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무 잘못도 없다고 생각한다만..."

  "누가 당신더러 입을 열랬죠, 음행교사. 계속 무릎 꿇고 계십시오."

  "...으흠, 저기, 에이 플? 아무리 그래도..."
   간신히 폭소를 참은 스틸레토는 한 번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입을 열었다.  
"...뜬금없이 학교 보건체육 과목에 대한 예습이랍시고 그렇고 그런 영상 '교재'...후후...아무튼 그걸 애 눈앞에서 '미션 브리핑용 대형 스크린으로' 틀어버리는 급발진을 저질렀다지만, 저속한 의도가 있었던 것도 아니니 이번에는 용서해 주면 안 될까?"

   "급발진도 급발진 나름입니다. 실습이랍시고 콕핏 보관용 서바이벌 패키지에서 연막통과 콘...아니, 고무를 꺼내던 시점에서 제가 발견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습니까."

    조용하고 착한 사람이 화내면 무섭다고, 그녀의 기세는 베로 노크의 정면화력 이상으로 거칠었다.
   "만사에 스텝 업이라는 게 있는 겁니다. 애가 레오네 완폐녀의 말도 안 되는 야전교범 온리 홈스쿨링 탓에 아직 감수성이 덜 발달된 상태인데 몸만 컸다고 그런 걸 바로 들이대면 올바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교과목상 오늘 배울 것은 중학교 레벨인 보건체육도 아니고 그냥 초등학교 생물교과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나는 그저 타 학생들에 비해 진도가 뒤떨어진 상태에서 해당 조치가 교육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실제로 그랬다. 윈 D 팬션은 이 생활력 제로 사태에 맞닥뜨림과 거의 동시에 아주 짧은 시간과 더불어 크레이니엄전을 방불케 하는 가공할 노력을 투자하는 것으로 팩스가 공인하는 교사 자격증마저 획득했던 것이다. 인테리올의 여기사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해 항상 진심을 다하는 자였다.
   "...네, 그렇죠. 매사에 대한 진지함과 올곧은 마음가짐은 전장에서 언제나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쪽 같은 고결한 성향이나 그로 말미암은 노력 및 결과가 지금 당장 하늘을 찢어버릴 듯한 에이 플의 불기둥 같은 격노를 잠재울 수 있을 리가 없다는 것 또한,
윈 D의 어깨를 짓누르는 현실의 무게였다...

   "...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닙니다, 이 음행교사. 오늘 안에 교정해 드릴 테니, 그 상태로 제 명령을 들으십시오."
   "크윽...차라리, 죽음을 다오...!"
  
    쪽팔리다는 것을 자각하는지 잘 익은 사과마냥 시뻘개진 낯을 한 윈 D의 목에는 털 장식과 하트 모양 금색 자물쇠, 기다랗고 빨간 목줄이 붙은 핑크빛 가죽 개목걸이가 달려 있었다.

    인간이 타인의 눈앞에서 장비하자마자 사회적으로 즉사할 수도 있을 그것은 항상 황금빛으로 빛나던 고고한 전장의 여기사에게는 아마 상극의 액세서리일 테지만, '머리끝까지 화가 난 착한 사람' 상태인 에이 플은 이미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모르거나, 알더라도 일부러 이해하지 않을 기세였다.
   그렇게 기사의 장검은 목숨보다 귀중한 명예와 긍지를 건 사투 속에서가 아닌, 성교육 급발진이라는 별 쓰잘데기 없는 이유로 인해 부러지고야 말았다.
  
   "...그런데 스미쨩. 저 목걸이, 왜 갖고 있었던 거니?"
    혼자서 ACSIS를 두들기던 때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재미있는' 상황을 즐기며 실실 웃던 스틸레토가 옆에서 시꺼멓게 굳은 얼굴로 팔짱을 끼고 구경하고 있던 레오네 완폐녀에게 물었다.

   "묵비권을 행사하마. 한 번도 사용한 적 없었다는 것만 일러두지. ...오히려 어떻게 찾았는지를 묻고 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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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소재는 걍 길게 늘리지 말고 4컷만화 1장 정도 템포가 제일 적절한 것 같음
한 명씩 돌려가면서 멕여볼까

AC이야기: 윈D는 거리 1000 이상의 적 사격에 반응하지 못하는 의외로 허당끼가 있는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