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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ㄴㄷㅆ 2머전 이야기) 트립한국에서 함선들이 영혼을 얻어 버렸습니다-28

ㅇㅇ(49.174) 2022.02.02 11:47:12
조회 2124 추천 50 댓글 13
														


ㄴㄷㅆ 2머전 이야기 링크 모음 - 대체역사 갤러리 (dcinside.com)


연합군 최고사령부는 사우샘프턴 하늘에 B-52가 모습을 드러낸 지 정확하게 14일 후부터 커티스 르메이 필하모닉의 유럽불꽃투어를 시작하겠다고 못박았다. 당연히 런던에 세 들어 살던 거의 모든 임시정부들이 울고불고 매달리면서 사령부에 독일 점령지 내 자국의 민간인거주지에 대한 전략폭격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손을 싹싹 빌어대거나, 혹은 협박을 하거나, 혹은 사령부 앞에서 각료들이 모조리 드러눕거나 했는데, 이 움직임에 대한 주요 연합국들의 대답은 정확하게 반으로 갈렸다.

 

우린 누구누구들처럼 욕먹으면서 전쟁하기 싫으니까 민간인 거주지는 최대한 피할 겁니다. 다만 군수시설이나 교통로, 주요 전쟁인프라에 대한 보전은 생각하지 마십시오. , 완전히 피하게 해달라고? 어쩔 수 없는 경우는 어쩔 수 없는 겁니다. 전쟁이 사정 봐주면서 할 정도로 만만한 일입니까?”

 

미국.

 

중공업시설, 특히 모든 조선소와 제철소는 완전한 초토화 대상입니다. 저희는 그 끔찍한 함딸폭탄만은 절대로 맞기 싫습니다. 특히 이 나치 놈들이 일본에게 똑같은 짓을 벌일 실마리라도 제공하는 것만은!..? 유럽 산업능력을 싹 지워버리고 전후복구사업을 미국이랑 반으로 나눠서 유럽을 경제노예로 부려먹으려고 수작부리는 거 아니냐고요? 아니, 당신들 제국주의 시대 경력이 충만하다고 해서 우리도 그럴 거라고 망상을 하시는 건 좀 심한 결례라고 생각하지 않으신지? 괜히 착한 일 하려다 이거 마음이 상하네?”

 

하여간 경력자들이라 그런지 눈치들은 좋아요..’

 

한국.

 

? 왜 민간인 거주지를 폭격하면 안 된다는 거죠? 우린 개전 초부터 온 런던이 쑥대밭에, 이제는 그 미친 히틀러 특제 함딸폭탄에 포츠머스랑 다트포드가 홀라당 날아갔는데??”

 

대영제국.

 

히틀러가 먼저 브레스트를 통으로 날렸답니다?”

 

자유프랑스.

 

미국과 한국의 상대적 온건론을 듣고도 이미 충분히 슬퍼졌던 외교관들은 눈이 돌아간 영프의 강경론을 듣고서는 딱히 댈 만한 핑계나 이유가 없어 축 처진 어깨를 하고는 임시정부청사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래도 약간 위안이 되는 사실이 있다면, 문제의 대륙간폭격기 B-52를 운용해 폭격사거리의 제한이 없는 한국과 미국이 상대적인 온건론을 제시했다는 점 정도였다.

 

, 만일 불시착해야 한다면 소련은 언제나 활주로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소. 용맹한 조종사 동무들은 필요한 모든 도움을 제공받으며 조국으로 귀환할 수 있을 것이오. 그리고 설마 박살난 비행기 잔해를 굳이 수거하지는 않겠지? 우리도 전쟁 중이라 그거 하나하나 신경쓰기는 힘에 부친다오.”

 

, 시꺼먼 속을 보이면서 대놓고 B-52를 보며 벌벌 떠는 동시에 입맛을 쩝쩝 다시던 어느 동쪽 빨갱이들도 있긴 했다.

