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의 개념이라고 봄

동아시아는 세금이 고대 이래로 토지세, 인두세, 부역으로 번역할 수 있는 조용조 체제가 기본임

근데 서양은 고대 그리스, 로마 시절부터 저 셋 모두 '자유민'이면 내지 않는 세금임. 토지 경작한 거에 대한 세금? 내 땅 내가 갈아서 농사 짓는데 왜 내래? 인두세랑 부역? 자유민이 느그 노예냐?

대신 서양이 발전한게 도시에 있는 시장에서 물건 파는 거에 대한 시장세임. 초기 로마 왕정 시절의 뼈대는 이런 시장세, 물품세였음. 군역은 자유민이 공동체에 대한 의무 개념으로써 필수였고.

물론 고대 서양, 그러니까 그리스랑 로마도 사실 시장세, 상품세 거둘 행정력은 없었음. 그래서 제국화 되니까 금방 피지배 국가 신민들한테 토지세, 인두세, 부역 얻는거에서 주로 충당함.

근데 이 관념이 중세 시대 가면 메타가 바뀜. 왕 이하 귀족들부터 시민들까지 죄다 자기가 자유민이라고 주장하니까 세금을 못 걷고 군역만 지게 함. 그래서 자유민 아닌 농노들한테만 토지세랑 인두세랑 부역을 받았음.

그런데 중세 성기부턴 농노들도 다 지들이 자유민이라고 주장함.

그럼 이제 남은데가 고대에 있었다 정도고 별로 신경도 안 썼던 시장세, 상업세, 상품세임.

그래서 도시들에 시장 설치 권한 주는 대신 시장세, 상품세로 메타가 바뀜. 이걸 바탕으로 중앙집권함. 물론 중세부터 근세까지 이런 상품세 거둘 행정력은 실제론 별로 없어서 매우 만만한 창문세, 난로세 같은 걸로 때움.

그런데 동아시아는 시장세, 상품세 개념 자체가 엄청 미약함.

조선은 관세라는게 있는줄도 몰라서 개항 때 호구 잡혔고, 그나마 나중에 항세 시정은 했지만 상품세는 거둘 행정력이 없아서 갑오개혁까지 박은 뒤에도 관련 세금 못 걷고 토지세랑 항만세만 걷다가 망함.(그래서 상품세 걷는 법을 발명한 탐태창 전개는 의외로 거대한 변화임)

일본도 에도막부 시절에 도시랑 상업이 발전했는데도 상품세 개념을 잘 정비 못하고 토지세인 고쿠다카에 주로 의존해서, 쌀의 공업 생산품 대비 상대가치가 갈수록 떡락해서 에도막부 후기에는 재정난이 만성적인 문제가 되어버림.

중국은 명청시기에 도시들이 자생적으로 발전했지만 그러한 진들에 대해선 황제가 가끔 환관들 보내서 상업세 뜯는거 말고는 조세를 포함한 행정이 제대로 된게 없음. 내가 가진 자료 내에서는 명청시대 상업세는 물품세에 가깝긴한데 제대로 거둘 행정기관은 없고 황제가 환관 보내서 임의로 뜯은, 안 좋게 말하면 그냥 용돈 앵벌이 수준이었던거 같음

하여간 미래인인 우리가 알고 있듯 기술이 발전할수록 공업과 상업에서 만들어지는 잉여가치는 존나 많아지고 거의 끝없이 늘어나는데 농업은 그 리스크나 고생에 비해 잉여가치가 적고 별 발전도 없음.

그래서 상공업 물품에 대해 주로 세금를 메기는 메타를 고른 서양이(사실 이것도 철저히 관철 가능한건 영국뿐이었긴 함) 더 강력한 재정을 가지고, 그걸 바탕으로 경제를 더 성장 시키고, 부국강병을 이룬게 고대의 세금 관념에서부터 연유한 것 아닌가, 하는게 내 가설임.

석사 이상의 논문이나 학술서를 레퍼로 제시할 수 있는 반박이나 의견을 매우 환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