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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수년동안 반복했던 자문자답들을 정돈하며..

파인애플(190.2) 2022.12.29 11:23:16
조회 1127 추천 51 댓글 4
														



살아오면서 성애에 대한 반응이 어떠했는가?

=무관심 혹은 기피. 어릴때부터 미디어에 점철된 섹슈얼에 대한 전형적인 클리셰, 무드, 상황, 로맨스의 성취<에 대해 적절한 만족감이나 관심을 느끼지 못하였다. 더구나 국내 및 해외까지 포함해 섹슈얼없는 로맨스 주류도 관련 미디어는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섹스를 되려 부정적이거나 착취적인 행위로 묘사하며 어디까지나 주류가 아닌 수단으로 사용되는 권력적인 내용은 되려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26살까지는 성행위 장면을 본적이 우연히 지나가는 영화적 베드씬외에는 전혀 없으며, 성적인 용어나 일부 속어에 대해서도 18살에 토요일 학교자습을 하러가다 벽에 적힌 낙서의 단어의미를 몰라 검색해보고 알았다. 인간의 순진성과는 전혀 다른게, 이미 그때도 충분히 영악하고 딥웹스러운 인간이었고 성교육도 받았다. 그저 관심차로 성애컨텐츠는 피해간 것이다. 섹스에대한 관념같은게 전혀 없었을 나이에도 굳이 이미 접촉을 불편히 여기고 머리에서 자동으로 스킵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이미 스스로가 약간 이상한 인간이라고 여겼다.


살아오면서 성적인 일에 '직접적인' 트라우마를 겪은 적이 있는가?

=아니오. 나를 포함한 방황하는 무성애자후보들은 솔직히 본인이 정말로 성적으로 불쾌감이나 트라우마를 겪을만한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정도는 객관적으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불쾌한 경험이 있다면 그걸 사람이 어떻게 잊겠어?

타인의 성적행동을 의도치않게 목격한 경험, 내가 원하지 않거나, 어린나이에 부적절하게 성적인 상황이나 미디어를 지나치게 노출당한 경험, 성애를 내 개인의 선택에서까지 심하게 강요당한(스토커 등)적은 없다.

별개로 이성들의 단순하고 원초적인(외적인 끌림으로 인한 충동적인 헌팅) 접근을 받으면 역으로 우울해 한 적은 있다.


지나치게 성적으로 개방된 사람으로 인해 반발감을 가지게 될법한 성장환경은 있는가?

=솔직히 말하면, 네. 나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그의 화려한 경력을 돌이켜봤을때) 아마도 성적으로 매력적인 기질을 가진 사람이었다. 자신감이 넘치며 남들에게 곧잘 호감을 사고 언제나 모임의 분위기를 띄우는 타입이었다. 그리고 그 기질과 사업가적인 진취성으로 보수적이고 내향적인 어머니를 꾀어냈으며 그 외에도 많은 여자들과 무책임한 관계를 가졌고 결국 다소 족보적인 혼란을 가져왔다.

아버지의 외도를 직접적으로 목격한 적은 없으나 가장으로서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한 결과등은 봐왔다. 그러니 적어도 일반적인 가정에서 자란 이들보다는 성적인 관계란 매우 책임감을 가져야한다는 경계심이 유달리 높긴 했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의 성역할붕괴를 겪고도 멀쩡히 상대를 만나는 사람도 많다는걸 알고난 후에는 굳이 이것만이 유일한 이유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혹은 집에서 아주 엄하게 자랐거나 일찍이 남들에 비해 (관계관이 달라질 징조가 있는) 다른 기질이 있었는가?

=엄하게 자란 건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부모님은 굳이 강제하지 않아도, 아버지의 외도가 들통나기 전에도 언제나 항상 나 스스로를 가두는 불필요한 성미가 있었다.

나는 내향성을 감안하고도 지나칠정도로 깊고 좁은 인간관계를 어릴때부터 무의식적으로 추구하였다. 그리고 씁쓸한 회고지만 성애적인 요소와 상관없이 성격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보통의 또래집단의 감성에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었다. 그것을 정확히 무어라 표현해야할지모르겠지만 한마디로 어릴때의 나는 사람에 대해 관심이 지나치게없었던 것같고, 반대로 주변의 사람들은 타인에게 관심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간극의 충격에 허겁지겁 쫓아가기 바빴던 것만 기억한다.


