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 로마 토막 상식) 로마의 통치와 그리스 [장문 주의]

hjgjq(203.251) 2018.07.19 14:36:17
조회 1047 추천 9 댓글 5
														

viewimage.php?id=28a8c229f5d3&no=24b0d769e1d32ca73fef83fa11d028313beb8c5deb3949d9e177a10ae18458ab6f9d5ff0acab5ac23356830670222164a4f0c27ffa92780fcaffc07965


흔히 로마라고 하면, 도로, 군단병, 법률과 같은 것들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고 사실 앞서 말한것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21세기의 현대 국가들과 비교하면 이러한 로마 제국의 장점들은 빛을 잃게 된다. 아무래도 현대의 도로, 군대, 법률등이 훨씬 우월하니까. 역사가 발전하고 과학이 발전한 당연한 결과이다. 하지만 단 하나, 현대 국가들조차도 따라올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그건 피정복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이었다.


 서기 2세기 중엽, 로마의 속주 출신 그리스인 아리스티데스는 로마 통치의 특징을 묘사하는 로마 송사(頌辭) 라는 연설문을 남긴다. 이 글은 로마 제국에 대한 동시대인의 증언이자, 정복자가 아닌 속주, 즉 식민지 지식인의 논평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렇 지만 로마의 통치 원리에 대한 그의 설명은 정작 로마인에게는 익숙한 것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그는 ‘보편 시민’을 구현하려는 시민권 정책의 개방성 원리를 칭찬하지만, 로마인은 그 정책 배후의 이념을 숙고하지 않았다. 로마인에게 속주 엘리트들에 대한 시민권 개방은 분리 통치를 위한 ‘지배 비결’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아리스티데스는 로마의 정책을 이념의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었다. 이미 300여 년간 그리스 지식인들은 로마 권력의 속성과 그리스인이 로마 통치에 관해 취할 태도에 대한 담론을 지속해 왔기 때문이다. 우선 로마의 지배에 들어간 기원전 2세기 중엽 이래 그리스 지식인들은 그리스인의 대처 자세에 대해 고민했다. 가장 먼저 이를 논의한 이들은 기원전 2〜1세기의 철학자 파나이 티오스와 포세이도니오스였다. 그들의 논리는 최선자(最善者)의 지배가 약자에게 유익하다는 것이었다. 그로써 그리스인은 로마인 에 대해 지배의 도덕적 정당성을 인정하면서 ㉠ 순응주의를 드러 냈다. 하지만 과연 로마인은 최선자였던가? 속주에 배치된 군 지휘 관과 관리들에 대한 속주민의 고발이 잦았던 당시 현실에서 보면 그 대답은 어렵지 않다.


 한편 서기 1세기 초 로마의 정체(政體)가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바뀐 뒤, 그때까지 통치하기보다는 그저 점령해 온 지역에서 실질 적 행정이 시작되었다. 그 결과 로마의 통치가 공고해지고, 로마가 가져온 평화의 혜택이 자명해졌다. 그리스 문화를 존중하는 로마 황제들의 배려가 늘어가면서, 그리스인의 자유 상실감은 상당히 약화되었다. 이제 그들은 문학과 철학에서의 문화 권력을 인정받 는 대가로 권력과 타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를 ㉡ 타협주의 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서기 1세기 초의 역사가 디오 니시우스는 실체적 근거도 없이 로마인의 뿌리는 사실 그리스인 이라며 일종의 동조론(同祖論)을 제기했다. 그렇지만 이는 로마인 에 대한 아부가 아니라 그리스인을 위한 타협의 신호였다. 정복 자로 성공한 로마인을 불편하게 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거의 같은 시기의 수사학자 디오는 황제들이 타락하지 않으면, 로마가 관대한 통치를 펴고 그리스인의 이상인 ‘화합’을 실현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아직까지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가는 자신과 출신 도시가 로마 통치자들에게 책잡히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 로마의 고위 인사 중에 친구를 가지도록 해야만 한다. 로마인은 친구들의 정치적 이익을 증대시켜 주는 데 열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거물들과의 우정에서 이득을 보게 되었을 때, 그 이점이 우리 도시의 복지에 이어지도록 하는 것도 좋다. …… 우리 그리스 도시들이 누리는 축복들인 평화, 번영, 풍요, 늘어난 인구, 질서, 화합을 생각해 보라. 그리스인이 이민족 들과 싸우던 모든 전쟁은 자취를 감추었다. 자유에 관한 한, 우리 도시 주민들은 통치자들이 허용해 주는 커다란 몫을 누리 고 있다. 아마 그 이상의 자유는 주민들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 것이다. - 플루타르코스, 정치가 지망생을 위한 권고]


