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애자들은 섹스를 사랑하고 동일시하는 거냐는 얘기가 종종 나오는거같아서.. 내가 유성애자를 대표할수는 없지만ㅋㅋ 내 기준에서 그냥 얘기해보자면

분명 섹스라는 행위 자체는 그렇게 대단하거나 절대적인 것까진 아니라고 생각해. 난 처음 해봤을때 아 이게 현실이구나(?) 싶었거든. 계속 물고 빠니까 침냄새나고... 서로 완전히 만족하는 것도 쉽지 않고(사실 첫 시도에선 끝까지 가지도 못했지만)...

그치만 그렇게 살을 맞대는 과정에서 애정을 확인하게 되는 것 같았어. 분명 생각했던 이상과는 너무 다른데도, 그 행위가 상대와 나를 더 이어준다는 느낌이 들어서 은은한 행복감이 들더라구. 뭔가 내 인간적이고 남부끄러운 모습을 공유하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더 애틋하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싸우고 화해한 뒤 섹스하면 관계가 확실히 회복되는 느낌이기도 하고. 꼭 성욕을 채우기 위해서라기보다 감정 교류의 연장선 같은 느낌이야. 실제로 완전히 만족 못한 섹스에서도 기분 좋고 행복했던 적이 많아.

다만 나는 섹스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이겨내고 나서야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 초반엔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도 결혼할 예정 없는 사람이랑 해도 되나? 엄마는 여자가 무조건 손해보는 거라는 식으로 겁줬는데 그 말이 맞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계속 들어서 집중이 잘 안 되고 무서웠거든. 근데 몇번 하니까 신경 안 쓰이더라.

사실 섹스 없는 연애를 해본 건 딱 한번이었는데, 그 연애는 스킨십하는 것부터 거부감이 들어서 두 달도 못 가 끝났어. ..내가 전애인한테 차인 충격을 다 추스르지 못한 채로 고백받아서 어영부영 사귀게 된 거였는데, 섹스는커녕 손잡는것도 불편하고 힘들더라. 상대는 원하는데 죽을 맛이었어. 끝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이사람을 사랑하지는 못한 것 같아. 나는 그걸 스킨십 가능 여부로 판별했던 거고.

이런 연애 말고 진짜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인데 섹스 없는 연애라고 하면, 그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 결혼은 자신없다... 솔직히 자위하다가 문득문득 외로워서 현타 올 것 같아. 미안.

그리고 스킨십은, 키스는 몰라도 손잡기나 포옹 정도는 꼭 하고 싶어. 이것도 안 하면 뭔가 연애하는 기분이 안 날 것 같아. 물론 연애는 성적 행위를 하느냐가 아니라 독점적이고 특별한 관계인가(내 기준)로 구분된다고 생각하지만, 이 정도 스킨십은 하고 싶어.

말이 구구절절 길었네. 질문은 좋지만 배척하진 말아줘.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