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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통하면 손님, 안 통하면 적(3)

Raide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1.06 02:04:58
조회 852 추천 10 댓글 1
														
1편
2편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stellaris&no=111054&search_head=200&page=1
글쓰기란 정말 어렵구나...필력의 한계를 느끼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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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너 어차피 능력도 없잖아. 네가 알던 것은 이제는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도 배울 수 있는 것들이라고."

"어쩌다가 운 좋게 얻어걸린거 말고는 별 볼일도 없는 인간같으니..."


레너드는 그런 말을 들을 떄마다 울컥하는 것이 있었다. 그러나 머리 속에서 그려지는 스스로의 이미지와는 딴판으로 그의 시선은 무의식적으로 땅바닥을 향했다. 상상으로는 멋진 논리를 펼치며 촌철살인의 기세로 입씨름을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승리할 수 있었으나, 정작 실제로는 그의 모든 항변과 발언들은 혓바닥에서 뭉개져 웅얼거림으로 흐물거리며 흘러나올 뿐이었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해하고 있었지만, 언제나 행동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쩐지 레너드는 오늘만은 뭔가 해낼 수 있을 것같은 용기가 샘솟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눈썹은 평안하나, 눈꺼풀이 당겨진다. 표정, 맛, 온도, 냄새, 소리는 아무래도 좋다. 머리 속에서 굴러다니는 생각들이 한가닥 한가닥이 선명하게 잡힌다. 이제는 변해보자. 딱, 이번 한 번만이라도 변화해보자, 시작이 반일지니, 한 번만이라도 그들을 있는 힘껏 부정해보자.


"닥쳐!!!!"


그의 폐부를 찢을 것만 같은 포효가 방안을 가득 메우자마자, 변화가 일었다. 인지가 되돌아온다. 용기란 것은 없었다. 그가 소리친 대상도 없다. 방 안에는 그저 책상 앞에서 딱딱한 의자에 앉아 졸고 있었을 뿐인 필립 본인만이 있었다. 그러나 찝찝한 뒷맛만이 송곳이 되어 그의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몸을 일으켜 세우고 커피를 홀짝여도 망치로 얻어맞고 가시에 찔린듯한 불쾌한 기분은 떠나지 않았다. 필립은 방금의 꿈을 너무 곱씹은 나머지 그것이 꿈이었는지 아니면 과거의 기억이었는지 헷갈리기까지 했다. 계속 생각하다보니 과거에 그런 일이 정말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것이 설령 진짜 기억이 아닐지라도 그에 준하는 경험은 있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은, 좋든 싫든 남을 재단하고 비교할 수 밖에 없으니까, 필립에게 그러한 류의 발언을 한 사람이 있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상하지 않다는 것은, 그것을 실제라고 받아들여도 된다는 뜻이 아닌가? 커피잔은 내려놓으며 필립은 생각을 고쳤다. 어차피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방 안은 온갖 학술지와 논문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굴러다니고 있었다. 최근 일주일간 그는 모든 분야에 걸쳐 200편이 넘는 논문을 읽었고, 논문이 나온 시대에 맞춰 기록조차 찾기 힘든 학술지를 가져와 한 자 한 자 읽고있었다. 몇일간 씻지도 않는 것은 기본이요,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으며 그저 미친 듯이 논문에 파묻혀 지내는 것이 그의 일상이었다.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게 깜빡 졸고 나면, 또 다시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필립은 자신의 몸이 영양분을 요구한다는 것쯤은 진작에 알고 있었으나, 그것은 별로 중대한 사항이 아니었다. 혹시 밥을 안 먹어서 아사餓死한다면 차라리 그게 좀 더 나을지도 몰랐다. 지금의 그를 지탱하는 것은 열정이 아니었다. 열정보단 더 절박하며 흥미보단 더러운 절망이었다. 한치 앞도 분간 할 수 없는 어두운 절망이었기 때문에 필립은 가능성을 찾아 팔다리를 휘적거리는 것이었다. 오히려 깔끔하게 모든 희망을 내려부쉈다면 그는 쉽게 포기했을 테지만, 무엇이 정답이고 무엇이 오답인지도 알 수 없이 삯을 잃은 나그네처럼 내던져진 그로서는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는 한가닥의 희망을 찾아 온힘을 다해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그는 모든 신경을 논문을 읽는데 집중하기 때문에 방문자를 놓치기 일쑤였다. 가끔 가다 한번씩 집밖에 나가면 편지나 택배들이 한가득이었고, 부재중 전화가 몇 십통이나 쌓여있었다. 애초에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필립에게 용건이 있는 자들은 대부분 구식메일로 의사를 전달하거나 제안을 보냈다. 그러나 일상적인 스팸을 제외하고서도 그 숫자가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에 일일히 답변이나 회신하기에는 시간이 너무나도 모자랐다. 대신이라 하긴 뭣해도 무슨 용건인지는 꼼꼼하게 챙겨보기는 했고, 필립을 응원하거나 어떤 사실의 고지, 또는 단순한 공과금이나 세금인 경우가 많아서 답장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잦았다. 오늘은 드물게도 마르쿠스가 보낸 내용이 있었는데, 나름대로 격식을 잘 차려왔던 모습과는 다르게 새벽 1시에 보낸 내용이었다. 필립은 서둘러 메일을 열어보았다.