 정치가 지망생을 위한 권고는 타협주의 시대에 작성된 것으로, 그리스의 정체성을 지키기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로마의 통치를 받아들이는 그 시기의 특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리스티데스의 시기에 이르면 속주 지식인들의 기조는 ㉢ 동화주의로 변했다. 역사가 아피아누스는 제정이 안정과 평화, 풍요를 안겨 주었다고 보았고, 그런 의미에서 로마가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전환된 것을 축복이라고 묘사했다. 이는 그가 아직도 옛 정체에 대한 향수를 짙게 간직하고 있던 로마의 전통적 지배 계층보다 새로운 체제와 일체감을 더 지녔음을 보여 준다. 그리 고 아리스티데스는 로마 송사 에서 그리스에 대한 혜택과 배려 를 더 이상 논하지 않고, 제국 시민으로서의 관점을 강조한다. 그 리고 제국 통치가 가져다 준 평화의 전망 속에서 그리스의 지역 엘리트들은 더 이상 통치할 권리를 두고 서로 싸우지 않는다고 말한다. 요컨대 아리스티데스는 식민지 엘리트들의 탈정치화를 상정하고 있다. 그는 모든 속주 도시의 정치적 자립성이 세계 제국 안에서 소멸되는 상태를 꿈꾸는 것이다.


 게다가 그가 보기에 로마는 이전의 다른 제국인 페르시아에 비해 행정 조직과 지배 이념에 있어서 비교 우위를 지녔다. 로마의 행정 조직은 거대하지만 동시에 체계적인 점이 특징이라는 것이다. 이 체계적인 면이란 곧 통치의 탈인격성을 가리키며, 바로 페르시아 왕의 전횡과 대척을 이루는 것이다. 이렇게 로마 송사 는 ‘팍스 로마나’가 절정에 달해 있던 서기 2세기 중엽의 로마 정책에 대해 공감하고 동조하며 결국 동화되었던 그리스 지식인들의 자세를 잘 보여 주고 있다.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europa&no=620211&page=1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9