성적관계가 아닌 다른 여러 자극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느끼는 편인가?

=예. 하지만 불확실한 답변일 수 있다. 성관계외의 자극적인 요소들 또한 인생에서 충분히 시도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술,담배,마약,도박,매운맛 등의 원초적이고도 중독위험을 가진 것들에 자연스레 관심이 가지 않으며 나도 모르게 삶에서 원천차단하였다. 또한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굳이 시도할 생각은 없다.

검진결과 실제로 신체적으로도 내성이 심하게 없었다. 싫거나 관심이 없다기보다 생물학적인 본능으로 내 뇌가 내 신체는 저런 것에 아주 약하다는걸 알고 무의식적으로 멀리한 걸지도 모른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은 최근 하고있다.


외부환경에 대한 상호작용 및 리액션이 큰 편인가?(빛,소음,군중,날씨,온도 등)

=아니오. 남들보다 분명 크게 기억하고 경험하고 느끼는 것들에 한해서도 반응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동시에 관심있는 것만 잘 기억하며, 빛,소음,주변환경에도 딱히 민감하지않다. 타인의 반응에 대해서도 다소 무감하다. 나는 외부자극에 크게 상흔이 남는 타입이 아니다. 내가 의미있게 여기는 것들에 대해서만 깊이 남는다.


로맨틱한 관계에 대한 경험을 충분히 겪지 못함으로 인한 막연한 두려움일 가능성은?

=17살 즈음에는 내가 아직 몰라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의심으로 이 질문을 해결하지 못했다. 허나 27살을 넘기게될 지금은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 동아리,동호회,스터디 같은 사회적 모임에서 성인으로서 충분히 이성적(혹은 동성적)관계를 할 기회가 있었으며, 그로인해 내 기준으로는 납득할만한 양의 통계를 얻었다.

나는 좁고 깊은 관계에서 아슬하게 남아준 소수의 동성친구들과 함께 밤바다에서 불꽃을 터트리며 노는 것과 애인과 맥주를 마시면서 불꽃놀이를 구경하다 스킨십하는 행복감의 명확한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 내 첫 연애는 내가 정말 친구와 연인의 감정을 구분할 수있을까라는 물증이 필요해서 뛰어든 음침한 계산과 동시에 이토록 오래 기다려준 친구를 잃고싶지 않다는 한심한 충동에 휘말려 시작되었기에 더욱이 구분하지 못했던 걸지도 모른다. 그나마 주변사람들이 하는 말이 그것을 유일하게 구분 짓는 것은 성적끌림,성관계라는 것이다. 그 점이 못내 언젠가부터 이상했다. 여기서만 하는 역겨운 이야기지만, 동생과 우애적인 스킨십을 할때와 썸단계일때 벚꽃놀이에서 처음 손잡던 무드차이도 실은 조금은 구분하지 못했다. 헐리웃 상업영화에서 키스씬으로 끝나는 클리셰구도의 관계적 확언을 이해하지 못하던 때부터 어쩌면 바뀌지 않을 정답을 괜히 성인이 되어 삽질을 한걸지도 모른다. 아무튼 예상했던 결과였다.

워낙 주변인들의 성애에 대한 완고함이 당연했기 때문에 나는 남몰래 이 구분이 안되는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이 자문여행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족과 동생들에게도 섹슈얼적인 감정을 느낄 수있는 심각한 병신인지에 관해 상담을 다녔다. (20대초반의 나는 설마 친구들과 가족들 모두가 '너에게 가장 특별한 사람이어야 한다'라고 하는 애인에 대한 감정을 되려 역질문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는 못했고, 그와중에 우애적,친애적과 성애적을 제대로 구분못한다는것만은 확실했기에)워낙 황당한 의심이라 1시간 13만원짜리 사설상담소기록이 가십거리로 유출되었을거라는 마음적 감당은 지금도 하고있다.


