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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산] ACMoA 소설 - ENCOUNTER 1 (1~4).papago

IvoryRhone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8.11 02:52:33
조회 412 추천 9 댓글 3
														


[시리즈] ACMoA 공식소설 번역
· ACMoA 소설 - 인물소개, 목차, 프롤로그.papago



분량제한으로 짤리길래 좀 나눠올림





ENCOUNTER 1 『미션』




1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것은 악몽임에 틀림없다.


"첫날의 꿈이 이것인가......"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켜 세운 프리츠는 마른 웃음을 뺨에 붙였다.

옛 자신이 잊어버리지 말라고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다.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내 자신이 잊어버리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프리츠는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 속에는 가슴판이 두툼한 청년이 서 있다.

그래, 이제 그 시절의 무력한 소년은 어디에도 없다.

여기 있는 것은 레이븐이 된 프리츠 바인이다.

옷을 갈아입은 프리츠는 AC의 보관과 정비를 맡고 있는 차고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의 AC를 인수인계받는다.

레이븐으로서의 그의 분신, 그만의 아머드 코어가 오늘 탄생하는 것이다.


"아, 매니저로부터 연락은 받았어."


책임자는 격납고에 고정된 AC들을 배경으로 차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프리츠를 맞이했다.


"매니저라..."


아직 익숙하지 않은 감각에 조금 당황하면서 프리츠는 그녀, 라나 닐센과의 만남을 되새겼다.



2



아머드 코어라고 불리는 대형 로봇을 조종하는 자들은 레이븐이라고 불렸다.

절대적인 전투력을 지닌 특수 용병들이었다.

이 시대에는 모든 정보가 너브라는 거대한 네트워크에 있었다.

하지만 너브의 일반 회선에서는 그들의 정보가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레이븐이 성별조차 확인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간혹 있더라도 그것은 호기심에 의한 단순한 억측이나 AC의 이름, 자칭 파일럿 네임 같은 것 뿐이었다.

유일하게 레이븐즈 네스트라는 폐쇄적인 시스템만이 레이븐들 간의 상호 정보 교류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레이븐즈 네스트에 등록된 레이븐만 가능했고, 나머지는 의뢰를 발신하는 일방통행식 관계밖에 가질 수 없었다.

그마저도 기업 등 경제적 기반을 가진 자들만의 특권이며, 고아가 된 한 소년과는 교차하지 않는 세계라는 것이 분명한 현실이었다.

레이븐에 대해 알고 싶다, 레이븐을 만나고 싶다.

그 빨간 AC의 파일럿이 누구인지, 부모님의 원수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

하지만 레이븐 본인을 만나는 것은 결국 불가능했다. 오히려 이야기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프리츠의 소원은 웃음거리로 전락할 뿐, 아무도 들어줄 사람이 없었다.

자신의 무력함을 뼈저리게 느낀 프리츠는 언제부턴가 레이븐 전체에 대한 증오가 싹트기 시작했다.

그리고...

레이븐을 만나고 싶다는 그 말은 어느새 레이븐이 되고 싶다는 말로 바뀌었다.

레이븐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자는 오직 레이븐뿐이다.

독으로 독을 제압한다.

프리츠는 더 이상 남을 의지하지 않았다.

자신의 손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하지만 결심만으로는 레이븐이 될 수 없다.

당시 그에게 AC를 손에 넣는 것조차 꿈같은 일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시뮬레이터로 MT 조종법을 익히고, 인터넷으로 조력자를 찾는 것뿐이었다.

결국 레이븐이 되고 싶었던 프리츠는 인터넷에서 조금이나마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것은 그가 기다리던 조력자의 눈에 띄기에 충분했다.


"레이븐이 되고 싶다더군."


그를 네트워크 문자 대화 시스템으로 호출한 그 여성, 라나 닐슨은 인사도 나누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모니터 위에는 감정이 없는 글자가 무덤덤하게 단어를 형성하고 문장을 써 내려간다.


