건하게 겨울을 견뎌내고 성장한 그는 어느덧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자격을 갖추어,
결국에는 함께 이 길을 걷고있는 동료들이 지켜봐 준 앞에서
마침내 용신으로 솟아오를 기회를 선보이니,
그렇게 그는 데뷔 10주년만에 압도적인 승천을 이루며, 티원의 하늘에는 네 번째 여의주가 꽂힙니다.
그토록 오랜 세월동안의 고단했던 시련에 대해 모든 결과를 결정해버리는,
승천에 가장 마지막으로 필요한 '용을 완전히 인정해줄 목격자들'은
외부의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팀원들이었습니다.
Trust in me.
(+) 참고로 이 구도로 승천한 이무기들(여의주를 타인을 위해 얻으려함=덕행을 쌓아 승천하려한 이무기들)은,
설화속에서도 그 어떠한 역경과 승천의 장애물을 맞닥뜨리든 간에
결국 솟아오르는데만은 그 '첫 목격자들(민담과 설화에서 보통 마을주민들로 나오는데, 이는 그를 믿어주는 팬들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이
축원을 보태어 반드시 성공했다고 합니다.
끝없이 갈망하고 덕을 쌓고 인망을 받는 자와
그를 알아보고 기꺼이 함께 걸어가려는 자들의 솟아오르는 순간은 하염없이 아름답다는 것을
그 날의 서울에서 다 함께 느낄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이렇게나 자랑스러운 선수들을 진실로 응원하고 가치를 알아봐주는 분들께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용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기원드립니다
행복한 연말되세요.
다소 모자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1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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