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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방과 후 상왕 라이프 -48-

ㅇㅇ(14.48) 2021.07.02 20:27:02
조회 782 추천 27 댓글 6
														


"홍라녀(紅羅女)라..."


이방과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사실 그 역시 홍라녀 전설에 대해 귀동냥 정도는 들어본 적이 있었기에 마냥 금시초문은 아니었다.


'전생 시절 맹가첩목아가 그런 전설이 있다더라며 말해줬었지.'


알타리 수령이었던 맹가첩목아는 이성계에게 귀부하기 전 흑룡강 일대의 삼성 만호부(오늘날 흑룡강성 의란현 지역)에서 지냈었는데 공교롭게도 이곳은 과거 발해의 수도였던 상경 용천부와 가까운 곳이었다. 때문에 여기서 나고 자랐던 맹가첩목아도 홍라녀 전설을 접할 수 있었고, 우연히 술자리에서 이방과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줬던 것이다.


물론 당시 맹가첩목아는 그저 술자리에서 흔히 오고가는 '안줏거리 썰' 정도로만 홍라녀 이야기를 꺼냈었고, 이방과 역시 이를 흥미로운 전설이라고 여겼을 뿐 그리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 하지만 우지개 부족이 조선 개국 이래 처음으로 복속 의사를 밝히게 된 계기가 바로 그 홍라녀 때문이었다니 귀가 번뜩 뜨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지금 저 바하투라는 수령이 말하는 '홍라녀'가 저들이 생각하는 발해 부흥의 영웅과는 전혀 무관한 인물이었다는 점이지만.


'보나마나 저들이 봤다는 홍라녀는 효옥이를 말하는 것일 테지...'


내막을 아는 입장에서 보면 어처구니 없이 느껴지겠지만, 홍라녀의 외모를 묘사한 구절을 알고 있는 이방과의 입장에서는 바하투와 우지개 사람들의 성대한 착각을 마냥 나무랄 수만도 없었다.


전설에 따르면 홍라녀는 짧고 흰 명주 저고리에 붉은 명주 치마를 입은 절세의 미녀로 묘사되는데, 그 무예 실력 또한 탁월하여 백색의 천리마를 타고 전장을 휘젓는 여장부라고 한다. 애초에 홍라녀라는 이름부터가 항상 붉은 옷을 입고 다닌다 하여 붙은 것이니 붉은색이야말로 홍라녀를 상징하는 색깔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지 성효옥 또한 여자옷을 입고 있을 때를 제외하면 항상 붉은색의 무복을 입고 다녔고 검이나 창, 활 등 다양한 병장기들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그 일신의 무력은 적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상당한 경지에 달해 있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경국지색의 미모는 덤이고.


물론 같은 붉은 옷을 입었다곤 해도 치마를 입었다는 홍라녀와 달리 성효옥은 남장을 했다는 소소한 차이점이 있긴 했지만, 요즘 세상에 말을 달리며 고강한 무예 솜씨를 뽐내는 여인이 얼마나 되겠는가? 멧돼지 사냥 당시 거의 날아다니다시피 하던 성효옥의 활약을 본 우지개인들은 의심의 여지 따윈 애저녁에 치워버린 모양이었다.


사실 지금이라도 진실을 알려줘서 오해를 푸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이방과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기껏 복속해오겠다는데 굳이 이쪽에서 나서서 초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멸망한 저들의 조국을 다시 일으켜 세워줄 여걸이 조선에 있다고 소문이 난다? 이들 말고도 복속을 청해올 부족들이 줄을 이을 것이 틀림없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던 이방과는 그냥 이대로 모른 척 편승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대들이 조국을 그리는 그 마음이 참으로 가상하구나! 비록 한때 국운이 쇠하여 무너졌다곤 하나 이토록 의기에 넘치는 백성들이 아직도 남아 있으니 어찌 발해의 맥이 끊어졌노라 감히 단언할 수 있겠는가? 오늘 비로소 그대들과 같은 충의지사들을 만날 수 있었으니 참으로 기쁜 날이로다! 우리의 옛 인연은 짧으나 앞으로의 인연은 창대할 것이니 훗날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


이방과의 말은 상당히 애매모호한 것이었는데 얼핏 보기에는 발해를 잊지 않고 그리워하는 우지개인들의 충절을 칭찬하는 것이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발해를 우지개인들만의 조국으로 명백히 선을 긋는 발언임을 알 수 있었다.


