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20대 초반까지는 바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최근 몇년은 무성애 스펙트럼에 가까운 헤테로? 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 (둘이 상충하는 개념이라면 미안… 내가 잘 알지는 못해서)

아직 연애를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연애를 안 했던 이유가 뭔가 굳이 하고 싶은 적이 없었어
그냥 나만으로도 만족했고 혼자만으로 부족하지 않은 삶이었거든
그리고 사실 외적으로 자신이 없는 편이라
누가 나한테 대시하는 일이 잦지도 않았고 연락하는 행위를 좋아하지 않아서 연애로 이어질 일이 없었어


근데 누가 나를 좋아한다고 하거나? 나에게 호감을 느껴서 내 머리를 쓰다듬거나 하면 되게 기분이 항상 묘했거든? 거부감 들면서 좋았던 것 같아 근데 거부감 드는 게 훨씬 컸고 좋은 건 ‘어? 나를 좋아하는 건가?’ 싶어서 좋은 기분? 이었던 것 같아 근데 그럴 때마다 내가 그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거부감이 들었나보다 하고 넘어갔던 것 같고…

이제 이십대 중반에 드니까 연애를 하고 싶기도 하고 (라기보다는 사회적인 시선이 좀… 나를 모자르다고 생각하는 게 싫기도 해) 그래서 내 정체성이 많이 찾아봤던 것 같아 근데 섹스를 하는 나를 상상하면 그게 좀 역하게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건 아무렇지 않은데 그 대상이 나라고 생각하면 거부감이 들더라고 근데 껴안거나 손 잡는 행위나 뽀뽀는 (입술 제외) 생각해보면 또 좋기도 하고… 입술 박치기는 그냥 참을만 하고 키스는 역하고 그래…

또 결혼은 좋은 사람이 있으면 하고 싶기도 해 결혼이 하고 싶은 건 아닌데 같이 살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달까? 그냥 나는 친한 친구같으면서도 독점적인 관계를 갖고 싶은 것 같아 나랑 모든 걸 같이 할 수 있는? 친구 상위버전의? 더 안정적이고 편안하지만 그게 사랑인 걸 아는 그런 관계… 나의 사랑은 그런 버전인 것 같거든…

그냥 같이 소파에 누워서 귤 까먹으면서 티비나 영화 보고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기도 하고 배낭여행도 같이 가고 운동도 같이 하고 아침에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아침 소박하게 차려서 누워있는 상대 끌어안아서 깨우기도 하고 밥 먹으면 같이 식탁에서 차나 마시면서 책도 읽고… 이런 관계를 갖고 싶어… 나는 솔직히 한 사람만 낚으면 평생을 그 사람만 볼 자신이 있기도 하고… 그냥 딱 상대가 정해지면 그 사람 말고는 아예 관심이 있지도 않을 것 같아

근데 아직 이성적으로 막 엄청 끌려본 경험이 없기도 하고 짝사랑해본 적도 없어 약간 오? 저 사람 좀 호감인데? 하고 그냥 바로 사그라드는? 느낌이랄까 아니면 오? 한 번 사귀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게 엄청 가벼운 느낌으로 다가왔다가 바로 사라지는 느낌이야…

덕질 잘 안 하지만 살면서 진짜 한 명이랑은 너무 사귀고 싶어본 적도 있긴 한데 (너무 갖고싶다? 내 거였으면 좋겠다? 생각 많이 한듯…) 그 사람이랑도 섹스를 하고 싶다는 아니었어…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웠지… 근데 또? 그 사람이 피지컬이 좋은 건 또 너무 좋았단 말이야… (근데 또 벗은 건 너무 싫었어 ㅜㅜ 거부감 들고) 하… 나도 내 마음을 알 수가 없다 정말

그래서 그냥 살면서 너무 내가 이상한 사람같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거든? 왜 나는 내가 대상인 섹스를 생각하면 더럽게 느껴지지? 왜 남들 다 하는 짝사랑 한 번 해보지 못했지? 누굴 왜 사귀어보지도 않았을까? 혼자 자책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여기 글들 몇 개 읽어보니까 나 말고도 그런 사람들이 있고, (개념은 알았지만 실제로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기분을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서 ㅜㅜ) 이런 얘기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싶어서 좀 위로가 되는 것 같아…

나는 아마도 에이섹슈얼이겠지? 에이로맨틱이기도 하려나?

혼자 주저리주저리 이렇게 길게 써버렸다… 읽은 사람이 있으려나? 읽어줬다면 고마워… 혹시 에이 스펙트럼 커뮤니티가 여기 말고도 있니? 아님 무성애자 소개팅 어플이라던가? (ㅋㅋㅋㅋ…… 엄청 모순적이다) 아무튼 한국은 너무 유성애 천지라 연애하기 참 힘든 것 같네… 너넨 어떻게 연애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