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히로시가 눈치챈 것 같다고 쓴 갤러인데 어제 방송 보니까 히로시는 반신반의했던 것 같아. 애초에 히로시는 영진이가 독립운동을 한다는 것 자체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더라고. 솔직히 영진이는 이름만 한국식일 뿐이지, 일본인 국적에 총독 바로 아래 서열인 권력자 양아버지에 의사라는 직업에 뭐 하나 남 부러울 것 없는 상류층 생활을 해 왔으니까 말이야. 물론 히로시가 온실 속 화초처럼 키운 것도 있고.


히로시의 감정이 처음엔 우리 영진이는 그럴 애가 아니야였다면 아니겠지? -> 설마, 아닐 거야. -> 아니어야 돼. 이렇게 변하는 느낌?

전에는 영진이에 대한 히로시의 감정이 어떤 건지 헷갈렸는데, 어제 마루한테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는 속담 얘기하면서 영진이를 거둔 이유가 딱히 없었다고 씁쓸하게 말하던 장면, 마지막에 영진이가 손 잡는 거 회상하면서 눈물 툭 떨어뜨리는 장면 보고 아, 이 사람은 영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히나 인형 얘기나 마영성을 시켜 영진이 감시한 것 보면 그 사랑 방식이 약간 비뚤어진 것 같지만.
영진이도 김원봉한테 그랬잖아. 히로시가 일본인이긴 하지만 자길 거두어 준 은인이라고 말이야. 히로시에 대한 반감도 있지만, 히로시에게 감사해 하는 마음도 있는 거지. 마지막에 영진이가 눈물 뚝뚝 흘린 거 보면 히로시에게 미안함+죄책감이 있었다고 생각해.

어제 방송 보고 놀란 점은 평소에 포커페이스로 일관하던 히로시가 무라이, 미키의 확인 사살에 얼굴 표정이 무너졌다는 거. 이시다가 전 원장 살인범으로 몰아붙였을 때,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웃으면서 오히려 이시다를 협박했던 사람이 이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 이때 표정을 보면 설마했던 일이 사실이라는 당혹감+이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하는 막막함+자신과 영진이의 미래에 닥칠 일들에 대한 불안감+또 누가 이 일을 알고 있을까 하는 초조함+영진이에 대한 배신감+그럼에도 현실을 믿고 싶지 않은 마음 등등 오만가지 감정이 다 느껴지더라. 감탄할 수밖에 없는 본체 연기력...
타다 남은 태극기 천조각을 현옥에게 보여주면서 영진이 방에서 나온 거냐고 물었을 때, 히로시는 내심 현옥이 영진이 대신 죄를 뒤집어쓰길 바랐던 것 같아. 영진이한테 면죄부를 주고 싶었을 테니까. 현옥이 영진이 대신 죄를 뒤집어쓸 거라고 어느 정도 예측한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현옥은 히로시가 바라는 대로 태극기가 자기 거라고 거짓말했지. 히로시 방을 뒤져서 일왕 동선 파악한 것도 자기가 한 일이라고도 했고.

여기서 난 영진이에 대한 히로시의 부성애와 현옥의 모성애가 보였어. 영진이의 양모는 히로시의 부인이지만 히로시 아내는 병약해서 병상에 누워 있는 날이 많았다고 하니까 실질적으로 영진이 어머니 역할을 한 건 현옥일 거야. 히로시나 현옥이나 둘 다 영진이 친부모는 아니지만 영진이를 친딸처럼 여기고 사랑하지. 사랑하는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 영진이를 사랑한다는 본질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해.
그런데 두 사람 행보는 극명하게 달라. 현옥은 영진이 대신 자기가 '희생하는' 방법을 선택했고, 히로시는 현옥을 영진이 대신 '희생시키는' 방법을 선택했지.
마지막에 히로시가 영진이한테 그랬잖아. 현옥을 다시 집에 들일 수는 없다, 마지막 인사라도 해라, 무라이에 대해선 나서지 마라, 내가 알아서 하겠다. 난 그 말이 히로시가 무라이랑 현옥을 죽여서 입을 막겠다는 뜻으로 들리더라고. 예고편 보면 무라이와 현옥이 히로시 손에 죽는 것 같았고. 내 생각에는 유마담이랑 미키도 위험하다고 봐. 유마담은 미키가 대놓고 언급했고, 미키는 입을 닫겠다고 했지만 히로시가 그런 걸 믿을 사람이 아니잖아?
영진이가 10대 초반에 히로시의 양녀가 되었다고 가정한다면 현옥은 20년 넘게 히로시랑 같은 집에 살면서 동고동락한 사이야. 그런데 히로시는 그런 현옥을 가차없이 내치고 죽였어. 물론 사안이 사안인 만큼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있었겠지. 하지만 현옥이 죽으면 영진이가 슬퍼할 거라는 건 그 누구보다 히로시가 가장 잘 알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로시가 현옥을 죽인다는 건, 앞으로 히로시가 계속 누군가를 죽이면서 폭주한다는 의미 같았어. 오다, 켄타, 후쿠다, 히로시에겐 그 누구도 예외는 아닐 거야.

막판에 히로시와 영진이가 눈물을 흘린 장면은 많은 감정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해. 두 사람 다 예전 관계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직감한 거겠지.

그런데 히로시가 영진이 정체를 왜 알린 건지, 누구한테 알려주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 느낌상 후쿠다 같기는 한데... 다음주가 되어봐야 알 것 같아. 히로시-영진 감정선이 처음부터 굉장히 흥미로워서 열심히 따라갔는데 어렵네... 다음주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