이 당시까지만 해도 조선에서는 발해를 자국사로 간주하지 않고 있었고, 이방과 역시 이 시대적 한계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던 것이다. 다만, 발해의 옛 터전에서 살던 여진족들과의 교류를 통해 발해가 과거 북방 지역을 모두 다스리던 강대한 왕조였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고 있었기에 발해를 높여주며 우지개인들의 마음을 사려했던 것이다.


다행히 바하투는 이방과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는지 그저 싱글벙글할 뿐이었다.


"대상왕 전하의 말씀을 들으니 신 바하투, 감격을 금할 길이 없나이다! 상국(조선)과 우리 우지개, 두 동포가 힘을 합쳐 발해를 재건할 날이 목전에 왔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나이까?"


바하투의 말을 듣고 이방과는 껄껄 웃었으나 속으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입만 열었다 하면 동포, 동포 운운하는데 정말 발해가 우리 조선과 모종의 관련이 있다는 것인가? 끙! 내가 발해에 대해 뭐 아는 게 있어야 말이지...'


그의 양대 책사라 할 수 있는 탄피대사와 신숙주가 하필이면 현재 각자의 사정으로 부재중이었던 탓에 이방과는 발해에 대해 보다 자세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한 상태였고, 그의 빈약하기 그지없는 밑천이 드러나기 전에 얼른 발해와 관련된 화제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크흠! 한데 그대는 이번이 첫 입조라 하였지 않는가? 언어와 풍속이 다른 탓에 겪은 난관이 한두 가지가 아닐 터인데 그럼에도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와주었으니 참으로 기특하기 한량없구나!"


이방과가 슬쩍 주제를 바꾸자 바하투도 별 생각없이 순순히 거기에 따랐다.


"대상왕 전하를 알현하는 일생일대의 영광을 누릴 수 있는 자리인데 어찌 천릿길인들 마다하겠나이까? 물론 자칫 불상사가 생길 뻔한 적도 있었으나 여기 있는 김 장군 덕분에 다행히 화를 모면할 수 있었나이다."


"호오, 그런가?"


바하투가 김수산을 지목하자 이방과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고, 그때까지 통역에 열중하고 있던 김수산은 급히 고개를 숙였다.


"무언가 곡절이 있는 듯 한데 들려줄 수 있겠는가?"


"물론이옵니다, 전하."


바하투(의 말을 전달해주는 김수산)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은 이방과는 이내 호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김수산이라 했던가? 그대가 정녕 큰 공을 세웠구나!"


자칫 우지개 부족과 골간 올적합 부족 사이에 분란이 생길 뻔한 걸 막은 김수산의 공을 기특하게 여긴 이방과는 그를 치하해줬지만, 바하투의 말을 통변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자화자찬하는 입장이 된 김수산은 평소 매사에 침착함을 잃지 않던 그답지 않게 얼굴까지 붉어져 허둥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우지개 수령이 소장의 공을 지나치게 높여준 것 같사옵니다.소장이 두 부족 간의 다툼을 중재시킨 건 사실이나, 이는 양측이 서로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생긴 오해를 바로잡은 것뿐으로 수령이 말한 것처럼 대단한 공적을 세운 것은 결코 아니옵니다. 공으로 따지자면 기꺼이 갈등을 털어버린 우지개의 수령 바하투와 골간 올적합의 수령 이아시응가에게 있다고 해야 합당하다고 사료되옵니다."


김수산이 허둥거리자 이방과는 씩 웃었다.


"장군, 아무리 몸에 좋은 보약도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일세. 그대는 모르고 했겠지만 그대가 한 일은 주상과 내가 도모하고자 하는 대업의 초석이 놓이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 것이야. 스스로를 낮추는 겸허함도 좋지만 좀 더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네."


"전하..."


이방과가 손수 술잔에 술을 가득 따라 건네주자 김수산은 감격을 주체하지 못하고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받아들곤 단숨에 들이켰다.


