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역사] 러시아 관료들, 우크라이나어를 쓰다!

엔지니어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9.10 23:29:20
조회 582 추천 11 댓글 7
														

맨 밑에 세 줄 요약 있음.

러시아 혁명 당시, 우크라이나에는 우크라이나 인민공화국, 우크라이나국, 서우크라이나 인민공화국 등 여러 우크라이나 민족국가가 존재했다. 물론 이들은 모두 소련, 폴란드 합병 엔딩을 맞이했다.

오늘의 이야기는 우크라이나국의 언어 정책에 관한 이야기다.

사회주의, 민족주의 성향의 우크라이나 인민공화국은 안타깝게도 너무나 무능했다. (나중에 우크라 인공이 몰락한 이유에 대해서도 글을 쓸 생각) 이에 스코로파즈키(P. Skoropadsky)가 독일의 지원을 받아 쿠데타를 일으킨다. 쿠데타에 성공한 스코로파즈키는 '우크라이나국'을 건국하고 스스로 군주인 '헤트만'에 즉위한다.


1dbcc62aeaed0bad61add9a517d53736fc0855718f76004ee9ed45cd88fafd98421b9a157e2b9ceaa2fb7819ec481aa6fcd21d73eb9b0cb7c0c577549275eb6f9e914c846ff854

[파울로 스코로파즈키, 우크라이나 헤트만]

우크라이나국은 독특한 정체성을 지닌 국가였다. 독일의 지원을 받고, 우크라이나 민족주의를 이용하며, 러시아와의 연합(국가) 수립을 시도하는, 다시 말해 짬뽕 성향을 가진 국가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우크라이나국 정부(이하 헤트만 정부)의 인적 구성을 봐도 알 수 있다. 헤트만인 스코로파즈키와 초대 임시 수상을 맡은 바실렌코(M. Vasylenko) 등은 스스로를 '우크라이나인이자 러시아인'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일부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정체성 보존을 지지했는데, 그 예시가 바로 관료들에 대한 우크라이나어 사용 요구 정책이다.


3db4d319d3ed199958bec5ac1ad42a3639133d0c3fb0d3c4e31ec17df706849e9523c5c13353b8

[미콜라 바실렌코, 헤트만 정부 초대 (임시)수상]

보수파인 스코로파즈키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자 기존의 사회주의 성향의 고위 관료들 중 상당수는 사직했다. 마침 볼쎄비키의 탄압을 피해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로 망명해오는 러시아계 엘리트들이 많았기에, 헤트만 정부는 이들을 고용함으로써 행정 공백을 막을 수 있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새로 공직에 진출한 이들이 '러시아 출신' 엘리트들이었기 때문에 러시아어를 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까 언급했듯이 헤트만 정부는 비록 친러였을지언정 우크라이나 문화 보존을 원했다. 따라서 헤트만 정부는 러시아계 엘리트를 포함한 모든 우크라이나 관료들에게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할 것을 지시했다. 대표적인 예가 당시 운수부 장관이었던 부텐코(B. Butenko)의 지시다. 그는 운수부 소속 공무원들에게 '우크라이나어로 된 문서의 지시에만 따르'고 '다른 언어로 작성된 문서는 발신자에게 돌려보내'라고 지시했다.


a65614aa1f06b3679234254958db3438f656a140403f6c9d50b60e97fe13975c1b

[보리스 부텐코, 헤트만 정부 운수부 장관]

놀랍게도 상당수의 러시아계 고위 관료들은 헤트만 정부의 이러한 정책을 거부하기는커녕 순응했다. 이들은, 외국에서 일자리를 얻으면 그 나라 언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하는 것 처럼, 우크라이나어 구사를 직업이 요구하는 평범한 조건 중 하나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예시를 몇 가지 들겠다. 1917년까지 러시아 재무부에서 일하다가 우크라이나 정부에서 일하게 된 글루콥스키(K. Glukovsky)는 1918년 6월에 쓴 편지에서 '기회가 있다면 우크라이나어를 빠르게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또 키이우 지역 지방자치기구 직원 130명 중 우크라이나어를 구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17명에 불과했다.

러시아계 엘리트들은 단순히 정책에 순응하는 것을 넘어, 언어적 장벽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우크라이나 정부에서 일하고자 노력했다.

예시를 몇 가지 보자. 러시아 근위대 장교이자 귀족이었던 글라바츠키(N. Glavatsky)는 지원서에 자신의 재능을 '조국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고 썼다. 러시아령 폴란드 정부에서 근무했던 클롯콥스키(V. Klotkovsky)는 지원서를 우크라이나로 작성하며 자신이 우크라이나 포딜리아 출신임을 강조했다. 아스트라한 지역에서 근무했던 스트리제프(I. Strizev)는 자신이 우크라이나 시민권을 취득했으며 우크라이나 건설을 '진실하고 충성스럽게' 돕고 싶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러시아 출신 엘리트들이 너무 많아 급기야 무급으로 일하겠다는 이들도 나타날 지경에 이르렀다.

현대의 우크라이나인들에게서 '친러'라고 욕을 먹는 헤트만 정부가 우크라이나어 보존 정책을 펼친 것이나, 거기에 러시아계 엘리트들이 순순히 따른 것이나, 둘 모두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쓰는 소설에서도 언젠가 이 이야기를 다룰 생각이다.



세 줄 요약

1. 러시아 혁명기에 세워진 우크라이나 헤트만 정부는 친러이면서도 우크라이나 정체성 보존 정책을 실시했다.

2. 헤트만 정부는 우크라이나 정체성 보존 정책의 일환으로, 러시아 출신 관료들에게도 우크라이나어 사용을 요구했다.

