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모두가 알아도 신경쓰지 않는 것

 내가 지금부터 하는 말은, 충격적일 수도 있고 믿기지 않을 수도 있다. 심지어는 본인의 눈과 귀를 의심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사실 광산 작업은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언제나 남의 일까지 일부분 대신해 주는 내가 하는 말이니까 믿기지 않을 수도 있긴한데, 원래는 다들 녹초가 되어 야간에는 죽은 듯이 잠만 자는 것이 정상이다. 충전이 빠른 4호 꼬맹이나 사이보그인 2호 어르신은 몰라도 3호는 언제나 칼같이 잠에 빠져든다. 4호가 찡찡거릴 때야 가끔 깨서 달래주긴 하지만, 정말 죽은 거라고 착각이 들만큼 고요하게 잠만 잔다.

 광산에는 또 이런 나도 버티지 못할 특징이 한 가지 있는데, 계절이 바뀌건지 밤이 되어도 더운 열기가 가시질 않는다는 점이다. 지하에 오래 있으면 그나마 좋았던 점이 온도가 서늘한 채로 변화가 크지 않다는 것이었는데, 아예 온도가 올라버린 채로 변화가 없으니 죽을 맛이었다. 바람이라곤 그저 질식하지 말라고 조그맣게 뚫어놓은 환풍구에서 미약하게 부는 바람이 전부였으니, 차라리 돌가루에 파묻히는 것이 훨씬 시원할 지경이었다. 그래봤자 씻는 물이 미적지근해서 제자리지만.

 오늘따라 잠이 잘 들지 않아 뒤척이다가 2호와 눈이 마주쳤다. 누워있지 않고 앉아있었던 모양으로 보아 애초에 잠들 생각이 없었던 것같다. 눈까지 마주쳤는데 그냥 모른척하고 몸을 돌려버리면 정말 이대로 평생 대화는 안할 것같아서 뭐라도 말하기로 했다. 아무도 나랑 대화를 안하는 아싸노예라니, 그것만큼 끔찍한 것은 없을 것이다.

"그... 어르신. 그 때 제가 말 실수를 했습니다."

"..."

"변명인 건 알지만, 제 본심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영혼 있다고 증명 된 것도 아니죠, 하하하...."

"..."

 노인은 그저 싸늘한 침묵만 입에 가득 머금었을 뿐이었다. 두뇌를 풀가동시키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수많은 말들이 떠올랐다가 지워지기를 한참동안 반복했다. 공룡이라도 쫒아오는 것처럼 머리를 혹사시킨 결과, 싹싹 빌기로 했다.

"어르신, 정말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제가 이런 일 없도록..."

"..."

"제가 그러려고 했던게 아니고...."

"..."

"뭐해?"

 4호가 끼어들었다. 남 사과하는데 방해하지 마라, 라는 의미로 손으로 4호를 옆으로 밀었다.

"할아버지 자는데?"

"어?"

 4호가 뭔 이상한 짓을 하는 거냐는 말투로 말했다. 이게 자는 모습이라기엔 앉아있지 않나? 몸을 움직이면 눈동자고 따라오고, 어딜 봐서 자고 있는 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손을 2호의 눈앞에서 흔들자, 2호가 깜짝 놀라면서 뒤로 넘어졌다.

"아잇 뭔가? 정어리먹는 도중이었는데... 응? 어디갔지?"

'진짜네?'

 돌고래는 뇌의 반만 잔다고 했는데 저런 식으로 자는 모양이었다. 노인은 비몽사몽간에 원래의 현학적인 얼굴이 잠깐 사라졌다. 잠깐은 행복에 취한듯 헤실거리는 풀어진 표정을 지었지만, 금방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노인은 2호의 트레이드마크라도고 할 수 있는 특유의 방만한 표정을 지었다. 감독관은 거슬려하지만, 같은 노예들은 노친네 또 지랄하는갑다라고 느끼는 바로 그 얼굴이었다.

"자네구만, 무슨 볼일인가?"

"그 낮에 있었던... 그 때는 죄송..."

 2호는 갑자기 곧바로 말을 끊었다. 그는 입술-이 있을 거라 생각되는 주둥이-에 손가락 하나를 댔다. 분명히 그건 조용히 하라는 뜻이었다. 노인은 곧이어 이상한 말을 뱉었다.

"기회가 왔으니 알려주는 편이 좋겠지. 삼각형을 생각하게. 세 각이 모두 직각인 삼각형. 삼차원이 아닌 사차원에서 직교하는 4개의 수직선분을 생각해도 좋네. 그 이상이어도 상관이 없지"

"네?"

"기하는 어려운가? 그럼 색깔은 어떤가. 빨간색과 노란색을 섞으면 무슨 색이 나왔지? 자주색과 파란색을 섞으면 어떤 색이 나올지 상상이 되는가? 그것을 초록빛의 조명에 비추면 무슨 색이 나오는가?"

"어르신, 갑자기 무슨...?"

"생각하게. 생각을 해야만해. 어제 먹은 점심이 무엇인지, 내일 무슨 아침이 나올지 생각을 하는 거네. 선명한 영상을 만들어 내듯이 상상을 해야하네."

 2호가 폭포처럼 쏟아낸 발언들은 종잡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빨간색이랑 노란색이랑 섞으면, 보라색이던가? 아니 초록색이었던 것같은데. 자주는 보라색이란 뜻이었나? 이게 무슨 소용이 있다는 거지?

"생각을 읽힐 것 같거든 선명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아무리 강력한 사이오닉 능력자라도 영상을 읽을 수 없네. 강한 이미지, 또는 영상을 떠올리는 것으로 생각을 방어할 수 있어."

'잠깐, 이건 설마..'

 2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나의 눈빛과 표정을 분명하게 확인하고는 짧게 내뱉었다.

"3호를 조심하게. 그 자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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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니 현생이 너무 급한 일이 닥치다보니까 겨우겨우 시간내서 이거밖에 못씀;; ㅎㅎ ㅈㅅ

대회 끝나도 아마 계속 쓰게될듯 아마 이거 다 쓰고 나면 예전에 썼던 먹이도 쓰게 될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