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포기한다 더 못 하겠다 그러다가 다시 시작하고 그래서 또 어찌될지는 몰것는데
암튼 정말 더는 못 하것다

포기를 했다기보다 내가 완전하고 심각한 장애인임을 받아들인달까

솔직히 육체적 외관적 장애는 절대 아니고
정신적 내면적 장애인지도 전혀 명백하지 않지만
그래도 확실히 장애인이 것 같다

상식적으로 뭘 하든 남들보다 훨씬 끔찍하게 느리고
어떻게든 견디고 해도 조금 진전되면 금방 무너져서 쓰러지고
그동안 그냥 일이 멈추는 게 아니라 괴롭고 힘들어서 미칠 것 같은데

이 지랄을 계속 하면서 살아가는 건
장애인이 무리하게 정상인인 척 하고 살아가는 것 아닐까

장애인이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뿐더러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닐까

오늘은 딱히 불안과 우울이 있지도 않은데 걍 집에만 있었다
어차피 밖에 나가서 다시 정상적 생활 해도 여기로 돌아올 건데 뭐하러 그러나 싶더라

게다가 뭔가 제대로 하려면 콘서타 먹어야 하는데
요즘은 먹으면 불안 때문에 먹기도 싫다
그냥 약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것 자체가 싫어
무엇보다 그걸 굳이 감수하면서 해야 할 필요가 있는 뭔가가 없어

식물인간은 아무것도 안 해도 잘못한 게 아니지
그럴 수 밖에 없으니까

나도 똑같아
물론 외관상으로도 진단상으로도 그 정도는 아닐지 모르지만
내 경험상 그래

만약 이게 내 핑께고 단순히 의지박약이라면
그 핑계와 의지박약이 내 장애야
솔직히 장애인이든 정상인이든 뭔 상관이겠어
의미를 잃으면 시체고 잃지 않으면 살아있는 인간일 뿐이지

그러니까 제발
내가 정상생활을 하거나 뭔갈 해야 한다는 생각 좀 버렸으면 좋겠어
능력이 없어 그러니까 의무도 없어
오직 죽지 못해서 사는 삶이니 그 무엇도 할 필요 없어
해야 할 건 죽음을 기다리는 것 하나 뿐이야

그야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그냥 품고만 있기엔 너무 가치있게 느껴져서 펼치고 싶은 것도 넘칠만큼 있지만

그것에 대해 무엇도 하기 힘들다
어차피 해봤자 다시 쓰러지겠지
그렇게 조금씩이라도 전진하면 되지 않겠냐고?
계속 전진할 거라 어떻게 확신하겠어 하다가 실패해서 다른 곳에서 다시 시작할지도 모르지
그리고 이런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그 모든 고통과 불안과 우울을 다시 견디고 싶지 않고 견딜 수도 없어

그래도... 항상 그랬듯이 결국에는 다시 일어설 거 같아
이성적 객관적 판단 하에 내린 결론처럼 얘기했지만
결국 핵심의 의미의 부재기에, 언젠가 또 나도 모르게 의미가 생기면 다시 일어설지도 모르지

그게 가장 싫어
그런식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들 품고 있는 것들을 포기 못하고 질질 끌려다니며 고통받고 괴로워하고
그렇게 놓치고 주저앉고 또 다시 붙잡고 일어서고
무한반복

이 무의미하고 자동적이고 동시에 수동적이고 끔찍한 연쇄를 끊으려면 방법은 하나 뿐인데

왜 못 하는 걸까
고통이 충분하지 않은 걸까

꼭 그리스 신화에 나온 지옥에 떨어진 사람 같아
물을 마시려 허리를 굽히면 바닥의 물이 마르고
과일을 먹으려 손을 위로 뻗으면 나무의 가지가 올라가는
그래서 마시지도 먹지도 못하는

그처럼 나도 죽지도 살지도 못 하는 상황 같다
비유가 좀 다르긴 한데

뭐 굳이 비유를 하면 시지프스가 제일 적합하겠지

어차피 포기한다고 주저앉아도
결국에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독이되고 우울이되니
다시 정상 생활을 해야하기는 할 거고

아아... 이 모든 게 의미가 있을까
이 주절거림이 의미가 있을까
내 모든 노력과 견딤에 의미가 있을까
내 삶과 나 자신에 그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결국은 무한히 자동반복되는 공허한 무언가에 불과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