당연히 가족에게 로맨틱이나 성애를 느끼진 않았으므로 그 다음 오답으로 친구들과의 관계를 떠올리면서 동성이나 양성쪽은 아닌지 자문해보기 시작했다. 나는 보통 동성친구들 사이에서도 다소 권력적이고 주도권있는 포지션을 선호했고, 아직도 사회에 잔재해있는 연애적 성역할을 동성친구 내에서도 은밀히 수행하는 것을 즐겼다. 허나 성적인 끌림까지는 역시 느끼지 못했으며 오히려 22살때 자위 이야기를 시작한 절친이나 애인이 생기자마자 태도가 돌변한 동기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이질감을 느끼며 거리를 두었다.

성관계에대한 편견이나 포지션에 대한 견해로 빚은 오해일 가능성은?

=의심정도는 해봤다. 이 시점쯔음의 나는 슬슬 내게있어서 섹스가 '마운팅'비스무리한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거부한게 아닌가라고 대충 편한대로 답을 내릴 생각이었다. 여전히 스킨십이나 성적행동은 전혀 감흥이 오질 않았고, 아무튼 탓할 범인을 정해서 스트레스 받기를 멈추고 싶었다
하지만 이때 나를 고쳐줄지도 모르는 가망성의 탐구에 쓸데없이 자유로웠던 나머지 '이성적 섹스의 권력적인 포지션'이 아닌 '동성적 섹스의 평등한(그들 주장대로의 표현으론) 오르가즘 포지션'이라는 세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걸 들은 순간 어쨌든 생소하면서도 방황하던 당시에는 좀 그럴듯하게 들렸다. 드디어 이 오랜 질문의 결말이 나올 줄 알았으나, 놀랍게도(실은 어쩌면 답을 예상했었다. 나는 이성적 섹스미디어쪽조차 애초에 제대로 접하지 않았기에 굳이 이성섹스만 유독 거부감을 느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나는 그런 무모한 시도에서도 결국 성적인 끌림을 느끼는 것만은 실패하고만다. 그리고 침대위에서 마운팅적 포지션을 배제해도 딱히 평등하다는 생각은 들지않는다. 이때의 나는 꽤나 절박하여 억지로라도 부러 다양한 성애코드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부딪혀보았지만 그럴수록 느끼는 것은 인간본성에 대한 불쾌감만 올라갈 뿐이었다. 결국 섹스는 내가 주도권이있어도, 상대의 인종이나 성적포지션이 달라도, 기상천외한 짓거리를 곁들여도 내게는 필요하지도 즐겁지도 않은 것이었다. 나는 성적행동자체가 그저 나라는 인간에게 중요하지않아 무시해왔을뿐인데 그로인해 딸려오는 관계적 손해들이 불편하다. 


정치적 사상에 영향을 받았는가?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고 싶은 무던하고도 지친 무성애자 후보들에게는 미안한 화제이므로 아주 일부의 관련성에 대해서만 표현합니다.)

그때 괴이쩍으로 느낀 것은 그들이 최종적으로 무언가를 계몽하는 쪽으로 흘러들어 간 것인데, 결혼하지 맙시다. 라고 외치는 양측의 비장한 메세지에서 오히려 지독한 거리감을 느꼈다. 그들의 후반부는 대부분 '성애를 잃자. 하지만 우리 모두 실은 어쩔 수 없이 반응하는 최소의 성애정도는 있잖아?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유지보수해보자. 자위기구나 동성동반자라든지'와 같은 세부적인 발전으로 나아갔다.

'독신으로 행복할사람과 기혼해서 행복할 사람은 이미 진작부터 따로있다. 그저 각자가 원하는 방향대로 살지 못해서 불행한 것이다'라고 생각해오던 내가 주제넘게 끼어들거나 영향받을 틈은 없었다.

