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얘기했겠지만, 모태솔로라 그런지 주변에서 동정어린 시선도 받고, 연애 언제 하냐는 얘기를 질리게 들었어. 예전엔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성에 눈독을 들이기도 하고 연애에 목말라했지. 어찌어찌 시도를 해도 실패했지만 말야.

 근데 여기 와서 상황이 변했어. 연애정상성이란 개념을 접하게 되니 좋아하는 마음을 굳이 꼭 연애관계로 이어가야 하나 싶은 의문이 들더라. 내가 한때 연애를 하고 싶어했던 이유도 정말 그 이성과 친밀하고 로맨틱한 관계를 맺고, 기쁘고 행복한 시간을 나누려는 마음이었을까? 그보다는 동경이라든가. 열등감이나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난다든가, 이를 통해 어떤 '통과의례'를 거쳐가려는 목적이 더 컸던 것 같아.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어. 누구 말마따나 이런 이유로 시작한 연애관계가 정말 기쁘고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을까? 꼭 아니라고는 장담할 수가 없겠지만, '순수한' 동기 같지는 않다는 거야. 사회규범 때문에 시작된 연애가 예로부터 시인들이 입을 모아 찬미했던 '진정한 사랑'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지. 차리리 또래집단이라든가 어떤 외압에 의한 거라고 보는 게 적절하지 않을까?

 그리고 내가 글로 배우고, 머리로 이해한 데로 연애관계가 꼭 서로를 아껴주고 위하는 관계로 가는 것 같지도 않아. 뭐 데이트폭력 등 어두운 이야기까지 가지 않아도 연애관계에도 성역할 고정관념이라든가 하는 이유로 어떤 구속이 생기곤 하잖아. 이런 생각을 할수록 진정한 연애는 무엇이고, 대중매체에서 재생산하는 연애의 낭만은 무엇인지 '현타'가 오더라. 

 그래서 난 그냥 포기라기보다도 앞으로 연애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게 되더라. 그러고 나니까 외로움의 원인을 내 안에서 찾게 되고, 굳이 사랑을 찾아해메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았어. 그래서 이 해방감을 최대한 길게 가져가고 싶어. 반드시 연애를 하지 않아도 난 온전할 수 있고, 지금까지 이어온 연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