"전하께서 친히 내려주신 술을 마실 수 있는 광영을 누릴 수 있었으니 소장 김모, 몸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나야말로 그대와 같은 덕장이 아조의 변방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 기쁘기 그지없다네. 앞으로도 나를 잘 도와줬으면 하네."


"예, 전하! 전하께서 불초한 소장을 믿어주시니 이 은혜 백골난망이옵니다! 기필코 이 한 몸 바쳐 전하를 충심으로 보필하겠나이다!"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이방과는 문득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친 김에 골간의 수령 이아시응가의 공도 치하해줘야겠도다. 그 자를 불러오도록 하라!"


이방과가 명령을 내리자 군사들이 여진 수령들이 줄 서 있는 곳으로 향했고, 이내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한 수령이 불려왔다. 그는 줄을 설 때 한 발 늦는 바람에 한참 뒤에 서 있었는데 순식간에 앞사람들을 제치고 바로 자신의 차례가 왔다는 것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여진족답게 이방과의 앞에 서자마자 기쁨과 감동으로 몸을 부르르 떨며 넙죽 엎드려 큰절을 올렸다.


"소인 골간 올적합의 수령 이아시응가가 대상왕 전하를 뵈옵니다!"


"평신하라. 여기 김 장군과 우지개 수령으로부터 그대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들었도다. 대의를 위해 기꺼이 다른 부족과의 상생을 도모하는 그 포부와 관용은 과연 대장부만이 지닐 수 있는 기개이니 그대는 정녕 호걸이로다! 자, 한 잔 받거라!"


"저, 전하! 참으로 망극하옵니다!"


이아시응가가 냉큼 술잔을 비우고 다시 엎드려 예를 갖추자 이방과는 웃으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골간 올적합이라면 경흥과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강외(江外) 지역이 아니더냐?"


"예, 전하! 소인의 부족들이 사는 지역은 서로는 상국(조선), 동으로는 동해, 북으로는 너른 동북해(연해주)와 맞닿아 있는 곳이옵니다."


"알고 있도다. 그곳은 과거 나의 선조이신 목조대왕께서 알동(斡東)의 천호로 부임하시며 다스리셨던 땅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아조와 그대 부족들의 인연이 꽤나 깊다고 할 수 있겠구먼."


목조 이안사는 몽골 산길대왕(散吉大王)의 회유를 받고 귀부하여 두만강 이동에 위치한 알동으로 이주해 그 일대를 다스렸었는데, 그중에는 현재 골간 올적합이 거주하는 땅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그랬사옵니까? 어쩐지 저희 부락에만 들어서면 장님도 눈이 번쩍 뜨이고, 앉은뱅이도 두 다리로 우뚝 서게 되던데 과연 땅이 신성해서 그런 것이었군요!"


"하하, 그랬나? 하긴 나도 과거 몇 번 두만강을 건너 그 일대를 시찰한 적이 있었는데 예사 땅은 아니긴 하더군."


전형적인 약팔이 대사를 놓으며 호들갑을 떠는 이아시응가에게 이방과는 적당히 웃으며 맞장구쳐줬다. 전생 시절에도 아버지 이성계의 환심을 사려고 온갖 허풍들을 갖다붙이며 아부를 떨어대는 여진인들을 많이 봐왔기에 이 정도는 애교 수준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아시응가와 공통의 화제를 찾기 위해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이방과는 문득 좋은 이야깃거리를 떠올릴 수 있었다.


"한데 내가 그곳을 둘러볼 당시 버려진 고성(古城)들이 아주 많았었다네. 비록 오래되긴 했으나 상당히 튼튼하게 지어진 것이 따로 보수만 하면 당장 사용해도 무리없을 정도라 저절로 감탄이 나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지. 지금은 그때와는 또 세월이 한참 지났으니 아직도 그 성들이 남아있는지 궁금하군 그래."


"물론이옵니다. 저희 부족들은 그 성들을 군사들의 주둔지로 쓰거나 겨울철 피한용 주거로 요긴하게 써먹고 있사옵니다. 이 성들은 비단 저희 부족들이 사는 땅 뿐만 아니라 두만강 북쪽과 동쪽에 널리 분포하고 있기에 다른 부족들도 비슷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습지요."