 

여기서 독일연방임시정부가 어떻게 행동하는 중이었는고 하니, 일단 원죄가 있는지라 아예 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못하겠지만 민간인 대폭격만은 자제해 달라고 사정에 사정을 거듭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이 일의 책임자는 총리였다.

 

군인보다는 실정을 아는 경제관료가 총리를 맡아야 한다며 샤흐트를 포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총리직을 냉큼 넘기고 자신은 군 통수권자로 내려간 카나리스는 착잡해하면서도 자신이 싹싹 빌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반대로 졸지에 총리가 된 샤흐트의 책상에는 매일마다 점점 다양한 종류의 위장약들이 추가되었다. 다행히 사정을 아는 한국에서 전담의를 하나 붙여준 덕에 스트레스성 위장염에 시달리지만 생각보다는 덜하다는 것이 총리의 위안이었다.

 

***

 

총통은 도시를 날려 놓았으니 당분간 연합국 내부가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꽤 제대로 적중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전략병기에 의한 공격을 당한 연합국들 사이에서는 분노만큼이나 공포가 함께 비산했기 때문이다.

 

..포츠머스 다음에는 어디지? 런던? 에든버러? 이 전쟁을 계속하면 저런 걸 더 맞아야 한다고..?”

 

아내와 같은 사람들이..탄두로..그럼 저 놈들에게 우리가 항복을 한다면, 내 아내와 아이들이..”

 

그 노랑이 새끼들이 요격했다고 했는데도 다트포드가 날아갔잖아! 안돼, 이 전쟁을 더 계속해서는 안돼!”

 

군함을 썼다면, 나 같은 여객선들도 아마. 설마, 에우로파(ss europa)..?”

 

바하마 총독, 에드워드 8세를 다시 모셔와! 독일과 협상을 해야만 해!”

 

이런 빌어먹을 개새끼들이, 감히 우리 자매를 탄두로 써서 만든 병기에 대영제국이 굴복한다고? 내 제 1해군경을 뵈어야겠다. 헨리, 헨리! 내 자동차를 대기시키도록! 당장 해군성으로 간다!”

 

, 마담 벨레로폰(HMS Bellerophon). 헌데, 가서 하실 말씀은..”

 

귀족가문들이 모은 성금으로 신형 전함을 건조해 폐하께 바치겠다고 제안할 걸세. 내 이럴 줄 알고 이미 로스차일드(Rothschild)와 이야기를 끝내 놓았지..”

 

먼저 공격을 직접 당한 입장인 영국에서는 공포에 질린 화평론과 머리에 열이 돌아 버린 주전론이 대립하며 극심한 사회혼란이 초래되었다. 총리가 절대항전을 천명하고 예비역, 현역을 가리지 않은 함딸들을 필두로 한 전력들이 분노하면서 총리에게 절대적 동의를 표한 것과는 별개로, 평범한 시민들 사이에서는 자신이 독일의 전략병기에 끔찍하게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 때문에 처칠은 이를 갈면서 미국과 한국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주전론으로 집권한 이상 일단 정치적 입장부터 전쟁을 승리로 끝내지 않으면 내각의 운명이 사면초가에 달할 상황이었고, 이 전대미문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의 도움이 매우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총리는 이라는 무서운 대가를 받아들이고 보답을 받아볼 수 있었다. 증강된 랜드리스와 테스트 막바지이던 스트라토포트리스 3개 편대를 영국에 긴급하게 선행배치한다는 초강수가 아니었다면, 대영제국의 내부적 혼란은 족히 수 개월은 지속되었으리라.

 

미친, 저 새끼들이 저런 짓까지 했다고?! 참을 수 없다! 저 놈들은 내 손으로 찢어 죽이고 말겠다!”

 

“EX-BB-49 사우스다코타 외 39인은 미 해군부에 정식으로 재입대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우리를 유럽 본토상륙의 선두에 세워 주십시오! 포가 없다면 장갑으로라도 우리 아들들의 방패가 되겠습니다!”

 

유럽으로! 말라뒤지기 전인 잽 새끼들 이전에 히틀러 개새끼부터 죽인다!”