"왜 레이븐이 되고 싶지?"


라나는 간결하고 위협적으로 말을 이어갔다.


"죽이고 싶은 상대가 있다. 그래서 레이븐이 되고 싶다."

프리츠는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지금 와서 꾸민다고 될 일이 아니다.


"노골적이군. 하지만 그런 반짝이는 감정은 레이븐에게 꼭 필요한 감정이다. 왜 죽이고 싶은 거지?"


"살해당한 가족의 복수다. 붉은 이족보행형 AC를 알고 있나? 어깨에 9라는 숫자가 새겨진 엠블럼을 달고 있다."


프리츠의 감정과는 달리 모니터에는 소리도 없이 말만 흘러나온다.


"붉은 색상의 AC는 이 세상에 넘쳐난다. 유명한 것들로는 와일드캣, 올 파워, Σ, 파라다이스 로스트, 페르노엘, 파켈, 빅 마이스터, NS-24..."


생각나는 대로 라나는 여러 가지 AC의 이름을 나열한다.

하지만 이름만으로는 단순한 기호에 불과하며, 지금까지처럼 복수를 확정할 수 있을 만큼의 정보는 아니다.

"네게 레이븐으로서의 적성이 있다면,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거다. 그 동안... 복수심이든 뭐든, 투지를 가진 자는 나쁘지 않은 소재다. 좋아, 나는 그런 자를 레이븐으로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매니저로서 레이븐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꽤나 가벼운 말이군"


다소 회의적으로 프리츠는 물었다.

사실 두 손을 들고 기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다.


"걱정하지 마. 나한테도 이득이 있거든. 너희 같은 자를 레이븐으로 키워서 임무를 알선해 주면 수수료가 들어오는 구조야. AC의 자금을 주고, 우리가 선별한 의뢰를 수행해 주면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 거지. 뭐, 일종의 투기라고 생각하면 돼."


그것이 자신의 일이고, 레이븐 후보생들과는 완전한 사업상의 관계라고 라나는 설명했다. 레이븐 양성학교가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이런 장사도 충분히 이루어질 것이다.


"쉽게 말해, 새끼처럼 키워줄 테니 명령을 잘 따르라는 거군."


프리츠가 조금은 비꼬는 듯이 말했다.


"그런 거지. 나쁜 조건은 아니라고 본다. 아니면 거절할 건가?"


"천만에. 꼭 부탁하고 싶다."


"좋아, 계약 성립이다. 조건은 우리가 선별한 의뢰만 수락하는 것과 절대적으로 지시에 따르는 것이다."


"알았다."


프리츠는 한 마디로 이를 승낙했다.

현재의 그에겐 그것을 거부할 힘이 없다.

어쨌든 레이븐이 되는 것, 그것이 그 붉은 AC에 접근하기 위한 첫걸음인 것이다.자세한 것은 나중에 생각하면 된다.


"좋아. 이 세상은 신뢰가 우선이야, 약속은 지켜야지. 별도로 레이븐즈 네스트의 네트워크 ID와 AC를 인도할 차고의 위치, 그리고 당장의 자금을 보낸다. 다음 연락은 차고에서 하자. 이상이다."


그렇게 말하고 라나는 채팅 시스템에서 사라졌다.



3



"라나 닐센은, 매니저는 여기 안 왔습니까?"


차고 관리자이기도 한 기술자 대표에게 프리츠가 물었다.


"필요하신가요? 매니저는 돈과 일을 관리해 주는 존재, 그것으로 충분할 텐데..."


"맞네요."


이제 와서 엉뚱한 질문을 한 것 같다고 프리츠는 자조했다.


"저기 안쪽에 있는 것이 기본 기체라고 불리는 저렴한 AC입니다. 만약 당신이 가진 자금으로 구성을 바꾸고 싶다면 저기 있는 시뮬레이터에서 확인한 후 주문해 주시죠."


