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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1588) 리스본 대지진

리네이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21 13:56:48
조회 1466 추천 26 댓글 5
														

1755년. 모든 성인들을 공경하는 날(Dia de Todos os Santos)의 아침이 밝았다.


거룩하게도 여름부터 지상의 거룩한 도시 리스본을 수호하는 수호성인, 사라고사의 성 빈센치오에게 봉헌된 리스본 대성당에서 서원을 시작하게 된 안토니오 수사는 그 날을 평생 잊지 못할 터였다.

아침 9시 반. 모든 성인들의 대축일을 맞이하여 성당의 예배당, 계단, 외부 광장까지 사람들이 모여 미사를 드리고 있을 때였다.


사람들이 너무 몰렸기에 성찬에 사용할 빵이 부족하다고 여긴 신부님께서 급하게 빵을 구하라 지시하여 성당 뒷문으로 빠져나온 그는 인파를 간신히 헤치고 빠져나와 알고 지내던 빵집의 문을 두들기려고 했었다.


문을 두드리려는 그 순간. 땅이 진노를 쏟아냈다.

갑자기 흔들리는 대지. 5~10분정도 이어진 지진에 건물은 흔들리며, 저 멀리 보이는 교회의 스태인드글래스가 전부 부숴지는 가운데, 안토니오 수사는 머리를 부여잡고 필사적으로 안전한 곳을 향해 움직이려고 했었다.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안전한 곳을 찾아 해변으로 달리고 있었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으며, 성당에서 넘어진 촛대로 인해 불이 붙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안토니오 수사도 해변으로 달리고 싶었으나, 한 소년이 울면서 알파마를 향해 달려가는 것을 보고는 무심결에 소년을 잡으러 달려갔다.

그곳은 거룩한 도시 리스본에서 죄악이 뙤아리틀고 있는 죄악의 지역. 알파마였기에, 어린 양이 소돔과도 같은 불신에, 고모라와 같은 타락에 물들지 않았으면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나온 생각이었을까. 아니면, 아직 리스본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견습 수사였기에 알파마에 대한 편견이 적었던 것일까.


다행히 지진은 그친 듯 하여 안토니오 수사는 어렵지 않게 소년을 찾으러 돌아다닐 수 있었다.

약 30분 정도 지난 뒤 찾아낸 그 소년은 제 어미의 품에 안겨 울고 있었다.

그 어미는 이 알파마에서 물장사를 하며 아이와 같이 살아가고 있는 듯 했다. 모습은 꾀죄죄했으나 깨끗했고, 제 아이를 품에 안고 묵주를 들고 끊임없이 주를 부르고 있었다.


그 때였다.


누군가가 바다를 향해 손을 들어올렸다.



"……바, 바다가……!"


안토니오 수사는 저도 모르게 그쪽을 바라봤다.


해변에는 물이 없었다. 아니. 물은 보였다.

저 멀리. 물이 벽과 같이 다가오고 있었다.


해변의 사람들이 아비규환이 되어 다시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벽이 된 물은 마치 천병과도 같은 속도로 사람들을 덮쳤다.




물의 재앙이 해변을 덮친다.


"주여. 당신께서는 무엇을 바라십니까. 두번 다시 물로 지상의 생명을 멸하지 않겠다 하신 그 약속은 어찌 된 것입니까."


사방에서 불길이 솟구친다.


"세례 요한께서 이르시되 다가오실 이는 성령과 불로 세례를 내린다 하였거늘, 어찌하여 저희에게 성령이 아닌 불로 세례를 내리시나이까."


절규와 비탄의 목소리만이 들리는 가운데.


"주여. 어찌하여 저희를 버리셨나이까……"



안토니오 수사는 그저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주여……… 어찌하여 저희를 버리셨나이까……… 거룩한 이 도시에 어찌 진노하셨나이까………"


정신을 차렸을 때는 두세번의 여진이 지나간 뒤였다.


"……주여. 당신이 바라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어찌 저희에게 진노만을 쏟으시는 것입니까…… 능력 없는 저는 도저히 당신의 계획을 알지 못하나이다…! 당신이 원하시는 것을 들을 수 없나이다!"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는 커져, 하늘에 기도로 원망을 던지고 있었다.



그 때였다.



"………줘"


"…려줘……"

"…와줘……요……"

귀가 밝아진 듯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사람들의 신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흐르는 눈물을 닦은 안토니오 수사는, 급히 눈에 보이는 건물 잔해를 향해 달려갔다. 무너진 벽돌 사이로, 사람이 신음을 내고 있었다.


"……주여. 부디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사람들과 힘을 합쳐 잔해를 들어내고


"…불쌍한 어린 양을 한 사람이라도 더 찾아낼 귀를 주소서……"

조금이라도 빠르게 사람들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귀를 기울이며 돌아다녔다.



"주여…… 당신이 원하시는 것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어느새 자신과 힘을 합쳐 건물 잔해를 옮기던 영국 성공회 사제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중얼거렸을 무렵이었다.



하늘에 거하시는 그 분께서 들으신걸까.


어둑한 연기 사이로 빛이 한 줄기 내리쬐었다.

그 빛에 저도 모르게 먼 바다를 보았을 때였다.



바다에 빛의 기둥…… 야곱의 사다리가 내리쬐이고 있었다.


그곳에는, 여러 배들이 리스본을 향해 오고 있었다.



구구―

어디선가 비둘기 소리가 들리며, 비둘기 한 마리가 그 선단을 향하기 시작했다.

리스본의 모든 사람들이 하늘을 바라보며 그 비둘기의 뒤를 시선으로 쫓았다.


비둘기는 선단에 내리앉고는, 이윽고 무언가를 물고 다시 날아올랐다.


그 비행의 끝은, 안토니오 수사의 손이었다.


손에 내려앉은 비둘기는 그 부리에 올리브나무 한 가지를 물고 있었다.



"주여……"


어느새 자신과 함께 사람들을 구하던 영국의 개신교 성직자도, 성공회 사제도 그 광경에 무릎 꿇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알파마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이끌고 해변으로 향하는 그들 앞에 사람들이 길을 비키기 시작했다.

비둘기가 다시 한번 날아올랐다.


해변에 살아남은 부두에 배들이 정박하기 시작했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옷을 입은, 이 세상 사람 아닌 듯 새하얀 피부의 남성이 내민 팔에 비둘기가 내려앉았다.


"누구십니까……?"
"Nomen mihi est Nemo"


그 누구도 아닌 이가, 모든 성인들을 공경하는 그 날에 리스본에 희망을 전하러 찾아왔다.


ps. Nomen mihi est Nemo = 내 이름은 네모입니다(My name is Nemo). 아예 Nemo까지 풀어버리면 "내 이름은 그 누구도 아닌 이라" 라는 해석이 되는데, 번역기가 이쪽으로 번역 했을거라 생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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