 

영국에서의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 직후, 미국인들의 전시국채 구매율이 최소 10% 이상 상승했다는 보도입니다. 모겐타우(Henry Morgenthau. Jr)재무장관은 국민들께 이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습니다..”

 

, 그라프 언니. 어째 여기 사람들이 우릴 보는 시선이 며칠 사이에 엄청 좋아지지 않았어?”

 

어제는 함교에서 복구공사하던 아저씨가 날 보더니 힘내라고 콜라를 주고 가더라. 눈을 멀뚱멀뚱하게 껌뻑이고 있으니까 자기 아버지가 독일계라 남 일 같지가 않다고 하던걸. 휴우..”

 

내 아들이, 그런 범죄조직에 입대했다니....빌리. 내가 대체 무엇을..”

 

독일 놈들이 우리 합중국을 그 입에 담기도 역겨운 대량살상병기로 공격할지도 모릅니다! 이에 대해 당장 대비가 필요한 실정이에요. 당장 주한미군의 그 패트리어트와 사드(THAAD)라는 방어포대를 빼내 수도와 동부 주요도시의 해안가에 배치해야 합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전반적으로 격심한 분노가 끓어올랐다. 미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인 국가에 의한 강제적 희생이라는 항목부터 시작해서 안 그래도 홀로코스트 때문에 격앙되어 있던 민심은 이제 일본인들을 ‘JAP’이라고 증오하는 그 이상으로 나치 독일에 대한 한없는 증오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나치를 죽이겠다는 미국인들의 입대가 매일같이 군대로 이어졌고, 전시국채의 판매량이 매우 유의미하게 올라 재무부 관료들의 지친 얼굴에 한 줄기 미소를 띄게 해 주었다. 독일계에 대한 증오 때문에 유색인종 중 자원입대자들에 대한 증오는 한정적으로 희석되었고, 반대로 독일계 이민자들은 이 분위기에서 해코지를 당하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애국적인 미국인으로 행동하면서 나치 박멸을 부르짖었다.

 

화룡점정으로, 대량건조중인 신세대 함딸들을 보고 후방임무 종사를 하고 있던 구세대 퇴역 함딸들이나 워싱턴 조약 당시에 비무장으로 결론지어진 몇몇 여자들은 해군부 청사 앞에서 자신들을 유럽 공략의 선두에 세워 달라는 데모까지 벌였다. 그녀들의 요청이 받아들여질 지 아닐지 알 수는 없었지만, 미국인들은 명백하게 비열한 일본만큼 역겨운 나치에 대한 증오를 불태우고 있었다.

 

나치가..함딸을 폭탄으로 써요? 가능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진짜로..”

 

잠깐, 그러면 일본 놈들이 쓰지 말란 법이 없잖아? 그러고 보니 얘네 생체실험부대 굴리지 않았어? 731인가 뭔가 하는 애들. 지금 우리 나라에 저 미친 짓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거잖아!”

 

당장 일본을 으깨라! 놈들을 카르타고처럼 초토화시켜서 다시는 허튼짓을 할 수 없도록!”

 

아니, 그건 됐고. 일단 소비재 생산이나 정상화되면 좋겠는데.”

 

그것보다 빨갱이들의 씨를 말려야 한다! 모가놈과 김가놈을 오체분시해서 우리의 근심거리를 없애야만 해!”

 

..그건 너무 심한 거 아닐지..”

 

? 심해? 야 이 새끼, 너 조선족 짱깨새끼지?!..”

 

이렇게 되면..일본은..”

 

언니, 뭐라도 하려고?”

 

그래. 이 상황에서는 널브러져 있을 수도 없겠네.”

 

“..일단 손에 든 그 과자 봉지랑 입에 묻은 과자조각들부터 내려놓고 말하지?”

 

그거 신경 쓸 때가 아니네요, 무사시, 일단 지난번에 귀순자 회견에서 명함 받아놨던 기자들이랑 추가회견일정을 잡자. 우리 말고 이 나라에 있는 제국해군 출신 중에 내부사정 알 만한 사람들이 누가 더 있지?”