고정닉 3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72 설문 연예인 안됐으면 어쩔 뻔, 누가 봐도 천상 연예인은? 운영자 24/06/17 - -
2874 AD 현물 경품 획득 기회! 아키에이지 지역 점령전 업데이트 운영자 24/06/20 - -
35880 📜연재 만화* 드워프가 폴암을 쓰지않는 이유 [16] 사이버전사(211.224) 18.10.14 2355 51
35819 💬 앞으로 나올 종족을 정리해줌. [10] ㅇㅇ(118.36) 18.10.13 1608 16
35814 💬 게이샤의 탈을 쓴 카우보이 [5] ▩슈빠르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0.13 1388 16
35775 💬 독스 오브 워가 햄탈워에 나오면 생길 일 [7] P이너O서클W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0.13 1944 14
35757 💬 햄탈워에서 제국이 가장 뽕차는 이유.jpg [10] 다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0.13 2530 29
35751 💬 진정한 로마인 [2] 헤럴드오브젠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0.13 1024 10
35728 💬 날아다니는...뚱뚱한...마법 군주...올누드...ㅗㅜㅑ... [9] ㅇㅇ(61.77) 18.10.13 2043 33
35721 💬 그냥 다이어핀은 나온 타이밍이 좀 거시기한 거임 [7] SEE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0.13 1318 28
35697 💬 이젠 뚱보 오페라 가수도 PC라고 부르네 [25] dd(125.176) 18.10.13 1854 18
35652 💬 캐리비안의 해적이 아니었네 [9] dryrai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0.13 2081 33
35632 💬 모탈캠 스타팅 지도 최신판 [5] ㅇㅇ(175.126) 18.10.13 3178 22
35557 💬 오늘도 연전연승 행진을 이어가는 애엄마 [9] 자주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0.13 1983 31
35552 💬 이번 뱀코 여성 전설군주들 한짤요약 [9] 吹雪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0.13 2347 25
35538 💬 다이어핀이 복수하려는 이유 [4] 다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0.12 1505 14
35529 📜연재 파이렛 두 낫 니드 어 프린스 [3] 30사단(218.145) 18.10.12 890 11
35528 💬 DLC 나오면 탈코르셋 연재간다 [7] ㅇㅇ(122.46) 18.10.12 1586 30
35520 💬 햄탈워2 사일로스트라 다이어핀 번역 [17] ㅇㅇ(122.46) 18.10.12 3221 15
35516 💬 별로 예쁘지도 않네. [5] ㅇㅇ(61.77) 18.10.12 2704 38
35500 💬 씹ㅋㅋㅋ 움직이는 거 보니까 더 가관이다 야 ㅋㅋㅋㅋㅋ [6] ㅇㅇ(61.77) 18.10.12 2040 17
35498 💬 마지막 4번째 군주 공개, Cylostra Direfin [34] 개물(121.140) 18.10.12 2636 25
35485 💬 [사가] 키르켄 vs 노스 (움짤 多, 글 x) [1] 찌게다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0.12 1060 8
35478 💬 주문하신 워해머 풍만한 몸매 여성 [8] ㅇㅇ(220.72) 18.10.12 2158 16
35462 💬 햄린이가 쓰는 햄린이용 공략 - 뱀파이어 카운트 [2] 30사단(218.145) 18.10.12 13355 24
35453 💬 토붕이 신 유닛 만들었으여! [19] 웨이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0.12 1612 15
35444 💬 제발, 제국신민이라면 콩나물 먹읍시다! [7] ㅇㅇㅇ(211.224) 18.10.12 1350 27
35427 💬 아틸라의 앱도적인 장점 [8] 카르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0.12 1188 12
35374 💬 아라네사 다리가 의족인 이유 [5] 아침핫산(223.62) 18.10.12 929 10
35360 💬 특이점이 온 부대장 [14] dryrai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0.12 1982 23
35348 💬 트위치콘 2018에서 햄탈워2와 삼탈워 데모판 시연 예정 [9] 미디블스캇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0.12 1430 13
35311 💬 아라네사 모델링 어디서 봤나 했더니.. [5] dryrai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0.12 1549 11
35224 💬 햄탈워 아라네사 솔츠파이트 번역 [11] ㅇㅇ(122.46) 18.10.11 2780 16
35201 💬 지금까지 나온 해적왕들 움짤 [10] ㅇㅇ(61.77) 18.10.11 2420 14
35189 💬 Aranessa Saltspite 사르토사 확정 [17] 개물(121.140) 18.10.11 2082 14
35120 💬 근데 해전 이야기는 왜 자꾸 하는거냐 [15] dryrai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0.11 1679 35
35009 💬 심심한데 스크린샷 분석이나 해보자 [9] dryrai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0.11 1994 22
34971 💬 토사가 막장 근친상간 [7] ㅇㅋ(121.139) 18.10.11 2123 32
34942 💬 햄탈워2 카운트 녹틸러스 번역 [17] ㅇㅇ(122.46) 18.10.11 2596 20
34921 💬 녹틸러스 남작 떳다 [7] 케페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0.10 2584 17
34907 💬 뱀파이어 코스트 팩션들 반응 [2] 가갸고교(27.176) 18.10.10 2011 32
34898 💬 아틸라 S.P.Q.R 모드 해봤는데 (사진많으니 주의) [4] 호삼호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0.10 1689 13
34888 💬 오스트리아 마이너 갤러리에서 인사차 방문했습니다 [8] Österreich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0.10 1085 13
34832 📜연재 {햄탈워} 브레토니아 무력으로 통일하기(완) 링크모음 & 후기 [2] 찌게다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0.10 7654 36
34820 💬 삼탈워)관우 정보 공개 [4] ㅇㅇ(211.36) 18.10.10 2082 19
34789 💬 위기에 빠진 도막파 최후의 구원수 [12] 우주해방전선(121.139) 18.10.10 1750 31
25643 💬 로마2 토탈워 모드 추천 [28] 지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8.11 21365 40
34718 💬 나폴레옹 토탈 워 모드 추천 - 2 [22] 히로스루미니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0.10 23462 53
34717 💬 나폴레옹 토탈 워 모드 추천 - 1 [22] 히로스루미니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0.10 22384 39
34710 💬 전설적인 군주 실루엣 추측 [5] dryrai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0.10 2073 22
34709 💬 뱀코 여군주가 나오길 바라면서 그린 팬아트 [10] ㅁㄱ(61.84) 18.10.10 2063 28
34656 📜연재 {햄탈워} 브레토니아 무력으로 통일하기 (완) 찬탈자의 탄생 [8] 찌게다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0.09 3351 34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