"아, 그렇게 하겠습니다."


프리츠는 안내받은 조립 시뮬레이터에 다가가 그곳에 표시된 기체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기본 기체를 바탕으로 각 부품을 보다 고성능의 부품으로 바꾸어 나간다.

물론 물리적으로 다리나 동체 코어가 지탱할 수 없는 것은 탑재할 수 없고, 자금을 초과하는 고가의 부품도 지금은 사용할 수 없다.

우선 각부를 보다 적재능력과 내구성이 높은 2각형 LN-1001로 교체한다.

기동성과 직결되는 부스터는 B-VR-3, 제너레이터는 GRD-RX7로 고출력 제품으로 변경한다.

FCS는 보다 다루기 쉬운 QX-2로 변경한다.

레이더는 더 가벼운 RXA-9, 미사일 포드는 탄약이 많은 WM-S60/4.

주력 화기는 적을 포착하기 쉬운 WG-HG512 권총으로 변경한다.

자금상, 코어, 헤드, 완부와 블레이드의 변경은 지금은 포기한다.

이것만 해도 이미 수중에 있는 돈은 거의 다 써버렸다.

일단 기체를 결정한 프리츠는 바로 옆에 있는 배틀 시뮬레이터로 데이터를 전송했다.

놀이공원에 있는 듯한 이동식 케이스에 재빠르게 올라탄다.

실제와 비슷한 콘솔 배치가 된 콕핏에 각종 장비의 인디케이터가 차례로 점등된다.

전면의 메인 모니터에 영상이 비춰졌다.

전투 시 필요한 정보의 대부분은 이 화면에 집약되어 있다.

가상의 적기인 슈토르히 두 대가 돔형 투기장에 등장했다.

역관절 다리를 가지고 빠르게 돌아다니는 전자동형 로봇이다.

하지만 고도의 상황 분석이 가능한 인공지능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움직임은 단순한 행동 패턴의 조합에 불과하다.

성능 체크를 위한 적당한 상대라고 할 수 있다.

출발 신호와 함께 프리츠는 부스터 대쉬로 앞으로 뛰어나갔다.

한 쪽의 슈토르히를 조준하고 단숨에 근거리 무기인 핸드건의 유효 사거리까지 접근한다.

연발 빔포의 사거리를 피해 적기를 핥는 듯한 선회 이동을 하면서 쉴 새 없이 탄환을 날린다.

탄환이 떨어질 때마다 반동으로 슈토르히의 기체가 크게 흔들리며 곧이어 화염을 뿜어냈다.

첫 번째 기체를 격추한 감격에 젖어들 틈도 없이 위쪽에서 빔이 쏟아졌다.

다소 피격당했지만 곧바로 상승하면서 뒤집는다.

모니터에는 체공 한계에 도달한 슈토르히가 착륙하는 모습이 비춰졌다.

회피 직후 전환한 미사일이 적에게 락온한다.

즉시 공중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자신의 착륙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확보한다.

착지 시 부스터로 상쇄한 후, 프리츠는 슈토르히를 향해 돌진했다.

핸드건으로 적의 움직임을 막으면서 살을 깎아내려 단숨에 칼날을 휘두른다.

왼팔 부위에서 방출된 플라즈마 가스의 검에 의해 일격에 다리가 절단된 슈토르히는 무너져 내리며 화염에 휩싸였다.


"느낌이 좋군."


감을 잡은 프리츠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시뮬레이터를 떠났다.

마지막으로 컬러링과 엠블럼을 결정하고 정비사들에게 데이터를 넘겼다.

기체 컬러는 반짝이는 에메랄드 그린을 바탕으로 한 아름다운 색이다.

레이븐으로 이름을 알리기에는 나쁘지 않은 상징색일 것이다.

엠블럼은 타로카드의 사신을 형상화했다.

