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 너글의 축복으로 인해 이곳저곳이 썩어들어간 육신임에도 불구하고 그 부패한 종양과 상처 아래로는 황제 폐하의 피조물이었음을 증명하듯 프라이마크 특유의 강건한 흔적이 아직 남아 있었다 

혹은 바르바루스 시절 민중을 이끌고 용맹히 양아버지에게 맞섰던 투사의 허물일지도 모른다 

부패하여 짓무른 살결은 쉽게 열어 젖힐 수 있었다 

아머 아래 가려져 있던 살갗은 진물과 고름으로 축축하고 미끌거렸지만 동시에 푹 삭은 흙처럼 부드럽기도 했다 

가슴팍 아래에는 정체불명의 액체로 얼룩덜룩한 갈비뼈와 그 아래 소중하게 감싸여진 심장이 보였다 

썩어들어간 흔적에도 불구하고 모타리온의 심장은 아직 근육 특유의 붉은빛이 감돌고 있었다 

그리고 심근이 움찔거리며 맥동할 때마다 심장 겉표면에 새겨진 칼도르 드라이고의 이름이 언뜻언뜻 드러났다

한껏 벌어진 육체에 가까이 다가가면 역한 시취 사이로 바르바루스를 연상시키는 희미한 부엽토의 향기가 풍겼다 

이미 혈액 따윈 의미가 사라진 몸이지만 여전히 박동을 멈추지 않는 심장으로 혀를 갖다 대면 부풀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는 단단하고도 매끄러운 근육이 느껴졌다 

감각이 없을 몸임에도 불구하고 심장에 뜨거운 혀가 닿을 때마다 모타리온은 알 수 없는 감각에 신음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