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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ㄱㅇㄷ) 옛날 사람들은 왜 등자를 쓰지 않았는가? 에 대해

ㅇㅇ(182.226) 2023.04.09 00:53:30
조회 2369 추천 69 댓글 25
														

(맨 아래 3줄 요약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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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은 한나라 시대의 등자 유물들이야.


한나라 사람들은 저기에 가죽이나 무명끈을 연결해서 말을 오를 때 발판으로 써먹었음. 재질이나 형태, 용도 모두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등자와 다를 바가 딱히 없어. 옛날 사람들도 "야, 말 탈 때 발판이 있으면 존나 편할 거 같지 않냐?"라고 생각했던 거지.


그런데 한나라 시절의 등자는 좌우 양쪽이 아닌 한쪽에만 달려 있어서 전투용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순수하게 말을 타고 내릴 때만 썼던 것으로 추정됨.


우리가 생각하는 "존나 편하고 비숙련자도 쉽게 말을 다루게 해주며 기병을 개쩌는 탱크로 만들어주는 전투용 등자"가 실제로 등장하려면, 저 유물들보다 수백 년 뒤인 서진~남북조 시대까지 시간이 지나야만 했어.


이상하지 않아?


옛날 사람들도 "승마용 발판"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실제로 잘만 써먹었는데, 왜 전투용 등자는 그 뒤로도 수백 년 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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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자를 논하기에 앞서, 등자와 쌍벽을 이루는 마구 중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안장"을 알아둬야 할 필요가 있는데......


안장이 언제 발명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등자보다 최소 1000년은 일찍 출현했을 거라고 추정해. 짤 같은 인류사 초창기의 안장은 정말 심플한 아이디어였어.



Q. 말 타니까 엉덩이 아프네?

A. 그럼 푹신한 걸 깔고 앉으면 되겠다!



그래서 푹신푹신한 옷감이나 가죽을 대충 덮어놓은, 사실상 쿠션에 가까운 형태였지. 딱히 기술력이나 특별한 재료가 필요한 것도 아니니 이런 모양새의 마포(馬布, horse cloth)가 만들어지는 건 당연한 과정이었을 거야.


그런데 이 쿠션 안장은 만들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대로는 절대 등자를 사용할 수가 없었어.


왜?

성인 남성의 체중이 실린 등자끈이 부드러운 안장을 파고들면, 말 허리가 작살나니까.


만약 고대에 환생한 대붕이가 미래 지식을 알려주겠다면서 안장에 그대로 등자를 연결했다고 치자. 그럼 불쌍한 말만 허리 삐끗해서 앓아눕고, 별로 안 불쌍한 대붕이는 집안 어른한테 뒤지게 혼날 가능성이 아주아주 높아.



그런 이유 때문에....


등자를 사용하려면 최소한의 선행 조건으로, 끈이 안장을 파고들어도 멀쩡한 내구성을 가진 "단단한 안장"이 필요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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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안장이 등장한 뒤. 다시 수백 년의 시간이 흘러....


말에 박고 말에 박히던 말박이 유목민들은, 기병 문화와 안장에 이어 또 한번 인류의 역사를 바꿔놓을 위대한 발명에 성공하게 됐어.


그건 바로 Saddle tree(직역하면 "나무 안장")라고 불리는 목제 프레임으로, 말이 격렬하게 움직일 때 기수한테 전해지는 충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기병계의 혁신이었지.


승마의 안정성을 높여주고 피로감은 줄여주는 데다, 저기에 가죽시트를 덮으면 승차감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으니, 이게 치트기술이 아니라면 도대체 뭐가 치트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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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용샷. 21세기까지도 이런 목제 프레임을 많이 쓴다)



그러면 이제 단단한 안장도 만들었으니, 바로 등자가 나오면 되겠네?


싶을 수도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런 경식안(硬式鞍, 단단한 재료로 만든 안장)이 발명되고 나서도 수백 년 동안 등자는 발명되지 않았음. 정확한 이유는 불명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단단한 안장을 만들었다고 해서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는 거야. 말 그대로 '최소한의 선행 조건'을 채웠을 뿐.