"허허, 그런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꿋꿋하게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다니 말로만 듣던 철옹성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었구나. 어지간한 축성 기술로는 어림도 없을 터인데 누가, 언제 지었는지 궁금해지는구나."


동북면 잠저 시절, 종종 두만강을 건너 사냥을 다녔었기에 이방과 역시 버려진 고성들이 북방 땅 곳곳에 널려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기에 그냥 지나쳤었다. 하지만 지금은 두만강 너머로 진출을 도모하고 있는 입장이었기에 사소한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파악하기 위해 일부러 이 주제를 꺼냈던 것이다.


"사실 소인도 부락의 장로들에게 들은 거라 확실하지는 않사옵니다만...과거 발해인들이 살던 성이었다고 합니다."


"흠."


'또 발해인가...'


오늘 하루만 발해가 두 번이나 언급되면서 이방과의 궁금증과 흥미는 더욱 커져만 갔다. 어차피 내일 탄피대사나 신숙주에게 물어볼 생각이었지만, 이젠 발해라는 나라가 조선의 북진에 있어 중요한 명분이 되어줄 것도 같으니 그에 대한 조사는 지금부터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셈이었다.


******


이방과가 여진 수령들과의 만남을 가지는 동안 신숙주는 그들을 따라온 일반 여진족들과 함께 술자리에서 어울리며 그들의 동향이나 의중을 파악하려 하고 있었다.


사실 이는 은연중에 여진족들을 낮잡아보는 신숙주에게 현장을 직접 겪어보게 하려는 이방과의 숨은 의도가 담긴 것이었으나, 신숙주는 특유의 명석한 두뇌로 이를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더할나위 없이 여유롭기만 했지만.


'대상왕 전하께서 심려하시는 바는 잘 알겠으나 나 역시 사람을 다루는 것에 있어서는 감히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바! 이미 저들은 내 손 안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두려워할 것이 무에 있단 말인가? 오히려 전하께서 기우가 지나치심이야. 하하하!'


신숙주에게 있어서 이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장기판이었고, 사람들은 그 위에 놓여있는 각각의 장기말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장기말들을 움직이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그 혼자뿐이어야 했고.


당연히 이를 위해서는 그는 늘 상황을 주도하는 위치에 서있어야 했고, 각 장기말들을 적절히 이용하기 위해 그들의 강약을 빠짐없이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여기 모인 여진족들은 그야말로 약점투성이였다.


"이만주 그놈의 건방이 아주 하늘을 찌르는구만! 대상왕께서 친림하셨는데 와서 인사드리긴커녕 사신조차 보내지 않다니 말이야!"


"제 조부 대에 이성계 어르신께 밥이나 빌어먹던 놈들이 은혜도 모르고 오만방자하게 구는 꼴이라니! 에휴! 마음 같아서는 그놈을 그냥 확!"


부족을 막론하고 입을 모아 이만주를 성토해대는 여진족들을 보며 신숙주는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고로 빈수레가 요란하다지. 저들에게 정녕 이만주를 칠 힘이 있었다면 여기서 목청을 높일 시간에 진작 건주위와 승부를 봤을 것이다.'


애초에 여진족들이 이렇게 대규모로 몰려온 것도 부활한 이방과를 알현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무시무시한 기세로 확장일로에 나서고 있는 건주위를 견제하기 위함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 아니던가.


아쉬운 게 많아서 부탁하는 입장에 서있는 건 여진족이었고, 신숙주는 엄연히 그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주는 우위에 선 입장이었으니 여진족들이 절대 자신에게 함부로 굴 수 없다는 확신이 있었던 것이다.


"자, 자! 다들 진정하고 술부터 듭시다! 모처럼 북방의 호걸들과 어울리는 이 즐거운 자리에 이만주 따위 간적의 이름이 오가서야 술맛만 버리지 않겠습니까?"


신숙주가 잔을 들자 여진족들도 씩 웃으며 각자의 잔을 들었다.


"나리 말씀이 맞습니다! 자고로 술은 기분좋게 마셔야 제맛이지요!"


"아무쪼록 우리 대상왕 전하를 도와 큰일을 해주십시오!"