페 미니즘이나 남성주의는 여러 의제에서 '성애'를 기본적으로 깔고들어간다. 듣고있노라면 진정으로 성애에 집착해본 경험이 없었던 이들이라면 아무래도 언젠가는 반드시 알 법한 미묘한 균열이 있다. 본질적으로는 나와 출발점이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메세지는 최종적으로 오히려 내게 약간의 퇴보를 안겨다주는 미묘한 믹스같아졌다. 성애를 탈출하는게 목적이라는 점에서 그들이 준비한 탈출행 비행기 좌석에 내가 앉을 좌석같은건 없을 것 같았다. 처음부터 나는 여권조차 없었을테니.


나는 내가 단순히 특정한 성별이기 이전에 그저 보편적인 인간으로서 가져야할 정서 어딘가를 잃어버린 결함을 느낀다. 그리고 가끔 드문 손길이 내밀어져도 항상 종국에는 어디에도 소속될 수 없고 나라는 개인의 특성이나 성향을 믿는 편이 낫다고 여기는 고집스럽고 외롭지만 적어도 스스로는 평안한 결론에 늘 이르고 만다.


이 모든 자문자답을 돌이켜보고도 기어코 스스로에게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을 부여해야할 필요가 있는가?

=모르겠다. 혼자서는 얼마든지 자기합리화하고 정신승리할 수있다. 그저 주어진 성향대로 살아가는 주변인들의 권유에 따라 어쩌면 언젠가는 분명 '개화'할지도 모르는 그놈의 성적인 욕구를 굳이 발전시키려 남은 청춘을 억지로 부어 노력해볼 수도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고통은 '성애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거나 성적관계를 즐기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성애가 타인의 기본적인 부속품이라는 것을 인지함'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어릴때야 나이차 많이나는 사촌이 실은 속궁합때문에 헤어졌다는 사실을 몰라도 된다. 어릴때야 10년지기 친구가 뜬금없이 내미는 자위나 성행위얘기를 피해도 된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오히려 가뜩이나 열살즈음에도 인지할정도로 숨막히듯 짓눌렸던 한국사회의 '성애의 공기'가 이제는 어른이 된 나에게 아예 직접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한다. 나는 그 어떠한 것도 명확히 느낄 수 없었던 것만 같은 것들을 인류는 수백수천년 당연히 느껴왔으며 비로소 이것으로 우리는 위대한 '사랑'씩이나 한다고 나로서는 알수없는 당황스러운 전시를 굳이 끊임없이 안겨다주면서.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내가 그렇게 이해하기 꺼렸던 성소수자들의 인정하는 과정을 그대로 똑닮아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적어도 나는 스스로에게 더이상 이 멍청한 질문을 하는 것만은 포기하기로 했다.


애초에 내가 평안한 유성애자와 거리가 멀지 않았다면 나는 방황할 필요가 없다.

그들 말대로라면 성애라는건 성적지향성이나 정체성이전에 너무나도 전제된, 인류의 화학적 호르몬 반응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그들에게는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호흡같은 것에 가깝다.

나보다 혹은 나같은 사람보다 더한 조건의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들은 굳이 성적인 관계를 불편해하지도 않고, 방황해하지도않고, 심지어 성적인 트라우마가 있을지라도 파트너를 만나거나 성적인 욕구에 솔직하거나 관심을 가지는데에 어렵지 않으며 성애가 가득 들이찬 사회에서도 이미 편안함을 느낀다.

내가 정말로 사회적으로 평범한 성애를 흡수해가며 혹은 충분히 무시하면서 버티듯 살아갈 수 있었다면 단 한번도 밤을 새가면서까지 굳이 가끔 무성애자에대한 설명글을 보면서 난 아니야, 난 맞아, 아니야, 아니, 뭐가됐든 간에 적어도 난 혼자가 아닌가..하면서 안정을 느끼지도, 마침내 스스로가 뭔진 몰라도 어떠한 당연한 사회에 반해 치명적인 소수자일지도 모른다는 이 모든 전형적인 인정과정을 거치면서 불안에 떨지도 않는다.

나는 원래 SNS인장에 자신을 어떠한 젠더니, 어떠한 무엇이니 하며 넥타이나 리본을 바꾸는 마냥 자신의 정체성을 자유롭게 용기내어 덧칠할 수있는 이들 특유의 성향을 싫어한다. 그런데 무성애자라는 리본은 내가 느끼는 리본놀음에서 처음으로 무언가 달랐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이다.