언젠가 그 붉은 AC는 자신이라는 죽음의 카드를 뽑게 될 것이다.

차고 한 켠에서 실제 기체가 조립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정비사 중 한 명이 이동통신 단말기를 가져왔다.


"우선 축하해. 바라던 대로 레이븐이 된 기분은 어때?"


목소리의 주인공은 라나였다.

처음 듣는 매니저의 육성이었다.


"나쁘지 않아."


립서비스까지 곁들여가며 프리츠는 대답했다.


"그렇구나. 참, 당장 일거리를 하나 준비해놨어. 나갈 수 있겠어?"


갑자기 라나가 말을 꺼냈다.

AC를 준 순간부터 바로 실전에 뛰어들게 할 생각인 것 같았다.


"좋아. 곧 기체도 조립될 테니까."


프리츠가 대답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일단 평가가 시작되었다는 것인가.


"대답만은 잘하는군. 기체명은 벌써 정했나?"


"그래. 어벤져로 할 생각이야."


복수자.

지금 프리츠에게는 다른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건 또 직설적이네. 좋아, 세부사항을 알려주겠다. 도주중인 범죄자를 체포해 달라는 의뢰가 있었다. 범죄자는 기업에 대한 해킹 상습범이다. 추적하던 가드의 장갑차를 강탈해, 시티의 식물 플랜트에서 농성중인 듯 하다. 문제는 시설 내의 보안 시스템이 조작되어, 모든 시큐리티 메카가 놈의 손아귀에 있다는 것이다. 경비용 보안 메카닉은 모두 적이라는 얘기다. 목표는 도주범의 신병 확보. 부득이한 경우 타겟의 생사는 상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실전에서는 불의의 사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신중하게 행동해라. 곧 픽업용 AC 캐리어가 도착할 것이다. 그것을 타라. 이상."


필요한 말을 다 하고 난 후, 라나는 언제나처럼 일방적으로 회선을 끊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마이페이스다.


"출격하고 싶습니다. 얼마나 더 걸리죠?"


단말기를 정비사에게 돌려주며 프리츠가 물었다.


"정말 레이븐이라는 녀석은 참 참을성이 없는 녀석이군. 5분만 기다려."


치프가 알아듣고는 콘솔에서 고개를 들었다.

얼굴과 목소리는 프리츠에게 향했지만 손은 쉬지 않았다.

곧 완성된 어벤져를 담은 행거가 AC 반출 통로 앞까지 미끄러져 이동해 왔다.


"너무 많이 망가뜨리지는 말라고. 수리가 귀찮으니까. 물론 우리에게 수리비를 벌어주겠다고 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치프가 AC 기동키를 던져주며 말했다.

이렇게 해서 이 남자는 얼마나 많은 신입 레이븐을 내보냈을까.

아니, 꼭 신참일 필요는 없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귀환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그 녀석은 돌아왔을 때 직접 눈으로 확인해 봐."


프리츠는 받은 열쇠를 손에 쥐고 앞으로 자신의 분신이 될 AC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4



"그쪽 상황은 모두 모니터링하고 있다."


식물 공장으로 달려간 프리츠에게 라나는 전용 채널을 통해 지시를 내렸다.


"목줄에 묶인 건가?"


프리츠가 별로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감시용 메카가 다른 곳에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 기체에 부착되어 있는 건지 궁금했다.


"그렇지 않아. 신입사원의 통과의례 같은 거지. 게다가 이쪽도 사정이 있으니까. 시설 자료는 준비해 뒀어.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겠다. 이상이다."


라나의 목소리가 끊기자, 프리츠는 지도 시스템을 작동시켜 보았다.

현재 기체에 탑재된 컴퓨터로는 원래는 지나간 지역의 메모리 기능밖에 없을 텐데, 모니터에는 시설 전체의 지도가 표시되고 있었다.


'일단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셈이다.'


