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인싸남이고 난 그냥 히키코모리 누렁이었음


어릴 때는 존나 형 취급 안 한 동생놈이 나이 먹고 철 들어서는 그래도 형제라고 챙겨주는 거임

그러던 어느 날, 설날이 되었고 각자 사회생활하던 가족끼리 모였음

엄마가 설이니까 드럽게 살지 말고 목욕탕 가라고 돈 쥐여주고 형제 쫓아냄

씻고 나오니까 동생이 일찍 들어가면 잔소리 폭격받을테니 밖에서 놀다가 들어가자고 함

그렇게 동생따라 정처없이 헤메다가 코엑스 전시장에 들름

사람 개많고 방송 카메라도 있길래 예능이라도 찍는 줄 알았더니 진품명품 생방송 촬영중임

동생이 "형 웹소설 좋아하잖아ㅋㅋ 저거 아돌프 작가님의 비공개 작품이래. 형 좋아할까봐 여기 왔음ㅎㅎ" 이러는 거임

"오 그러냐. 짜식 고맙다ㅎㅎ"이러고 동생의 인덕에 감탄함

책이랑 촬영진들이 별마당 도서관 쪽에 있었고 나는 그 윗층 난간에서 보고 있었음

뭔 내용일지 제목보고 유추해야겠다 생각하고 폰카로 찍어서 확대하고 보니까 롬디인거임

"엥 이거 문피아 가면 있는건데?"이러니까 주위 반응이 소란스러워지고 난 인파에 놀라서 폰 떨어트림

근데 하필 난간에 기대고 있어서 폰을 아래층으로 떨궜고 그게 조명팀 대가리 맞추고 조명 기울어지고 여튼 연쇄작용으로 책이 불탐

방송국이랑 사람들 존나 패닉하고 이 사태의 만악의 근원인 나를 다굴함

그렇게 경찰서에 끌려갔고 경찰말고도 사복 입은 높으신 분 같은 사람들이랑 외국인이 날 취조함

나는 거기서 등신같이 "롬디 문피아 가면 있는데..." 앵무12새처럼 반복함

엄마는 "우리 애가 남한테 일부러 해꼬지하는 애는 아니에요" 이러면서 날 껴안고 울었는데 동생이 엄마 떼어내면서 "씨발 이 병신새끼 대체 넌 왜 우리집에서 태어난거냐" 소리지르면서 날 노려봄

난 손 호달달 떨면서 문피아 앱 켜서 보여주려고 했는데 앱은 없고 낙하 충격으로 폰은 더 이상 켜지지 않음

유치장에 갇혀서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눈물범벅으로 고민하고 내가 일해서 저 책값을 갚을 수 있는지 한탄하다가 잠에서 깸





잠 깨서 생각해보니 나 롬디 묵혀뒀음
작가양반이 읽으라고 트립시킨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