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술도 안 합니다.
못 한다는 표현이 옳겠네요.
유튜브 게임 커뮤니티도 질렸구요.
그래서... 맨정신으로 또렷하게 내가 키작고 못생긴 도태남이라는 생각만 하면서 하염없이 시간만 보내던 중
왜 내가 기숙학원에 들어가 1년동안 재수했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선생님들은 어릴 적 꿈이 무엇이었습니까?
저는 과학자였습니다.
왜 과학자였을까요?
왜 축구선수, 유튜버, 대통령, 선생님이 아니였을까요?
작은 체구에 저질 체력, 찐따였던 제가 축구선수나 대통령을 꿈꾸는 것만큼 웃긴 것도 없겠네요.
과학이라고는 1도 모르던 특붕이가 본 과학자는
똑똑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인정욕구가 강한 저는 늘 인정받고싶었습니다.
아마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피지컬 면에서 남들을 뛰어넘는 건 힘들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어느 순간부터 저는 똑똑한 사람들, 소위 말하는 천재를 동경했습니다.
천재가 되고 싶었습니다.
공부 그 자체에 대한 흥미보다는 인정받고픈 마음으로 연필을 잡았습니다.
시골 변두리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공부로 1등하는 것은 정말 쉬웠습니다.
그렇게 스스로가 똑똑하다는 생각을 하며, 전국 단위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전 상위권에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당황했습니다. 내가 멍청한건가? 난 평범한 범재 혹은 둔재인것인가?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저는 환경탓을 시작했습니다.
내가 상위권이 될 수 없었던 이유는 선행학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도 도시에서 태어났으면 최상위권이였을 것이다.
이런 변명을 하던 중, 같은 반의 최상위권 친구를 자세히 알게 됩니다.
그 친구도 저처럼 시골 출신의, 선행학습은 일절 하지 않은 촌놈이였습니다.
그러나 그 친구는 천재였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했고, 처음 배우는 것을 빠르게 이해했습니다.
무엇보다 저와 다르게 그는 학문 그 자체를 즐겼습니다...
그래도 저는 좌절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친구를 동경하기 시작했습니다.
나 또한 공부하는 것이 제일 즐겁다고 스스로를 속이기도 했습니다.
저를 탓하기 시작했습니다.
내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뒤늦게 열심히 공부하던 중 수능이 다가왔고,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너무 늦게 시작했다는 사실을 후회했습니다.
학창 시절 추억따위는 없던 저이기에 졸업식도 가지 않은 체
누워있기만 하다가 시간은 훌쩍 지나있었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할 때가 돼서야,
저는 일어나서
걱정과 불만, 남들의 대학에 대한 열등감만 품은 체로
재수종합반에 들어가게 됩니다...
아직도 수능만 생각하면 짜증납니다.
평소 기량에 훨씬 못 미쳤다는 생각만 듭니다.
'공부도 재능이다'
재수하던 중, 끊임없이 주변에서 떠들어대던 소리였습니다.
내가 정말 필사적으로 무시했던 소리기도 했습니다.
공부는 노력일까요, 재능일까요?
방향이 잘못된 노력이 문제였다면
주어진 시간 안에 스스로 피드백하며 완벽한 방향을 잡아내는 것은 재능이 아닌가요?
앞서 언급했던 똑똑한 친구조차 입시가 끝난 뒤
공부는 재능이라는 말을 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돌이켜보니 웃긴 일이였습니다.
운동 음악 그림 등등 수많은 분야에서 재능을 인정하는데
왜 공부에 관해서는 그렇게나 재능을 인정하기 싫었을까요?
축구만 봐도 어릴 때부터 키 크고 건장한 아이들은 남들보다 잘하니까, 잘 되니까 스스로 즐기며 더 노력하는 게 눈에 보이는데
왜 공부만큼은 만인이 동등한 선상에서 출발하는 시합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정말로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제가
남들을 뛰어넘기 어렵다는 사실은
저를 정말 힘들게 합니다.
이제 미련은 버리고 그저 특이점만을 기다리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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