-이번에 새로 나온 SPACE PHYSICS 저널을 읽어봤으면 좋겠군. 내가 논문 학회에 참여한 것은 아니라 자세히는 모르겠네만, 다들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고 말하는군. 짧게 말하자면 초광속 운행 중 사건의 지평선 통과 가능성에 대한 얘기인데... 글로 쓰기에는 너무 긴 것 같으니 직접 찾아보는게 좋다고 생각하네.


필립은 다 식어버린 커피를 홀짝이며 관련 논문을 읽기 시작했다. 논문의 내용은 이러했다. 광속을 넘어선 상태를 초광속이라 부르는데, 이 상태에서는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의 일부를 통과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빛의 속도로는 빠져나올 수 없지만, 빛의 속도를 초과한다면 어떤 블랙홀이든 원래 슈바르츠실트 반지름보다는 조금 작은 반지름을 갖는 상대적으로 작은 블랙홀로 관측된다는 것이었다. 초광속의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즉 새로 개발된 하이퍼드라이브 엔진일 수록 이 지평선을 넘어 통과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며, 초광속 상태라 할지라도 이 사건의 지평선 내부에서는 시간지연이 발생하긴 하지만 어쨌든 통과는 가능하다는 것이 논문이 말하고자 하는 바였다.


오래 지나지 않아 이 논문은 많은 사람들에게 언급되기 시작했다. 많은 과학자들이 너나할 것없이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으며, 쿤바 성계와 구훌 성계를 잇는 하이퍼레인 위에 아직 관측되지 않은 블랙홀이 있다는 쪽의 의견이 매우 많았다. 두 성계 사이의 거리는 167광년이었으며, 신이 변덕이라도 부렸다고 가정하면서 허공에서 블랙홀이 뿅하고 나타났다고 한다면 천체의 중력파가 적어도 사고가 발생시각 기준으로 84년 안에는 중력파가 관측 될 것이었으니, 그냥 자리에 앉아서 중력파만 관측한다면 간접적으로 사고 원인이 규명되는 셈이었다. 언론들은 이미 모든 진상을 파헤친 것 마냥 떠들어재꼈고, 또다시 필립을 이용해 정치적인 입지를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다시 일어났다. 그러나 필립은, 생각이 달랐다.


'그러면 너무 늦어.'


최악의 경우 본인이 60대의 노인이 되서도 중력파가 도착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증명이 되기 전이라면 그는 여전히 인간 무형문화재 취급을 받을 것이며, 그 누구도 그에게 과학자로서의 역할을 바라지도 않을 것이고, 간혹가다 정치인이나 언론인, 방송인들이나 찾아보는 관광명소가 되고 말 것이다. 마치 모든 것이 거부할 수 없는 파도가 되어 필립의 운명을 이끌어나가는 것 같았다. 필립은 결단은 내렸다. 자신이 그 블랙홀을 직접 찾아내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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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빌런이 될 뻔하다가 다시 썼다.

2화를 작년 12월 15일에 썼는데 지금 3화를 쓰는 이유는... 여러 번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음...

오탈자 많음. 3화로 끝내기는 싫고 4화를 쓰고는 싶은데 3화 빌런이 될지도 모름. 오탈자 많음. 지적시 님 말이 맞음.

완결까지 쓴다면 하나로 묶어서 새로 글 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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