3. 볼셰비키를 피해 우크라이나로 온 러시아계 관료들은 의외로 우크라이나어 사용 정책을 아주 잘 따랐다.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11

고정닉 6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3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937227 역사 고대, 중세 한국에는 왜 대지주가 없었을까? [133] lemie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28 3242 22
937196 역사 ㄱㅇㄷ) 조선총독부에 대항한 재조선일본인들 [15] o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28 1894 46
936198 역사 [번역글]교황 비오 12세는 어떻게 '히틀러의 교황'이 되었나 xo8gh8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25 316 1
936193 역사 ㄱㅇㄷ)농노, 평민, 귀족 중세 유럽 사람들은 무엇을 먹었을까 [4] 정신세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25 734 4
936019 역사 ㄱㅇㄷ) 발해의 직할지와 간접영역은 [6] 황마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25 1701 19
935598 역사 전근대 소득 수준 추정법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24 306 1
935267 역사 (ㄱㅇㄷ) 팔기의 민족별 명칭(한만몽漢) 비진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23 277 8
935170 역사 일본도 념글에 대해 보충설명하자면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23 261 3
934936 역사 ㅅㅅㄴㅇ) 갤리선 해전에서 발리스타도 잘 썼음. [2] 퇴비수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22 343 10
933966 역사 고조선의 의외의 사실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18 696 2
932676 역사 고대 한반도 농업경영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7] lemie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15 2131 23
932637 역사 참고하면 좋은 수메르 사후세계관 [2] Ar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14 410 10
932213 역사 신으로 과학을 증명한 초천재 과학자가 된 건에 관하여 [6] 사사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13 1567 20
931459 역사 조테타,일반) 영국같이 세계배치하려면 순양전함 필요하지 [6] 정반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11 316 1
931001 역사 [번역글]콜럼버스의 날 xo8gh8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09 168 1
930364 역사 소설과도 같은 삶을 살다간 남자 [1] Sds4553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07 340 3
930295 역사 한반도 최초의 철기 생산이 농업혁명을 일으키다. [24] lemie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07 2563 17
929528 역사 고조선 대역 관련 알아둘만한 소재 [1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05 1834 25
929339 역사 ㄱㅇㄷ) 영산강에서 30m 군선 발견 [8] 팔도수군통제사원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04 484 10
929035 역사 조선 화폐 유통 실패는 정책의 문제가 큼 [7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02 772 6
928599 역사 황제에게 충성을 바쳤으나 토사구팽을 당한 조조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01 2009 15
928075 역사 선사시대 한반도 농업이 느리게 발전한 이유 [16] lemie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9 3967 35
928049 역사 ㄱㅇㄷ) 조선과 명나라는 공조관계였다고 하잖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9 308 1
928021 역사 연개소문네 집안은 사실 근왕파고 아빠는 대대로까지 해먹음 ace147836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8 769 5
927882 역사 ㄱㅇㄷ)고대 고조선의 기원에 대한 한 가설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8 461 3
927420 역사 ㄱㅇㄷ) 전설의 돌, 방해석 [4] 팔도수군통제사원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7 288 1
926923 역사 전간기 미군이 원했던 전함수 [16] SC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6 495 3
926351 역사 적백내전... 아무르강 최후의 보루... [8] 순양전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4 435 1
926273 역사 ㄱㅇㄷ) 명나라-조선 검술 토대 "신유도법" [14] 전사가조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4 1048 17
926228 역사 황제 보쌈 이전에 있었던 원조 보쌈행 굴욕 (feat. 통주전투) [4] 솔바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4 749 15
925956 역사 [발췌] 루터와 대사(면벌부)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3 561 11
925134 역사 ㄱㅇㄷ) 러일전쟁 군자금 빚 1986년에 상환 [1] o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1 324 0
924681 역사 2머전에서 미국이 찍어내다시피 한 리버티쉽의 수송량 [6] 순양전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9 366 3
924228 역사 개인적으로 동서양사 차이 이해할때 중요한게 [1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9 977 13
923560 역사 청동기 시대와 고대의 말은 작지 않았다 [1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7 670 4
923283 역사 ㄱㅇㄷ)고구려 시대 보루 복원도 보셈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6 1760 18
923173 역사 주원장의 군사적 업적 [1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6 2385 44
923130 역사 ㄱㅇㄷ)조선시대 공납의 폐해 예시 [1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6 408 1
923027 역사 고려, 조선의 경제 이해하기 :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5] lemie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6 1795 19
923024 역사 고려, 조선의 경제 이해하기 : 시장경제와 재분배경제 [19] lemie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6 1521 16
922538 역사 조선말에 제주도가 독립하면 현대에 통합될까? [6] 바나헤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5 323 0
922010 역사 영조의 세자 교육과 세손 교육은 어떻게 달랐는가 [4] 헤트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3 446 5
921866 역사 종단 사건으로 보는 실록과 승정원일기 같이 보면 좋은 이유 [6] 헤트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3 219 1
921686 역사 ㄱㅇㄷ)조선이 수레 안쓴다고 뭐라하는 것은 억까임 [13] 메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3 366 4
921634 역사 ㄱㅇㄷ)조선시대 제철 기술은 이 연구 참고하면 좋음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3 507 10
921120 역사 생각해보니 보통 태종은 선임을 담군다 [2] 정반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2 219 6
920737 역사 영국은 과연 양자역학에서 자유로웠는가? [11] 대붕이(1.251) 23.09.11 1216 34
역사 러시아 관료들, 우크라이나어를 쓰다! [7] 엔지니어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0 582 11
920384 역사 중국 사람들은 징기즈칸의 원나라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어?? [17] 망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0 444 1
920043 역사 의외로 돈이 많았던 고대 유다 왕국.txt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0 1636 36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