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개신교에서 개종(교파 간 이동을 뭐라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이렇게 쓴다)을 결심하고 성공회로 옮기려 했을 당시 내가 내놓았던 개종 사유는 개신교 교회 전반에 대한 회의와 정형화된 예배와 매주 거행되는 성체성혈성사에 매료되었기 때문이었음

그런데 어찌어찌해서 정교회에 입교하고 또 어찌어찌해서 성공회로 탈주하고 나서 타교파영접교육을 받던 중 마지막 주에 내돈내산한 마크 채프먼의 성공회 신앙을 읽고 갑자기 회의감이 들더라고

"이 책에 쓰여진 대답들 중 확실한 대답은 거의 없다, 내가 지금까지 겪었던 교파들은 모두 확신에 찬 답변들로 자신들의 교리를 보증하려 하던데 이 교회는 자신들의 교리에 대한 보증은 커녕 교리 외에도 생길 신앙의 모든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교회가 제시하는 게 아닌 신자 개개인에게 해답을 탐구하라고 떠넘기고 있다. 정형화된 예배와 매주 거행되는 성체성혈성사는 있지만 정교회와 천주교 역시 정형화된 예배와 매주 거행되는 성체성혈성사 있으며 이 둘은 모든 질문의 대한 대답을 교회가 대답해주려고 노력한다, 한 마디로 상위호환이다. 그러면 이 교파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며 나는 이 교파를 뭐하러 다녀야 하는가?"

이 생각이 들고나서 나는 그 길로 성공회 교회로의 발길을 끊었고 한달 간 생각을 해봤음, 결론은 "성공회는 이해하기 힘든 교회이고 지금의 나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 게다가 나는 예전부터 서방교회의 일부 신앙과 신학에 동의하지 못 했으니 다시 정교회의 신앙과 신학을 따라가보자"였고 때마침 코로나의 악화로 모든 교파 교회의 출석이 어려워지거나 금지가 됐고 그래서 그 길로 성공회 교회에 통보를 하고 1년 정도 기다린 다음 정교회 예비신자 등록을 했지

내 이야기를 장황하게 썼지만 이 이야기를 하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첫번째는 확실히 성공회는 이해하기 어려운 교파라는 거고 두번째는 이렇게 어려운 교파에 정착했거나 정착하고 있는 성갤러들의 생각이 궁금해

나도 그냥 내 경험과 생각 끄적인 거니까 성갤러들도 그냥 성갤러 각각의 경험과 생각 끄적여주면 좋겠고

내 글에서 싸우지마, 바로 완장들 호출한다