 

아마 콩고 씨나 하루나 씨? 초카이라면 알 지도..”

 

좋아. 그 사람들도 모조리 불러. 대본영은 정말로 싫지만, 사람들이 모조리 불타는 건 막아 봐야지..”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에서는 당장 일본을 초토화시키라는 극심한 공포여론이 비등했다. 한국 국민들은 대부분 일제 만행리스트 최상단에 올라온 731과 가미카제의 악명을 알고 있었고, 그 광기의 방향이 독일과 같아져 항공기에 함딸을 태워 함선이나 도시에 꼴아박는 발상이 혁신적으로 미쳐버린 대본영의 머릿속에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본 제국의 광기에 비추어 보아 충분히 합리적인 결론이었고, 또한 가능성이 있는 일이었다. 비록 만주의 731을 접수하고 조사했던 정부는 후에 행해진 보고로 그 광기의 방향이 무기화 대신 연구원들의 개인적이고 어두운 욕망을 향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을 섣불리 꺼내면 친일파 낙인이 찍혀 정권이 뒤집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침묵했다.

 

그에 따라 한국군은 일본열도 초토화작전을 계획하게 되었다. 대량의 탄도미사일공격으로 일본열도의 주요 발전소와 교량, 철도, 도로교통망, 공항, 항만, 유류보관시설, 병원을 제외한 모든 관공서들을 모조리 파괴하고 마지막으로 각지 군사거점과 사령부시설마저 초토화, 문명붕괴상태가 될 일본은 히틀러를 죽이고 나치 뒷처리를 끝내기 전까지는 방치한다는 극단적인 계획은 당시 한국 군부가 가지고 있던 일본제국의 광기에 대한 경계가 똑같은 광기의 형태로 총망라된 집대성이었다.

 

명령에 따라 비장한 얼굴의 안창호급 자매들이 각각 일을 벌일 위치로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함 야마토를 필두로 한 전향자들이 전격적인 인터뷰를 실시하지 않았다면 그 작전은 현실로 옮겨졌을 지도 몰랐다. 야마토가 답지 않게 절박한 표정으로 우글우글한 기자들의 앞에서 입을 열었다.

 

여러분, 저희의 요청을 수락해주시어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전함 야마토입니다. 여러분께 저희가 회견의 개최를 구하게 된 까닭은 현재 사회 전반에서 번지는 자살공격에 대한 공포에 대해 현지동시대인 입장에서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말씀은, 본인께서는 일제가 자살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시겠다는 것입니까?”

 

그런 건 아닙니다. 대본영은 당장 저와 무사시에게도 자살포격을 시키고 싶어했으니까요. 다만 굳이 초토화라는 방법을 쓰지 않고도 일본제국을 무력화할 방안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전향자들의 입장에서 일본 제국의 광기는 싫었지만 그와 별개로 일본에 있는 지인들이 끔찍한 해를 당하는 것은 정말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당장 야마토 자매부터도 그녀들의 탈주에 협력한 신주수비함대 퇴역함들의 주름진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있었다.

 

그 노인들과 가족들이 화염에 불타는 끔찍한 일을 막기 위해서라면, 이미 한번 내던진 최강전함의 자존심 정도야 몇 번이든지 더 내던질 수 있었다. 그리고 함대결전 대비랍시고 환초에 처박혀서 소고기 스테이크를 먹으며-아마 지금은 풀떼기겠지만-방귀만 끼던 트럭 쪽은 몰라도,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볼 꼴 못볼 꼴 다 본 이쪽 억류자들도 그 심정은 매한가지일 거라고, 전함 야마토는 생각했다.

 

***

 

대륙간 제트폭격기라는 공상과학의 산물처럼 여겨지던 괴물의 도래에 대영제국의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수많은 목소리들이 터져나왔다. 혹자는 이젠 영국은 미국에게 이길 수 없다는 자조의 목소리, 다른 누군가는 저 놈들이 독일을 불태우면 이제 전쟁은 끝이라는 희망의 목소리, 또 다른 누군가는 저 막강한 전력을 영국도 가질 수 없냐는 욕망의 목소리까지.