단단한 안장은 기수의 피로감을 크게 줄여줬지만, 동시에 여러 단점을 가지고 있었어.


말이 안장을 불편하게 여긴다거나, 잘못 설계한 프레임이 말에게 부상을 입힌다거나, 기수도 단단한 부분에 다리가 걸리적거려서 생각보다 다루기 어렵다거나, 등자가 말의 피부에 딱 달라붙지 않고 붕 떠버리는 브릿징(bridging)이라거나....


이런 다양한 문제들 때문에 경식 안장이 발명된 뒤에도 다시 프레임을 뺀 연식안(軟式鞍, 부드러운 재료로 만든 안장)을 만들기도 했다고 하는데, 이건 tmi니까 넘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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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징의 예. 이렇게 되면 말도 좆같고 사람도 좆같기 때문에,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한다.)




아무튼, 격렬하게 움직이며 성질 더럽고 체형도 제각각인 말들한테 딱 알맞은 안장을 만들어주는 건 고대의 기술력으로 아주 어렵고 까다로운 일이었어.


등자고 나발이고, 말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안장을 만들기까지만 해도 인류는 수백 년 동안 눈물겨운 개발딸을 쳐야 했던 거지....


등자의 발명은 그 모든 선행 테크들을 연구 완료한 다음이었고.




등자의 실용화에 어마어마한 세월이 필요했던 데에는, 물론 다른 다양한 이유들도 있었을 거야.


1. 등자 하나만 달랑 만든다고 땡이 아니라 그 외의 선행 기술/제반 조건들이 필요해서(본문 내용)

2.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다가 말이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은 고대인들의 보수성

3. 자존심으로 먹고 사는 전사-귀족들이 "애들이나 쓰는 연습용 발판"을 다 커서도 사용하는 후배들을 바라보는 시각

4. 잘 만든 마구는 비싸다


등등....


등자의 늦은 발명을 "엥? 그거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그냥 아이디어를 떠올린 사람이 없었던 거 아니냐?"라고 단순화해서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역사를 아는 현대인의 관점에서는 참 바보 같고 한심해 보이는 케이스들도, 알고 보면 그 시대만의 필연성이 있었던 경우가 상당히 많아. 옛날 사람들은 지식이 부족했던 거지, 지능이 부족했던 건 아니니까. (물론 가끔 진짜 "콜럼버스의 달걀"인 경우도 있음)


아무튼, 앞으로 고대에 환생한 주인공이 안장에 대한 묘사를 생략하고 곧장 등자부터 만드는 작품을 발견한다면, 착한 대붕이들이 정성 가득한 5700자 쪽지로 아쉬운 내용을 보충해줄 수 있기를 바라며..... 여기서 끝냄





3줄 요약


1. 고대인들도 등자가 있으면 편하겠다고 생각은 했다, 못 만들었을 뿐


2. 등자를 뽑으려면 먼저 F급 안장을 A급까지 강화해야 함


3. 본문도 그냥 인터넷 썰에 불과하니 너무 믿지는 말자






ps. 로마군과 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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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군은 이런 특이하게 생긴 안장을 썼어. 그냥 보이는 그대로 roman four horned saddle이라고 부르는 듯.


로마 대역물을 본 대붕이들은 알겠지만, 로마군은 왜인지 모르게 등자를 안 썼다. 그래서 로마 환생한 주인공이 등자 만들어서 재미 보는 작품들이 좀 있었지.


그런데 공화정 말기부터 사용했을 거라고 추정되는 이 사각 안장이 목제 프레임(saddle tree)을 쓴 경식 안장이었나? 아니면 가죽과 천, 섶만 쓰는 연식 안장이었나? 는 논란이 좀 있다고 함. 고대사가 늘 그렇듯, 명확하게 밝혀진 점은 거의 없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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