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호혜(2)

‘인간미라고는 없는 놈.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해?’

‘누누히 말씀드리는데, 이걸 기억 못 하는 게 이상한…’

‘야! 뒤에!’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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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아카피. 정신 안 차릴래?” 

‘퍽!’ 하는 소리가 너른 강가에 울려퍼졌다. 

“이모부는 노 젓고 있고, 조카는 퍼질러 자고 있고. 참 편하다, 그지?”

아하누가 빈정대며 말했다. 졸고 있던 아카피는 자기 뒤통수가 후려쳐진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호첼라가(=몬트리올)로 향하는 여정을 준비하느라 밤을 샌 것이 원인이었다. 그 옆에서 같이 고생한 케일레부가 불만스레 대꾸했다.

“거, 아까 아재가 자라고 했지 않았어요?” 

“가재는 게 편이라더니. 야, 케일레부. 친구 편 드는거야? 그리고 ‘추장님’이야, 아재가 아니고 임마!”

“솔직히 양심에 좀 찔리지 않아요, 아재? 저번 여름 내내 틈만 났다 하면 낚시만 주구장창 했으면서.”

풉, 그러니까. 케일레부의 말에 칩초웩이 가만히 동조했다. 영락없는 삼촌 놀려먹는 조카들의 모습이었다. 이 둘이 자기를 놀려먹는 때에만 단합이 잘 된다는 사실이 아하누의 정신건강에 좋은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지금도 사이좋게 한 대씩 맞고도 좋다고 낄낄대고 있었으니, 어디서 아하누의 복장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저, 아카피. 괜찮습니까?”

이런 혼란한 와중에 안토니오만이 아카피의 안부를 물었으니, 가히 크리스천의 귀감이라 말해도 무방하리라. 물론 아카피가 유럽의 언어를 완벽히 구사하는 유일한 현지인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좌우지간에, 안토니오의 물음은 아카피를 꿈에서 건져올리는 데에 성공했다.

“아, 별 일 아닙니다. 전 괜찮아요.”

안토니오는 안심하고 다시 등을 바로세웠다. 자신을 배려해 라틴어로 답하기까지 했으니 정신은 완전히 차린 것이 분명했다. 

“쟤 가끔 저럴 때 있어, 미데위니니(남자 주술사/치료사).”

아하누 놀리기를 그만둔 칩초웩이 끼어들며 설명했다. 

“어렸을 때부터 하도 악몽을 꿔서 우린 뭐 저주라도 받은 줄 알았다니까? 근데 신기한게, 그렇게 악몽 한 번 꾸고 나면 신기한 걸 하나씩 들고 오더라고.”

“그래서 얘 별명이 밀쿠싯(온갖 꿈을 꾸다)이었어! 지금도 얘 부모님은 그렇게 부를걸?”

케일레부가 낄낄거리며 난입했다. 아카피는 이것들이 목표를 아하누에서 자기 자신으로 바꿀 낌새를 알아차렸다. 다만 그는 아하누보다 이 둘을 다루는 데에는 능숙했다. 그냥 반응하지 않으면 알아서 나가 떨어질 놈들이니, 아카피는누구처럼 뒷통수를 갈기는 대신 가만히 노만 젓기로 했다.

“그건 그렇고, 굳이 이 작은 배를 타는 이유가 있습니까?”

안토니오가 뒤따라오는 롱쉽을 가리키며 질문했다. 마침내 주위가 점잖은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조용해지자, 노 젓는 소리가 특히 크게 들려오는 것이 신경쓰였던 것이다.

“그냥 저 큰 배를 타면 될텐데요.”

“곧 알게 될겁니다.”

끼리끼리 논다는 것이 이런 말인가. 아카피도 저의 친구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장난스런 미소를 보이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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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노 집어 넣어! 부러진다!”

“뭔 강이 이래?”

그저 ‘큰 강’이라 불릴 때가 많은 이곳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천하의 바이킹들이 물 위에서 허둥지둥하고 있는 모습이라니. 아카피는 이 모습을 북유럽 연안의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없음에 안타까워할 따름이었다.

“레이프! 더 이상은 못 가! 빨려 들어가겠어!”

“아니! 일단 따라가! 좌현으로 돌려!”

이 와중에도 레이프는 어떻게든 배를 제어하며 아하누를 따라가고 있었다. ‘운 좋은 자 레이프’라는 자기 별명을 괜히 얻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도 남을 항해술이었다.

“배가 크다고 무조건 좋은 건 또 아닌가보네.”

아하누가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한평생을 뉴펀들랜드섬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 세인트 로렌스 강의 급류는 자기 집 뒷마당과도 같았다. 그 덕에 그가 이끄는 카누 무리는 급류의 소용돌이 사이사이를 얄밉게도 피해가고 있었다.

“이모부가 카누를 잘 몰아서 그런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저 소용돌이에 빠져 죽었어요. 저 배는 그래도 좀 버티기는 할 걸요?”

“내가 한 카누 하기는 하지, 암!” 

아카피가 태연히 딴지를 걸었다. 아카피는 오류를 정정하주려 한 말이었지만, 아하누는 그저 똘똘한 조카에게 칭찬받은 것이 좋을 뿐이었다. 이런 무사태평한 모습에, 길손님인 안토니오는 그저 경악스러울 뿐이었다. 

“저리 두어도 괜찮은 겁니까? 

“굳이 저걸 끌고 오겠다고 고집한 게 누군데. 거의 다 왔으니까 걱정 마쇼.”

이번에는 케일레부가 대답했다. 안토니오는 자신의 말솜씨가 늘은 것에 기뻐해야 할지, 이 상황에도 퉁명스러운 케일레부를 원망해야 할지 고민스러울 따름이었다. 허나 그의 말대로 롱쉽을 끌고 오겠다고 억지를 부린 쪽이 벌을 받고 있는 셈이기에, 안토니오는 그저 신의 뜻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야! 정신 차려! 우현이라고 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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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강하고 오느라 늦었다. 기말 얏팔

그리고 제목 이대로 둬도 되는건가 싶긴 한데... 대붕이들 추천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