 

허나 그 모든 목소리들을 합쳐보아도 여기 있는 한 영국인 남자보다 더 환희하지는 못했을 터였다. 1942년 갑자기 극비라며 외교부에 의해 호출되어 저 머나먼 미국으로 향한 지 어언 1년여. 350여 일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은 그의 인생에 있어 가장 보람차고 아름다운 시간이었음에 틀림이 없었다.

 

나치가 전쟁을 시작한 후부터 그가 추구했던 초거대 폭탄과 그 폭탄을 떨어뜨리기 위한 승리 폭격기(Victory Bomber)의 구비는 남자에게 있어 하나의 추구해야만 할 목표였다. 강력한 폭탄으로 적의 주요 군사시설을 일격에 무력화하면, 아군의 손실은 더 줄어든 상태에서 적에게는 더 많은 피해를 강요할 수 있을 터였으니.

 

허나 그의 조국은 거대한 폭탄을 만들 능력은 있었으되 그가 추구하는 고도까지 그 폭탄을 품고 올라가 적의 심장에 불의 세례를 내릴 폭격기를 만들 능력은 없었다. 그리하여 남자는 내심 자신의 목표가 이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는 불가능하고, 그에 따라 더 많은 영국인들이 죽어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고뇌했었다.

 

그런데, 대체 그 해답이 미래에서 떨어질 것이라고 누가 생각을 했겠나?

 

1942 2월 말, 외무부에서 왔다는 관료가 웬 동양인을 소개해 주며 이 분을 따라가면 된다고 했을 때 번즈 월레스는 이 인간이 미쳤나-하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약 이틀 후, 야밤에 히드로에 내리는 말도 안 되는 크기의 항공기와 그것에 타라고 손짓하는 동양인을 본 월레스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하루 후,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막 해체작업에 들어가고 있던 거대한 폭격기를 보고 눈을 찢어져라 크게 뜬 그와 미국인들의 앞에서 문제의 동양인이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저희가 여러분께 요구하고 싶은 것은 하나입니다.”

 

그걸 보는 순간 알 것 같았다. 저기 있는 아름다운 놈은 그가 생각하고 있던 승리 폭격기 그 자체의 현현. 여기 있는 모두가 저 기체가 가지는 의미를 알아챘겠지.

 

지금 보시는 폭격기의 폭장량은 27, 실용상승한도는 상공 15,000m, 혹은 49,212피트. 항속거리는 16,327km, 혹은 10,145마일.”

 

, 하나님 맙소사.

 

여러분께서는 내일부로 저희 회사의 방위산업체에 파견직으로 고용되실 겁니다. 접하시는 모든 내용은 극비이기 때문에 기밀준수서약을 하셔야 하고, 원하신다면 이 나라에 귀화하시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제 그들 모두가 찢어져라 눈을 뜨고 동양인의 입에만 주목하고 있었다.

 

우리는 앞으로 1년 내로 이 폭격기를 복제해 시험비행과 초도생산까지 완료해야 합니다. 여러분들 중 대부분은 저희가 아는 역사에서 저 아가씨를 만드신 분들이니, 아마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을 겁니다.”

 

미국인 몇몇이 휘청거렸다. 잘 보면 코피가 터진 사람도 몇 있는 것이, 원인이 충격뿐만은 아닌 게 분명했다.

 

그리고 다른 분들께서는 이 폭격기에 탑재할 거대 폭탄을 만드시게 될 겁니다. 목표로 하는 무게는 총중량 23, 작약은 10톤 이상. 주요 타격목표는 장갑화, 혹은 지하화된 군사시설과 주요 산업지대나 정박, 혹은 항행 중인 대형 전투함이 됩니다. 간단한 유도 키트를 부착할 예정이거든요.”