일단은 괜찮다고 스스로를 설득한 후, 프리츠는 격벽을 열고 플랜트 내 통로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레이더에 적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권총을 들고 기다리던 프리츠는 통로 안쪽에서 다가오는 보안 기계를 저격했다.

스파텔이라는 동륜 삼각대형 경비용 소형 MT로, AC의 무릎에도 닿지 않는 크기에 기관총만 무장하고 있는, AC에게는 장난감 같은 상대다.

순식간에 적을 격파한 후, 프리츠는 부스터 대쉬를 이용한 고속 이동으로 바닥을 미끄러지듯 전진해 나갔다.

대파괴라고 불리는 최종전쟁 이후 국가를 대신해 세계의 주도권을 쥔 기업이 만든 지하도시는 사람의 생활권인 동시에 AC의 활동권으로 설계되었다.

어찌 보면 본래 토목 작업용 중장비인 MT에 의해 건설된 설비이니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소형 MT가 다수 존재하는 현대에 주요 시설이 모두 대형 AC의 규격에 맞춰져 있다는 것은 다소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그것이 대파괴 이전부터의 관행인지, 개발을 진행한 기업의 방침인지는 지금 와서 확인봤자 의미가 없다.

어쨌든 누구의 의도였든지 간에 AC에 맞춘 건축물은 레이븐들에게 고마운 존재였다.

중간중간 창문을 통해 보이는 식물 플랜트를 곁눈질하며 프리츠는 가장 깊은 곳을 향해 나아갔다.

지상에서 들어온 자연광과 인공광을 섞어 식물에 최적으로 조절된 빛이 완벽한 온도 관리를 받는 플랜트 내부를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플랜트 내부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작업용 소형 로봇뿐이다.

지하도시 내 인간의 삶을 지탱하고 있다고 하기에는 비인간적인 한산한 곳이다.

산발적인 스파텔의 공격으로 다소 피해를 입었지만, 프리츠는 순조롭게 진격을 계속했다.

물자 저장용 돔을 여러 개 지나간다.

이제 곧 본진과 마주칠 것 같았을 때, 그의 앞길은 두꺼운 게이트의 문에 가로막혔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대물 센서로 자동 개폐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AC용 개폐장치도 잠겨 있어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문을 파괴하기도 현재의 무장으로는 어렵다.


"어딘가에 게이트 제어 장치가 있을 것이다. 허가증는 받았으니 찾아내서 파괴해라."


방문하기 전에, 라나로부터 지시가 들어왔다.


"알았어."


매번 시끄럽다는 듯이, 프리츠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동시에 정말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밀려왔다.

아마도 이 기체의 센서와 연동하여 일일이 이쪽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프리츠는 지도를 참고하여 점찍어 둔 돔으로 향했다.

스파텔이 집중되어 있는 그 돔에는 예상대로 게이트 관리용 서버가 설치되어 있었다.

적을 소탕한 후 관리 장치를 파괴한다.

게이트 잠금이 해제되고, 개별 게이트는 비상시 프로그램에 의해 독립적인 관리로 전환되었다.

이제 게이트는 AC용 개폐 스위치로 열릴 것이다.

서둘러 돌아간 프리츠는 게이트를 열고 앞으로 나아갔다.

끈질기게 스파텔이 마지막 저항을 시도하지만, 이미 완전히 실패했다.

AC의 침공을 막을 수는 없다.

프리츠는 시설의 가장 깊은 곳의 문을 열었다.

돔 안에는 장갑차 한 대가 멈춰 서 있었다.


"이런, 레이븐을 상대하기에는 너무 약하구나. 항복이군. 게임은 내가 졌어."


장갑차 외부 스피커에서 한 젊은 남자의 농담 섞인 말이 흘러나온다.

그것은 인기척 없는 돔 안에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그건 그렇고 장난꾸러기다.

이 소란을 게임인 것마냥 치부하고 있다.