여진족들이 헤헤 웃으며 아부를 보내오자 신숙주는 껄껄 웃었다.


"대상왕 전하와 내가 나선다면 천하에 두려울 게 무에 있겠소? 여러분들은 우리를 믿고 안심하시지요!"


'아무렴! 큰일을 해내고 말고! 너희들은 내 명성을 더 드높여줄 발판에 불과하고 말이지!'


신숙주는 대상왕 이방과의 부관이었으니 조정으로 치자면 도승지에 해당하는 요직에 앉아있는 셈이었다. 이제 북방을 평정하는 공적까지 달성한다면 누구나 그의 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으며 고관대작의 자리에 오를 날도 그리 멀지 않을 터였다!


그런 신숙주에게 있어 지금 그의 앞에서 아부를 떨고 있는 여진족들은 그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도 해야하는 꼭두각시이자, 그가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무대를 빛나게 해주는 조명장치에 불과할 뿐이었다. 원래부터 여진족들을 백안시하는 조정 관료 특유의 편견과 항상 스스로 남들보다 특별하다는 신숙주의 선민의식이 안 좋은 의미로 시너지를 발휘해버린 셈이었다.


그나마 다행히 신숙주는 속내와는 상반되게 행동하는 것에는 타고난 인물이었기에 겉으로는 교양있는 태도로 여진족들을 대하고 있었다.


"부관 나리, 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나리, 제 술도 받으시지요."


"다음은 제가."


"하하하! 좋습니다! 호걸들이 손수 따라주시는 술이라니 기쁘게 마시겠습니다!"


더할 나위 없이 기분이 좋아진 신숙주는 여진족들이 권하는 대로 술을 받아 마셨다.


'역시 조선이나 여진이나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아. 권력을 쥐어 보다 높은 곳에 선 자가 만인을 발 아래 두는 법이지! 흐흐흐!'


벌써부터 자신을 알아모시는 여진족들을 기특하게 바라보던 신숙주는 문득 주량의 한계를 느끼고 마시던 술잔을 입만 살짝 댔다가 술상에 내려놓았다. 더 마셨다간 넘어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하하, 오늘은 무척 즐거웠습니다. 남은 대회 기간 동안 각자 분발하시어 꼭 좋은 포상을 받으실 수 있도록 여러분의 무운을 빌어드리겠습니다."


이만 자리를 뜨려고 신숙주가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이었다.


"아니, 나리? 그냥 가시렵니까?"


주변에 둘러앉은 여진족들의 시선이 모두 신숙주 자신을 향해 있었는데, 어딘가 아까 신숙주에게 술을 따라주며 아부할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져 있었다. 하지만 이미 취기가 오른 신숙주는 이 미묘한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아, 예. 더 못 마실 것 같아서요."


"그래도 저희가 올린 술인데 이건 마저 비우고 가시지요."


안 마시겠다는데 자꾸 질척거리는 여진족들에게 살짝 짜증이 나긴 했지만 신숙주는 굳이 이를 티내지는 않았다. 현명하고 교양있는 자신이 참아야지 어쩌겠는가?


"하하, 죄송합니다. 사실 오늘 마신 것만 해도 이미 평소 제 주량을 훌쩍 넘긴 거라서-"


"아, 거 말 많네. 자리에 앉으라고."


하지만 신숙주가 미처 말을 다 끝맺기도 전에 한 여진족 사내의 험상궃은 말투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뭐, 뭐...?"


술에 취해서 평소의 냉철한 판단력이 마비된 상태인 신숙주는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했으나 여진족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 드디어 걸려들었네."


"그러게 말이야. 비위 맞춰주는 척 하는 것도 보통 고역은 아니구만! 고래기름 한 사발 들이키기라도 한 것마냥 속이 느글거렸다구! 우욱!"


한 여진족 사내가 토하는 시늉을 하자 여진족들은 왁자지껄하게 웃었으나 신숙주는 여전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우리 말 안 들렸소? 앉으라고 했잖소. 배운 것도 많은 양반이 이리 말귀를 못 알아먹나?"


