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임성 좋은 동갑내기 친구가 먼저 연락을 해서 전에 좋아하던 성당누나가 애인 있는거 아는데 아직도 좋아하냐고 묻더라. 난 아닌 거 같다며 사실 난 무성애자인 것 같다고 말을 꺼냈지. 그 친구는 좀 당황한 듯 하면서 그런 게 무성애자라면 이성애자랑 뭐가 다른 건지 묻더라. 해서 난 무성애자도 사랑을 할 수 있지만 이성애자랑 다른 방식이라고 얘기했어. 나도 모르는 게 많지만 무성애자는 이성애자와 몇몇 차이점이 있어서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지.

이쯤 되니 무성애자에 대한 개념히 잡힌 느낌이길래 반응을 물어봤어. 단어를 딱 듣고 '무성애자'라면 아무도 안 좋아하는 부류의 사람인 줄 알았는데,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도 그런 사람이 있다니 신기하다고 그러더라. 걔가 지난번에 만났을 때는 '남녀 간에 친구 없다'는 소리를 해서 좀 긴장? 했는데 편견없이 들어주니까 기쁘고 고맙더라고. 세상에 무성애자 하면 무성욕자나 더 심하게는 성불구자와 혼동, 동일시하는 사람들도 많잖아? 그런데 무성애자도 좋은 점이 있겠구나 하며 좋게좋게 얘기가 마무리되니 이 연을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 세상이 무성애자에 대한 무지와 오해에 기반해서 혐오발언을 쏟아내더라도, 얘는 안 그럴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