"목표물 포착. 홀드했다."


어차피 들리겠지, 프리츠는 조종석 안에서 큰 소리로 말했다.


"확인했다. 어떻게 대처할 생각이지?"


예상대로 라나의 대답이 들려온다.


"저항할 의지가 없는 자까지 죽일 필요는 없겠지. 구속 후 시티 가드에게 넘기겠다."


프리츠는 그렇게 대답했다.

너무 물러터져 보일지 모르겠지만, 탄약도 공짜는 아니다.

사람의 목숨도 마찬가지다.

사용하는 것만이, 빼앗는 것만이 현명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구나. 알았어. 준비하자."


프리츠의 말에 라나가 동의했다.

이제 의뢰는 90퍼센트 정도 완료된 셈이다.


"장갑차에서 내려서 내 지시를 따르라."


외부 스피커 스위치를 켜면서 프리츠는 해커를 불렀다.


"알았어. 지금 나갈 테니 쏘지 말아달라고."


즉시 해커가 대답했다. 조금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는다.


"정말 바보같은 짓거리를 했군. 생사를 막론하고 제거 대상이 되다니."


프리츠는 권총의 총구를 낮추며 동정하는 듯 말했다.

물론, 미사일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록온하고 있었다.


"호오, 케미컬다인의 극비 데이터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얘기네. 해독할 시간을 갖지 못한 것이 아쉽군... 뭐야, 또 다른 AC가 접근해 와?"


프리츠의 말에 자신이 해킹한 데이터의 가치를 따지기 시작한 해커가 혀를 내두르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 말을 뒷받침하듯 돔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사각지대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문 너머에 다른 AC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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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명의 레이븐을 파견하다니, 나도 유명해진... 나인볼이라고!!!?! 아레나의 톱이 왜 ......!!!'


해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가 탄 장갑차가 폭발에 휩싸여 산산조각이 났다.


"항복한 자를 왜...?"


갑작스러운 전개에 놀란 프리츠는 해커를 제거한 AC의 모습이 보이는 위치로 자신의 기체를 이동시켰다.

나인볼이라 불리는 AC가 아직 연기를 내뿜고 있는 어깨의 포신을 뒤로 접어서 수납하는 모습이다.

상단의 튀어나온 어깨가 특징인 붉은색 2족 AC...


"붉은 AC...!"


프리츠가 무의식적으로 외쳤다.


"물러터졌군."


억양 없는 목소리가 그 붉은 AC에서 흘러나왔다.

용무가 끝났다는 듯 뒤집어지는 AC의 어깨에 검은 구체에 9가 그려진 엠블럼이 선명하게 보인다.


"네놈은!!!"


프리츠가 소리쳤다.

그 AC야말로 그가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원수임에 틀림없었다.


"나를 쫓고 있는 모양이군. 그만둬라. 나를 적대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누구도 이 나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감정이 없는 냉정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나인볼은 부스터에 불을 붙이고 통로 안쪽으로 사라졌다.


"도망칠 셈인가!"


프리츠도 부스터를 풀가동하고 나인볼의 뒤를 졸졸 쫓아갔다.


"저놈이 네 원수인가... 그만둬, 지금의 너로는 소용없어. 일단 돌아와. 상의를 좀 하자."


라나가 격정에 휩싸인 프리츠를 제지하기 위해 다급하게 통신을 넣었다.


"기다려라! 나와 싸우자!!!"


프리츠는 라나의 말을 무시하고 그대로 나인볼의 뒤를 쫓았다.

하지만 기체 출력의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조종석 내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과열로 인해 안전장치가 작동하면서 부스터가 자동으로 정지했다.

레이더 범위 내에서 나인볼의 모습을 나타내는 광점이 이탈해 간다.


"젠장!"


기체 성능의 차이로 인해 이길 수 없다는 라나의 말에 프리츠는 콘솔을 주먹으로 치며 아쉬움의 외침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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