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defense.gov/explore/story/Article/2001405/10-odd-jobs-of-world-war-ii/

위의 기사는 미국 국방부 홈페이지의 12월 27일자 기사로, 미국 국방부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2차대전 관련 기사들 중 대전기간동안 있었던 기묘한 보직들에 대한 것입니다. 예를 들면 군악대 악기 수리병(instrument repair technicians) 같은 것이지요. 아래에 나올 10가지 보직들은 1944년 미국 국방부 전쟁성(War Department)의 군 보직 관련문서에서 나온 것으로, 기사원문에서도 지적하듯 2차대전은 기마포병(horse artillery driver/정확히 말하면 경량급 견인포를 운반하는 말 기수)이라고 적힌 보직문서를 한 페이지 넘기면 원격조종포탑 수리병(remote control turret repairman)이 나오는 등, 구식과 최신식이 공존하는 기묘한 시기였습니다.

1. 대장장이(Blacksmith)

1944년 10월 13일에 Fort Benning에 있는 전투공병대대에서 대장장이 업무를 수행하는 Roger Williams(Army Technician 5th Grade)

2차 대전기간에도 여전히 대장장이들은 많은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각종 기계수리 및 간단한 부품 제작도 했는데, 석탄등을 연료로 쓰는 용광로 장비도 사용했다고 하는군요. 대전기간동안 미군이 운용한 수많은 말과 노새들이 쓸 편자도 제작했다고 합니다.

2. 도축병(Meat Cutter)

미국 버지니아 주 콴티코에 있는 미군 해병대 구내식당에서 육가공 업무를 수행하는 Ellen V. Russell(Marine Corps Cpl)

말 그대로, 고기를 자르고 육가공 업무를 수행하는 병사들입니다. 소고기/양고기/돼지고기 전반을 관리하고 세계 각지에 파병된 병사들을 고기 식재료를 책임졌습니다.

3. 조마병(Horsebreaker)

1943년 10월 20일 프랑스령 뉴 칼레도니아에서 울타리 안에 미국 육군 수송부대 소속 말들을 몰아넣는 Harley Peterson(Army Cpl)

미국 육군 수송부대에서 쓰는 말과 노새들을 훈련시키는 보직입니다. 물론 2차 대전때는 1차대전에 비해 그다지 중요성이 없었지만, 여전히 기계화부대가 지나가기 힘든 지형에서의 물자수송에는 말과 노새들이 중요한 수송자원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동남아시아 버마의 산악지대에서 활약한 제 5332 여단(메릴의 약탈자들과 더불어 언급되는 그 부대 맞습니다)의 경우 미국 본토에서 선박으로 온 3000마리의 노새들이 큰 역할을 했지요.

4. 군 화가(Artist and Animation Artist)

2차대전기 미군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만화 캐릭터 Willie와 Joe

오늘날의 미군은 전문화된 미디어 일러스트레이터(skilled multimedia illustrators)들을 고용해서 각종 업무를 시키지만, 2차대전기에는 미군 소속 장병들이 그런 역할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윌리&조를 만든 Bill Maudlin이나 Bill Keane이 유명하지요. 심지어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에 파견되어서 각종 선전&홍보매체 제작업무를 수행한 장병들도 있습니다.

5. 라디오 광석 수리병(Crystal Grinder/광석 가공병)

1944년 이탈리아 안치오 전선에서 라디오를 들고있는 미군장병

2차대전기에도 여전히 라디오들은 광석(주로 방연석)이 필요했습니다. 광석 수리병들은 이런 광석들을 가공해서 라디오가 특정 주파수를 잡을 수 있도록 해 주었지요. 엄밀히 말하면 병사들 개인이 최전선에서 라디오를 소유하고 쓰는 것은 금지되었지만(적군이 라디오 주파수나 동력원 등을 추적할 수 있어서) 광석 라디오의 경우 외부 동력원이 필요 없어서 장병들이 즉석에서 각종 재료를 사용해서(심지어 면도날이나 연필까지!) 광석 라디오를 급조해서 사용했습니다. 병사들은 이런 라디오를 foxhole radios라고 불렀습니다.