여진 사내가 빈정거리자 신숙주는 비로소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네, 네 이놈들! 감히 누구한테 명령질이냐? 내가 누군줄 알고-"


쾅-!


기세좋게 호통치던 신숙주의 목소리는 여진족 한 명이 허리에 찬 칼을 풀어 술상 위에 내리찍자 잠잠해졌다.


"말로 할 때 앉으시오."


"...아, 알았소."


굴욕적이긴 했지만 저쪽이 무기를 쥐고 있는 이상 신숙주는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여진족의 손에 쥐여진 칼을 힐끔거리며 신숙주가 자리에 앉자 대표로 나선 한 명이 말을 이어갔다.


"잘 들으시오. 비록 우리가 나리에 비해 배운 건 없다 하나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나리보다 더 나은 점도 있소. 그건 바로 상대를 파악하는 눈썰미지."


"......"


평소 남들을 장기말로 여기며 그들의 모든 것을 꿰뚫어본다 자부하는 신숙주의 입장에서는 고작 야인 따위에게 이런 말을 듣고 있다는 것부터가 비할 데 없는 치욕이었지만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에 일단은 묵묵히 듣고 있기로 했다.


"우리 여진인들의 생태는 간단하오. 죽거나 아님 살거나. 상대가 날 죽이려 들 것 같으면 이쪽에서 선수치는 거고. 그러다 재수없으면 이쪽이 죽는거고. 그러니 우리는 상대의 의중을 읽는 것에 한해서는 달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오. 그런데..."


여기서 여진족들은 동시에 히죽 웃었는데 달빛 아래에 하얀 치아만 빛을 발하는 것이 묘하게 공포스럽게 느껴졌기에 신숙주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이미 취기 따위는 싹 날아간지 오래였다.


"나리를 보고 있으려니 모른 척 하려 해도 딱 느껴졌단 말이오. 입으로는 그럴싸한 말을 내뱉으면서도 막상 우리를 저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만도 못하게 여기고 있다는 게 말이지."


"퉷!"


뒤에 있던 여진족들 중 한 명이 침을 뱉고는 곱지 않은 눈으로 신숙주를 노려봤고, 이건 나머지 여진족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방금까지 이 자리에서 떠들썩하게 웃고 떠들던 여진족들은 어느새 약탈이나 전쟁을 앞두기라도 한 것처럼 살기등등한 기세로 신숙주를 에워쌌고 신숙주는 본능적인 위기감을 느꼈다.


"네, 네놈들...!"


"뭐, 하지만 괜찮소. 이성계 어르신이나 대상왕 전하를 제외하면 조선 사람들이 우리를 보는 시선이 다 거기서 거기니까. 그래서 우리도 역겨워도 나리의 장단에 맞춰줬던 것뿐이오. 나리를 비롯한 선비라는 자들이 그토록 중시한다는 조선의 예법대로 말이오. 그런데 정작 나리는 우리의 예법을 무시하니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렇게 항의하고 있는 것이오. 나리께 친절하게 가르침을 주기 위해서 말이지."


"예, 예법이라니...! 당최 무슨 소린지...!"


신숙주가 떨리는 목소리로 항변하려 했지만 여진족은 칼집에 꽂혀있는 칼로 아까 신숙주가 비우지 않고 남겼던 술잔을 신숙주 쪽으로 쓱 밀었다.


"초원의 예법에는 남에게 술이나 음식을 권했을 때 먹지 않거나 입 밖으로 뱉는 자는 죽여서 게르 밖에 묻어버리라는 조항이 있소이다. 이제 나리께서 우리가 올린 술을 남기는 것은 곧 사형에 처해도 마땅할 중죄라는 것이오."


"뭐, 뭣이...!?"


잠시 당황하긴 했으나 이내 끓어오르는 화를 가라앉히지 못한 신숙주는 벌떡 일어나 호통쳤다.


"발칙하구나! 네놈들이 감히 대상왕 전하의 부관인 나를 능멸하려 드느냐? 이는 곧 대상왕 전하께 대한 불충이니라!"


