ㅌㅌㅊ)"왕의 앞에 무릎을 꿇어라, 훙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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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4

[창작] ㅌㅌㅊ)"왕의 앞에 무릎을 꿇어라, 훙리"

ㅇㅇ(14.35) 2024.05.08 21:05:12

조회 2249 추천 57 댓글 13

다 끝났다. 대청의 마지막 자존심이던 금려팔기 기병대는 피라미드에서 나폴레옹을 맞닥뜨린 맘루크 꼴이 나버렸다.

홈그라운드에서 아주 개박살이 났다는 뜻이다.

심지어 약탈 맛에 돌아버려 전투에 이기고도 부대 단위로 와해를 겪을 뻔 한 프랑스군이랑 다르게,

저 조선군은 일개 병사마저도 기계적으로 진형을 유지하며 명령에 따르고 있었다.

보군? 아아...네덜란드와 영국인 별기군에 의해 벼려진 조선군의 최신식 포술에 결딴나고 있는 '저것' 말인가?

이 시점에서 건륭제, 아이신기오로 훙리는 자신이 남성의 성기같은 처지가 되었음을 깨닫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자랑스러운 쇠(아이신)의 핏줄을 이은 자.

패배하였으나 도주하는 것은 수치였다.

옛부터 만주 사람 일만이 모이면 천하를 떨게 만들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수학적으로 계산해봐도, 아직도 일만 가까이 남은(실시간으로 줄어들고 있어서 다소 부정확하다) 그의 군대는 조선군 정도는 떨게 만들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건륭제는 천천히 다가서는 조선 국왕(희한하게 말 위에서 쌍검을 들고 있었다)과 그 행렬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예상치 못한 건륭제의 카리스마에,

조선군 뿐 아니라 실시간으로 양자화를 준비하고 있던 일부 청군들도 '혹시?' 하는 마음에 황제의 주변으로 슬금슬금 다가서기 시작했다.

황제가 갑자기 어딘가의 신-황제 비슷한 존재로 각성해 사이킥 폭풍을 써서 조선군을 쓸어버릴 리는 없겠지만,

여기서는 그 비슷한 마법의 주문이 있다.

'만주의 칸도 천자도, 달라이라마의 수제자위도 모두 주겠다. 살려만다오!'가 바로 그것이다.

게다가 황제는 몰라도, 신경삭을 자른다면 자기들은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심정이 절반이긴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겉으로 보면 인류의 주인, 대청제국의 황제다운 위엄이었다.

이훤도 그 기세 앞에 말을 타고 걸어오면서도 잠깐이나마 흠칫 할 정도였다.

나중에 이걸 전해들은 워싱턴은 꽤나 감명을 받았는지 "저것이 오리엔트 전제군주의 위엄인가!!" 를 영어로 크게 외쳤다가,

'어이 화씨. 전쟁터 한복판에서 웬 오리 타령이야? 화이정신주입봉이 그립지?' 같은 소리나 들은건 덤이다.

아무튼 대청황제의 위엄은 패배하고도 상당했다.

오색찬란한 황제의 깃발과 수레는 당연하고... 어쭈? 코끼리까지 대동한 건 덤이다.

하지만 그런 빳빳한 태도는 용납 못한다.

여기서는 전생은 민주공화국의 시민이요 현생은 조선 삼종혈맥의 충신인 '대군사 김춘식'이 나설 때다.

양군이 어색하게 목청을 키우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가까이 마주친 다음 순간,

건륭제는 자신이 태어나고 나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호칭으로 자신을 부르는 흉참한 간신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네놈이 야만족이라 예의범절을 모르는구나.

대조선국 국왕 전하의 행차시다. 무릎을 꿇어라. 아이신기오로 훙리"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모욕에 Written될 수 없는 메모리로 오버플로우된 건륭제의 분노가 미처 터져나오기 전에,

여기에 모인 조선군과 청군 모두에게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황제의 어가를 호위하던 말들과 코끼리 모두가, 마치 저 간신배의 말에 따르는 것처럼 일제히 천천히 무릎을 꿇은 것이다.

훙리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솔직히 천명이 있다면 이럴까 싶은 광경에 수많은 청군이 김춘식, 혹은 뒤따라오는 조선왕의 패기에 전율하며 무릎을 꿇는 가운데,

오직 이 자리에서 김운행만이 볼 수 있는 어떠한 기운은 빠르게 건륭제의 몸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건너편에서 여전히 선 채로 말에 올라타 쌍검을 쥐고 있는(백인참검법을 펼치지 못해 조금 아쉬워하는) 그의 군주, 이훤에게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운은 이제 타오르는 노을처럼 하늘을 가득 채우며 빛나고 있었다.

조금 이르지만,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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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락스 풍으로 써보려 했는데 매우 어려움;; 보통 일반에 쓰는데 이건 창작으로 살짝 빌붙어 봄.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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