6. 나무통 관리병(Cooper)

2차대전기에도 여전히 나무로 된 통(Barrel)들은 군에서 널리 쓰였습니다. 나무통 관리병들은 나무로 된 통을 비롯한 각종 용기들을 제작/수리하는 업무를 맡았다고 하는군요. 이후 2차대전 말기가 되면서 드럼통을 비롯해 각종 금속재료로 된 통들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나무통 관리병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7. 모형 제작병(Model Maker)

1944년 뉴질랜드 Circa에서 선박에 어떻게 물자를 적재하는지 모형을 통한 교육을 받는 미군장병들

모형 제작병들은 훈련 교보재 및 지휘용으로 쓰는 각종 모형을 제작하는 장병들입니다. 특히 이런 모형이 가장 훌륭하게 쓰인 사례는 2차 대전기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해 실행된 기만작전인 Operation Fortitude인데, 미군 모형 제작병들은 독일군이 연합군의 상륙작전은 1944년 7월에 프랑스 Pas de Calais에서 있을 것이라고 믿게 하기 위하여 각종 비행기/건물/수송선 모형을 대규모로 제작하여 영국 Dover 지역에 배치하였습니다. 결국 이러한 기만작전의 성과로 히틀러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시행된 지 2주가 되도록 노르망디는 조공이고 주공은 도버 해협을 건너서 올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8. 전서구 관리병(Pigeoneer)

B-18 폭격기 내부에서 전서구(비둘기) 다리에 묶인 메시지(양피지에 쓰여진)를 확인하는 미군 장병들. 1943년 1월 하와이.

전서구 관리병들은 그들이 관리하는 비둘기의 생태에 통달했습니다. 비둘기들은 잘 훈련되어서 각종 메시지 전달에 능숙하였고, 일부 비둘기들은 야간 비행을 위해 특별히 훈련받기도 했습니다. 미국 육군 통신박물관(U.S. Army Communications Electronics Museum)에 의하면, 전서구로 전달된 메시지의 90%가 성공적으로 전달되었다고 합니다(more than 90% of the messages carried by pigeons were successfully delivered).

9. 포병 청음병(Field Artillery Sound Recorder/음파 추적병?)

1944년 6월 11일 프랑스 Carentan에서 M3 105mm 야포를 사격하는 미국 육군 제90 보병사단 장병들

아마 2차대전기간 미군 보직들 중 가장 끝내주는 소리를 듣는 장병들이었을 겁니다(These troops had the sickest beats). 레이더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전까지는 포탄의 낙하음도 적 포병의 위치를 추정하는데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해당보직은 1차대전때 처음 임무를 시작해서 2차대전기에도 많은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전방 기지에 배치된 포병 청음병들은 여러 마이크로폰에 결합된 녹음기와 진동 기록기(oscillograph)를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가, 적군이 포격이 시작되면 녹음기들이 포탄 낙하음을 저장하고, 이러한 소리 자료들과 진동 기록기에 나온 파형을 분석해서 적 포병의 위치를 추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소리분석 기술을 오늘날에도 세계 각국의 여러 군대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10. 목재항공기 관리병(Airplane Woodworker)

1944년 9월 17일, 네덜란드 Bergeijk 상공을 비행하는 C-47 Skytrain 수송기들. C-47 수송기들은 나무로 만들어진 Waco CG-4 글라이더들을 견인하고 있으며, 이 CG-4 글라이더들은 마켓 가든 작전을 위해 아인트호벤 근처에 강하할 예정이다.

물론 2차 대전이 시작할 때 쯤에는 대다수의 항공기 제작재료는 나무에서 각종 금속으로 전환되었지만, 2차대전기동안 여전히 나무로 만들어진 각종 항공기들이 사용되었고, 이러한 목재 항공기를 관리하는 보직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훈련기나 글라이더의 대다수가 목재였지요. 2차대전기동안 미군에서 가장 널리쓰인 목재 글라이더인 Waco CG-4A가 그 중 가장 유명한데, 이 CG-4A는 1943년 7월 시칠리아 침공(이탈리아 전선) 때 처음 쓰이기 시작해서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강하임무/마켓 가든 작전에서도 큰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CG-4A는 중국-인도-버마 전역에서도 쓰였다고 하는군요.

기사는 이렇습니다. 개인적으로는 9번의 포병 청음병들이 가장 불쌍하군요(...) 사실 저 음파추적 기술 자체는 오늘날에도 쓰이고 있는데, 유명한 것은 이라크 전쟁 때 미군이 이라크 저항세력 저격수들을 찾기 위해서 총탄 소리를 이용한 저격수 위치추적장비를 제작해서 험비에 부착한 것이 있습니다. 그나저나 전서구 관리병은 1차 대전 말고 2차 대전기에도 있었는 줄은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