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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대충 북미 원주민이 바이킹 만나는 머역 - 5

ㅇㅇ(218.50) 2022.06.26 23:30:39
조회 406 추천 12 댓글 9
														







Ep.5 호혜(3)


“아이구구… 해마다 오는데도 힘들어 죽겠네.”


아침 일찍 출발한 카누는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목적지인 오시아가(Osheaga)에 도착했다. 자신만만하게 카누를 몰던 아하누도 곡소리를 내며 땅을 밟았다.


“쟤네들만 하겠어요?” 아카피가 드러누운 바이킹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헥헥....부턴. 좀. 헥헥…..” 


그나마 2.5족 보행이 가능했던 레이프가 다가와 하소연했다. 제대로 의미를 전달하지는 못했지만. 아카피를 비롯해 카누를 몰고 온 사람들은 다같이 ‘그러게 왜 사서 고생을 하냐’라는 표정으로 레이프를 바라볼 뿐이었다. 개중에는 안토니오도 있었다. 레이프는 어떻게 당신마저 그러냐는 표정을 지었으나, 안토니오도 분명 말렸던 사람들 중에 하나였으니 사실 억울할 것도 없는 셈이었다.


“막내 형제들이 드디어 당도하셨군! 어서들 오세요.”


“오랜만입니다, 대모(大母)님.”


노르드인들이 강가에서 몸을 추스르는 동안, 오시아가의 씨족 어머니(Clan mother)인 피카다울렛이 아하누 일행을 반겼다. 


“못 보던 얼굴들이 많군요. 저들이 그 북쪽 사람들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아하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들에 대해서는 저보단 네 조카한테 묻는 게 더 빠를 겁니다.”

 

“에, 에? 네?”


졸지에 자기보다 한참은 높으신 분과 대화하게 된 아카피였다. 물론 구대륙의 높으신 분, 그러나까 왕족이나 귀족 정도는 아니긴 하다. 하지만 오시아가에는 세인트 로렌스 강가의 여러 부족 대표자들이 모인다. 이들을 접대하고 조율하는 자들이 이곳 오시아가 모닥불지기(Firekeepers)들이며, 피카다울렛은 그들의 대표다. 그러니 미국식 의회제에 대입한다면, 아무리 낮게 잡아도 상원의장이나 상원 임시의장 정도로 봐야 한다. 이에 반해 아카피는 대서양 연안 부족들의 청년회장 정도나 되면 올려쳐준 것이고.


“아카피라 했나요. 이름처럼 활을 잘 다루는가 보죠? 항상 여기선 실력을 볼 일이 없어 아쉽군요.” 피카다울렛이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넸다.


“만나뵈어 영광입니다. 기억하시는군요?”


“당신을 찾아 온 상인들이 한둘이어야지요. 부친께선 잘 계시나요? 매해 오시던 사켐(Sachem, 유력한 추장. 여기서는 국회의원 정도의 의미)이 안 보이니 어색하네요.”


“편찮으신지라 제가 대신 왔습니다. 큰 병은 아니니 걱정하실 것은 없습니다.”


“그럼 다행입니다. 마니투께서 돌보시길.”


피카다울렛이 아카피를 존중하며 대하는 모습에는 그녀의 인품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젊은이를 대하며 예의를 차리되 그 권위를 잃지 않는 모습은 귀족의 전형으로 보일 정도였다. 안토니오가 이 사람을 귀부인 정도 되는 사람이라 멋대로 여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북쪽에서 온 손님분들이지요?” 피카다울렛이 두 유럽인들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이쪽은 레이프 에릭손이고, 북쪽 사람들의 사콰마우(Saqmaw, 추장)입니다. 그 옆은 안토니오 안토넬리입니다. 미데위니니(남자 주술사/치료사)입니다.” 


“반갑습니다. 안토니오라 불러주십시오”


“저도 레이프면 충분합니다.”


간단하게 소개를 마친 뒤, 아카피가 유럽인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을 하려 했다. 이들의 기술과 작물들이 얼마나 우리들에게 유용한가, 저 배는 또 어찌나 유용한지 올해 어획량이 4배로 뛰었다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그러나 이는 대모에 의해 간단히 진압당했다.