그런데 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와서도 왜 스스로를 정의내리기 힘들지?

=애초에 자신을 규정하는 것은 너무나도 혼란스럽고 무섭고 어려운 일이다. 앞으로 적어도 징글징글하게 수십년은 더 세상을 살아보고 싶은데 사랑의 가치관에 굳이 아예 확고한 정답을 내리다니? 방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끝끝내 답을 내리지 않는것도 그냥저냥 사람 사는대로 가능한 짓이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끝까지 스스로를 무성애자라고 확답내리지 않더라도, 어째선지 수년뒤에도, 십년뒤에도, 수십년뒤에도 내가 사람들의 침대사정을 얼마나 무심하게 여길것인지만은 눈에 선히 그려진다. 왠지 그 상상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한 답이 되었다.



-성애에 무던하다는 것은 어떻게보면 특이한 장점일수도

내가 이것을 결함이라고 느꼈을때의 기준은 정상적인 관계관이 깨졌다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섹슈얼적인 행위를 전부 배제한다는 것 만으로 동반자를 고려할 기회를 전부 잃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친애와 로맨틱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의 사랑을 사회나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설령 원래도 혼자가 유독 평안한 성미일지라도. 심지어 괜찮은 대체수단으로 보였던 동성동반자의 경우마저도 성애를 노리고 잠입하는 경우가 적잖이 있다.

그래서 나는 여러가지 관계적 기회를 포기했고, 내가 남들과 같은 사랑을 할 수 없는 대신 나만 할 수 있는 관점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우기기로 했다. 나는 에로스없는 친애와 우애만으로도 다행히 적당한 삶의 만족감을 느낀다. 반드시 선을 넘게될 이성들에게 플라토닉까지 허락받는 것은 귀찮아서 솔직히 인간관계는 많이 좁혀졌지만 늙어가면서 나아지리라 믿는다.

불안하고 외로웠던 이유는 사회의 기준에 잠시나마 맞춰가려는 충동이 들었었기 때문이다. 단 한번도 나와 같은 순간을 겪지 않은 사람들이 말하는 누구나 성애가 있다고 외치는 고함소리에 혹시?하고 스스로를 다시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쓸데없는 삽질까지 해가면서까지 반증을 찾으려 직접적으로 부딪히지않아도, 충분히 경험을 쌓아 통계를 내지않아도 된다. 오히려 그게 더 정서적으로 많은 충격과 상처를 남겼다. 시간을 돌릴 수있다면 나는 반증을 찾기위해 쓸데없이 직접 부딪히려던 과거의 나를 말릴 것이다. 타인이 가져다주는 불필요한 자극 속에서 증거를 찾지말고 결국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던 주체인, 나 스스로의 마음속에서 어릴적부터 계속 내뱉던 그것을 제발 믿으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결국 이제는 나를 인정하고 오히려 그들은 영원히 보지 못할, 성애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볼수있는 이 평온한 시야를 즐기기로 했다. 실은 무성애가 아니든 뭔가 비스무리한 무의식적 결함의 종합체이든 간에 그냥 그런 인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왠지 오늘따라 수치심이 없는 날이라 무로맨틱을 의심하던 제 일기를 투척하고갑니다. 지루하고 이미 무성애자들끼리에선 몇번은 봤을 반복되는 내용이라 읽히진 않겠지만 비슷한 친구들에게 기나긴 방황을 끝낼 행운과 용기를 빕니다. 

저는 유독 스트로게(우애,친애적)에서 만족감을 느낀 나머지 친구와 연인의 감정적 차이점이 뭔지 평생을 고민하며 살았던 거같아요.
예전엔 성애=사랑이라는 성애라이팅에 당해 나는 사랑할줄 아예 모르는 사람인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라는걸 지금은 압니다. 일도 사랑이고, 음악이나 캠핑도 사랑이고, 가족도 사랑임. 친구도 사랑이고, 순간의 알량한 위로감에 휩싸이는 무성애자들도 어쩌면 내 불특정한 잠재적 사랑의 대상임. 그러니 사랑가득한 연말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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