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국토의 만백성이 모두 십척에 달하는 말하는 곰으로 변한 이래 조선은 끔찍한 수준의 변화를 강요받았으며, 이는 군 역시도 예외가 아니었다. 곰인간 형태에서는 종래의 모든 장비들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했으며, 마늘과 쑥을 복용하면 인간의 형태를 오갈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기 전까지 조선군의 무장은 투석과 죽창으로 퇴보하고 말았다.

(물론 당시에도 키 3미터 무게 800킬로그램의 곰들로 이루어진 방진에 돌격할 만한 용기를 가졌던 이들 대부분은 끔찍한 운명을 맞이했다)

2. 인간 형태로의 변신이 가능해지자 한동안 인간 형태로 변한 이들이 원거리 무장을 사용하고 곰인간으로 돌아간 이들이 전방을 맡는 상태가 이어졌다. 이후 대철궁의 보급(또는 현장 제작)으로 순수한 곰인간 부대구성도 나타났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곰인간 형태의 무시무시한 신체능력에 주목한 총통위와 인간용 화기 사용에 불편을 느낀 일선에서의 요청이 맞물려 곰인간용 총통이 개발된다.

3. 곰인간용 총통 개발은 기본적으로 세종대에 등장한 세총통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는데, 어떠한 시점에서 사전에 장전된 자포를 모포에 결합해 발사한다는 발상으로 이어진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 과정에서 일종의 수렴진화를 거친 곰인간용 총통은 서양의 자모포 분리형 포와 매우 유사한 크기 및 구조를 가지게끔 변화했다. 개머리판을 포함한 길이는 약 280cm.

30~40mm 구경의 탄환이 장전된 자포를 종이 혹은 천조각과 함께 모포에 결합하고 단순한 캠 레버를 이용해 고정한 뒤 화승으로 발사하는 이 총통은 내구성과 안전을 위해 무식하게 두껍고 단순한 부품들을 사용했으며, 사용된 화약의 양도 상대적으로 적었기에 동일한 구조의 고정식 총통에 비해 사거리와 관통력 모두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러나 갑옷을 입은 인간을 죽이기에는 충분하고도 넘쳤다.

4. 이러한 곰인간용 총통이 인간을 죽이는 데 너무 강한 화력을 가졌으며 너무 많은 화약을 낭비한다는 문제점이 제기되자 총통위는 악성재고가 되어버린 종래의 총통과 화포들을 어떻게든 재활용할 방안을 강구했고, 그 결과 연총통이 탄생한다. 6 - 8개의 총신을 묶고 각 총신마다 탄약을 장전한 뒤 수동으로 돌려 가며 사격하는 이 무기는 그 위력이나 사거리 모두 인간용 총통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사수가 충분히 숙달되어 있다면 1분에서 2분의 짧은 시간 안에 여섯 번의 사격을 가할 수 있었다.

계유년의 역 이래 조선군의 전쟁 대부분은 인간을 상대로 이루어졌고, 이에 따라 연총통이 군대의 주력을 차지하였으나 여전히 곰인간용 총통을 사용하는 포수도 많았으며, 곰인간용 총통을 사용하는 포수들을 별도로 묶어 높은 화력과 관통력이 필요하나 대포를 사용하기에 애매한 환경에서 부리기도 하였다.

4-1. 참변 이래 조선이 종래의 태도를 버리고 대명률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기 시작하며 서구와 교류를 시작한 이래 연총통은 많은 개량을 거쳤다. 수석식 또는 뇌홍식 격발장치로 개량되는 것은 물론, 문종 대에 세총통에 뇌홍과 탄환 모두를 결합한 구조의 표준 탄약이 개발되자 더 신속한 장전을 위해 중절식 후방장전형으로 개량되기도 하였다.

5. 당연히 곰인간용 총통은 튼튼하고 커다란 만큼 겁나게 무거웠고, 휘두르는 것에 맞으면 인간은 높은 확률로 즉사했다. 그러나 이후 현장의 요청에 따라 짧은 칼날(곰인간 기준, 약 40cm 이상)이 장착되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총통수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조선군 내에서 환도는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응 3편이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