 

이제는 월레스와 나머지 사람들이 몸을 벌벌 떨 때였다. 심장으로부터 시작되는 진동이 온몸을 채우고, 온몸의 혈관이 환희하며 머리를 극도의 흥분으로 몰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23, 23톤 중량의 폭탄이라고 했다. 그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면, 이 미친 놈들은 대륙간 폭격기를 이용해서 나치와 일본제국의 심장에 23톤짜리 유도폭탄을 다발로 꽂아넣을 생각이었다.

 

더 이상 흥분을 참기 어려워진 월레스가 덜덜 떠는 손을 들자 동양인이 발언을 허가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 질문만은 꼭 해야할 듯 싶었다.

 

이름은..우리가 지을 수 있는 겁니까?”

 

동양인이 웃으며 대답했다.

 

정해 둔 프로젝트 네임이 있긴 합니다. 먼저 선생님께서 만드실 예정이었던 톨보이(Tall boy)나 그랜드 슬램(Grand slam)도 있었지만, 저희로서는 조금 더 취향이 가는 이름이 있어서 말이지요.”

 

극도의 흥분이 끓어오르다 그것보다 멋진 이름이 무엇이 있냐-는 얼굴로 식은 월레스에게 동양인이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

 

클라우드메이커(Cloudmaker), 어떠십니까?”

 

, 과연. 그런 이름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도 달라져야 했다. 심히 만족스러운 이름을 받아들고 기쁨과 흥분에 떨리는 얼굴로 옆의 양키들과 동양인을 돌아보자, 제놈들도 흥분을 참을 수 없었는지 기괴하게 비뚤어진 미소를 지은 얼굴들이 그를 반겼다.

 

번즈 월레스는 제멋대로 걸어나가 그들과 얼싸안는 자신의 몸을 느꼈다. 아주 보람찬 프로젝트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1943 2 14일 발렌타인 데이 아침. 광대하게 확장된 노위치(Norwich)의 활주로를 박차고 12대의 괴물 폭격기들이 밝아오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선두기의 콕핏에서 제임스 둘리틀(James Harold Doolittle)대령이 전파감쇄 옵션을 가동하고 편대 통신망에 입을 열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복수의 시간이다, 제군. 우리는 지금부터 드레스덴(Dresden)을 폭격한다. 자기들 전선 최후방조차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 나치 새끼들은 이 작전이 끝나면 공포에 오줌을 지리게 될 것이다.”

 

왁자지껄한 함성이 통신망을 뒤덮었다. 대령이 다시 말했다.

 

전기 고도 14,000m로 상승. 순항속도 819km/h. 라이프치히 상공에 도달하기 전까지 무선침묵을 유지한다. 그리고 스페셜 편대(Special Squadron).”

 

.”

 

화물취급에 유의하도록.”

 

알겠습니다. 단장님.”

 

스페셜 편대장, 커티스 르메이(Curtis lemay)중령이 대답했다. 통신이 종료되자 중령이 승무원들에게 다시 임무를 주지시켰다.

 

이미 출발 전에 들었겠지만 우리 항공기의 임무는 드레스덴 중앙역(Dresden Hauptbahnhof)을 날려버리는 것이다. 다들 긴장할 필요는 없다. 이 항공기는 놈들의 전투기보다 빠르고, 우리의 순항고도는 놈들의 대공포가 닿지 못하는 곳에 있으니까.”

 

백인뿐만이 아니라 흑인과 동양인까지 한뭉치인 승무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령이 씩 웃으며 다시 말했다. 미래국가에 와서 충격으로 왔던 안면마비가 회복된 결과, 생각보다 자연스러운 미소였다.

 

그러면 다들 잘 부탁한다. 이것이 연합군의 첫 반격이니까 말이야.”

 

스트라토포트리스 12대가 굉음을 내뿜으며 먼 하늘로 향했다. 개중 스페셜 편대라 칭해진 4대의 폭격기의 폭탄창 안을 한 발로 꽉 채운 거대 폭탄, 클라우드메이커(T-12 Cloudmaker) 4발이 조용히 침묵하며 폭탄창이 열리고 떨어져 내릴 그 순간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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