“이런 말을 하기는 뭣하다만… 참 특이하게 생겼네요.”


안토니오와 레이프는는 순간적으로 대화의 맥락을 놓치고 말았다. 피카다울렛이 이로쿼이어로 언어를 바꿔 말했기 때문이지만, 두 불쌍한 외지인들은 그저 더 정진해야겠거니 했을 뿐이었다. 반면 아카피는 이 대모께서 이들을 그리 달갑게 여기고 계시지는 않는가 하여 낙담했다. 


“어서들 안에 드시죠. 아무래도 이번 회의는 손님이 많을 성싶으니.”


************


“어… 지금 제가 보고 있는 게 맞습니까?”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수다, 신부 양반.”


두 유럽인이 이렇게 얼이 빠진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피카다울렛이 직접 회의를 주관한다. 접대야 귀부인이 할 수도 있다. 허나 이런 공적인 일은 유럽에선 오로지 남성의 전유물이다. 아카피가 속한 부족을 비롯한 여러 대서양 연안 부족들은 주로 가부장제를 따랐기에, 씨족 어머니는 처음 본 것이었다. 


둘째, 두 유럽인들은 지금 완전히 외면당하고 있다. 회의에 참여하기는 커녕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의 파도에 휩쓸리고 만 것이다. 물론 아카피가 자기들과 다른 언어를 쓰는 부족들도 모이는 자리라고 언질해주긴 했다. 그러나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회의장의 분위기가 험악해지면서 통역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저 뱀 새끼들이 미쳐서 사람을 죽이고 다닌다고! 이대로 가다간 저놈들이 호숫가 땅을 다 처먹게 생겼어! 당장 저놈들 씨를 말려야 한다고!”


“진정하시게나. 우리도 저들이 아니꼬운 것은 마찬가지다만, 저들이 우리보다 훨씬 숫자도 많은데다 무기까지 더 잘 갖추지 않았나. 함부로 싸워선 안 돼.”


“그 뭐 사냥터 두고 치고받고 하다가 한둘씩 죽는 것 가지고 씨를 말리네 어쩌네 그러지 마쇼. 우린 당신네들 싸움에 낄 이유는 없으니까.”



그럼 이 시장바닥에서 두 유럽인들 보듬을 아카피는 무얼 하고 있었느냐 하면, 오랜만에 듣는 이로쿼이어 방언을 이해하느라 눈썹을 찡그리고 있었다. 지금 난리를 치는 저 부족은 좀 멀리 사는 데에다, 오랜만에 회의에 참석한 자들이었다. 그 때문에, 아카피에게는 알아듣기 힘들 정도의 사투리로만 느껴질 정도였다.


“조금 치고받고 끝나는 정도였으면 애초에 말도 안 했어! 이것들이 남자는 죽이고 여자랑 아이들은 노예로 끌고 간다니까! 누구 하나는 아얘 산 채로 불에 태웠다고!”


“맞아. 사람을 먹는 것도 봤다니까!”


“헛소…”


“헛소리는 아니오.”


사켐 하나가 반박하려던 찰나, 거구의 사내가 걸어 들어왔다. 


“내가 직접 보고 왔으니까.”



******

*수정사항

지난 화에서 ‘호첼라가’라고 언급한 지역명을 오시아가로 수정함. 영문위키에 따르면, 호첼라가(Hochelaga)는 프랑스인들이 Osekare(비어의 길/비버의 댐)혹은 Osheaga(큰 급류/손 흔드는(악수하는) 사람들) 라는 이로쿼이어 단어를 제멋대로 부른 게 어원이라, 원어로 추정되는 단어로 수정. 


노르드인을 번역하려고 northerner/north man/north person 등등의 번역어를 열심히 찾아다녔으나 개같이 실패. 아니 동쪽 사람들은 찾기 쉬웠는데 머임.

진짜 책이라도 하나 사야하나. 이쪽 고증 맞추기 너무 힘듦. 자료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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