신숙주는 여진족들에게 전가의 보도로 쓰이는 이방과의 이름을 대며 이 상황을 벗어나려 했지만 정작 여진족들은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하아, 뭔가 착각하고 계시는 거 아니오? 대상왕 전하와 나리가 어찌 같을 수 있겠소? 대상왕 전하는 엄연히 지엄한 분이시나, 나리는 그저 일개 부관일 뿐이오. 나리의 말을 초원의 율법에 비유해보자면 일개 버일러(여진 수령이나 귀족)를 대초원의 칸을 섬기는 예로 모셔야한다는 말이니 이 무슨 언어도단이란 말이오? 혹시라도 우리가 대상왕 전하를 섬기듯 그대를 섬길 거라 여기고 있었소? 웃기지 마시오. 우리 초원의 부족들은 각자의 지위에 걸맞는 예를 철저히 가려서 예우한다오. 감히 부관 주제에 대상왕과 동등한 반열에 서려는 그 오만불손함은 우습기 그지없구려."


"이, 이놈들이...!"


평소 천하를 제 손바닥에 올려놓고 들여다본다는 우월감에 취해있던 신숙주는 하나하나가 정곡을 찌르는 여진족들의 일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그리 얕잡아보던 여진족에게 그의 본성이 발각당한 것에 지독한 모멸감을 느꼈던 것이다.


"두, 두고봐라, 이놈들! 내 반드시 네놈들의 이 발칙한 행각을 전하께 낱낱이 고할 것이다! 전하께서도 내 말만은 반드시 믿으시니 네놈들은 머지않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신숙주가 취기와는 다른 의미로 안색이 붉어져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지만 여진족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아유, 우리 나리. 취하셨다더니만 아직도 멀쩡하시네!"


"야, 뭣들 하냐? 나리께서 아직 술이 부족하시단다."


"이, 이놈들! 이거 놔라! 감히 어딜 손대느냐!?"


건장한 여진 사내 두어 명이 신숙주의 양팔을 붙잡고 억지로 주저앉히자 아까까지 신숙주에게 일침을 가했던 사내가 술잔을 들고 다가섰다.


"쉿! 조용히 하시오. 설마 나리께선 이 추태를 대상왕 전하와 나머지 부족들에게 보이고 싶으신 건 아닐 테지요? 나리께서 유구한 초원의 율법을 어기는 바람에 자칫 상국과 우리 여진족 사이의 우의가 깨질 수도 있는 불미스런 사태를 막으려고 도와주고 있는 것 아니오? 우리 좋게좋게 갑시다."


"놔라, 이놈들아! 우욱! 우웁! 우부븝!"


항변하려던 신숙주는 사내가 그대로 술잔을 기울여 강제로 술을 마시게 하는 바람에 발버둥을 쳤지만, 여전히 양팔을 단단히 붙들려 있었기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푸하! 우욱, 우웨웩!"


억지로 한 잔을 다 비운 신숙주가 땅바닥에 엎어져 토하는 시늉을 하자 여진족들은 낄낄거리며 웃느라 바빴다.


"이, 이놈들! 우욱! 감히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줄, 우웩!"


신숙주는 자신을 이리 욕보인 여진족들을 향해 분노의 일갈을 날리려 애썼지만, 주량을 초과해서까지 술을 마셔댄 주인을 향해 항의라도 하려는 듯 몸속에서 올라오는 구역질이 멈추지 않는 바람에 제대로 말을 잇지도 못했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소. 부.관.나.리?"


비웃음섞인 미소를 지으며 조롱하는 여진족들을 바라보며 신숙주는 욕이라도 한 사발 퍼부어주고 싶었지만, 정작 욕과는 무관한 전혀 다른 것들을 내뱉느라 바쁜 그의 입에서 그 욕설이 나오는 일은 없었다.


씻을 수 없는 굴욕감과 분노를 느끼던 신숙주는 문득 며칠 전 이방과가 해줬던 말이 떠올랐다.


- 야인들을 너무 경시하진 말도록 하시오.


'설마...설마 전하께선...일이 이리 될 걸 미리 알고 계셨었단 말인가...?'


신숙주는 이방과의 충고를 가벼이 넘긴 것을 뒤늦게 후회했으나 일은 이미 벌어진 뒤였다. 남들을 얼마든지 자신의 뜻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의 오만이 난생 처음으로 무참히 짓밟힌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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